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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성공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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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2
최근연재일 :
2021.06.22 13:28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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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2
추천수 :
523
글자수 :
172,797

작성
21.06.2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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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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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끝의 생각 (1부 종료 에필로그)

.




DUMMY

패배는 익숙했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는 담담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별로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었다. 차윤아가 나에게 불평을 몇 마디를 하고 결승전에서 정태오에게 똑같이 패배한 한미나가 나를 위로하는 것을 가장하여 나를 놀리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좋았다.


아... 그리고 정태오의 우승 소원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그는 정말 성인의 환생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의 소원은 요람에서 우승자를 위해 준비된 자금을 전부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하는 것입니다.’


라고 우리들의 주인공은 당당하게 말씀하셨다. 정말 질리는 인간이었다. 인간이 너무 완벽하면 거부감마저 든다는 것이 저런 녀석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오늘은 대회가 끝난 후 정확히 2개월 후인 4학년 졸업식의 날이다.


참고로 나는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단 1밀리도 없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4강까지 올라온 학생들은 강제적으로 참관해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룰이 나를 요람의 졸업식이 진행되는 단상 위에 붙잡아 놓았다.


그와중 한미나는 이런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어떻게 저리도 꾸벅꾸벅 졸 수 있는 것인지 같은 인간으로서의 의문이 들었다. 그때 졸업식을 진행하던 젊은 교수가 우리가 앉아있는 곳을 가르킨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아니 정확히는 정태오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요람 신입생 대회의 우승자인 정태오 학생이 후배 대표로 졸업생을 위한 격려의 말이 있겠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앞에 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저는 이번 후배 대표를 맡게 된 정태오..................”


----


적막하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살며시 눈을 떠보니 언젠가 꿈에서 나왔던 거대한 나무 앞에 나는 도착해 있었다. 아름다운 순백의 꽃으로 자신을 장식한 나무는 이제 곧 열매를 맺을 것처럼 생명의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곳에는 항상 한 소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소녀라고 말하기도 어색한 한 명의 여성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따듯한 눈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무슨 일?”


친근한 듯이 동시에 정제된 하지만 아직 소녀의 따뜻함을 담은 그런 말투였다. 저번과 같은 어둠 검은 세상은 이곳에는 없었다.


“반대가 아닌가? 네가 나를 부른 거겠지.”


그녀는 나의 말에 의뭉스러운 얼굴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품지못하고 나에게 뱉었다.


“나는 한 번도 너를 부른 적은 없어. 네가 원해서 온 거잖아? 그래서 저번에는 나무가 전부 타버리기도 했고 말이야.”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 질문해봤자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부드러운 초원에 누워버렸다. 고뇌가 녹아내리듯이 사라지고 현실을 잊을 정도로 완벽한 낙원이었다. 그때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땠어?”


“무슨 말이지?”


“네가 사는 세계는 조금은 하얗게 변했어?”


변했다? 변화라는 말이 나에게 더 없이 크게 느껴졌다. 나는 순수한 이상으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럽혀졌다고 해도 피가 묻고 내장의 썩은내가 묻은 이상이야 말로 완성된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지만 이 야만스럽고 폭력적인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더 많은 사람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다르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믿어보고 싶었다. 나의 변화는 그저 그것일 뿐이었다. 지켜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다. 나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주인공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족속들을 지켜볼 용기가 생겼다. 아니 애초에 이게 엑스트라로서 올바른 위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빛내주는 역할로 말이다.


“검게는 보이지는 않더군. 이제는 말이야.”


“네가 그렇다고 한다면 정말 다행이야. 그 단계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이 많았거든.”


그녀는 총총 가볍게 뛰어서 나에게로 다가왔다. 소녀였을 때보다는 빠르게 하지만 소녀였을 때보다는 조금 무겁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의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우리는 항상 당신 곁에 있으리. 그대가 끝없는 어둠에 헤매도. 그대가 빛에 황홀함에 홀려 미쳐있다고 해도. 그 끝이 심연의 구렁텅이라도 우리가 함께 그대와 가지런히 누우리다.”


소녀는 손에 가볍게 힘을 주어서 나를 밀었다. 짧은 부유감을 느끼며 빨려들어가듯이 땅속에 나의 몸은 잠식되어간다. 흙으로 돌아가는 본래 있어야 하는 근원으로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기분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혈관을 막고 있던 벽이 허물어져 살아있던 고동에 박차를 가하는 느낌이었다. 끊임없는 진동에 피로감이라는 불순물이 점점 흩어지더니 부식되어 사라져간다.


----


“야! 야! 형님 이 새끼 웃는데요?”


“아까는 울었다며?”


한미나는 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밀착시킨 상태로 정태오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눈을 뜬 것을 확인한 한미나가 나를 나무라듯 말한다.


“야~ 너는 참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졸고 있을 수가 있냐? 오늘 졸업하신 선배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겠냐? 어! 내 말이 맞아? 아니야?”


“너나 잘하는 게 어때?”


나는 한미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런 나의 비꼼을 들은 한미나는 얼굴이 붉어져서 나에게 크게 소리쳤다.


“아니! 태오야 애 좀 봐라? 지 자는거 기다려줬더니 하는 말이 이거다 이거? 와! 진짜 열불난다.”


정태오는 곤란한 듯이 나와 한미나를 바라보면서 웃고 있었다. 한미나는 짜증이 난 것이지 정태오와 나를 두고 돌아가려고 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작게 말했다. 사실 한미나가 못들었다면 좋았다고 생각한 말이었다. 내가 해본 적도 없는 말이었고 앞으로 내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말이었다.


“고맙다.”


한미나는 당황한 듯이 뒤를 돌아본다.


“머... 뭐라고? 너 뭐라 했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숙사로 빠르게 돌아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기왕이면 기숙사에 푹신한 소파에 누워서 하루종일 TV나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차피 오늘은 더 이상의 스케줄도 없었다.


“야! 너 뭐라고 했냐고! 다시 말해봐!”


“미나야 서준이 많이 피곤한가 봐.”


엑스트라는 엑스트라 다운 퇴장법이 있는 법이다. 이제 주인공들만 등장하는 장면을 보여주도록 배려를 해주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기숙사로 돌아갔다.


오늘도 피곤한 하루였다.




.


작가의말

1부가 종료되었습니다. 일단 소설 오타 및 어색한 내용 수정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 후에 소설에 관한 내용은 공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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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화 대인전 수정 공지 21.05.21 120 0 -
» 끝의 생각 (1부 종료 에필로그) 21.06.22 45 1 7쪽
51 패배 21.06.20 39 2 7쪽
50 정비와 휴식 21.06.19 42 2 7쪽
49 승리가 말해주는 것 21.06.18 44 2 7쪽
48 시작 21.06.17 44 3 7쪽
47 만남 21.06.16 50 3 7쪽
46 개막 21.06.15 48 3 8쪽
45 고뇌 21.06.14 72 2 7쪽
44 당혹스러운 선출 21.06.13 78 5 7쪽
43 변하는 것들 21.06.12 73 4 7쪽
42 검은 기사 21.06.11 94 5 7쪽
41 습격 2 21.06.10 77 4 7쪽
40 습격 +2 21.06.09 77 5 8쪽
39 이상한 꿈 21.06.08 85 7 7쪽
38 멘체스튼 저택 21.06.07 79 5 8쪽
37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3) 21.06.06 77 5 9쪽
36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2) 21.06.05 85 5 7쪽
35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1) 21.06.04 103 3 7쪽
34 여행 2 21.06.03 96 5 7쪽
33 여행 21.06.02 107 4 7쪽
32 일상으로 돌아와서 21.06.01 122 6 7쪽
31 던전 +3 21.05.31 149 8 8쪽
30 병문안 21.05.30 153 8 8쪽
29 대립 21.05.29 162 9 7쪽
28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2 21.05.28 162 9 8쪽
27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1 21.05.28 162 7 7쪽
26 더 깊은 곳으로 21.05.27 169 10 7쪽
25 불쾌한 비 21.05.26 182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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