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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02 님의 서재입니다.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PresenT02
작품등록일 :
2021.07.26 23:37
최근연재일 :
2021.09.18 03:24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5,423
추천수 :
249
글자수 :
279,149

작성
21.08.19 22:34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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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8화.

열심히 하겠습니다.




DUMMY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38화.







나는 그동안 누구보다 많은 시체를 봐왔던 사람이다.


비록 그게 현실이 아닐지언정 시체를 많이 봐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꿈속의 세계는 미래의 세계를 뜻하고 있으며 느껴지는 감각이 현실과 모두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들보다 죽음에 면역이 있고 정신이 뭉개질 만큼의 타격을 입지 않는다.


내성이 생겼다는 소리다.


죽음에 내성이 생겼기에 아무리 대단한 일이라 할지라도 감흥이 크지 않다.


인간의 최후를 지켜본 결과가 정신적인 성장을 크게 이바지했다.


멘탈 자체가 매우 단단해져서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냉정히, 침착히 대응할 수 있었다.


꿈속의 세계에서 절망을 겪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보다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파악했다.


이를 현실에서도 대입하여 포탈 안의 세계에서 위기를 겪을 때마다 헤쳐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정신은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이게. 무슨.”


싸늘하게 죽어있는 성녀의 육신이 공중에 매달려 양팔, 양다리가 구속된 채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서는 코인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으며, 코인이 떨어질 때마다 빛의 성스러움이 더욱더 짙어졌다.


멀리서 가끔 빛이 보였을 때가 코인이 많이 떨어졌을 때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도달하면서 느꼈던 이질감과 불길함이 이렇게 작용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애초에 성녀가 성스러운 빛을 만들고 있다는 뜻은 살아있다고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버렸다.


예상하지도 못한 사태가 눈 앞에 펼쳐지고 저번 꿈에서 봤었던 성녀의 말들과 언행을 떠올렸다.


사람들을 아끼고 보살피며 인간을 위해 헌신하는 그녀.


그녀의 최후는 너무나 참혹하고 비참했다.


털썩.


내가 봐왔던 인간의 희망은 지금껏 3명이 있었다.


다른 사람은 비록 나를 희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가 느끼고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희망 3명.


첫 번째는 친구다.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며 항상 곁을 지켜주는 그는 마치 내게 태양과도 같은 존재였다.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고 정신적으로 무너졌을 확률이 굉장히 높은 건 사실이었다.


그가 특별히 뭔갈 해주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어 주기만 해도 안정감이 생긴다.


괴물들의 침공에서 인간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한정적이며 소중한 자원이다.


그 자원 중 가장 중요한 자원이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지.


괴물들의 침공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파편 한 조각을 친구가 지탱해주고 있는 거다.


내가 느끼기에는 충분히 인간의 희망 중 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두 번째는 재앙이다.


나보다 더 많은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으며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사람.


냉정하고 냉철하며 인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그는 인간을 지킬 가장 큰 힘이다.


괴물들의 전투에서 가장 필요한 인재이며 현재 나보다 월등히 강한 힘을 비축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성녀였다.


친구가 내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것처럼 성녀는 모든 사람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줄 존재였다.


따스한 빛이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그들을 따듯하게 보살펴준다.


직접 경험해봤기에 알 수 있었다.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도 사람들이 지성을 지키고 이성을 유지하며 서로 돕고 살아갈 수 있던 이유는 성녀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절망했다.


아니, 절망은 아니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 감정은 단순히 말하자면 부정에 가까웠다.


발생할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마음.


고개를 떨구며 그녀를 시선에 담아두지 않았다.


중간중간 강한 빛을 방출할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무너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착각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착각이라고 믿었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마음을 위로하고 정신을 되돌렸다.


수만 가지의 잡념들을 다 떨쳐내고 일단은 주변을 수색해 봤다.


‘인간의 기술인데.’


방을 조금 살펴본 결과 이곳은 아무리 봐도 인간이 만든 시설이었다.


정체를 도저히 알 수 없는 기계들과 자료들.


한국말로 적혀 있어도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자료들이었지만, 이곳은 인간이 만든 시설임은 확실했다.


그리고 가장 이상한 점은 성녀에게 코인이 계속 떨어진다는 점.


저 코인은 도대체 어떤 원리로 생성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걸까?


새로운 코인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양의 코인이 생성되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고 반복할 때마다 불규칙한 빛을 방출하는 성녀였다.


성녀가 굉장히 특별하고 고귀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그녀도 결국 인간이다.


신의 힘을 사용한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인간인 그녀는 죽었음에도 빛을 방출하고 있다.


온몸에서 방출되는 빛은 그녀만의 고유물이었기에 다른 존재가 간섭하더라도 빛을 강제로 생성시킬 수는 없다.


몸의 자유권을 빼앗고 상대방을 조종한다는 방법은 코인과 마력으로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건 이미 죽은 시체다.


조종이고 나발이고 없어진 힘을 어떤 방법으로 생성하고 있는 걸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쿠궁.


“뭐야.”


실험실과 같은 구조를 보이는 방을 조사하던 중 대지가 크게 울었다.


울음과 동시에 떨기 시작했으며 떨림의 강도는 매우 높았다.


천장이 무너지고 방의 구조가 바뀌며 잔재들이 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젠장. 갑자기 뭐야.”


이곳에는 더는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일단은 밖으로 뛰어나갔다.


긴 통로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건 쉽지 않았지만, 중간에 무너져 내려서 순간 지상이 노출되었었기에 다행히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너무나 긴 통로였기에 현재 내가 있는 곳을 파악할 수 없었다.


마력의 기운이 저번과는 다르게 중앙으로 모여드는 형태가 아니었다.


‘그 마력의 기운들은 재난이 임의로 조정한 거였구나.’


재난이 나를 불러내기 위해 그런 번거로운 방법을 사용했었다니.


도대체 내가 본 그건 뭐길래,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 것이길래 괴물은 그는 나를 도와주는 걸까?


콰광!!


고민하는 찰나에 엄청난 소리가 앞에서 울려 퍼졌다.


마력의 폭풍.


거센 힘들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 한 번 부딪힐 때마다 대지가 떨리고 무너진 건물들이 날아다녔다.


“뭐야!?”


갑작스러운 전투에 황당해했다.


이곳은 재난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일터.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저런 전투는 절대 못 보여준다.


‘혹시 내가 모르는 강한 인간이 있는 건가?!’


인간의 네 번째 희망이지 않을까?


기대심이 생겼다.


전투가 발생하는 곳으로 나는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뛰어가며 발생하는 마력의 열풍을 느낄 때마다 짜릿한 공포심과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이건 재난의 전투였다.


힘을 가늠할 수 없는 재난이 열렬히 싸우고 있다는 거다.


그 정도의 존재와 대등하게 전투할 수 있다니.


도대체 누가 싸우고 있길래 이런 전투를 벌이고 있는 걸까?


기대심은 더욱 올라가기만 한다.


성녀와 의문의 실험실을 뒤로한 채 전투의 현장으로 뛰어갔다.


“헉. 헉.”


그리고 현장에 도착한 순간 멍해졌다.


재난과 싸우고 있었던 인물은 나도 알고 있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죽었다고 생각했었던 그 인물이 엄청난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재앙이었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재난도 적지 않게 당황한 느낌이었다.


재앙은 이미 전투에 패해 죽었던 사람이다.


죽었던 사람이 멀쩡히 살아 돌아올 뿐만 아니라 더욱 강해져서 돌아왔다.


괴물인 재난조차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쾅. 쾅. 쾅.


전투가 더욱 과열해나간다.


당황한 틈을 타 큰 일격을 입히려고 하는 재앙의 생각.


안타깝게도 그 일격은 재난에 도달할 수 없었다.


순간의 당황과 난처도 잠시 다시 이성을 되찾은 재난이 재앙을 때려눕혔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알고 싶나? 계속 궁금해해라. 네놈은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전투가 순식간에 막을 내렸다.


엄청난 실력 차이.


그렇게 강해 보였던 재앙을 순식간에 제압한 그가 계속해서 질문했다.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


코인이 많아진 이유.


나도 궁금했던 질문들을 재난이 물어봤지만, 역시나 그는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입을 열지 않는 재앙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 채 마지막 공격을 날린 재난.


꼼짝없이 당한 재앙은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이해할 수 없군. 죽음이 끝인 걸 정녕 모르다니.”


손을 탈탈 털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재난이 본래 자신이 있었던 위치로 돌아갔다.


다시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재앙의 육체는 힘을 잃고 늘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인간의 희망 중 한 사람의 최후를 또 목격해 버렸다.


하지만 정신적인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그의 죽음이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애초에 이미 죽어있었던 사람이다.


그의 죽음을 이미 받아들였기에 감당할 수 있었다.


“또 시작이군.”


재앙과 재난의 전투가 끝나자마자 잠시 멈춰있던 성녀의 빛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재난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간은 지나갔고 시간이 지날 때마다 발생하는 현상들.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을 반복해 반짝이던 성녀의 육체와 죽음을 초월한 채 계속 살아나 재난을 공격하는 재앙.


재앙은 지칠 줄 몰랐고 재난은 피폐해져만 갔다.


아무리 재앙이 재난보다 약하다고는 한들 재앙은 매우 강했다.


인간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기에 계속된 전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상황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부질없는 노력이었다.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전투를 바라보며 기술들과 코인으로 어떤 행위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를 착실히 쌓고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2주일이 지났다.


“또.”


재앙은 지금까지도 전투하고 있다.


의미심장한 일이 멈추지 않고 발생하고 있을 때.


그때 또 한 가지의 의문점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집중하세요. 그의 최후의 전투를.]


그동안 들려오지 않았던 환청이 귓속을 때리며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환청의 말이 재앙과 재난의 전투를 집중하게끔 만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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