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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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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7,585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6.2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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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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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대연회(大宴會)-3

DUMMY

"벽운경이라면?"


"백발검귀 벽문천의 아들이 아닌가. 그가 아직도 살아있었다고?"


도진기의 말은 무림맹 내당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주변에서 시작된 작은 술렁거림은 오래가지 않아 한탄과 침음성으로 번졌고 많은 이들이 벽운경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보게, 도 교두. 부상을 입고 절벽에서 떨어진 아이가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에 황 장문인이 벽운경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고?"


입 안에 고인 붉은 피를 한 움큼 뱉어낸 도진기는 눈을 부릅 떠 벽운경을 노려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십 년이 지나도 그때 놈이 보였던 그 흉흉한 눈은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저자는 벽운경 그 망할 놈인게 확실합니다!"


도진기는 '그 망할 놈' 이라는 대목에서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였는지 어느새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조금씩 흘러내린 그의 눈물은 안면에 생긴 부르트고 터진 상처를 지나 피눈물처럼 붉게 물들고 있었다.


자신의 야욕이 한 가문을 파멸로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진기는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그날 자신의 꿈과 야망을 모두 앗아가버린 벽운경에 대한 원한만이 뼈에 사무쳐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벽운경은 무림 공적의 후예로 의심받는 와중에도 자신에 쏠린 관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전보다 더욱 차가운 눈으로 도진기를 내리깔아 흘겨볼 뿐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으윽!"


"끄으응..."


벽운경이 터트린 광소(狂笑)에 적지 않은 이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장내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한 문파의 장로급 인물들이었지만 벽운경이 내보낸 웃음에는 강대한 내공이 담겨 있었기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이들은 이를 가라 앉히는데 심기(心氣)를 소모해야만 했다.


잠시 후 벽운경은 거짓말처럼 웃음을 멈추고는 도진기에게 한발짝 더욱 가까이 다가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했다.


"이봐, 도진기. 너는 나의 사부가 어찌 돌아가셨는지 알지 못하나?"


"그...그건!"


벽운경의 접근에 흠칫 놀란 모습을 보인 도진기는 그가 전해들었던 무선의 최후에 대해 떠올렸다. 무선은 분명 혈마의 후예인 혈인과의 대결 도중 입은 내상이 악화되어 최후를 맞이했다고 했다.


"벽운경이라면 혈마의 후예인 백화장의 후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앞에서 혈마의 이름을 늘어놓다니..."


도진기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벽운경의 눈을 마주하며 차가운 냉골에 떨어진 듯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심정적으로 느껴지기에는 분명 황옥과 벽운경은 동일 인물이었지만 황옥에게는 벽운경이라면 있어야 할 흉터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꾸드드득-


"크어억!"


벽운경의 손이 거칠게 도진기의 목을 조였다. 숨이 막혀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된 도진기의 눈은 점차 초점을 잃고 희게 뒤집어지고 있었다.


"혀...형님!"


"멈추어라!"


파아앙!


도진기의 의식이 완전히 날아가기 직전 어디선가 날아온 강렬한 장공이 벽운경의 손을 덮쳤다. 거기엔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경력이 실려 있었기에 벽운경은 하는 수 없이 도진기를 붙잡은 손에 힘을 풀어 날아온 장공에 대응했다.


벽운경이 장공이 날아온 방향으로 돌아보자 그곳에는 적색 무복을 입은 허연 터럭을 풀어헤친 노인이 소매를 펄럭이고 있었다. 핏발이 오른 눈을 번뜩이며 벽운경을 노려보는 노인을 본 누군가가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적희권(赤豨拳) 갈정(葛貞) 노선배!"


"어린 놈이 공을 세웠더니 방자하기가 정말 이를데가 없구나. 이곳이 어디라고 살행을 일삼으려 드는 것이냐!"


"노선배는 뉘시오."


"흥! 우 가 그놈이 생전에 내 얘기는 하지 않았더냐? 네놈의 말에 따르자면 나는 네 사부와 같은 배분이니 너의 행사에 충분히 관여할 자격이 되렷다!"


정파의 인물답지 않게 붉은 멧돼지(赤豨)라는 별호가 붙은 만큼 갈정은 그 성정이 매우 거칠었다. 정결함을 중시하는 갈정은 깨끗한 의복에 피가 묻는 것이 싫어 붉은 천으로 옷을 지어 입고 다녔지만 세간에 알려지기로는 그의 붉은 무복은 사파의 인물들의 피로 붉게 물든 것이라 전해질만큼 성질이 매우 난폭했다.


갈정은 일찍이 도승문과의 친분이 있는지라 평소 그의 아들인 도진기가 손을 잃고 실의하게 된 것을 크게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차 근래에 도진기가 무림맹에 훈련 교두로서 다시 자리를 잡은 것을 크게 대견스러워하고 있었는데 그가 낭패를 당하자 이를 두고 볼 수만 없었기에 직접 나타나 손을 쓰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갈정의 만류에도 벽운경은 끝내 도진기를 잡은 손을 풀어주지 않고 있었다.


"노선배는 이자가 내게 어떤 모욕을 주었는지 알고 있소?"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면 그만인 것을 어찌 목숨까지 앗으려 드는 것이냐? 경사로운 날 장부가 과음을 하여 실수할 수도 있는 법, 무선 늙은이의 제자가 아니랄까봐 방종하기 제 사부와 다를 데가 없구나!"


"과음으로 인한 실수라..."


스으윽-


벽운경이 손을 뻗자 일 장 거리에 놓인 탁자 위에 술병이 그의 손으로 거짓말처럼 빨려 들어갔다. 술병을 들어올린 벽운경은 단숨에 병 안의 내용물을 모두 들이마셨다. 그가 병을 비우자 그의 손에 들린 술병이 순식간에 불타오르게 되었다.


'허어, 이제 막 약관인 자가 마선의 초식을 모두 받아내었다 하기에 허풍인 줄로만 알았거늘. 어린 놈이 벌써 허공섭물(虛空攝物)에 삼매진화(三昧眞火)라니... 무선 놈, 벽지를 싸고 돌아다니더니 숨어서 이런 괴물을 만들어 놓고 있었구나!'


"이리하면 나 역시 과음으로 인한 실수를 저지른 셈이 되겠군."


불타는 술병을 거꾸로 뒤집어 움켜쥔 벽운경은 그대로 도진기의 머리를 박살낼 기세로 술병을 아래로 내리쳤다.


"히이익! 그만 두..."


"이놈!"


빠각!


도진기의 머리가 박살나기 직전 다급히 날린 갈정의 권풍이 벽운경의 손에 들린 술병을 깨뜨렸다. 결국 벽운경이 휘두른 손에는 술병이 주둥이 부분만이 남게 되었는데 날카롭게 깨진 부분이 그대로 도진기의 오른쪽 뺨에 긴 상흔을 남기게 되었다.


촤아악-


"끄아아악!"


"황옥, 네놈이 기어코 내게 손을 쓰게 만드는구나. 어디 마선에게 통한 수법이 내게도 통하는 지 확인해 보거라!"


갈정은 길게 기른 그의 백발을 휘날리며 성난 기세로 벽운경을 들이받았다. 입가에 비틀린 웃음을 짓던 벽운경은 손에 들린 도진기를 내려 놓고 갈정의 돌진에 정면으로 맞섰다.


어깨와 등을 이용한 갈정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낸 벽운경은 기세를 죽이지 않고 그대로 갈정의 몸을 한바퀴 돌려 방향을 바꿔 세게 밀어냈다. 방향을 잃은 갈정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탁자에 처박히게 되었다.


우당탕탕-


그러나 그의 별호가 말해주듯 갈정은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분노를 가중하여 이전보다 더욱 강한 기세로 벽운경을 몰아쳤다. 갈정의 무공은 특이한 데가 있었는데 제 일 격보다는 제 이 격이, 첫 번째 돌진보다는 두 번째 돌진이 더 강력했다.


갈정의 무공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강력한 돌격 일변도의 공격이었기에 제풀에 지쳐 그가 쓰러지거나 아니면 그 전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동귀어진의 유형이었다. 계속해서 강해지는 갈정의 공격에 벽운경의 얼굴이 점점 짙붉게 물들었는데 이는 그가 연영공 육층 경지의 기운을 끌어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벽운경이 본격적인 연영공의 기운을 쓰자 지칠 줄 모르고 달려드는 갈정이 나가떨어 질때마다 퍽퍽 북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갈정의 피부 또한 그의 무복의 색과 같이 붉게 변하였다.


그것은 급하게 끌어다 쓴 기운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새파란 어린 후배와의 대결에서 조금씩 손해를 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는지는 갈정이 아닌 한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면 두 가지 이유 모두 해당되는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우워어어어!"


마침내 결단을 내린 갈정이 고함을 크게 내지른 뒤 기운을 최대한 끌어내더니 두 주먹을 한데 모아 강하게 내질렀다. 그의 최후의 고절한 수법인 충아양승(衝牙揚昇)이었다. 태산조차 뚫을 강력한 기세 앞에 벽운경 또한 그의 최절초인 낙일포로 마주하였다.


두 강력한 기운이 충돌하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가 일어나려던 차 하나의 그림자가 무서운 속도로 둘의 사이를 파고 들었다.


꽈과아앙-


강렬한 충돌음과 함께 장내에 흙먼지가 일었다. 잠시 후 흙먼지가 가라앉자 두 사람의 형체가 조금씩 드러나게 되었다. 쌍방에 엄청난 기운이 오간 교환이었음에도 두 사람은 모두 멀쩡한 상태였는게 그 이유는 둘의 가운데 서 있는 한 남자가 양손에 쥔 도와 소검을 통해 각각의 공격을 막아주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런 괴인의 등장에 두 사람은 물론 내당 안의 명숙들 모두 놀라던 찰나 익숙한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늦지 않았군. 수고했네, 백관."


백관이라 불린 이립이 약간 넘긴 사내는 무기를 거두고 목소리를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의 인사를 받은 자는 물론 무림맹의 주인, 맹주 심헌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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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급하게 예정에 없던 약속이 생겨서 그만...


내일부터는 꼭 정시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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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사자귀환(死者歸還)-1 22.06.27 132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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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9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3 7 13쪽
66 마선 강림(魔仙 降臨)-4 +2 22.06.18 141 7 10쪽
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1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7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60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5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1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1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9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1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4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70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7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7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4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6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3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6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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