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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성공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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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2
최근연재일 :
2021.06.22 13:28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12,047
추천수 :
523
글자수 :
172,797

작성
21.06.12 13:27
조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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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7쪽

변하는 것들

.




DUMMY

걸었다. 단지 걸었다.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앞에 어떤 경이로운 풍경이 있을지라도 나는 볼 수 없었다. 내가 걷는 세상은 어두웠고 그 무엇도 눈에 담을 수 없었다.


-댕~ 댕~ 댕~


어디선가 종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영원히 어두울 것 같은 세계에서의 침묵이 무너진다. 다시 나는 거대한 나무로 돌아왔다. 그 거대한 나무가 있는 장소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나무 곳곳에 그을린 흔적이 가득했고 아름다웠던 초원도 검은 재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수없는 많은 검이 바닥에 박혀있었다. 그 검들은 하나 하나가 마치 무덤처럼 보였다.


-철컥 철컥 철컥


무거운 철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왜인지 그 철 소리에는 맑은 느낌보다는 둔탁한 느낌이 강했다. 나는 뒤를 돌아본다. 검은 갑주에 고대 언어가 새겨져 있는 검을 든 기사였다. 그 기사는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잃는 것은 언제나 아픈 일이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보고 들었다. 기사는 삐걱거리는 갑주를 이끌고 걸었다. 이윽고 기사는 나의 곁에 섰다. 그리고 그을려서 형태만 남아있는 나무 앞에 자신의 검을 꽂았다. 푸욱 하고 단단해 보이는 땅 깊숙이 검이 박힌다.


“악마를 죽인다고 남는 것은 없더군. 닳디 닳은 긍지를 버려도 마찬가지였지. 복수가 아니었어. 나를 채울 것이 필요했던 거야. 네가 본다면 나를 비웃겠지. 하지만 이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어.”


그는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을린 나무를 향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고해성사였다. 기사의 투구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온다. 무릎을 꿇고 부들 부들거리며 떨다가 그는 다시 일어난다. 부패한 강물 같은 검은색 마나가 그에게서 흘러나온다. 혐오스러움? 본능적인 거부감이었다. 마치 사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기사는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작스럽게 나의 목을 붙잡는다. 반응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애초에 기사가 나를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검은 마나가 나에게 흘러들어온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꺼번에 기사의 수많은 감정이 나에게 파고든다. 분노, 공포, 허무, 죄책감 그리고 갈등. 기사는 나를 나무로 던진다. 그을린 나무의 껍질이 나와 충돌하여 재가 되어 떨어져 나간다.


“선택의 순간이 올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때 실수하지 말아라. 사무치는 후회를 맛보게 될 거다. 너도 저주에 삼켜지게 될 거다.”


기사는 나무에 박혀있던 검을 뽑는다. 그리고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기사는 그대로 나의 심장에 검을 찌른다. 고통은 없었다. 하지만 비통한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서서히 눈이 감긴다.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세상은 다시 검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검이 박혀있던 땅이 부서지면서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짐승들이 태어난다. 눈이 완전히 감긴 후 내가 마지막에 들은 것은 공허하게 울리는 종소리뿐이었다.


----


한미나 Sied


나는 전시회장으로 빠르게 달렸다. 조금 전까지는 없었던 불쾌한 마나가 전시회장 쪽에서 강하게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달리면 달릴수록 탁한 마나의 흐름이 강해진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전시회장에 도착하자마자 그 마나의 원인을 바라보았다


“저게... 뭐야...”


검은색 갑주를 두르고 있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한 농도의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본래 인간이 낼 수 있는 마나의 농도는 정해져 있다. 저 정도의 마나라면 마나를 순환시키는 과정에서 신체의 일부분을 부수고 재생하고를 반복하지 않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농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넋을 놓고 바라볼 수 없는 터였다. 지금 저 괴물 앞에 있는 사람부터 구해야 했다.


숨을 고른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몸을 마나로 강화하고 뽑아든 검에도 마나를 두른다. 검을 들고 자세를 잡자 검성의 능력이 발동한다. 나는 디딤발에 마나를 담아서 로켓처럼 박차고 날았다. 순식간에 그것에 앞에 도착한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텅!


마치 드럼통을 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갑주는 무슨 알이라도 갈라지는 것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씨발. 뭐 잘못 건드렸나?”


----


“씨발. 뭐 잘못 건드렸나?”


이 목소리가 정겹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나의 몸을 답답하게 막고 있는 철 덩어리가 조각조각 갈라지며 빛줄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박살난다. 뭐였는지 모를 것들이 박살 나자마자 나는 나의 가슴을 만져보았다. 찔린 것 치고는 멀쩡했다. 이 빌여먹을 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는 짜증을 죽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야..! 네가.. 아니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한미나의 표정에서는 경악과 걱정이 동시에 묻어나오고 있었다. 지금 표정을 거울 비추어 주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표정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 파악을 했다. 수정녀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신해 있었다. 지금 처리할까?


[죽이는 건 아니겠죠?]


머리에 샬롯의 모습이 스쳤다. 지금 이러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샬롯에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한미나가 쓰려지려고 하는 나를 붙잡아준다.


“야! 야! 너 가만히 좀 있어. 아니 애초에 너는 뭘 쓰고 있던 거야?”


나는 한미나에게 말했다.


“나는 괜찮으니까. 샬롯을 봐라.”


나는 손가락으로 샬롯을 가리킨다. 한미나는 놀란 듯이 나를 뒤로 던지고 샬롯에게로 뛰어간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던지라고는 말한 적은 없었다라고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말을 삼켰다. 뒷통수가 얼얼했다.


나는 누운 채로 한미나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저택을 손수 걸어다니며 얻은 정보였다.


“저택 2층에 병원이 있다. 최대한 빠르게 달려라. 위험할지도 몰라.”


한미나는 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어린아이처럼 여러 번 끄덕거리더니 샬롯을 들고 뛰어나갔다. 나도 슬슬 이곳에서 일어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투척용 나이프를 손에 들었다. 주목적은 던지는 용이었지만 실신한 사람 한 명쯤은 처리할 수 있었다.


“....”


망설임이었다. 짜증 나는 일이었다. 이렇게 무르게 일을 처리한 적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친다. 샬롯의 말뿐이 아니었다. 수많은 과거의 파편들이 나에게로 쏟아졌다. 나는 나이프를 집어넣었다. 아카데미아에 입학하고 무언가 변했다. 아델라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사람은 항상 변하는 법이라고...”


헛웃음이 나왔다. 쓸데없는 감상에 잠기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모두가 나를 떠난 이후로 그랬던 적이 없었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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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끝의 생각 (1부 종료 에필로그) 21.06.22 44 1 7쪽
51 패배 21.06.20 38 2 7쪽
50 정비와 휴식 21.06.19 41 2 7쪽
49 승리가 말해주는 것 21.06.18 44 2 7쪽
48 시작 21.06.17 44 3 7쪽
47 만남 21.06.16 50 3 7쪽
46 개막 21.06.15 47 3 8쪽
45 고뇌 21.06.14 70 2 7쪽
44 당혹스러운 선출 21.06.13 77 5 7쪽
» 변하는 것들 21.06.12 73 4 7쪽
42 검은 기사 21.06.11 93 5 7쪽
41 습격 2 21.06.10 77 4 7쪽
40 습격 +2 21.06.09 77 5 8쪽
39 이상한 꿈 21.06.08 85 7 7쪽
38 멘체스튼 저택 21.06.07 78 5 8쪽
37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3) 21.06.06 77 5 9쪽
36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2) 21.06.05 84 5 7쪽
35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1) 21.06.04 102 3 7쪽
34 여행 2 21.06.03 95 5 7쪽
33 여행 21.06.02 107 4 7쪽
32 일상으로 돌아와서 21.06.01 122 6 7쪽
31 던전 +3 21.05.31 149 8 8쪽
30 병문안 21.05.30 152 8 8쪽
29 대립 21.05.29 162 9 7쪽
28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2 21.05.28 162 9 8쪽
27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1 21.05.28 162 7 7쪽
26 더 깊은 곳으로 21.05.27 169 10 7쪽
25 불쾌한 비 21.05.26 181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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