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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02 님의 서재입니다.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PresenT02
작품등록일 :
2021.07.26 23:37
최근연재일 :
2021.09.18 03:24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5,428
추천수 :
249
글자수 :
279,149

작성
21.08.10 01:29
조회
49
추천
3
글자
12쪽

26화.

열심히 하겠습니다.




DUMMY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26화.







“왔다.”


눈을 떠보니 내가 있었던 세상과는 반대되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너진 건물들과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 망가진 차들과 괴물들의 모습까지.


“저번과는 다르게 멸망 후의 세계로 온 거 같네.”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로 변해버린 미래의 대한민국.


망해버렸다는 표현이 이렇게 잘 맞을 수 없다.


“근데 친구가 없네?”


몸에 이상은 없다.


부상이나 작은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한 몸 상태가 가벼운 발걸음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이 뭔가 기분이 좋았다.


“어디 간 거야?”


항상 내 옆을 떠나지 않았던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마력을 사용해 시력을 좋게 만들어 보이지 않았던 곳까지 전부 수색해봤다.


한데 친구는 물론이며 사람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시간이 지나자 슬슬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괴물들을 처치하면서 길을 만들고 전진할수록 사람들의 흔적들은 없어져만 갔다.


가고 있는 곳이 과연 사람들이 사는 곳이 맞을까?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 세계엔 사람이 있을까?


이동할수록 많은 의문이 떠오르고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서울······”


무너진 간판들과 도로에 나뒹구는 표지판들이 현재 있는 곳이 어딘지 알려주고 있었다.


“건물들이 이상하게 크긴 했어.”


비싼 건물들이 이런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크기는 장난 없었다.


조금씩 보이는 흔적들도 하나같이 우리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근데 내가 왜 서울에 있지?”


꿈의 세계는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멸망을 막기 위한 키워드들을 제공해 내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멸망의 키워드를 모르겠다.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지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서울에 무슨 일이 발생하는 건가?”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건물 내부에 보이는 달력은 12월로 멈춰있었다.


“12월이 지나면 서울은 이렇게 초토화된다는 건가?”


곳곳에 보이는 괴물들의 수준이 하나같이 높았다.


C급 포탈로는 저런 괴물들을 배출할 수 없다.


최소 B급 포탈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괴물들.


“근데 지금의 나한테는 약하다는 거?”


몸에서 느껴지는 마력과 육체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강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괴물들을 바로바로 처치할 수 있는 괴력이 놀라웠다.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코인만 짭짤하게 벌고 있고 실질적인 목적이 하나도 없었다.


미래의 나는 망한 서울에 무슨 볼일이 있어서 이곳에 온 걸까?


저벅저벅.


앞으로 조금 걸어가니 엄청나게 큰 공원이 하나 있었다.


“이곳이 바로 말로만 듣던 광화문 광장인가?”


무너진 이순신 장군의 석상과 광화문의 흔적이 보이는 큰 광장 내부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괴물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전투 중인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괴물들을 죽이기 위해 무작정 달려갔을 거다.


“뭐 하는 사람이지?”


치열한 전투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돕고 광장을 사수하려고 하고 있었다.


지키려는 움직임이 살짝 보이는 거로 봐서는 괴물들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저렇게 수비적인 움직임은 전투에 방해되는데 굳이 저런 움직임을 취한다는 건.


수준에 안 맞는 인간이 하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저들에게 매우 소중한 사람이겠지.


“도와줘야겠네.”


쾅!


마력을 실은 하체가 굉음을 터트리며 몸을 돌진시켰다.


허리춤에 달린 정체불명의 검을 자연스레 꺼내 들어 마력을 실었다.


푸른 마력의 농도는 매우 높았고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 냈다.


수준 높은 마력이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만들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강한 마력을 유심히 관찰할 기회가 없었다.


강한 마력을 품은 적은 많지만 그를 이용하자마자 죽었으니까.


아름다운 푸른색이 검에 담기자마자 대단한 힘을 보여줬다.


한 번의 휘두름이 괴물들의 사지를 절단시켰고 하체와 상체를 분리했다.


몇 번의 칼부림이 그렇게 많았던 괴물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와우.”


괴물들의 수준은 꽤 높았다.


마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들의 마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는데.


방금 봤던 B급 괴물들보다 더 뛰어난 마력을 지니고 있었던 괴물들이었다.


“나 진짜 강해졌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항상 이런 느낌을 달고 살까?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걸 자각했을 때 나오는 쾌감이 엄청났다.


강한 내 육체를 변태같이 더듬거리면서 좋은 기분을 만끽하고 있을 때 뒤에 있던 한 남성이 말을 걸었다.


“감사합니다. 헉!”


“아닙니다. 이렇게 힘든 세상인데. 서로 돕고 사는 게 도리이지 않겠습니까?”


“이 미친 악마 놈! 우리를 죽이려고 우리를 구했구나!! 당장 꺼져라!!”


“살려주세요. 저희는 지켜야 할 게 많다고요!!”


“어머니. 그동안 살아 돌아오겠다고 약속드렸지만, 오늘만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 같습니다.”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내리십니까!? 빌어먹을! 기도는 개뿔 전혀 쓸데없잖아!!”


“우라질! 오늘 내 제사상을 차리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한테 죽는 게 어디야. 죽기 싫은데.”


뭐지 이 미친 사람들은.


구해줬더니 감사해야 하는 것은커녕 나를 사신으로 보고 있다.


자신들의 죽음은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며 무장한 검과 갑옷을 내려놓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 던지고 있었다.


정신이 이상한 것이 분명하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반응에 당황하고 있던 나를 보고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었다.


“왜 안 죽이지?”


“기도가 통한 건가? 할렐루야!!”


“믿고 있었다고!! 역시 신은 존재했다!”


“어머니 오늘도 불효자인 아들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쳐버리겠다.


멸망한 세계에서는 기본적으로 미친 사람들만 살아갈 수 있는 건가?


하나같이 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눈물 콧물을 다 흘리고 있었다.


방금까지는 죽음을 의심하고 있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예 반대로 생존을 의심하고 있지 않았다.


살았다는 쾌감이 그들의 몸을 뒤덮고 있었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춤까지 추고 있었다.


‘아니 여자가 옷 벗고 춤추고 있으면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다행히 속옷은 입고 있었다.


도저히 볼 수 없는 미친 광경에 두 눈을 바닥에 고정하고 돌아섰다.


‘죽일 걸 그랬나?’


급기야 마지막에는 내가 본 광경이 환각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마저 품었다.


등을 돌린 나를 보며 사람들을 더욱더 열광하고 미쳐 발광했다.


“어휴.”


저 사람들과는 엮이지 말자고 단단히 결심한 뒤 광장을 둘러보려고 발을 옮겼다.


그때! 등을 돌리자마자 등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기운에 자동으로 다시 시선을 돌려버렸다,


‘저건 뭐야?’


미쳐버린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편안한 빛이 마음을 녹이고 상처를 치유해주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여러분.”


한 소녀의 말이 잠깐의 침묵을 깨고 들려왔다.


빛이 없어지자마자 평범해진 사람들이 방금 했던 과거의 모습이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벌거벗은 옷을 주섬주섬 찾기 시작했고 무장을 풀었던 자신을 자책하며 검을 들고 갑옷을 착용했다.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되찾은 미쳐버렸던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전부 재정비하고 따뜻한 빛을 만들었던 소녀 곁으로 가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일제히 말하는 모습이 마치 광신도와 같아 보였지만, 그 모습 자체는 무척이나 멋졌다.


자세를 낮춘 사람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주며 그들에게 인자한 손짓을 건넸다.


나와 같은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저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나와 같은 나이대로 보이는데.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인자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고 부드러운 말을 해주었다.


그들을 모두 보살핀 후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멍한 표정으로 단지 바라보고만 있는 내가 그때야 정신을 차렸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했다시피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마땅히 해야 하는 행동을 한 겁니다. 감사받고 싶어서 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그들을 구한 이유는 딱히 없었다.


괴물들의 수준과 나의 수준을 비교해보기 위해서, 강해진 내 육체를 시험해보기 위해서.


그들을 구함으로써 얻는 쾌락과 우월함을 느껴보기 위해서, 오직 내 이기심으로 비롯한 행동이었다.


“그래도 저희는 당신에게 구해졌으니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겠어요. 근데 하나 물어볼 수 있을까요? 아니, 아니. 좀 물어볼 게 많습니다.”


“은인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만 있다면 종일 답해드릴 수 있습니다. 한데 죄송스럽지만, 장소를 좀 바꿔도 될까요?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거든요.”


“상관없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소로 대화를 종료하는 여자가 뒤를 돌아 사람들을 통솔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을 무조건 따르며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


‘아무리 단합이 잘 되었다고 해도 저런 믿음은 어지간해서 생기지 않는데.’


사람은 이기적이다.


이 생각이 옳지 않는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정한 절대적인 논리였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행동하는 습성이 있는 인간이 다른 이에게 저런 신뢰를 보낼 수 있다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힘들게 살아온 건 분명할 거다.


애초에 멸망한 세계에서 힘들지 않은 삶을 살 방법은 없기는 할 테니.


“갑시다.”


드디어 발을 옮기기 시작한 무리 속에서 조금 떨어져서 움직였다.


나를 무서워하고 있는 거 같기도 했고 미친놈들의 본성을 본 직후라 거북했다.


종종 출몰하는 괴물들은 내가 모두 죽여줬고 사람들은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대화는 좀처럼 흘려들을 수 없었다.


“저게 소문으로만 듣던 악마인가?”


“괴물 같은 힘을 가지고 있군. 역시 악마의 손을 빌린 인간다워.”


“지옥에서 돌아왔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근데 실제로 보니까 그런 거 같기도 하네.”


“사람이 어떻게 저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얼마나 많은 코인을 독점했길래.”


이 시대의 나는 사람들에게 매우 안 좋은 인식을 받는 거 같았다.


악마라고 칭해지는 건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는데, 저 눈빛들이 마음에 안 든다.


무서워하거나 불쾌해하거나 두려워하거나 그런 눈빛들은 인간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젠장.’


그렇게 몇 시간을 이동해서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출몰하는 괴물들만 없어도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을 텐데.


참 얼마나 많은 포탈이 생성되었으면 괴물들이 이 정도로 많을 수 있는 걸까.


‘오?’


그녀에게 안내를 받으며 마을을 조금 둘러봤는데 생각보다 멀쩡했다.


사람 사는 곳처럼 꾸며두고 잘 정돈된 마을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활기찬 모습이나 즐거운 모습도 보였으니 멸망한 세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가장 좋아 보이는 건물로 들어와 차를 내주며 그녀가 말했다.


“오랜 이동을 해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이제 은인의 궁금증을 풀어드릴 수 있겠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저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하지만, 들려왔던 대답은 내가 원하지 않았던 대답이었다.


“악마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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