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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성공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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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2
최근연재일 :
2021.06.22 13:28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12,055
추천수 :
523
글자수 :
172,797

작성
21.06.14 13:31
조회
71
추천
2
글자
7쪽

고뇌

.




DUMMY

수요일 오후 1시


머리카락을 흔드는 시원한 바람과 집요한 더위가 땅속에 숨어들어 흩어지는 계절 가을이 요람에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절찬으로 으깨지는 낙엽 잎을 밟으며 가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뒹굴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짧은 계절을 내가 이렇게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땅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샌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람 기숙사로부터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총명관 507호 방에 도착했다. 이 방은 주로 교수들이 실기시험을 논의할 때 사용하는 방이라서 학생들이 올 일은 별로 없는 곳이지만 이곳으로 오라고 하니 오기는 했다. 방의 문을 열자 곳곳에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그리고 아는 얼굴이 아니더라도 꽤 개성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어! 서준아 왔냐?”


그때 가을에 어울리는 긴 코트를 입은 완벽한 비율의 남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뭐랄까? 자주 보는 얼굴이기는 하지만 볼 때마다 외모에서부터 힘의 차이가 느껴지는 그런 남자였다. 그와 나란히 서 있는 내가 비참하게 보인다. 아무튼 정태오가 나의 앞까지 다가오고 나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있는데 한미나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비교적 눈치가 빠른 정태오는 그런 나에게 말했다.


“미나는 가을 감기라고 하더라고.”


“아... 그런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군.”


반사적으로 그런 말을 하고는 평소처럼 구석 자리에 안착한다. 본래라면 마음이 편안해지겠지만 정태오가 바로 옆에 있었기에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뭐 그가 있더라도 평소처럼 앞자리 인물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것은 같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장을 입은 젋은 여성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 여성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면서 정중앙에 배치되어있는 단상 위로 올라섰다. 그러고는 리모컨으로 방에 있는 홀로그램을 작동시켰다. 홀로그램이 작동되자 이곳에 모인 학생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안녕하십니까? 자랑스러운 베니시 아카데미아의 학생 여러분 저는 이사장 비서인 이수아라고 합니다.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제가 조만간 진행되는 제 1 베니시 아카데미아 신입생 대회의 대전 추첨을 맡게 되어 여러분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수아라는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는 정중하게 그리고 사무적으로 자신의 앞에 모여 있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한다. 인간보다 기계에 가까운 말투다. 솔직히 저렇게 극단적으로 인간미가 없는 인간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일하던 업계에서도 저 정도 인간은 없었다.


“이제 룰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장장 2시간 룰에 대한 설명, 대전 추첨, 간단한 부가 설명을 끝냈다. 룰을 요약하자면 일단 대회는 토너먼트식으로 진행되며 상대방을 죽이는 것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공격이 허용된다고 한다. 애초에 심판이 있어서 어느 정도 수위가 강해지면 막을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해산해도 된다고 말했으니 나가면 되겠지. 정태오가 저편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 이수아가 대회에 관한 자료를 정갈하게 정리하며 나에게 말했다.


“신서준 씨 시간 괜찮으십니까?”


이수아의 마비된 듯한 표정을 바라보니 마치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네. 괜찮습니다.”


나는 정태오에게 먼저 가라는 눈빛을 보내고 바로 앞에 배치된 의자에 앉았다. 이수아는 문밖을 둘러보고 문을 닦고 나의 정면에 앉았다. 그녀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는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사장님의 전언입니다.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이수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열고 이곳저곳을 건드린다. 그러다가 잠깐 행동을 정지하고 나에게 말한다.


“첫째, 일부러 패배하지 말 것. 둘째, 매 대전에 전력을 다할 것. 셋째, 이를 어길 시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생각할 것.”


나를 가르치려고 드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아카데미아의 학생인 것은 사실이었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루나 베니시라는 인간은 나의 과거조차도 이제 전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짜증 나는 여자였다. 한숨이 절로 흐른다.


“알았다.”


애초에 나는 첫 번째 대전부터 탈락 위기일지도 모른다. 나의 첫 번째 상대는 다름이 아닌 차윤아였으니까.


----


차윤아는 자신의 개인 단련실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검은 곡선으로 아름답게 휘두를 때마다 청량한 파공음이 단련실을 채운다. 차윤아는 지금 큰 고민에 빠져있었다. 이번에 신입생 대회에서는 자신의 아버지가 직접 요람에 찾아와 관전을 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고민이었던 것은 자신의 첫 번째 상대가 신서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처음으로 마음에 걸린 것은 그가 압도적인 경험의 소유자라는 면이었다. 그와 함께 구울 처리했을 때를 떠올린다. 분명 범재의 싸움법이었다. 하지만 그 평범함에 담겨있는 노련함에는 무시할 수 없는 살기와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검에 담긴 탁월한 검기는 차윤아 본인보다도 그가 뛰어났다.


하지만 그뿐만이라고 한다면 분명 차윤아는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쓰러뜨린 자들 중 그런 자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최상급 마물을 쓰러뜨린 영상을 보았다면 누구도 그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2차 각성 애초에 자신은 몇 번을 영상을 돌려보아도 그가 어떻게 그 괴물을 죽일 수 있었는지 보질 못했다.


“무용(無用).”


차윤아는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정태오를 상대 할 때도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런 걱정을 해본 적이 처음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 검이 멈춰 있었다. 차윤아는 검을 내던지고 단련실 바닥에 누운 채로 생각한다. 어쩌면 최악의 상대를 만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겨야 했다. 정태오에게 다시 도전하여 설욕을 갚아야 했다. 더 이상의 패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은 선택받은 재능을 타고났다. 이런 재능으로 패배했다가는 어떤 말을 들을지 몰랐다. 사실 이런 재능을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저주에 가까운 재능 누군가의 기대를 받게 되는 저주를 말이다.


자신의 재능은 누군가를 상처입힌다. 누군가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차윤아는 포기한 자들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절망한 자들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것이 저주라고 한다면 죽을 때까지 저주를 안고 나아 가야 했다.


그렇기에 질 수 없었다. 귀기를 품었다. 승리 해야 한다. 자신의 빛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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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끝의 생각 (1부 종료 에필로그) 21.06.22 44 1 7쪽
51 패배 21.06.20 38 2 7쪽
50 정비와 휴식 21.06.19 42 2 7쪽
49 승리가 말해주는 것 21.06.18 44 2 7쪽
48 시작 21.06.17 44 3 7쪽
47 만남 21.06.16 50 3 7쪽
46 개막 21.06.15 48 3 8쪽
» 고뇌 21.06.14 72 2 7쪽
44 당혹스러운 선출 21.06.13 78 5 7쪽
43 변하는 것들 21.06.12 73 4 7쪽
42 검은 기사 21.06.11 94 5 7쪽
41 습격 2 21.06.10 77 4 7쪽
40 습격 +2 21.06.09 77 5 8쪽
39 이상한 꿈 21.06.08 85 7 7쪽
38 멘체스튼 저택 21.06.07 78 5 8쪽
37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3) 21.06.06 77 5 9쪽
36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2) 21.06.05 85 5 7쪽
35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1) 21.06.04 102 3 7쪽
34 여행 2 21.06.03 95 5 7쪽
33 여행 21.06.02 107 4 7쪽
32 일상으로 돌아와서 21.06.01 122 6 7쪽
31 던전 +3 21.05.31 149 8 8쪽
30 병문안 21.05.30 152 8 8쪽
29 대립 21.05.29 162 9 7쪽
28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2 21.05.28 162 9 8쪽
27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1 21.05.28 162 7 7쪽
26 더 깊은 곳으로 21.05.27 169 10 7쪽
25 불쾌한 비 21.05.26 181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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