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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7,569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6.14 21:00
조회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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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마선 강림(魔仙 降臨)-1

DUMMY

“저...저자는 마교 교주 월한탁마라다!”


“마선이 어떻게 여기까지 온거지?”


당대의 마교 교주이며 무림 삼선 중 일 인인 마선 월한탁마라가 중원에 나타났다! 이십 년 전에 있었던 일화로만 전해지는 전설이 현신(現身)하자 관객석은 군중들의 동요로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


"소란스럽군..."


월한탁마라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난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마선은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뒤 다시 아래로 가볍게 내렸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경력이 객석 전체를 아우르며 짓눌러 오기 시작했다.


"끄으읍!"


"으윽...내력을 끌어올려라!"


무공을 익힌 사람들은 그나마 기운을 끌어올려 마선의 마기에 대항하였으나 내력이 없는 일반 군중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어 크게 괴로워했다. 다행히 마선의 통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이내 객석 여기 저기에선 참았던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누군가는 타고난 체질이 허약하여 혼절하기도 했고 누구는 치밀어오르는 욕지기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구토를 하고 있었다. 내공이 있는 무림인들은 겉으로는 이들보다는 나아보였지만 오히려 들끓은 기혈을 억제하려 진력을 쏟아야했기에 그들 역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반면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려오는 객석을 바라보며 마선은 꽤나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육 호법!”


“부르셨나이까? 교주 성하(聖下)!”


“이 아이를 잘 보살펴주게.”


“존명!”


월한탁마라의 부름 한 번에 마교에서 좌호법의 자리를 맡은 육제승(陸製承)이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묵빛 장포를 몸에 감은 민머리의 사내를 향해 월한탁마라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 손길에 따라 의식을 잃은 탁미루의 몸이 두둥실 떠올라 그의 품에 안착했다.


‘마선 놈, 내공의 수발이 이제 신위에 다다랐구나!’


월한탁마라의 수법을 감상한 심헌창은 내심 크게 경탄하고 있었지만 무림맹주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무표정을 유지하며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하였다. 반면 월한탁마라의 암경에 내상을 입은 공단은 입가의 피를 훔친 뒤 검을 들어 월한탁마라를 가리키며 호통을 내질렀다.


“마교 교주 월한탁마라, 네놈이 기어코 맹약을 어기고 중원에 발을 들였구나!”


마교의 본거지인 이반파(夷盤巴)에서 무림맹이 위치한 이 곳, 칠곡까지 오기 위해서는 크고 험준한 산맥 세 개와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사막을 건너야 했다. 그 거리는 아무리 중원에 있던 마교의 세작(細作)이 석 달 전 무림맹에 알려진 무선의 비보를 즉시 전달하여 출발했다 치더라도 반 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이는 그들이 무선의 비보를 알기 전부터 일찍 중원 침공을 계획하였다는 뜻이었고 공단은 이점에 주목하여 월한탁마라를 맹비난하였다. 그러나 월한탁마라는 그저 한 차례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것으로 공단을 비웃었다.


“하하핫, 나의 이번 중원행은 그저 개인적인 가정사에서 비롯된 것일 뿐 중원 침공은 생각지도 않았네. 허나 자네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월한탁마라의 눈짓을 알아챈 육제승이 손을 들어 올리자 그와 동시에 관객석에 있던 수백 명의 사람이 일제히 외투를 벗어던졌다. 그러자 외투 안쪽으로 감춰진 묵빛 장포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들의 정체는 바로 마교가 자랑하는 교주 직속의 친위대인 흑랑(黑郞)들이었다.


“...이 자리에서 정마대전(正魔大戰)을 열어도 좋네. 때마침 무선 어르신도 세상에 더는 안 계시니 맹약에 거리낄 것도 없으니 말이야.”


흑랑들의 위력이야 일찍이 백 년 전 있었던 마교의 대침공 때 증명된 바가 있다. 평대원 하나하나가 모두 명문 대파의 장문 제자 수위를 넘나드는 고수들로 그들의 자비 없는 솜씨에 당시 수많은 문파들이 문호를 내리게 되었다.


척- 척- 척-


일제히 검집에서 검을 반쯤 꺼내든 일사불란한 흑랑들의 동작에 비무를 감상하기 위해 비무대를 찾은 군중들과 정파의 무림인들은 무림맹의 대응을 기다리며 숨죽여 침만 삼키고 있었다.


“아이야, 굳이 많은 사람의 피를 볼 필요야 있겠느냐?”


“누군가 했더니 검선이시구려.”


어느새 무대 위로 올라온 호연이 천천히 허릿춤에 걸린 장검을 빼어들었다. 월한탁마라에 비해 왜소한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맹렬한 기세는 마교의 수장인 상대에 못지않았다.


“오늘이야말로 본녀에게 그대의 절기, 혼천태마장(混天太魔掌)을 견식할 기회를 주시게나.”


이십 년 전 무작정 월한탁마라를 먼저 찾아간 무선 때문에 그를 상대할 기회를 놓친 호연이었다. 오랜 아쉬움을 풀 생각에 그녀의 얼굴은 자못 상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상대인 월한탁마라는 흥미가 없다는 듯 그녀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물리쳤다.


“검선, 당신을 생각하면 마음 한 편이 미어지게 아파오곤 하오. 이십 년 전 나는 무선 보다는 그대와 먼저 비무를 했어야 했소. 그랬다면 아직 예기를 잃지 않는 시절의 당신을 상대했을 것을... 이제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의 미련을 상대할 정도로 교주의 이름이 가볍지 않기에 다만 애석할 따름이오.”


“뭐...뭐라? 네 놈의 사특한 입을 내가 가만 놔두지 않겠다!”


“그렇다면 무림맹주는 어떤가?”


얼굴을 붉히며 격노한 호연을 뒤로 하고 심헌창이 드디어 몸을 움직였다. 관객석 높은 곳에 위치한 상석에서 무대로 한 걸음에 뛰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듣지 못한 발소리가 그의 무위를 말로 하는 것을 대신하였다.


직접 검을 맞댄 극소수의 인물을 제외하곤 본신의 무위를 알지 못한다는 신비의 고수 무림맹주가 나서자 많은 이들이 기대에 찬 얼굴을 보였다. 그러나 월한탁마라는 다시금 고개를 저어 심헌창의 청 또한 거절했다.


“자네의 검은 이미 이십 년 전에 질리게 보았네. 그 보잘것 없는 검이 성숙해졌다한들 내겐 별다른 감흥을 줄 거라고는 생각 들지 않네.”


“후후, 이 사람도 싫다 저 사람도 싫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추라는 말이오?”


그러자 월한탁마라는 비무대의 한 켠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 곳에서 내내 한 사람 만을 상대하고 있었네. 이보게, 이만하면 이제 그만하고 일어나게나.”


월한탁마라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비무대회 결승에서 의식을 잃고 패배한 벽운경이 누워 있었다. 그러나 월한탁마라의 말이 있은 뒤에도 벽운경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이에 그는 볼멘소리를 내어 벽운경을 계속해 몰아세웠다.


“자네보다 웃어른들을 세워놓고 언제까지 누워서 맞이할 셈인가. 무선께서 그렇게 가르치진 않으셨을 텐데?”


“그렇게까지 독촉하지 않아도 곧 일어나려고 했소.”


쓰러져있던 벽운경의 몸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턴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멀쩡해 보였기에 상대적으로 이기고도 탈진이 된 두영모와 더욱 비교되어 보였다.


“당신이었군. 비무 내내 내게 살기(殺氣)를 날려 보낸 사람이?”


“호오, 티가 나지 않게 상대의 공격에 맞춰서 드문드문 보냈건만 그것도 구별할 수 있었나?”


“당연한 일이오. 두영모는 아직 당신 정도의 살기를 낼 인물이 못 되니까.”


두영모를 상대하는 도중 벽운경은 몸이 저릿해질 만큼 진득한 살기가 가끔씩 몸에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갑디 차가운 냉골에 빠진 것처럼 뼛속까지 시린 그 살기에 벽운경은 살기의 주인이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을 깨닫고 고의적으로 패배한 뒤 의식을 잃은 척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패배 직후 살기의 주인으로 보이는 월한탁마라가 등장했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만 벽운경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월한탁마라 역시 자신의 계획을 미리 알아차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이오? 황림문의 후인인 나를 쓰러트리는 것으로 지난 과거를 설욕하고 싶은 거요?”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게, 젊은이. 자네의 무공은 당년의 나와 비견될 만 하지만 아직은 함께 천하를 논할 수준은 되지 못하네.”


“꽤나 자신하시는구려.”


“원한다면 내기를 해도 좋네. 자네가 내 십 초를 받아내지 못한다는 데 지난 맹약과 같은 조건을 걸지. 아니 자네가 십 초를 받아내면 나는 다시는 중원에 발을 딛지 않겠네.”


“!!”


지난 수백 년간 이어진 마교의 중원 침공. 그때마다 중원 무림은 그들을 막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고 번번히 피의 강을 흐르게 해야만 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금 피의 역사가 쓰여질 찰나 마교 교주는 조건부로 맹약의 부활을 선언했다. 중원 무림의 안녕이 이제 막 약관을 넘어선 청년의 손에 달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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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사자귀환(死者歸還)-2 +2 22.06.29 189 6 10쪽
70 사자귀환(死者歸還)-1 22.06.27 132 6 10쪽
69 대연회(大宴會)-3 22.06.22 140 5 10쪽
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9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3 7 13쪽
66 마선 강림(魔仙 降臨)-4 +2 22.06.18 140 7 10쪽
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0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60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4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0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0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8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0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69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7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3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5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5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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