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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02 님의 서재입니다.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PresenT02
작품등록일 :
2021.07.26 23:37
최근연재일 :
2021.09.18 03:24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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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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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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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0화.

열심히 하겠습니다.




DUMMY

예지몽을 부르는 불면증 50화.








후다닥. 후다닥.


많은 사람이 달려가는 소리가 마을 전체에 맴돈다.


이미 내 마력을 느껴본 적 있는 사람들이다.


작금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는 사람들이라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마을 이장님이 내 이야기를 믿어준 것도 굉장히, 큰 역할을 하였다.


‘이제 사람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겠어.’


드넓은 광장.


재난이 건물 잔재 위에 앉아있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이곳이 바로 그곳이었구나.


그렇다는 건 이 광장이 바로 재난과 재앙이 전투했던 장소라는 거다.


찌릿찌릿!


치열했던 재난과 재앙의 승부가 머리를 지배하며 감각을 곤두세운다.


집중해서 모든 움직임을 보았던 미래의 나, 꿈속의 나.


어떻게 보면 과거의 내가 그들의 전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던 건 크나큰 행운이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내 전투 패턴은 그들의 전투 패턴과 굉장히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증거였다. 그만큼 그들의 전투가 인상적이었다는 거겠지.


“먹잇감이 재발로 굴러 들어왔구나.”


“네가 발명가구나?”


“재앙도 나를 그렇게 부르던데. 너희끼리 정한 호칭 같은 것이냐.”


“호칭이라 해야 하나.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촉수처럼 생긴 기괴한 팔들이 흐느적거리며 거리를 배회한다.


저런 기계를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모습이다.


발명가의 성격과 특성을 기계로만 봐도 조금은 알 거 같았다.


‘나사가 빠진 천재 과학자.’


평범함을 극히 싫어하며 무조건 특이함을 추구하는 존재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 거들떠도 보지 않는 그런 족속인 거다.


평범, 안전, 중간 이런 말들을 매우 싫어하는 그들은 오직 자극적인 무언가를 쫒는다.


‘그래서 저렇게 된 건 아니겠지만.’


발명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아는 게 없다.


단지 보이는 외향으로 판단할 뿐.


사람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라는 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애초에 그건 잘못된 거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 보이는 게 중요한 거다.


첫인상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이상한가.”


“뭐가?”


“이 모습 말이다.”


“이상해.”


“네놈도 결국 저기 쓰레기같이 퍼져 있는 열등한 벌레만도 못한 놈이었구나.”


“나를 알고 있는 눈치네?”


“미래를 보는 사람 중 네놈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미래를 보는 사람이라. 그건 또 반가운 정보네.”


역시 예상대로 발명가는 미래를 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멸망할 운명에 빠져있는 세계에 선택받은 사람 중 한 명,


인류를 지켜야 하는 운명인 그가 운명을 부정하고 있는 거였다.


“재앙은 어디 있지.”


“그는 아직 쓸모가 많아. 죽이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라.”


“그렇겠지. 그니까 묻는 말에나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걸 내가 정녕 말할 거라고 믿고 있는 건가? 열등한 벌레보다 더 멍청한 먼지에 불과한 놈이었군.”


“말이 많군.”


발명가는 천재다.


생각지도 못한 기계들을 발명하여 문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이다.


나도 발명가의 기계를 쓰며 여러 번 놀랐고 많이 애용했다. 그만큼 실용성이 뛰어났고 가치가 높았다.


그렇기에 발명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독의 무게를 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면증으로 인해 남들보다 배의 가까운 인생을 살게 된 후 혼자만의 시간을 최소 10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거기서 나오는 박탈감과 한탄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설마 발명가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얻는 대신 뛰어난 머리를 얻은 건가?’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보상에 이은 보상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남들과 다른 천재의 머리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걸 알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래. 네놈도 내 양분이 되어라.”


“재앙에게도 그런 말을 했나 보군.”


“저항이 거셌지만 결국 그도 내게 무릎을 꿇었다. 미래를 보았다고 해서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런 생각 추호도 하지 않았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쾅!


이미 마력 탐지를 펼쳐놓은 상태였기에 지면에서 불미스럽게 튀어나오는 촉수를 피할 수 있었다.


신경전, 탐색전이 펼쳐지고 있는 줄 알았지만, 전투는 이미 대면했을 때부터 시작되었었다.


“재앙을 어떻게 이긴 건지는 몰라도. 기적은 한 번으로 족해.”


재앙은 나조차도 이기기 힘든 인물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인간 최강!


최소한 내가 본 인간 중에서는 가장 강력했다.


그런 그가 패배했다고?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무리 그가 천재라 할지라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굴복하기 마련!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재앙을 제압할 수 없다.


‘분명 무언가 시도해올 거다. 그것만 막으면 된다.’


쾅! 쾅!


“거만하게 말한 것 치고는 보잘것없구나!”


촉수들이 사방에서 덮쳐온다.


지면, 하늘, 좌우 어떤 방향에서든지 튀어나오는 촉수를 피하기 급급한 상황.


발명가는 생각했다.


이놈은 재앙처럼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라고.


자신을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라고.


자신감이 상승하며 덩달아 콧대가 높이 상승한다.


촉수의 움직임이 더욱 현란해지기 시작했다.


더 자극적이게, 더 신선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촉수는 마치 살아있는 동물과 같았다.


“크하하하!! 그래 바로 이거야!”


자극의 맛을 본 발명가가 크게 호통하며 기뻐했다.


천재란 어딘가 삐뚤어진 자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며 몸을 파르르 떠는 발명가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쾌감의 늪에 빠졌다.


발명가는 이제 전투에는 관심이 없었다.


새로이 발명한 작품이 너무나 좋았기에 그를 보살피기만 해도 바빴다.


“좋아. 좋아!”


자동 전투 모드로 바꾼 촉수 기계를 매만지며 변태처럼 숨을 내뱉었다.


재앙의 전투에서 발견한 단점을 완벽히 보완한 기계!


발명가 자신이 그리던 완벽의 기계, 이상의 기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 나머지 실성하고 만 거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변화를 보지 못했다.


“슬슬 괜찮겠지.”


사람들의 기척이 완전히 지워졌다.


마을 밖으로 나간 것이다.


허겁지겁 뛰어간 지도 벌써 30분이나 지난 거였다.


아무리 광장을 빠져나갔다고는 해도 전투 자체가 살벌해질 것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촉수의 공격을 피하기만 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이제는 슬슬 날뛰어도 괜찮겠지?”


묻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다.


아주 아주 많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산처럼 쌓여있다.


그리고 마침 지금은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이 쌓여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샌드백이 필요했었는데 잘됐네.”


“뭣이!”


마력의 밀도가 상승해간다.


밀도가 높아 성질마저 변화시켰었던 A급 포탈의 보스.


그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레벨로는 오르지 못했지만,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었다.


쾅!


마력의 탄알이 급속도로 날아가 8개의 촉수 중 하나를 파괴했다.


-기다렸어.


“그래. 나도 기다렸다. 이 순간을.”


그녀의 목소리에 호응하듯 방어에만 신경 쓰고 있었던 내가 공격에 나섰다.


마력의 탄알이 촉수를 파괴할 때마다 미친 변태 새끼의 웃음이 점차 사라져 갔다.


황홀, 쾌락만을 느끼던 그가 순식간에 암울해지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고작 이 정도로 재앙을 이겼다고? 개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빨리 다른 거 꺼내. 시간 아까우니까.”


“이익!! 이익!!”


잠깐 넋을 잃은 사이에 반파된 촉수 기계.


자신이 어루만진 기계가 이미 형태를 잃었다.


기계가 충당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되어버렸다.


힘을 잃어버린 기계는 이제는 그저 고철 덩어리로 전락했고 발명가는 그렇게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였던 기계에 이상 관심을 주지 않았다.


너무나 급격하게 변화하는 그의 마음이 놀라울 뿐이었다.


“역시 네놈도 미래를 보는 사람답구나. 역시 기대한 바로다!!”


사람으로도 취급해주지 않았던 과거가 아른거린다.


물론 사람으로 인정받아서 좋다는 게 아니다.


‘기대는 무슨. 정신병자 새끼.’


자기 위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발명가이다.


자신의 생각이 바뀌면 세계의 이치도 바뀔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게 틀림 없다.


저런 가치관은 어떤 삶을 살아야 얻을 수 있는 걸까?


지독하게 짝이 없다.


“다시 한번 묻겠다. 재앙은 어디 있지?”


촉수 괴물을 완전히 파괴한 후 발명가를 때려눕힌 뒤 말했다.


불과 만난 지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보이는 것만 해도 치가 떨린다.


이자와는 절대 상종할 수 없는 상극의 관계이다.


본능적으로, 아니 그냥 알 수 있다.


이자와는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엇을 하든 서로 아예 접점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기에 일을 빠르게 처리해야만 했다.


“말하지 않겠다면 죽이겠다.”


극악무도한 살기!


보통의 인간이라면 오금을 지리고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빌고 있을 정도의 끔찍한 살기가 발명가를 덮친다.


하지만, 계속 언급하듯이 발명가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평범과는 제일 거리가 먼 사람!


“하하하!! 짜릿해!”


살기를 그저 즐기고만 있다.


그에게 새로운 감각이란 무조건 즐거움이었으니까.


발명가는 죽음마저 즐겁게 받아들이는 정신 나간 인물이었다.


“죽여라! 그래!! 죽이란 말이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말해라.”


“재미없군. 흥이 식었다.”


뭐지 이 반응은.


초마다 바뀌는 그에게 도통 적응하지 못하겠다.


승부는 이미 난 상태. 그의 표정은 한없이 차가웠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이런 표정을 짓고 있다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재앙도 그렇고 네놈도 그렇고 그렇게 재미 없이 살면 인생을 사는 의미가 있나?”


진중해진 목소리. 낮게 깔리는 그의 목소리는 지금껏 그에게 느껴보지 못했던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역시 재미없군. 극적인 상황을 재현해봤자 상대방이 이렇게 나와서야.”


쿵쾅. 쿵쾅.


촉수가 없어지고 고요함이 지배하는 대지에 지진이 찾아왔다.


흔들거리는 땅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네놈도 역시 자원으로밖에 가치가 없어.”


자원으로서의 가치.


그말을 듣자마자 성녀의 죽음이 떠올랐다.


“이 빌어먹을 미친놈이!!”


미래에서 성녀를 그렇게 만들어둔 게 바로 저놈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은 한없이 냉정했고 차가웠다.


그렇기에 그의 기계는 한층 더 강해 보였다.


“네놈도 결국 인류에게 소모되는 자원이 될 뿐인 운명이다.”


의미 없는 말을 지껄이는 발명가.


냉담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가 기계에게 손짓했다.


그 기계는 성녀의 성스러운 힘을 착취하던 그 기계와 매우 흡사해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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