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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성공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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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2
최근연재일 :
2021.06.22 13:28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12,056
추천수 :
523
글자수 :
172,797

작성
21.06.20 14:24
조회
38
추천
2
글자
7쪽

패배

.




DUMMY

화요일 오전 7시 30분


8강전은 생각보다 쉽게 대전을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하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조금 이르게 기숙사를 나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계속해서 승리를 맛보니 우승의 욕심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나도 사람이니까 욕심 정도는 있다.


어쨌든 그렇게 요람의 운동장을 돌고 있었을 때 누군가 운동장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오늘의 나의 상대인 정태오였다. 그는 점점 나에게 다가왔다.


“서준! 너도 미리 몸 풀고 있었구나?”


항상 그만의 조각 같은 미소로 나를 비추면서 말했다. 그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우리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딱히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일까? 어색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서준아. 너는 능력자가 되려고 하는 이유가 뭐야?”


깨지는 침묵과 함께 의문이 내게 밀려들어온다.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말이었다. 졸업만 한다면 편안하게 살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왜인지 그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능력자가 되려고 하는 이유라.... 어릴적에는 그냥 누군가의 기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내가 나약했던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정확히는 그 사건이 일어난 시점으로부터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럴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태오는 뻘쭘한 듯이 머리를 몇 번 긁더니 나에게 말한다.


“미안해...? 이상한 말을 물어봐서. 그냥 궁금했거든 너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꽤 오래 지낸 것 같은데 너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운동장을 돌려고 나에게서 뒤를 돌았다. 입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다. 자의식이 아닌 무의식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확실하게 말했고 확신에 찬 말이었다.


“약속이었다. 모두를 구해내기 위한 그런 약속.”


정태오는 나의 말을 듣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평소의 웃는 얼굴로 그는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랬구나.”


달관의 미소 정태오라는 인간은 생각보다 더 대단한 인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계는 어느덧 1시를 가르켰다. 앞으로 30분 후에 나는 4강전을 시작한다. 나는 16강과 8강전 때와 같은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4강전은 앞선 어떤 경기들보다도 압박감이 심한 느낌이 강했다. 올려다만 보던 정태오와 같은 시점에서 겨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쉽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나의 대기실을 두들겼다. 수행원이라고 생각하여 문을 열었지만 그곳에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차윤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으로 입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는 잠깐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윽고 나에게 말했다.


“응원(應援), 나에게 이겼으니 지는 것은 용서 못 해. 기대...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쪼르르 반대편 복도로 뛰어간다. 저번에 이어서 자기 할 말만 하고 도망치듯이 뛰어나가는 그녀였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돌아간 후에 문을 닫고 시계를 보았다.


[1시 23분]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


몇 번을 보아도 익숙하지 않은 카메라 셔터와 강렬한 조명이 나의 눈과 귀를 현혹 시키려 한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정태오 학생이 입장합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갈채같이 쏟아지는 박수 소리에 살며시 눈을 떠보니 그곳에는 정태오가 나의 눈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평소의 얼굴과 평소의 느낌을 지니고 있었지만 어딘가 더 신중하고 덤덤해 보였다.


나와 정태오는 여러 번 경험한 의례를 실행하기 위해서 서로의 거리를 줄이며 다가왔다. 그리고 얼굴을 맞댄다. 정태오는 나를 보면 한번 웃더니 나에게 말했다.


“좋은 승부를 해보자.”


“그러면 좋겠군.”


그말을 끝으로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4강전 정태오 학생 대 신서준 학생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경기장에 곳곳에 울리는 총소리가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시작과 동시에 정태오는 자신의 손에 크리스탈 같이 생긴 검을 연성하여 나에게 달렸다. 차윤아 때와 16강 8강과는 다르게 공격적인 스타일이었다.


빠른 돌격에 나는 단검을 꺼낼 겨를도 없이 정태오의 첫 번째 일격을 피해냈다.


-휘익


나의 머리에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면서 나를 비켜나갔다. 바로 이어지는 공격은 단검으로 막아냈다.


-탕!


마나로 만들어진 검이였다보니 붉은색 불꽃이 아닌 푸른색 마나 결정이 증발하면서 곳곳에 튕겨나간다. 정태오는 나의 방어를 예상이라도 한 듯이 내가 든 것과 비슷한 길이의 단검을 연성하여 휘두른다.


고개를 살짝 틀어서 단검을 피한 후에 정태오로부터 멀찍이 떨어졌다. 솔직히 조금 버거운 감이 있었다. 갑자기 생겨나는 무기라는 것은 생각보다 대처가 어려웠다.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볼의 작은 상처가 조금 따가웠다. 옷으로 흐르는 피를 닦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능력을 전개한다. 세상이 동결된 것처럼 얼어붙는다. 마치 정태오와 나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이번에는 거대한 대검을 연성했다. 아마 저것이 그가 승부수일 것이다. 그는 대검을 든채로 도약한다. 흩어지는 모래가 그의 도약을 알려주었다. 이번 일격으로 승부가 날것이라고 생각한다.


단검의 날에 마나를 모았다. 저번처럼 받아낼까? 사실 한번 사용한 수에는 당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애초에 저 대검을 받아낸다고 해도 저번의 차윤아처럼 모든 것을 담은 일격 같은 것이 아니었다. 후속타가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냥 두눈을 뜨고 질 생각은 없었다. 저 대검을 받아친다. 이성이 그딴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바로 앞이다.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펑!


이것이 검에서 나는 소리인지 의문이 가는 폭팔음이었다. 정신이 없었다.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은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있었다. 아무래도 진 모양이었다. 팔은 부러진 듯이 기괴하게 꺾여있었다. 7경기장이 아니었다면 죽지 않았을까?


[승리자는 정태오 학생입니다. 멋지게 언더독의 반란을 저지하고 결승에 진출합니다!]


정태오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승자에 어울리는 여유와 자질을 가진자라고 무심코 생각했다.


“좋은 경기였어. 서준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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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부 에필로그 공지 21.06.21 57 0 -
공지 18화 대인전 수정 공지 21.05.21 120 0 -
52 끝의 생각 (1부 종료 에필로그) 21.06.22 44 1 7쪽
» 패배 21.06.20 39 2 7쪽
50 정비와 휴식 21.06.19 42 2 7쪽
49 승리가 말해주는 것 21.06.18 44 2 7쪽
48 시작 21.06.17 44 3 7쪽
47 만남 21.06.16 50 3 7쪽
46 개막 21.06.15 48 3 8쪽
45 고뇌 21.06.14 72 2 7쪽
44 당혹스러운 선출 21.06.13 78 5 7쪽
43 변하는 것들 21.06.12 73 4 7쪽
42 검은 기사 21.06.11 94 5 7쪽
41 습격 2 21.06.10 77 4 7쪽
40 습격 +2 21.06.09 77 5 8쪽
39 이상한 꿈 21.06.08 85 7 7쪽
38 멘체스튼 저택 21.06.07 78 5 8쪽
37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3) 21.06.06 77 5 9쪽
36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2) 21.06.05 85 5 7쪽
35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1) 21.06.04 102 3 7쪽
34 여행 2 21.06.03 95 5 7쪽
33 여행 21.06.02 107 4 7쪽
32 일상으로 돌아와서 21.06.01 122 6 7쪽
31 던전 +3 21.05.31 149 8 8쪽
30 병문안 21.05.30 152 8 8쪽
29 대립 21.05.29 162 9 7쪽
28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2 21.05.28 162 9 8쪽
27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1 21.05.28 162 7 7쪽
26 더 깊은 곳으로 21.05.27 169 10 7쪽
25 불쾌한 비 21.05.26 181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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