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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성공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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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2
최근연재일 :
2021.06.22 13:28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12,071
추천수 :
523
글자수 :
172,797

작성
21.06.16 13:39
조회
50
추천
3
글자
7쪽

만남

.




DUMMY

뭐.. 비교적 무사히 인터뷰를 마치고 나는 방으로 복귀했다. 이제부터는 아무래도 높은신 분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모양이었으니까 TV를 볼 필요도 느끼지는 못했다. 나의 앞에 놓여있는 몇 가지 간식의 봉지를 까서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짠맛이 강한 과자였지만 생각보다 입맛에 맞았다. 한동안 소파에 누워서 천장을 멍하게 바라본다. 전등의 빛이 내 눈을 간지럽힌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생각보다 지루했다. 시간도 있겠다 잠깐이라도 나가서 주변을 둘러보자고 마음먹었다. 나는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 대기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니 바로 앞에 열려있던 창문에서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들어온다. 좋아하는 계절이었다.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좋아할 계절이었다. 이렇게 시원하고 편안한 계절도 없을 테니까. 여름은 너무 덮고 질척하다. 겨울은 너무 춥고 냉정하다. 봄은 너무 이른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가을이 좋았다. 장점은 없지만, 단점도 없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가을바람을 만끽한다. 그냥 문만 열고 나왔을 뿐인데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누가 한 말인지는 잘 기억나질 않았지만 행복은 소소하고 항상 가까이 있다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신서준 님”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 있을 때에 누군가 나를 불렀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있던 것은 나를 이곳까지 안내한 수행원이었다. 나는 그를 보고 대답한다.


“왜 그러시죠.”


“서준님을 뵙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2차 각성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나서 이런 경우가 늘었다. 그런데 오늘 같은 날까지 나를 오라 가라 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애초에 올거면 본인이 오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수행인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경기 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있고 싶다고 전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돌려말한 거절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알아서 거르겠지. 그런데 수행인에 용태가 이상했다. 매우 곤란한 표정이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나에게 말했다.


“지금 서준 님을 만나자 하는 분은 요람을 최고 후원자의 따님이십니다. 이사장 명령으로 강제로라도 만나게 하라고....”


----


한 여성은 소파에 조신하게 앉아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예의를 차리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어딘가 어색한 몸짓이 보이기도 했다.


“아가씨 오랜만에 들뜨신 것 같습니다.”


그녀의 뒤에서 차분하게 서 있던 노집사가 그녀에게 살며시 말했다. 그녀는 노집사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한다.


“어머? 정말 그렇게 보이시나요?”


겉으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반응했지만 그녀는 노집사의 말에 많이 동요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였다. 한국에서 그를 날마다 찾았지만, 그의 흔적은커녕 진짜 살아있는지도 의문이 사람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2차 각성 뉴스로 화재가 된 인물은 다름 아닌 그였다.


요람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요람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요람에 외부인 출입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요람에 들어올 날만을 기다렸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사과였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후회했던 말이었다. 그가 사라지고 죽는 날까지 그사람에게 말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말이었다.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라면 용서해주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지내고 싶었다. 소심한 그의 미소를 다시 보고 싶었다. 노크 소리가 방에 들린다.


-똑 똑 똑


“신서준님께서 오셨습니다.”


여성은 집사에게 눈치를 준다.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그녀는 혹시 모르는 마음에 목을 가다듬었다. 문이 열였다. 그녀는 숨을 골랐다. 그리고 차분하고 고귀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맞이한다.


----


나는 말없이 수행인을 따라간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야? 솔직히 작은 규모의 경기장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많이 걸어다닐 줄은 몰랐다. 아니 애초에 경기장 안에 이런 호텔 같은 장소가 있는지도 몰랐다. 부자들의 세계는 다르기는 뭔가 다른 모양이다.


그때 수행인은 어느 방 앞에 멈춰섰다. 아무래도 여기인 모양이었다. 수행인은 3번 노크를 했다.


-똑 똑 똑


“신서준님께서 오셨습니다.”


뭔가 듣기 어색한 경칭이었다. 솔직히 누가 이런 나이에 이런 말을 들어본단 말인가? 방금 수행인의 말을 들은 것인지 그 안에서 어떤 노련미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방 하나를 왔다 갔다 하는데도 이렇게 불편한 것인지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아무튼 수행이이 열어준 문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가끔 TV에서 보았었지만, 요즘은 나오지 않던 사람이었다. 신하은... 나를 제외하고 고아원 사건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이었다.


할 말이 있을리가 없었다. 서로에게 좋지 않았다. 생각했어야 했었는데 어째서 이런 것도 생각하지 못한 걸까? 애초에 내년에 요람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경계했어야 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된다. 복잡했다. 그녀가 나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오랜만....”


나는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도록 끊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과 할 말은 없습니다.”


최대한 차갑게 말했다. 벽을 쳤다. 스스로에 대한 방어작용일지도 모르겠다. 트라우마같은 기억을 막기 위한 그런 작용 말이다. 아니 애초에 그것보다는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었다. 하고 싶지 않았고 그녀에게도 그것이 좋았을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문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잠깐만!”


나는 그녀를 돌아본다. 그때와 같은 소녀인 채로였다. 차라리 TV에서처럼 연예인의 가면이라도 쓰고 있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변한다. 나도 분명히 변했다. 하지만 그녀와 마주보고 하하호호 웃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녀의 그런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나는 방에서 나간다. 그때 안내 방송이 흐른다.


[잠시 후에 차윤아 학생과 신서준 학생의 대전이 있습니다.]


나의 차례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나는 나의 뒤에 있는 수행인에게 말했다.


“저는 가봐야 하는 모양입니다. 여기까지 길은 기억했으니 제가 혼자 돌아가겠습니다.”


나는 또 그녀와 관계를 깊게 할 자신이 없었다. 과거 관계가 견고하면 견고할수록 그것이 부서질 때 그만큼 아팠다.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기억해야 할 내용이었다. 나는 빠르게 걸어서 호텔 같은 느낌의 층을 빠져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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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화 대인전 수정 공지 21.05.21 120 0 -
52 끝의 생각 (1부 종료 에필로그) 21.06.22 45 1 7쪽
51 패배 21.06.20 39 2 7쪽
50 정비와 휴식 21.06.19 42 2 7쪽
49 승리가 말해주는 것 21.06.18 45 2 7쪽
48 시작 21.06.17 45 3 7쪽
» 만남 21.06.16 51 3 7쪽
46 개막 21.06.15 48 3 8쪽
45 고뇌 21.06.14 72 2 7쪽
44 당혹스러운 선출 21.06.13 78 5 7쪽
43 변하는 것들 21.06.12 73 4 7쪽
42 검은 기사 21.06.11 94 5 7쪽
41 습격 2 21.06.10 77 4 7쪽
40 습격 +2 21.06.09 78 5 8쪽
39 이상한 꿈 21.06.08 85 7 7쪽
38 멘체스튼 저택 21.06.07 79 5 8쪽
37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3) 21.06.06 78 5 9쪽
36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2) 21.06.05 85 5 7쪽
35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1) 21.06.04 103 3 7쪽
34 여행 2 21.06.03 96 5 7쪽
33 여행 21.06.02 108 4 7쪽
32 일상으로 돌아와서 21.06.01 122 6 7쪽
31 던전 +3 21.05.31 150 8 8쪽
30 병문안 21.05.30 153 8 8쪽
29 대립 21.05.29 163 9 7쪽
28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2 21.05.28 162 9 8쪽
27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1 21.05.28 162 7 7쪽
26 더 깊은 곳으로 21.05.27 170 10 7쪽
25 불쾌한 비 21.05.26 182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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