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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02 님의 서재입니다.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PresenT02
작품등록일 :
2021.07.26 23:37
최근연재일 :
2021.09.18 03:24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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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2
추천수 :
249
글자수 :
27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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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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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3화.

열심히 하겠습니다.




DUMMY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53화.







발명가가 안내한 곳은 꿈에서 가봤던 장소와 일치했다.


재난이 안내했던 장소와 완전히 같은 장소.


어둠이 끝나지 않는 이상 현상이 당연한 것처럼 있는 터무니 없는 장소였다.


“이 복도를 끝까지 가시면 됩니다.”


존댓말까지 사용하는 발명가의 모습.


너무나 어색한 그의 모습, 마치 인격이 하나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래. 고마워.”


너무 깍듯이 대해주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같이 존중해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전투했던 당시처럼 한없이 냉정하고 차갑게 대해야 하는 건지.


인격이 나뉜 발명가 덕분에 나도 정체성에 혼란이 생겨버릴 것 같다.


적당히 인사한 뒤 어둠의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


발명가는 입구를 지키고 있으라 명령한 뒤 혼자서만 이동했다.


“또 이곳을 걸을 줄이야.”


투시 효과가 있음에도 아득한 어둠 때문에 시야가 확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았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왜 달라진 거야?”


-자아가 생겼어.


“자아? 하나의 생명체로 거듭났다는 거야?”


-그렇지?


여성의 목소리로 내면에서 말을 거는 사람.


인제 보니 사람 자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자아도 없었으며 정체성도 확립되지 않았던 ‘기다렸어’라는 말만 되감았던 그녀가 왜 사람처럼 의지가 생겼을까?


세계가 포탈이라는 의문의 침공을 허락하며 이상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해되지 않은 현상도 억지로 끼워 맞춰 넘어갔고 일어나는 현상에 깊은 고민을 오래 하지 않았다.


나 같은 경우는 어차피 ‘꿈의 세계’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현실에 적용하고 있었기에 이해되지 않은 현상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어쩔 수가 없다.


넘어갈 수도 없는 그녀의 정체는 전혀 알지 못한 미지로만 가득했다.


“너는 왜 네가 탄생했는지 몰라?”


-너를 지키기 위해서?


“나를 왜 지켜야 하는데?”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서?


“왜 다 의문문인 거야?”


-나도 잘 몰라서?


대화가 도통 되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생각하는 말이 진실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방금 막 태어난 아이와 대화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확실한 정체성은 분명히 있다.


소통이 가능하긴 하니 그녀에게 정보를 얻어야겠지.


“세계를 지키는 게 왜 나를 지키는 것과 연관되는 거야?”


-세계를 지키려면 너의 힘이 필요하니까?


나의 힘이 ‘필요하다’라.


애초에 세계를 지킨다는 개념도 무척 모호하다.


그녀가 생각하는 세계와 내가 생각하는 세계는 과연 일치할까?


그녀가 만약 괴물들의 침공으로 태어난 존재라면 인류의 보존이 아닌 세계의 보존만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만약 그녀가 지구의 의지라 가정하고 말해보면 인류가 우선시되지 않고 지구 자체가 우선시 될 것이다.


‘너무 거창한가?’


아니면 인류와 우리 세계의 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녀가 말하는 세계는 괴물들의 세계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인류가 그 세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해보니 언제부턴가 인류를 위해 활동하고만 있네.’


사고의 흐름이 이상했다.


분명 나는 가족과 친구를 지키기 위해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발을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인류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거지?’


모르겠다.


어느샌가 변해버린 마음이 자각하니 조금 두려웠다.


잡념은 떨쳐버리고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내가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데?”


-세계를 위한다면 그 어느 것도 다 할 수 있겠지?


“좀 자세히 설명해봐. 모르겠어.”


-음. 괴물들의 침공을 막는다거나?


그녀는 다행히 괴물들의 편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같이 지내왔기 때문일까?


정이 조금 들어버려 괴물들의 편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럼 좀 다른 주제로 넘어가자.”


어두운 복도를 걸으며 오직 나의 목소리와 걷는 발걸음 소리만 울려 퍼졌다.


내가 아무 행동도 안 하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침묵이 묘한 쾌감을 주었다.


-??


잠시 뜸 들인 내가 이상하다 느낀 그녀가 의문을 표했다.


재촉은 없었지만, 그녀가 마치 빨리 말하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한데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몇 개월간 나를 고생하게 된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순간이었으니까.


어렵게 연 입에서 나온 소리는 아주 작게 읊조려졌다.


“불면증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있어?”


-·········


작게 읊조려진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귀에는 분명히 들어갔다.


질문에 칼같이 대답하던 그녀의 목이 막혔다.


고뇌하는 듯 갈팡질팡하며 난감해하는 그녀를 방치했다.


나 자신에 집중하기 바빴으니까.


흥분되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것과 뻘뻘 흘리는 식은땀을 막기에 급급했다.


-미래를 보는 능력이야.


“그건 나도 알아. 내가 묻고 싶은 건 불면증의 원인이라던가, 왜 생겼는지야.”


잔뜩 뜸 들이다가 말한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보잘것없었다.


나조차도 알고 있었던 정보였기 때문이다.


불면증에 관해서는 그녀조차도 매우 민감한 정보인 것 같다.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으나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세계가 만들어낸 이상 현상 중 하나였으니까.


“말하기 싫어?”


한데 그녀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몇 분에 한 번씩은 말을 걸었던 그녀가 이토록 오랫동안 말이 없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아직은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인가.’


솔직히 기대하지도 않았다.


고작 질문 하나로 알 수 있는 정보였다면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았지.


그리고 불면증이 생긴 건 오히려 좋았다.


불면증이 만들어낸 미래를 보는 꿈 덕분에 살 수 있었던 순간이 널리고 널렸었으니까.


그녀의 침묵은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반응이었으니까.


‘일단 재앙부터다.’


눈앞에 닥친 일부터 잘 해결하고 미래를 논하자.


의도치 않게 발명가라는 인재도 얻었다.


상처 입었다고는 하지만, 발명가를 제압할 정도의 실력자다.


그리고 발명가는 전투원으로 보기에는 재능이 차고 넘쳐났다.


불리는 이름답게 무언가를 발명해내는 재능이 뛰어난 발명가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로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인간의 편이 아니었던 최강의 적이 인간의 편으로 크나큰 전력이 되는 동료가 되었다.


재앙도 자신을 해쳤던 발명가였지만,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그런데 발명가는 왜 재앙을 공격한 거지?”


이쯤에서 드는 의문.


발명가가 재앙을 습격한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확실한 건 발명가의 정보력으로 재앙이 부상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습격했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발명가라 할지라도 재앙은 이길 수 없다.


그런 최강의 포스를 풍기는 재앙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붙인 A급 포탈의 보스.


A급 포탈이 만들어낸 보스는 재앙을 상처입히게 할 정도로 강했다는 증거겠지.


내가 공략에 성공한 A급 포탈은 B급 포탈에서 A급 포탈로 승격한 포탈이다.


즉 본래의 A급 포탈보다는 약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나도 A급 포탈은 무리인가?’


그녀가 알려준 검술을 사용한다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지만 부족했다.


사용한 검술은 파괴력에 치중되었다기보단 적을 타격하는 것에 중심을 두었으니까.


고통에 민감한 발명가이기에 그만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었던 거다.


‘보이지 않는 참격이라.’


그건 그렇고 그녀가 알려준 검술은 대단했다.


실리는 힘이 크지 않다고 해서 검술의 묘리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력을 분자 단위로 쪼갠 후, 하나로 응축하는 검술.


그녀가 시시각각 알려주는 비법이 없었다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검술이었다.


‘그녀는 그런 검술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그녀가 세계의 구원을 위해 태어난 존재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녀는 맨날 ’기다렸어‘라는 말만 반복했었지?’


그녀가 자아가 생긴 후 말했던 내용과 지금껏 일관적으로 해왔던 행동이 적절히 섞여졌다.


세계의 구원을 위해 태어난 존재이기에 구원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았고 그 인물이 내가 되었다는 건가.


참으로 막중한 역할이다.


과연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크흠.”


아무튼 재앙을 습격한 발명가는 죽이지 않고 제압한 뒤 끌고 갔다.


그렇다는 건 살아있는 재앙이 필요하다는 뜻인데.


‘마력을 흡수하는 기계라.’


떠오르는 이유는 당연히 있었다.


꿈에서 봤었던 마력 흡수 장치라던가, 현실에서도 볼 수 있었던 마력 제거 장치.


후에 발명가에게 들었던 내용이지만, 기계는 마력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흡수하는 것처럼 보이게 설계했던 것이라고. 실제로는 마력을 소멸시키는 것에 가깝다고 했다.


흡수한 마력은 기계가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마력을 이용하여 무엇을 즉각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자신에게는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마력을 주체로 전투하는 괴물들이나 헌터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마력을 해결할 방법이 필요했고 만든 기계가 바로 인간형 기계의 팔에 달린 제거 장치였다.


‘제거 장치를 만들어냈다면 당연히 흡수 장치도 만들어냈을 거다.’


어두운 복도 끝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두려웠을 거다.


만약 자신이 하려고 했던 행동을 사실대로 말해버리면 용서를 구하기도 전에 살해당한다고 생각했겠지.


‘죽이진 않았겠지만, 화나서 조금은 때렸을 수도?’


고통이 두려웠기에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자신이 했던 행동은 잘못되었다는 걸 말해주는 거나 다름없다.


‘마력 흡수 장치라.’


즉각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고 했지만, 마력을 가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재앙을 습격한 이유는 많은 마력이 필요로 하였기 때문일 거고.


‘음.’


가보면 알게 되겠지.


딱히 다른 언질을 주지 않은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재앙이 죽었거나 다른 사람의 사체로 가득하거나 하는 상황은 일어나 있지 않겠지.


-그러겠죠?


“뭐야. 이제 말해줄 생각이 들었어?”


-그건 아닌데?


“좀 띠겁네.”


한동안 조용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생각의 길이 다른 곳으로 향했기 때문일까?


의문형으로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짜증 나게 들리기는 했다.


“다 왔다.”


몇 시간을 이동하자 검은 대문이 눈앞에 등장했다.


조금이라도 넋을 잃고 있었다면 문에 부딪혔을 거다.


어둠과 굉장히 잘 융화되어 있었다.


쿠구궁.


문이 열리자 웅장한 소리가 발생했다.


마치 포탈의 보스 방을 들어가는 것처럼.


“음?”


꿈에서 봤었던 방과는 살짝 달랐다.


조금 더 허전한 느낌?


먼 미래의 방과 현실의 방을 비교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버릇이 되어버렸다.


방을 살짝 둘러보다가 큰 침대에 누워있는 재앙이 보였다.


“임마. 일어나라.”


얼른 다가가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원치 않았던 대답이었다.


“도망쳐라.”


“뭐?”


쿠궁!


하늘이 내려앉는 듯한 살기!


내가 들어왔었던 문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차가운 방을 뜨겁게 데웠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그런가. 배신했는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발명가의 실험실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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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21.08.13 4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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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21.08.11 46 2 11쪽
27 27화. 21.08.10 42 2 11쪽
26 26화. 21.08.10 49 3 12쪽
25 25화. 21.08.09 4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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