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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님의 서재입니다.

엑스트라 성공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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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작품등록일 :
2021.05.12 13:12
최근연재일 :
2021.06.22 13:28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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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6
추천수 :
523
글자수 :
172,797

작성
21.06.06 14:01
조회
77
추천
5
글자
9쪽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3)

.




DUMMY

나는 얼빠진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푸른 눈물 협회원들의 시체들이 즐비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거나 신체의 어딘가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있었다.


절망적이었다. 또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어 나갔다. 모두를 구하는 방법은 없었다. 아니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변명이었다. 나는 두려웠을 뿐일지도 모른다.


“괜찮습니까? 덕분에 최소한의 희생으로 게이트를 닫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한주였다. 그는 생수를 건내면서 나의 옆에 앉아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여리군요. 하지만 용기 있습니다. 떨리는 손을 보았습니다.”


이한주의 갈색 눈을 바라보았다. 동정? 아니었다. 동질감이었다. 나는 그의 말에 거부감을 느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죽을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먹이 강하게 쥐어진다. 목에서 분노로 가득한 말이 튀어나오려고 했다. 죽을 사람들이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히 그래야만 했다. 나는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구하는 시도라도 했다면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네가 나를 구했던 것처럼.”


“모두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멱살을 잡았다. 충동적이었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을 텐데. 그의 해탈한 듯한 표정이 나의 손을 놓치게 했다. 어금니를 깨물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었다. 알고 있다. 나의 논리는 맞지 않았다. 생각이 엉킨다. 머리가 아프다.


나는 자리를 떠났다. 불안정한 사고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무너질 것 같았다. 나의 불안정한 신념이 부서진다.


----


해가 떨어지고 우리는 30명 정도의 사람들을 구조했다. 그리고 새벽 3시가 된 지금 푸른 눈물 협회는 정비를 위해서 천막을 설치하고 돌아가며 경비를 맡기로 하였다. 나는 그런 그들과 떨어져서 따로 거점을 만들었다. 뭔가 그들과 함께하기에는 정신이 없었다. 어쨌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나는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구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건물의 잔해를 뒤지거나 페허가 된 건물들을 들어가서 누군가를 찾아보았지만 좀처럼 성과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푸른 협회의 회원들과 찾았을 때도 30명밖에 찾지 못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무너진 잔해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친다. 모두를 구할 수 없었도 적어도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할 수 없었다. 누군가와의 약속은 이제 기억할 수 없었다. 아니 기억하지만, 그것이 진짜 나와 했던 약속인지 애매해졌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었다. 아프다. 나를 받치고 있던 무언가의 신념이 부식되는 과정이 너무 아팠다.


-아악...


끊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나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능력을 사용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은 푸른 눈물 협회의 천막 방향이었다. 나는 빠르게 그들의 거점으로 달렸다. 도착했을 때는 비릿한 피비린내와 갈기갈기 찟긴 시체가 넘쳐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체 위에는 누군가의 머리를 들고 있는 한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온몸은 피칠갑이 되어있었으며 평소에 묶어두었던 머리는 풀어 헤쳐져 있었고 질척한 피가 굳어 머릿결이 서로 붙어있었다. 그녀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들고 있던 머리를 던졌다. 그 머리는 내 쪽으로 굴러왔다. 머리의 주인공은 이한주였다.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어머, 최대한 조용히 죽였는데? 어떻게 찾아오셨어요?”


그녀의 말에 위화감을 느낀다. 누군가를 살해한 인간은 고의적이든 우발적이든 죽인 것을 부정한다. 무언가 결여 된 대답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뭐 하는 짓이지?”


“그러게요? 대답은 준비 안 했는데. 걸릴 줄 몰랐거든요? 조금 생각할 시간 주실래요?”


광기였다. 그녀의 칠흑같은 검은 눈에 광기가 비추어 보였다. 정상인이 아니었다. 입이 열리지 않았다. 말문이 막힌다. 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말이겠지. 억지로 입을 열었다. 단어를 육성으로 말할 때마다 구역질이 올라오지만, 그녀에게 물었다.


“왜 죽였지?”


그녀는 검지손가락을 턱에 대고는 고민하다가 떠올랐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농담처럼 장난처럼


“아~! 그건 생각했어요. 아... 아니다. 조금 다른 질문인데? 다시 물어보실래요? 어떻게 혼자 살아남았지? 아니다. 협회원에게 남기실 말씀 있으십니까? 그럼 이걸로!”


나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미치광이 살인마를 죽이기 위해서 달렸다.


-탕앙!


회색 마나를 두른 그녀의 검에 나의 단검은 볼품없이 부러졌다. 마나의 농도 차이가 심했기 때문이다. 나는 부러진 단검을 확인하고 바로 새로운 단검을 꺼냈다. 그녀의 목에 단검을 박아넣으려는 순간 그녀는 나를 발로 차버렸다.


“에이... 그래도 요람 수석 출신이예요. 저.”


피가 토해진다. 위력의 정도가 달랐다. 숨을 몇 번 고르고 능력을 사용했다. 투척용 나이프를 꺼내서 던지며 달린다. 그녀는 간단하게 나이프를 쳐냈다. 나는 단검을 역수로 들고 그녀의 머리에 찍었다. 이번에도 단검은 간단하게 부서졌다. 나는 부러진 단검을 내던지고 그녀에게 마운트를 걸었다.


도박이었다. 그녀가 마나로 자신의 신체를 강화하고 있거나 빠르게 강화한다면 통하지 않을 터였다.


-털썩


아무래도 성공한 모양이었다. 나는 소맷자락에 있는 마지막 단검을 꺼냈다. 그녀는 나를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불쾌감을 느끼면서 그녀의 목에 단검을 꽂았다. 그랬을 터였다.


TV의 노이즈와 같은 화면이 눈에 가득 차더니 단검이 박살 나는 상황으로 돌아와 있었다. 당황한 나는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의 목을 붙잡고 바닥에 찍었다.


“놀랐어요? 시간을 컨트롤 하는 능력은 드무니까요. 그래도 그런 표정은 짓지 마세요. 나도 놀랐다고요. 설마 당신 같은 사람한테 능력을 쓸지는 몰랐으니까.”


그녀는 핀셋으로 종이를 고정하듯이 검으로 나의 팔을 땅에 박았다. 튀어나오는 비명을 참았다. 그녀에게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협회가 고용한 용병이 폭주! 살해당한 푸른 눈물 대원들! 이거 어때요?”


“정신나간년.”


그녀는 나의 말을 무시하고는 나의 머리에 손을 얻는다. 그리고 마나를 모았다.


-팅!


그때 맑은 소리가 울린다. 익숙한 목소리가 나에게 들렸다.


“꼬마 뒤진건 아니지?”


아델라였다. 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었다. 그녀에게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도 미약했다.


“란슬롯...? 오늘은 일이 마음처럼 안 풀리네요?”


아델라는 주변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그냥 꽃밭녀 인줄 알았는데 영 또라이였구만?”


강예나는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나를 마주했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믿을 수 없는 양의 마나가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아델라도 푸른색 마나를 아론다이트에 모았다.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델라 또한 강예나 못지 않은 격의 마나를 흘렸다.


아론다이트의 아름다운 푸른색 검신과 잿빛 같은 회색 검신이 맞닿았다.


-팅! 탕! 팅! 팅! 팅! 쿵! 팅! 꽝!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수준의 공방이 펼쳐진다. 괴물과 괴물의 싸움이었다.


-팅!


마지막 검성(劍聲)이 울리고 둘은 떨어졌다. 그때 강예나는 평소의 미소를 되찾고 말했다. 그녀가 뒤집은 피 때문에 그 미소가 섬뜩해 보인다.


“서로 이제 한계인 거 같은데 물러나는 게 어때요? 저도 이제 씻고 자고 싶어서...”


“우리가 나갈 비행기를 구해주며 생각해보지.”


“ok! 말이 잘 통하네요. 역시 용병이야! 뭐 의뢰비는 챙겨드릴게요. 어차피 이제 협회도 제 소유여서요.”


강예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돌아서서 걸어갔다. 나는 돌아가는 그녀에서 잡힌 돌을 던졌다. 머리에 명중한 돌에 둔탁한 소리가 난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뒤를 돌아본다. 나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언젠가 후회할 거다.”


강예나는 입이 찢어지듯이 웃으며 나를 말했다.


“글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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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화 대인전 수정 공지 21.05.21 120 0 -
52 끝의 생각 (1부 종료 에필로그) 21.06.22 45 1 7쪽
51 패배 21.06.20 39 2 7쪽
50 정비와 휴식 21.06.19 42 2 7쪽
49 승리가 말해주는 것 21.06.18 44 2 7쪽
48 시작 21.06.17 45 3 7쪽
47 만남 21.06.16 50 3 7쪽
46 개막 21.06.15 48 3 8쪽
45 고뇌 21.06.14 72 2 7쪽
44 당혹스러운 선출 21.06.13 78 5 7쪽
43 변하는 것들 21.06.12 73 4 7쪽
42 검은 기사 21.06.11 94 5 7쪽
41 습격 2 21.06.10 77 4 7쪽
40 습격 +2 21.06.09 78 5 8쪽
39 이상한 꿈 21.06.08 85 7 7쪽
38 멘체스튼 저택 21.06.07 79 5 8쪽
»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3) 21.06.06 78 5 9쪽
36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2) 21.06.05 85 5 7쪽
35 외전 말소된 기억- 용병편(1) 21.06.04 103 3 7쪽
34 여행 2 21.06.03 96 5 7쪽
33 여행 21.06.02 107 4 7쪽
32 일상으로 돌아와서 21.06.01 122 6 7쪽
31 던전 +3 21.05.31 150 8 8쪽
30 병문안 21.05.30 153 8 8쪽
29 대립 21.05.29 162 9 7쪽
28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2 21.05.28 162 9 8쪽
27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 +1 21.05.28 162 7 7쪽
26 더 깊은 곳으로 21.05.27 169 10 7쪽
25 불쾌한 비 21.05.26 182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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