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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02 님의 서재입니다.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PresenT02
작품등록일 :
2021.07.26 23:37
최근연재일 :
2021.09.18 03:24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5,419
추천수 :
249
글자수 :
279,149

작성
21.09.16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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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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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2화.

열심히 하겠습니다.




DUMMY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52화.








인지하지 못한 상처를 입은 발명가가 드물게 당황해하고 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상처를 매만지며 피의 감촉을 느낀 발명가가 대노한다.


“미천한 것이!! 감히!! 성스러운 성체에!!”


“자기보고 성체라니 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게 그렇게 좋냐?”


“닥쳐라!! 어리석은 둔재 녀석! 살아있을 가치 없는 쓰레기가 짐의 말을 반박하다니!!”


“이젠 왕이라도 된 거냐? 말했잖아. 넌 평범한 사람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몇십억의 인구 중 하나의 사람일 뿐이야. 너는 특별하지 않다고.”


특별함에 집착하는 발명가.


‘자신이 뛰어나다, 자신은 위대하다.’라며 자기 최면에 걸고 있는 듯 자존감을 극한으로 높이고 있었다.


인격이 분열될 정도로.


장난스러운 인격, 귀찮고 의지 없는 인격, 자신을 추대하며 하늘을 뚫어버릴 자존감을 보이는 인격.


3가지의 인격으로 나뉜 건 다름 아닌 발명가 본인이 선택한 결과처럼 보였다.


“왜 네가 그렇게 삐뚤어진 건지는 모르겠어도 그건 좋은 방안이 아니었다.”


다시 마력을 검에 집중한다.


발도의 자세로 검을 검집에 넣은 후 허리를 숙이며 자세를 낮춘다.


왼발을 앞으로 내민 후 무릎을 살짝 구부린 뒤 상체가 앞으로 돌출되게끔 만든다.


이상적인 자세가 완성되자 대노하던 발명가가 움츠러들었다.


처음으로 느끼는 고통이 발명가에게 큰 두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육체에 손상을 입히는지 알 수 없기에 발명가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다시 대노한다.


하찮은 자신을 느꼈기 때문이다.


적이 말했던 평범.


평범한 사람처럼 공포에 몸을 떨고 있는 자신을 인식했기에 치욕감을 느꼈다.


“나는 세상에 다시는 나오지 않을 천재란 말이다!!”


“이젠 됐다.”


두려움을 느끼는 자신의 본능을 무시하며 발명가는 다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를 믿었기 때문이다.


인지하지 못하는 공격은 없다.


미지의 영역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공격을 방어할 수 있으리라 믿었고 자신이 만든 기계의 성능을 믿었다.


그리고 또 베였다.


“끄으윽!!!”


가슴에 새겨진 커다란 상처.


다급히 코인을 지급하며 상처를 치유한다.


또 겪은 불순한 감각, 치욕스러운 감각.


그것을 뒤로한 채 고통의 감각이 온몸을 지배한다.


“지금 네 모습을 봐봐. 얼마나 처량한지. 그게 위대한 왕의 모습이냐?”


다시 검을 거둔 후 발명가에게 도약했다.


발명가를 지키는 기계가 반사적으로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동시에 움직였다.


“비켜.”


하지만 어째선지 기계가 예전과 같은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기계였다.


사람 모형의 기계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와 지금은 많은 것이 변화되어 있었다.


기계와 전투했기에 경험을 축적한 것과 발명가의 명령 부재.


너무나 큰 변화였기에 기계는 온전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다시금 주인을 지킬 수 없었다.


기계의 움직임을 완전히 꿰뚫어 본 후 그가 움직일 때마다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잘랐다.


기계는 주인인 발명가와는 다르게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에 패배했다.


방어기제가 발동하지 않는 건 무척 컸다.


팔이 없어도 팔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다리가 없어도 다리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렇기에 빈틈이 확연히 생길 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파괴된 건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작동을 중지했다.


“자. 지켜주는 부하도 없어졌다.”


발명가의 얼굴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 너무나 크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두려움, 고통의 감정은 천재적인 발명가도 단숨에 어린 아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울부짖는다.


“도대체 왜! 구도가 망가진 거지?! 무슨 수를 쓴 거냐?! 내가 절대 질 수 없는 구조였단 말이다!!”


발명가는 이해하지 못했다.


재앙마저 제압한 자신이 이런 모습이 되어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부정했다.


작금의 상황을.


그리고 발명가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구조 자체가 무조건 나한테 불리한 상황이었으니까.


기계의 전투 능력과 발명가의 머리가 합쳐진 이상 전투의 승리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데 구도가 망가지고 말았다.


어째서? 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고맙지?


“그래. 고맙다.”


머릿속을 울리던 한 여자의 목소리가 전투의 행방을 완전히 뒤바꿔버렸다.


‘기다렸어’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던 그녀가 이제 이성을 가진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대화의 형태를 갖춘 그녀가 처음 말해준 것은 나조차도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발명가를 베었던 의문의 검술.


그 검술을 알려준 사람이 바로 그녀였으니까.


“네놈은 도대체 뭐냐!! 이럴 수 없다. 이 내가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단 말이다!!”


“투정 부리지 마. 다 큰 어른이라는 놈이. 그리고 말했잖아. 너는 특별하지 않다고.”


열불내는 그의 모습은 마치 땡강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이렇게 보니까 얼마나 어리석으며 자신만을 생각하던 이기주의자였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자. 이제 말해. 재앙은 어딨지?”


“내가 말할 것 같으냐?”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생각을 좀 했지.”


푸욱.


마력을 잔뜩 실은 검이 발명가의 허벅지를 꿰뚫으며 들어간다.


“크아아악!!!”


고고하던 그의 입에서 기괴한 괴성이 튀어나왔다.


최후의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난생처음 겪어보는 고통에서도 비명은 내지르지 않았던 발명가.


결국 고통에 패배했다.


고통을 참을 수 없어 내지른 비명이 허허벌판인 광장에 울려 퍼졌다.


“참고로 난 시간 많아?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고.”


고통을 처음 느낀 발명가는 고통에 매우 민감하다.


그렇기에 내가 느끼는 고통의 질과 그가 느끼는 고통의 질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꿈에서, 많은 고통을 느끼고 죽음까지 경험해본 나.


발명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존재하고 있다 봐도 무방했다.


그렇기에 이런 비인간적인 행동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크윽!!”


터트렸던 울음이 더욱 거세졌다.


폭포처럼 흐르기 시작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푸욱.


다시 들어가는 검이 다른 발의 허벅지를 관통한다.


엄습해오는 고통이 또 몸과 감각 모두를 지배한다.


“말해.”


그리고 들려오는 어둡고 차가운 목소리.


덜덜.


발명가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미 떨고 있었던 몸은 이제 발명가 본인이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꾹 참고 버텼다.


재앙의 위치를 말하는 순간 자신도 죽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쭈? 버티네?”


계속해서 느껴지는 거대한 고통을 인내한다.


인내와는 사실 거리가 멀었다.


더 큰 고통이 두렵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가며 상처 부위는 늘어가기만 했다.


코인을 사용하며 또 치유하고 또 치유하는 발명가의 정신 상태는 망가져만 갔다.


몇 시간을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버틸 줄은 몰랐는데.’


고통에 민감한 그가 이 정도로 버틸 줄이야.


끔찍이도 알려주기 싫은 모양이다.


그래서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지. 죽이겠다.”


“뭐라고?!”


발명가에게 죽음이 떨어졌다.


그의 천재적인 머리는 사실 사고하지 않고 있었고 굴러가고 있지 않았다.


본능, 혹은 자신도 몰랐던 둔재의 머리로 사고하고 있던 발명가가 당황했다.


고통을 버티는 것만 해도 온갖 심력을 투자하던 발명가.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에 또 치욕감을 느끼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왜 네놈을 죽이지 않고 고문하는지 진짜 몰랐어?”


“재앙의 위치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냐?! 한데 나를 죽이겠다고? 하찮은 미물이 생각 또한 짧구나!!”


“건방지네.”


푸욱!


사실 발명가를 죽이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재앙의 위치 때문이 아니었다.


재앙의 위치는 이 마을 어느 곳에 있을 것이 분명했고 시간이 좀 흐르자 그녀가 알려주었다.


정보 수집 능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는 몰라도 그녀의 정보는 알 수 없는 신뢰감을 주었다.


발명가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히 그가 인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류와 등진 그였어도 갱생시킬 수만 있다면 크나큰 도움을 주는 존재였다.


실제로 그가 만든 기계는 문명의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어냈고 나조차도 편리함을 위해 사용 중이기도 했다.


죽이는 것이 망설여질 이유는 충분했다.


죽이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의 갱생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인격이 나누어졌다고는 해도 그의 주축이 되는 인격은 자존감이 높은 왕과 같은 인격이다.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기에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낮추거나 상대를 높이지 않는다.


고문을 당하고 상처가 생기는 와중에도 상대방을 깔보고 자신을 높인다.


“죽자.”


그렇기에 그를 살려두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언젠가는 인간에게 해가 될 인물이라 생각했다.


“기다려라!! 잠깐 기다리거라!!”


“말이 이상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꽉 막힌 인물은 아니었다.


꽉 막혔다고 하기보다는 죽음에 너무나 큰 강박을 가진 인물이었던 거다.


고통을 인내하던 이유도 단지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이렇게 했으면 애초부터 그를 갱생시킬 수 있었을 거다.


그렇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했다.


“기다려주세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


평범한 인간의 청각이라면 들을 수 없는 목소리였지만 나는 분명히 들었다.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발명가를 길들이는 것을.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성과 같은 자존감이 바닥 끝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그 뒤로 일은 손쉽게 풀렸다.


한동안 사용하고 있지 않았던 계약서를 작성했고 재앙의 위치를 사실대로 불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불어댔다.


‘이렇게 될 줄은 또 몰랐네.’


무릎을 꿇은 채 정자세를 유지하는 발명가의 모습이 참으로 어색했다.


절대 저런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가 본래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모두 버렸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었다.


천재였던 인간이기에 다른 사람보다 독기가 별로 없었고 삶의 집착이 강했다.


신념을 지키는 독기가 없다는 뜻이다.


평범한 사람 이하로 실추된 그의 이미지.


내가 말했던 평범과 대면한 발명가의 모습에는 이젠 예전과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시죠.”


“진짜 마음에 안 드네.”


“네?”


“아니야. 가자.”


그래도 사람이 너무 갑작스럽게 변하는 거 아니냐고.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이 아른거리기 시작할 정도다.


미치겠네.


안내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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