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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02 님의 서재입니다.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PresenT02
작품등록일 :
2021.07.26 23:37
최근연재일 :
2021.09.18 03:24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5,406
추천수 :
249
글자수 :
279,149

작성
21.07.26 23:39
조회
831
추천
56
글자
12쪽

1화.

열심히 하겠습니다.




DUMMY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1화.







떠들썩한 주변 소음.


책상과 의자가 부딪치는 소리.


서로 반갑다며 인사하는 말까지.


엎어져 있는 나한테는 모두 거슬리는 소리였다.


삶 자체가 부정적으로 보이는 내게 아무렇지 않게 말 거는 사람이 있었다.


12년이나 같이 지낸 친구였다.


내 사정을 반에서 유일하게 아는 친구이기도 했다.


“오늘도 못 잤냐?”


“어. 피곤해서 죽을 거 같다.”


“좀 자라. 보는 내가 안쓰럽다. 임마.”


“네가 이걸 안 겪어봐서 그래. 잠이 안 오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이건 못 자는 거야. 자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다니깐.”


“기절시켜줄까?”


“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아침 9시.


상쾌한 푸른 하늘이 태양을 품으며 사람들을 따듯하게 감싸준다.


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보이는 구름이 감성을 자극하며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일상생활을 살아가며 사람들의 낙 중 하나로 뽑히는 것이 바로 이거다.


멍하니 하늘 바라보기.


나도 똑같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게 내 낙 중 하나이다.


다만.


사람들이 느끼는 기분은 절대 느낄 수 없었다.


상쾌한 아침?


푸른 하늘?


아름다운 구름?


다 헛소리다.


내 눈에는 절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새로운 아침으로 일을 시작하라는 독촉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뜨거운 햇살은 커튼을 비집고 들어와 매일매일 내게 말한다.


‘일 나가라.’


나를 생각하지도 않고, 내 상황을 고려하지도 않고 재촉하기만 하는 태양이 밉다.


“왜 이렇게 비관적이야. 임마. 좋게좋게 생각하라고.”


“그럴 수가 있냐. 이 생활을 해보면 알아. 다 싫어 보여. 어두워 보인다고.”


“저번에 병원도 가보지 않았냐? 의사는 뭐래?”


“원인 불명이래. 스트레스 수치도 높지 않고 카페인 과다 섭취도 아니고. 그냥 못 자는 거래. 하다 하다 꾀병이 아니냐고 물어보기까지 하더라.”


“허. 당황스럽긴 하네. 그건 그렇고 방법이 없네.”


아침에 밝아온 태양이 싫어 보이는 이유.


어렸을 때 좋았던 푸른 하늘이 밉게 보이는 이유.


잠을 못 자서였다.


쉽게 말하면 불면증에 걸렸다.


미칠 거 같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에는 내가 잠을 안 잔 거로 생각했다.


전날에 너무 많이 잤었으니깐.


밤에 일어나 밥을 먹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하지도 않던 공부까지 했었다.


그럼 강제로 잠을 잘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측, 생각을 뛰어넘었던 확신이었다.


한데 못 잤다.


첫날을 그렇게 보내니 살짝 불안해졌었다.


나는 원래 잠이 많은 성격이었다.


그러니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숨도 자지 않았었는데 학교에서도 아예 잠을 안 잤다.


머리는 피로 때문에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있었는데도.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서 해볼 수 있는 행동은 전부 해봤다.


수면 약도 먹어보고, 불면증 치료 약도 먹어보고, 일부로 몸을 혹사해 보기도 했다.


마지막에 가서야 재랑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다.


“진짜 방법이 기절밖에 없는 건가?”


“근데 기절한 게 잠을 잤다고 말할 수 있는 거냐?”


“하······ 모르겠다. 이젠 진짜 모르겠다고. 이대로 죽는 거 아니야?”


“그러지 마라. 생각 자체를 하지 마. 내가 무섭다 임마. 그리고 좀 웃고.”


걱정도 잠시


종이 울렸다.


등교 이후 자리에만 떠들썩했던 반의 분위기는 가라앉으며 조용해졌다.


조금씩 말이 없어지고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앉는 소리까지.


그제야 시야를 방해하고 있던 친구가 움직였다.


“오늘은 잘 수 있을 거다. 졸리면 말해. 선생님들한테도 말해뒀으니깐. 바로 양호실 갈 수 있게 해뒀으니깐. 내가 기꺼이 데려다 주마.”


“양호실을 가는데 왜 데려다 주는데. 내가 무슨 다쳤냐? 환자야?”


“환자는 맞지. 아무튼, 이따 보자.”


“빨리 가. 쌤 들어오시겠다.”


걱정해주는 건 참 좋다.


힘든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사람 중 한 명이 저 녀석이기도 했다.


“죽겠다. 죽겠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힘겹게 일어났다.


엎어져 있던 몸을 한 번에 일어나자 조금 나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몽롱한 상태로 눈이 감길 듯 말 듯한 상태로 들어오는 선생님을 바라봤다.


평소와 똑같이 정장 옷을 입고 들어오는 선생님.


키도 크고 얼굴도 나쁘지 않게 생겨서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은 선생님이다.


그리고 맨날 정장을 입으니깐 엄청 깔끔해 보이고 점잖아 보이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거 같기도 하다.


“수업을 시작하겠다.”


그의 한 마디가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세상이 어두워졌다.




***




“세계 곳곳에 알 수 없는 문들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포탈’이라 부르며 아직 해석하지 못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TV에서 뉴스가 나온다.


멍하니 아나운서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사실 듣고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냥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이 지나는 것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으니깐.


“저게 뭔 소리냐?”

바로 옆 친구가 말을 걸어주지 않았으면 이대로 시간이 쭉 흘러갔을 거다.


“나도 모르지. 이상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잠은 자냐?”


“모르겠다. 근데 이거 방금 말하지 않았냐?”


“뭐라는 거야. 방금 우리 뉴스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잖아. 정신 좀 차려.”


“어? 그래? 아닌데. 음.”


어?


뭔가 이상하다?


나는 분명 학교에 있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친구와 나는 우리 집에 있었다.


작지만, 두 명 정도는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크기의 방.


딱히 취미 생활이나 뭔가를 모으는 취미가 없어 일반적이며 평범한 방.


내가 항상 자려고 밤에 사투를 벌였던 그 방.


학교에 있었던 나는 벌써 내 방에 있었다.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도 아니고 기억 자체가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상황은 이상한 것이 분명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뭐하냐. 왜 그리 심각한 거야. 뉴스가 그렇게 충격이었어?”


“조용히 좀 해봐.”


“어········· 뭐야.”


손으로 턱을 기대고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는 내 얼굴을 본 친구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저 반응을 보면 이건 현실임이 분명했다.


‘현실? 잠깐만.’


현실이라 확신할 수 있나?


내가 지금 현실에 있는 것이 맞을까?


‘꿈인가?’


꿈이라면 지금을 전부 설명할 수 있다.


시간을 건너 생활하고 있다는 것도.


불면증으로 인해 겪고 있던 만성 두통이 없어진 것도.


푸른 하늘이 너무나 상쾌하게 보이는 것도.


밝아진 기분과 시야가 당연한 듯 있는 것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불면증에 걸렸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불면증.


불면증에 걸린 후로 나는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었다.


이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얻은 결과물이었다.


부정하기에는 너무 힘든 정보량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꿈이 아니라면 뭐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답이 안 보였다.


“야. 둘이서 있는데 네가 그러고 있으면 나는 어쩌라는 거야.”


“기다려 보라니깐.”


“아니 뉴스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이러는데. 역시 너 저거에 뭔가 알고 있는 거지?”


“뭐라는 거야. 하나도 모르는 얘기야.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자꾸 옆에서 귀찮게 군다.


현 상황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성격을 거칠게 만들었다.


“세계 곳곳에 발생하는 이상 현상을 발견하는 분들은 절대 가까이 가지 마시고 정부에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앗! 이 순간 ‘포탈’이라 불리는 것이 안에서부터 조금씩 구멍이 열리고 있습니다.”


눈치 없이 아나운서는 계속 떠들어 댔다.


한데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되어 나도 모르게 시선을 뺏겼다.


“저거 뭐냐.”


“나도 모르지.”


“이거 심각한 거 아니야?”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눈을 비비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 후 다시 TV를 봤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미친.”


사고가 멈췄다.


고민하고 있던 생각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날아갔다.


항상 긍정적이며 밝았던 친구의 표정에선 절망의 표정만 드러났다.


“으악!!”


“꺅!!!”


“살려줘!!”


학살의 현장.


분출되는 선혈이 난무하며 카메라를 붉게 만들었다.


방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알려주던 아나운서.


툭.


그녀의 팔이 바닥에 떨어지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었다.


사람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이거 뭐냐고!!”


“나도 몰라!!”


우왕좌왕하며 사람들이 대피했다.


하지만 당황한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했다.


옆에 있던 친구를 버리며 내가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


칼에 베이며 목숨을 잃는 동료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그저 앞으로 달릴 뿐이었다.


“장난치지 마.”


반영되는 뉴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마치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감정이 몰려온다.


하얗게 질려버린 친구의 얼굴색.


그의 얼굴색 못지않게 모든 피부가 창백해진 나를 보며 말했다.


“현실이구나.”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가짜일 수가 없다.


방송이 중지되고 경보령이 울려 퍼지며 멀리서 헬기의 비행 소리가 들려왔다.


구급차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발생하였다.


빠른 대응을 보이는 경찰과 정부였지만.


그보다 더 큰 괴성과 자동차 경적, 비명이 귀를 강타하고 있었다.


“우리도 대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


“정신 차리라고! 지금 우리도 피난 구역 안에 있다는 거 몰라?”


맞다.


폰에서 대피하라며 실시간 울리고 있었다.


“맞.······맞지. 빨리 나가자.”


“그래.”


살아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몸을 움직였다.


그때!


지금껏 느꼈던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불면증이 갑자기 사라진 듯한 감각.


한숨도 못 잤던 몸이 급격히 힘을 잃어가며 정신을 아득한 칠흑 속으로 끌고 가려 한다.


“야! 왜 그래!”


다급한 친구의 목소리.


쓰러지는 내 몸을 부축하며 울먹거리는 친구가 어림풋이 보인다.


“진짜 미치겠네!”


뉴스에서 봤었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를 버리지 않는 친구.


그리고 그의 선택은 잘못되었다.


쾅!!!!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극도의 피로감이 감긴 눈을 뜨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청각에 유지한 채로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하하. 미친.”


친구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선 힘이 없었고 절망만이 느껴졌다.


툭.


아나운서의 팔이 떨어졌을 때와 똑같은 소리가 발생했다.


‘안돼.’


피곤에 질 수 없다.


필사적으로 눈을 조금 뜨려고 노력했다.


찰나.


1초도 되지 않는 그 찰나에 내가 봤던 광경은.


친구의 피로 가득 찬 바닥이었다.




***




“으악!!!”


“시X! 깜짝이야. 무슨 일어날 때 그따위로 일어나냐?”


“뭐야?!!”


“왜 이래. 미친놈이.”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양호실에 있었다.


이미 해는 지며 하교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떠들썩한 학교가 조금씩 조용해지는 이 시간대.


“오랜만에 꿀잠 잤나 보네.”


친구가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너······ 살아있냐?·········”


“왜 죽은 사람 취급하는데. 난 오래오래 살 거니깐 걱정하지 마라.”


“진짜. 살아있구나.”


“야! 왜 울어. 뭔데. 왜 우는데.”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운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작가의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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