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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집 마법사는 멀리 내일을 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걓디
작품등록일 :
2019.04.01 15:27
최근연재일 :
2020.03.29 17:30
연재수 :
2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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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84
추천수 :
189
글자수 :
1,433,207

작성
19.09.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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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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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0장. 0번째 왕자 (9)

많은 분들의 격려에 무한한 감사를! 앞으로 더 좋은 글로 보답할 수 있게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DUMMY

“이런, 날 잊으면 곤란하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아스톨포와 샤이츠가 격돌하는 순간 멜라피오르가 옆에서 「짜잔」하고 나타나더니 그대로 샤이츠를 걷어 차버렸다.


“젠장, 네놈은 기사도도 모르나?”


“알 게 뭐야? 난 기사도 아닌데.”


“비겁한 녀석!”


샤이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소리가 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그래서, 2차전?”


샤이츠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검을 찾았지만 언제 간 것인지 자신의 검은 멜라피오르의 손에 들려 있었다.


“망할 녀석. 잘난 건 전부 네놈 거다 이거냐?”


“그럴 필요는 없지. 하지만 내가 딱 하나만은 정말 잘 하잖아?”


멜라피오르가 고개를 까딱 흔들며 샤이츠를 내리 까는 눈빛을 한없이 당당하게 보였다.


“쳇, 그래. 좋다. 내가 졌다. 항복.”


샤이츠가 껄껄 웃으며 두 손을 머리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멜라피오르도 그랬지만 두 사람을 보던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대일전이 펼쳐질 줄 알았더니 이렇게 심심하게?



“에잇, 네놈! 기사들의 한 판 승부를 가로막다니! 이 아스톨포, 일생의 수치!”


아스톨포가 와장창 멜라피오르를 향해 달려가자 뒤에서 램베르트가 그를 막았다.


“결과 좋으면 다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참으시지요.”


“너 그 표정 정말 보기 싫군.”


“이거 아스톨포님 보고 배운 표정입니다.”


램베르트가 싱글벙글 웃었다. 아스톨포는 자신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고는 생각치 않았다만 남이 그렇다니 그런가 하는 생각으로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기로 했다.


참으로 잘 속는 남자.



“갑자기 항복이라니.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다. 내가 아들이지만 솔직히 아버지는 이미 미쳤어.”


샤이츠가 허탈하게 하늘을 향해 고개를 꺾고 끌끌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내가 보기엔 샤이츠, 자네가 미친 것 같은데.”


란드리가 이제야 일어나서 샤이츠와 멜라피오르를 향했다.


“그럼, 당연하지. 미친 아버지의 아들이 미친 놈이 아니면 좀 이상하잖아?”


샤이츠가 다시 뒤로 털썩 주저앉더니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잘 생긴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매력을 더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썩 좋다고 하기 곤란했다.


“병신 된 왕 하나 살려서 왕국의 권력을 쥐겠다고 동지를 해친다고? 미친 소리!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낫지. 난 이제 빠질 거야.”


“델롬의 계획은 역시······.”


란드리와 램베르트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미 뭔가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잘 나가던 중이었지만 역시 게르하르트 그 녀석 눈치 빠른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반도 못 간 계획을 알아채고 그렇게 찾아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


“항상 먼저 움직이는 녀석이라.”


란드리가 피식 웃음 소리를 내고는 멜라피오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델롬과 왕자는 어디 있지?”


“옛 왕성의 인근에 집결해 있을 거야. 하지만 밀린다 싶으면 섬으로 들어가기로 했지. 근데 또 섬으로 들어가지는 못 했을 거다. 이미 선착이 있더군.”


샤이츠가 세상 다 산 표정으로 멍하니 나불나불 얘기했다.


“그럼 세느 강을 건넜다 이건가?”


“그렇겠지. 달리 갈 곳이 있을 리가 없잖아?”


“부르쥬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란드리가 묻자 샤이츠가 다시 껄껄 소리를 내며 크게 웃었다.


“멍청한 란드리. 부르쥬로 돌아갈 사람이면 파리로 오지도 않았어. 애초에 파리의 위치를 돌린다는 것이 목적이었던 거지 진정한 왕자의 자리를 찾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군. 근데 넌 이렇게 아버지의 계획을 모조리 실토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나?”


란드리가 자신의 황금빛 검을 뽑았다. 처형 집행에는 이보다 효과적인 무기가 없을 것이다. 혹은 그저 겁주는 용도로도 상당히 우월한 놈이기도 하다.


“죽이겠다?”


“배신자는 즉결 처분이다.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하지만 이대로 죽이면 조금 곤란할 걸?”


“이제 와서 목숨을 구걸할 셈인가?”


“죽어서 좋을 일은 없지. 부디 내가 직접 입을 열어 그 말을 하도록 하지는 말아줘. 이미 충분히 울고 싶으니까.”


“거 말 참 많네!”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하던 아스톨포가 나섰다.


“어이, 손 내놔!”


아스톨포가 덥석 샤이츠의 오른손을 붙잡고 반대쪽에 있는 란드리의 왼손을 향해 그 손을 뻗었다.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는 말이잖아?”


“어······. 하하하하하하하.”


아스톨포가 무얼 하나 지켜보던 램베르트가 신이 나서 배를 붙잡고 웃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렇기는 한데······.”


“남자 놈이 사과도 그렇게 못 해서야! 일어나 요놈!”


아스톨포가 그 짧은 다리로 샤이츠의 옆구리를 빵 걷어찼다. 샤이츠가 폴짝 뛰어오르며 부들부들 떨더니 왼팔을 짚어 어슬렁 일어났다.


“자, 샤? 뭐? 뭐랬지?”


“샤이츠입니다.”


“그래, 좋아. 샤이츠. 얼른 란드리에게 사과해.”


“사과입니까?”


샤이츠가 그 자연스러웠던 모든 것을 포기하는 듯했던 표정이 어색하게 변하더니 약간 땀을 흘렸을려나······. 아무튼 굉장히 당황한 표정으로 버벅버벅 움직였다.


“당연하지! 사과하면 다 해결되는 거야!”


아스톨포의 당당한 표정에 비해서 뒤에서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스톨포는 별로 신경 안 썼지만 란드리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봐! 멜라피오르, 란드리! 둘 다 와서 사과를 받아줘.”



별로 사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이는 샤이츠와 사과를 받아야 하나 싶은 멜라피오르, 그리고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의 란드리가 펼치는 세 사람의 조화가 너무나도 웃기다고나 할까?


이 정신없는 사람의 등장이 맺는 갈등의 마무리는 너무나도 웃기는 전개로 흘러갔다.


§


누군가 문을 내부에서 열기로 했던 것 같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의 발생과 함께 전개는 달라졌다.



“일단, 들어가라! 어차피 성 안을 지키는 자는 누구도 없다!”


성 안에서 불어 닥친 폭풍에 피핀 역시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생각하고 돌진을 명했다.



거침없이 밀어치는 바이에른과 랑고바르드의 병력이 파리의 거리를 물들여 나갔다.


“배신자 델롬을 처단하라! 왕자님의 영광과 위업을!”



정말이지 전광석화와도 같은 병력들의 돌격에 부르쥬의 병력은 정신도 못 차리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강 건너로 도망간다! 붙잡아라!”


“틀어 막아버려!”



어째 지휘관의 명령 없이 알아서 기사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뭐, 잘 움직이면 좋은 일은 맞는데······.


피핀의 입장에서 너무 알아서 잘 움직이는 기사들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충성심이 아주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이······. 더욱 무서웠다.



“왕자님! 적의 대부분은 강 건너편으로 도주하였습니다! 추격할까요?”


“아니, 아직 추격은 무리. 병력을 집결한다.”


“알겠습니다!”


바이에른의 기사가 다다다다 뛰어서 왕자의 명령을 전하러 떠났다.



어디로 모이라고, 언제까지 모이라고 말도 안 했는데······. 너무 잘 움직여도 탈이다 싶었다.


그리고 왕자가 씨익 웃었다. 너무 훌륭한 부하, 그리고 너무 충실한 부하. 그렇지만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알아서 잘 움직이는 유능한 부하들이라 조금 고민은 많이 됐다.



“왕자님, 디종의 병력 역시 공격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알란이 말을 타고 왕자를 향해 달려왔다.


“바이에른과 랑고바르드의 병력만 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


알란이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가만히 놀고 있을 수는 없지요.”


“물론입니다.”


“할 수 있다면 전투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지요. 협상을 벌인다면 디종의 병력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협상이 되지 않더라도 같은 이야기이지요.”


알란이 멀리 강 너머를 보며 이야기를 이었다.


“하지만 역시 협상을 하는 쪽으로 부탁드립니다.”


알란이 히히 소리를 내며 웃었다.


“당연히 협상을 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력을 보이는 것도 적을 협상의 장으로 꺼내는 기술이 될 수 있지요.”


알란의 입장에서 한참 어린 이 소년은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감각을 타고난 소년과 나이 한참 먹어서야 정치라는 것을 알아가는 일개 영주의 차이란······.


§


“완전히 허점을 찔렸군.”


“아닙니다. 적이 빠르게 움직인 것이 크게 작용했을 뿐입니다. 극복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델롬이 가능한 가장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왕자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왕자의 표정에서 불안이 가시는 일은 없었다.


솔직히······. 완전히 허를 찌른 상대의 빠른 움직임에 더 이상 손을 쓸 방법이라고는 도망 가는 것 외에 없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한 때는 찬란하게 빛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델롬은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말이다.



지키기 위해서는 도망가야 한다.


지키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위치. 그리고 팔라딘이라는 독특한 자리.


단 하나만 지킬 수 있다면 그 무엇도 관계가 없지 않을까?


“후퇴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전황은 이미 기울었어.”


“아닙니다, 왕자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곧 오를레앙과 벨기에의 병력이 지원을 올 것입니다.”


일부는 진실일지 모르나 일부는 거짓이 분명하다.


오를레앙의 병력이라면 파리까지는 같이 왔으면 되는 것을 말이다.



끼리릭.


왕자가 일어서자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울리며 요란하게 물러섰다.



“그나마 남은 목숨을 아끼려면 내가 나서야지.”


“왕자님!”


델롬이 왕자에게 매달리려 했지만 왕자가 그 곱사등으로 잽싸게 그를 피했다.



“쓸데없이 피해를 늘릴 필요는 없지. 물러난다.”



왕자가 완전히 일어나 최대한 허리를 펼쳤다.


그리고 방의 가운데 놓인 허수아비에 걸려있는 불은색의 두터운 망토를 보았다.



「망토를 쓴 허수아비.」


그리고 그 머리에 걸린 왕관도 함께.


한 때는 화가 좀 나서 델롬이라는 자의 말을 믿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버지에 대한 반항이다.


인생 최초의 반항을 해보았다.

그 반항에 따른 자들도 있었다.


나름대로 왕자의 지위에 잘 맞는 행동을 해본 것이 아닌가?



「어차피 내가 왕이 되어도 이 허수아비와 같은 운명이다.」


허수아비에 걸린 망토가 두텁고, 부드러웠으며,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채를 띄었다.

이것은 자신을 위하여 만들어진 물건.


하지만 이런 무거운 것을 곱사등이 질 수는 없었다.


단 한 번 정도는······.


이런 망토와 왕관을 써보고 싶었을 것이다.


단지 그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그런 것은 탐나는 것이다.



「허수아비 왕은 싫어.」


피핀이 허수아비를 밀어 넘어뜨리고 그것에 걸린 왕관과 망토를 벗겨 자신이 뒤집어썼다.



“왕자님!”

“모든 것은 내가 끝낸다. 결말은 즐겁게 기다리시게.”



충신이었으면 믿었을 것 같다.

왕의 승리를.



하지만 이 상황은?

델롬이 충신이고 아니고는 의미가 없다.



이 왕자의 능력을 믿느냐 누군가 물으면, 그 누구도 단호하게 믿는다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곱사등이 왕자의 모습은 믿어서 좋을 것이 아니기 때문에.


§


“왕국의 첫번째 왕자, 나 피핀이 그대들에게 고한다!”


첫번째 왕자가 강변에 서서 반대편을 보고 외쳤다. 이 소개만 들어서 이 왕자가 곱사등이인지, 아니면 금발의 찬란한 왕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고한 피해를 부를 생각이 없다면 즉시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이렇게 「투항」이라는 말을 쓴다면 이미 우위에 올라선 쪽의 왕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지만······.



위풍도 당당한 금빛의 왕관과 그 아래를 내리 꺾는 붉은색의 망토가 위엄을 돋보이려 했지만 그럴 수 없는, 그의 이름은 곱사등이 피핀이었다.



「투항」이라는 말에 강 건너 기사들이 빈정대는 소리가 이어졌지만 피핀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갔다.


“진정한 프랑크의 후계자를 결정하기 위해, 내가 이 자리에 나섰다!”


생각보다 우렁찬 목소리, 당당한 얼굴에 어느쪽이고 할 것 없이 기사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델롬이 헐레벌떡 달려 그의 옆에 섰다.


“다리를 펼쳐라!”



델롬이 명령하자 딱히 접혀 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기사들이 줄을 서서 막아 두었던 다리의 입구에 사람이 지날 수 있는 통로 같은 것을 만들었다.


“왕자님.”


델롬이 그를 부르자 피핀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그 기사들의 열을 향해 들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기사들의 시선에서는 간절함과 소망이 묻어났다.


무엇을 바라는 지는 알 것 같다.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당연히 알 수 있었다. 저 절박한 표정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모를 수가 없다.



그렇게 터벅터벅 한 걸음 더 내딛자 금세 다리의 앞에 도달한 피핀이 그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돌다리를 향해 발을 뻗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어느새 그 잘 생긴 금발의, 얼굴도 몰랐던 동생이 서있었다.



피핀이 다시 걸어 앞으로 나서자 피핀 역시 다리의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



한 쪽 피핀이 검을 뽑았다. 하지만 반대쪽 피핀은 검을 뽑지 않았다.



한 쪽 피핀이 꿀꺽 침을 삼켰다. 하지만 반대쪽 피핀은 그렇게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프랑크의 첫번째 왕자 피핀이라 합니다. 그대는 분명 나의 형제일 것입니다.”


“물론, 나 역시 피핀이지. 카를로만, 너의 소문은 정말이지 귀가 닳도록 들었어.”


「카를로만」이라는 이름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한 피핀은 이 이름이 너무나 익숙했다.



“슬픔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야. 하지만 그런 슬픔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네.”


“그다지 슬플 일은 없습니다.”


금발의 피핀이 검을 한 번 휘둘러 다시 칼집에 넣었다. 상대 피핀이 싸울 생각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발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동안 많이 원망 했었지. 하지만 진실은 금방 알아서 깨치는 법이라.”


“그 진실은 어떤 것입니까?”


“보았다. 언젠가 일어날 미래를, 그리고 내게 찾아올 운명을.”


피핀이 굽어진 허리를 매만지며 다시 최대한 펼치려 했다. 하지만 신음소리와 뿌드득 하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것이 펴지는 일은 없었다.


“허수아비 왕이 되느니 그 자리를 동생에게, 잘생기고 유능한 동생에게 넘기는 것이 낫다고 말이야.”


“그 선택은 아버지께서도 마찬가지로 택하신 것입니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는 말이지.”


빙긋, 세상 살면서 어느 순간부터 지어본 적이 없는 미소를 피핀이 지었다.



그리고 왕관을 손에 쥐고, 망토를 벗었다.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자 시키지도 않은 것이지만 반대쪽 피핀이 그를 앞에 두고 무릎을 꿇었다.


“대관식이다. 어리석은 형의 짧았던 왕위를 이을 시간이지.”


피핀이 가능한 높이 망토를 들어 펼치더니 그대로 다른 피핀의 어깨에 그것을 올리고 정성스럽게 끈을 매어 주었다. 그리고 살포시 왕관을 그에게 씌어주었다.



“역시, 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잘 어울려.”



가끔 우애라는 것은 만남과 동행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 외에도 상황과 신분에 의해 나타날 수도 있다.



허수아비 왕이 되기 싫었던 그 피핀의 마음이 오늘 이 곳에서 우애라는 형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나의 동생, 프랑크의 첫번째 왕자 피핀. 그대는 오늘부로 이곳, 프랑크의 정점에 올라설 준비가 되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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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5장.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자 (2) 19.10.27 66 0 11쪽
200 5장.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자 (1) 19.10.25 32 0 11쪽
199 4장. 불멸자 (4) 19.10.24 29 0 13쪽
198 4장. 불멸자 (3) 19.10.23 29 0 12쪽
197 4장. 불멸자 (2) 19.10.20 31 0 13쪽
196 4장. 불멸자 (1) 19.10.20 28 0 13쪽
195 3장. 교두보, 바르셀로나 (6) 19.10.19 30 0 13쪽
194 3장. 교두보, 바르셀로나 (5) 19.10.17 33 0 13쪽
193 3장. 교두보, 바르셀로나 (4) 19.10.16 21 0 12쪽
192 3장. 교두보, 바르셀로나 (3) 19.10.13 28 0 15쪽
191 3장. 교두보, 바르셀로나 (2) 19.10.12 26 0 13쪽
190 3장. 교두보, 바르셀로나 (1) 19.10.11 24 0 13쪽
189 2장. 복수의 다짐 19.10.10 32 0 13쪽
188 1장. 광풍의 바이에른 (5) 19.10.09 24 0 13쪽
187 1장. 광풍의 바이에른 (4) 19.10.06 103 0 14쪽
186 1장. 광풍의 바이에른 (3) 19.10.05 31 0 14쪽
185 1장. 광풍의 바이에른 (2) 19.10.04 28 0 12쪽
184 1장. 광풍의 바이에른 (1) 19.10.03 27 0 11쪽
183 5부. 시작은 붉은색, 그리고 검푸른색의 결말 19.10.02 28 0 12쪽
182 4부 부록. 지금까지의 시간선 정리와 4부까지의 인물 정리 19.10.02 38 0 19쪽
181 0장. 0번째 왕자 (11) 19.09.21 27 0 13쪽
180 0장. 0번째 왕자 (10) 19.09.20 67 0 13쪽
» 0장. 0번째 왕자 (9) 19.09.19 39 0 16쪽
178 0장. 0번째 왕자 (8) 19.09.18 76 0 12쪽
177 0장. 0번째 왕자 (7) 19.09.15 47 0 13쪽
176 0장. 0번째 왕자 (6) 19.09.14 53 0 14쪽
175 0장. 0번째 왕자 (5) 19.09.12 38 0 14쪽
174 0장. 0번째 왕자 (4) 19.09.11 58 0 13쪽
173 인형의 외전. 보내기 싫을 정도로 (7) 19.09.10 36 0 17쪽
172 0장. 0번째 왕자 (3) 19.09.05 33 0 13쪽
171 0장. 0번째 왕자 (2) 19.09.04 46 0 14쪽
170 인형의 외전. 보내기 싫을 정도로 (6) 19.09.03 34 0 12쪽
169 0장. 0번째 왕자 (1) 19.09.01 56 0 13쪽
168 마지막 장. 이 앞으로 그녀의 말은 모두 거짓말 19.08.31 41 0 20쪽
167 6.5장. 종장을 맞이하는, 그 남자는 그렇게 19.08.30 36 0 15쪽
166 6장. 마왕 살해자와 원령들이 함께 하는 밤 (3) 19.08.29 33 0 12쪽
165 6장. 마왕 살해자와 원령들이 함께 하는 밤 (2) 19.08.28 38 0 14쪽
164 인형의 외전. 보내기 싫을 정도로 (5) 19.08.27 39 0 12쪽
163 6장. 마왕 살해자와 원령들이 함께 하는 밤 (1) 19.08.25 37 0 15쪽
162 5장. 새벽이 엄습하는 오솔길, 그 옛날의 폐허가 (9) 19.08.24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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