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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02 님의 서재입니다.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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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02
작품등록일 :
2021.07.26 23:37
최근연재일 :
2021.09.1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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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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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149

작성
21.09.0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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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8화.

열심히 하겠습니다.




DUMMY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48화.








꿈에서 봤었던 장면과 현재 심각히 다친 성녀의 모습이 겹쳐져 보인다.


기계에 묶여 삶을 마감했던 그녀의 처참한 몰골이 아직은 그나마 정상으로 보이는 그녀와 겹쳐 보이니 기괴했다.


어둡고 칙칙했던 그때의 공간과 달리 아주 환하며 활기차며 희망스러운 지금의 공간.


두 공간이 대조되며 어색함을 불러일으켰고 느껴지는 감각이 마치 내가 느끼고 있는 감각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오묘한 감각!


소름 돋을 정도로 뇌에서 혼란을 강제로 심어지는 느낌이었다.


“헉. 헉.”


“괜찮나요?”


가녀린 몸. 다친 몸을 힘겹게 일으켜 나와 내게 말을 거는 성녀.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겹쳐 보이는 현상 때문에 괴로웠다.


홱.


그녀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나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이상하게 받아 들여주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행히 내 생각을 읽었는지 다시 회복하러 가는 성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내게 불만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쓸쓸하게 보이는 뒷모습이었다.


“어찌 된 일입니까.”


혼란스러웠던 생각을 정리하고 시야를 다시 다잡고 말했다.


말이 미치도록 떨리고 있었지만,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떨리고 있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떨렸다.


“발명가가 습격해왔어요.”


“역시나 그렇군요.”


성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입을 연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성스러운 기운이 다쳤음에도, 본인이 기운이 없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러나온다.


그녀가 왜 성녀라 불리는지 잘 알 거 같은 기분이다. 마치 그녀를 받들어야만 하는 기분.


사람들이 그녀에게 맹신하고 절대적인 믿음을 선보이는지 이해된다.


“발명가 본인은 강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다쳤다고는 한들 재앙이 이겨내지 못하는 상대는 아니었죠.”


“그의 기계가 그토록 강했던 것입니까.”


“맞아요. 알 수 없는 괴상한 기계가 재앙을 제압하더니 사람들을 습격하더군요.”


“다른 사람들까지 습격했었다고요? 재앙과 당신만을 목적으로 온 게 아니라는 겁니까?”


“목격자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죠. 발명가의 생각은 아무리 저라고 해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인물 자체의 모순이 느껴진달까.”


처음으로 성녀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에 자신의 마음을 대입해 이해하고 공감해주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생각들과 감정들도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했었고 반응해줄 수 있었던 거다.


근데 그녀의 난처한 모습은 또 처음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동정하지 못한다는 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상실해버리는 거라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더 심각할 수밖에 없던 모양이다.


“미친 자를 이해하지 말라는 말이 있죠. 상식에 벗어난 자를 이해하려 드는 것 자체가 그릇된 일입니다. 상심해있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맙네요.”


목소리의 떨림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알 수 없는 공포에서 해방되는 기분.


주변이 굉장히 밝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서 그런 걸까? 상쾌해진 기분이 매우 좋았다.


“재앙은 인간을 무척 아끼고 소중히 대합니다. 그렇기에 발명가의 행동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죠.”


“코인을 사용한 겁니까?”


“맞아요. 그는 가지고 있었던 코인으로 발명가를 제압하려 했지만. 무색하게도 발명가는 재앙이 가지고 있었던 코인보다 더 많은 코인을 사용해버렸어요.”


재앙보다 코인이 많았다고?


무려 A급 포탈을 공략한 사람이다.


절대 많을 수 없을 텐데. 재앙은 심지어 미래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코인을 수급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는 사람이다.


현실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의 힘까지 끌어 쓰는 사람이 재앙인데. 재앙보다 더 많은 코인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솔직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빼먹고 있었던 생각이 있었다.


‘발명가도 미래를 보는 사람 중 하나일 가능성.’


재앙과 마찬가지로 혹은 다른 방법으로 미래에 있는 코인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거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젠장. 힘들어지는군.


“그래도 그도 코인을 전부 사용한 건지 재앙만 데리고 물러나더군요. 그때 재앙을 제압하느라 기계에 부여된 코인도 전부 소실되었던 거 같고요.”


“기계를 움직이는 방법이 코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맞아요. 분명 그가 코인을 사용할 때 이렇게 말했었어요. ‘네놈이 과연 내가 만든 로봇을 이길 수 있겠느냐’라고요.”


기계에 코인을 사용하여 전투하는 방식. 새로운 전투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썩 달갑지 않다.


코인의 사용처는 어떻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더 방대한 방법들이 있을 거다.


“그래서 이곳으로 피신 온 겁니까? 피신 올 수 있는 시간은 재앙이 벌어준 거였고.”


“네. 재앙이 만약을 대비해 만들어둔 시설이 이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지만요.”


아마 이 시설은 재앙이 실패했을 때 사용하려고 만들어둔 시설일 거다.


실패라고 함은 당연히 괴물들의 침공을 막지 못하고 인류가 멸망의 수레바퀴에 빠졌을 때를 말하는 거다.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순간 세상의 모든 사람이 죽어 나가고 급기야 성녀와 재앙을 포함해서 나까지 죽어버리는 시나리오가 되어버릴 테지.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는 수단은 많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재앙은 아마 마지막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아 만들어둔 거였을 거다. 이 시설을.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다친 몸이지만 그녀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며 살아있었다.


내게 물어보는 그녀.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는 전혀 추측할 수 없었다.


마음을 아예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기와 의지를 보이면서 생각을 읽을 수 없게끔 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온전히 내 생각이 궁금하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대답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구하러 가야죠.”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내가 재앙보다 강하다는 건 솔직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의 시점으로 봤을 때는 아직 내가 재앙보다 부족한 면이 많다.


그렇기에 발명가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인데. 평범한 사람이라면 재앙의 구출은 생각하지도 않을 거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할 만큼 인간은 그렇게 용기 있지 않다.


그런데도 나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


용기가 있거나 하는 그런 게 아니었다. 단지 의무감이 먼저 앞섰다.


재앙을 구해야겠다는 정의로운 생각도 아니었고 그가 없으면 인류가 멸망하기에 구해야 한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발명가의 위치는 혹시 아십니까?”


“발명가의 위치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워요. 아직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다행인 건 재앙의 위치는 알고 있어요.”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성녀는 여기서 쉬고 계십시오.”


“저도 가겠습니다. 부탁만 드릴 수 없어요!”


“안될 말씀입니다. 이곳을 떠난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찌합니까. 이들에겐 당신이 필요합니다.”


성녀가 떠난다고 하자마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공포심에 떤 거다. 범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전투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침공해온다면 필시 살해당하리라. 그렇게 믿고 있었기에 공포를 저항할 수 없었다.


“이들을 지탱해 주십시오. 저는 이들의 불안감을 없애고 오겠습니다.”


“알겠어요.”


주변을 침착하게 돌아본 성녀가 수긍했다. 자신의 욕구보다 사람들을 더 먼저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빠르게 선택을 바꿀 수 있었다.


그녀도 재앙이 끌려가는 모습을 본 순간 나와 같이 가고 싶었을 거다.


재앙과 그녀의 관계는 나도 모르는 애틋함이 느껴졌었으니까. 뭔지는 몰라도 애인과도 같은 애정이 느껴졌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막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다. 단지 동지로서 느끼는 애정일 뿐이다.


살아있는 모든 인류를 품어야 할 그녀로선 함부로 사랑도 할 수 없다.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떠나버린다면 다른 남자들은 허망함과 공허함을 느낄 테니깐.


사람은 언제나 이기적인 동물이며 자기중심적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가버리면 본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거다. 분노와 질투를.


“다녀오겠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역할을 수행해야만 하는 성녀였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았다.


나와는 다르게 사람을 나쁘게 보지 않고,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그녀는 사람이 진정 깨끗하다고,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긍정의 대가로서 그녀는 사람들을 대하는 걸 나쁘게 생각해본 적도 없는 것 같았다.


가장 편안한 표정으로 손짓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비친다.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다. 저 손짓이 뜻하는 게 고작 한 가지뿐일까?


잘 다녀오라는 의미로, 조심하라는 의미로, 재앙을 부탁한다는 의미로, 발명가를 죽여주라는 의미로, 이미 내 내면에서는 수만 가지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었다.


“미치겠군.”


-기다렸어.


“꼭 내가 그 말 말고 다른 말 할 수 있게 해줄 거야. 그렇게 하고야 말 테다.”


마력을 발에 집중하여 떨어졌었던 낭떠러지를 올라갔다.


시간에 많이 걸리지 않았지만, 체감상으로는 꽤 됐다. 나도 인간인지라 성녀의 곁을 떠나기 싫은 본능이 울부짖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듯해졌으니까.


그녀를 보고 공포에 떨었던 이유는 미래에서 본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을 예견하고 떠나야 한다는 미래가 무서웠기에 떨었을 수도 있다.


“참. 인간은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물론 나도 인간이다. 그런데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과 반응들이 나에게서도 나온다.


인간은 참으로 신비한 생물인 거 같다. 고차원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신비로운지 새삼 깨닫는다.


“그럼 가볼까?”


성녀가 알려준 곳으로 나는 이동하기 시작했다.


재앙과 성녀가 있었던 건물을 나와 우리 구역을 지나친 후 알지 못하는 외딴 지역을 맴돌며 한 번도 가보지 못했었던 지역을 방문하며 이동했다.


오랜 시간을 이동하며 중간중간 발견되지 않은 포탈을 공략하며 코인을 수급했다.


등급이 많지 않았기에 시간이 길게 소모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지역, 타 구역에서 마음대로 포탈을 공략하는 건 범죄에 해당했지만,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서는 무조건 코인은 필요했으니까.


그렇게 발명가가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재앙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도달하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불과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마침내 성녀가 알려준 포인트에 도착했다.


“역시.”


그리고 그 포인트는 예상했던 대로 꿈에서 봤던 그곳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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