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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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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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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83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6.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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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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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9쪽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DUMMY

검을 쥔 호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운경을 마주 보았다. 무림 삼선 중의 한 사람인 자신의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청년의 의연한 모습에 그녀는 내심 감탄하였다.


'어지간한 고수도 내 앞에 서면 위축되기 마련이거늘 담력이 제법이로구나. 허나...'


“굳이 여러 말이 필요있을까? 자네는 본녀에게 그 분의 후인인 것을 증명해 보이게.”


챙-


서슬 퍼런 장검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검집에서 빠져 나왔다. 지난 정사대전에 있었던 한제각과의 승부 이후로 그녀와 직접 검을 맞댄 이가 누가 있었던가. 진검을 꺼내든 호연의 행동에 놀란 나지안이 서둘러 그녀의 행동을 말렸다.


“태사고님! 그저 무공을 확인하면 될일이거늘 굳이 진검을 쓰실 것까진 없지 않겠습니까?”


나지안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호연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저 청년이 정말 연영공을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목검 따위는 순식간에 불타게 될 것이니 오직 진검으로써만 그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심하거라. 오로지 검식만으로 저 청년을 평가할 것이니 네가 염려하는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혹여 대련 중 무명 청년이 사고를 당하여 태사고의 위명에 누가 될까 염려하는 어린 제자를 안심시킨 호연은 마주선 벽운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다시피 이 정도의 조건이라면 자네에게도 나쁘진 않을걸세. 무림의 선배된 자로 어린 무인을 상대하며 전력을 발휘하지 않을테니 자네는 전력을 다해 내게 연영공과 무선의 초식들을 펼치게나. 물론 자네가 진짜 무선의 후인이라면 말이야."


“말씀하신대로 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내 검을 받아보시게. 이것은 회천참운(回天斬雲)이라하는 수법이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연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기척도 없이 사라진 그녀는 어느새 벽운경의 코 앞까지 다가와 손을 가볍게 흔들었고 그러자 그녀의 장검 끝이 수십 개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벽운경이 손을 들어 호연의 공격에 대처하려하자 그녀는 곧바로 손을 아래로 빠르게 내리 그었고 그러자 수십 개의 검영(劍影)이 엄청난 속도로 벽운경의 몸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면에서 바라본 벽운경에게 그것은 마치 검으로 만든 구름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칼날의 폭우였다. 쏟아지는 비에 절로 몸이 젖듯 이 공격을 그대로 허용하게 된다면 피로 몸을 흠뻑 적시게 될 것이 분명했다. 내공 한 톨 싣지 않은 평범한 검식이라 믿기 힘든 강력한 공격 앞에 벽운경은 연영공을 구사해 대처할 수 밖에 없었다.


벽운경이 연영공의 구결대로 내력을 운용하자 그의 몸을 타고 후끈한 열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극양의 기운이 담긴 공력으로 육체를 보호한 벽운경은 다가오는 호연의 검을 향해 숨을 길게 들이켜 마신 뒤 한 호흡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수많은 권격을 내질렀다.


강맹한 권격이 순식간에 검영을 덮어버리고 그 기세를 몰아 호연을 덮쳤다. 안면에 느껴지는 훈훈한 바람과 위력적인 공력이 담긴 공격을 맞이한 호연의 입가엔 외려 미소가 지어졌다.


“연영공의 공력이 담긴 사운비천(瀉雲庇天)!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구나.”


검을 거두어 다시 자세를 취한 호연은 몰아치는 벽운경의 공격을 그저 검을 몇 차례 휘두르는 것 만으로 단번에 흩어 버렸다. 장검을 꼬나쥔 호연은 다음 초식을 예고하며 검을 놀렸다.


“이번엔 하야낙월검(夏夜落月劍)일세. 다양한 변화에서 오는 묘리가 담긴 검식이니 제법 조심해야 할 걸세.”


초식이 만변할 것이란 그녀의 말과 달리 이들의 대련을 감상하는 다른 이들에게 호연의 이번 공격은 단순한 가로 베기로만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검과 직접 마주한 벽운경은 그 단순한 가로 베기 안에 검로의 방향이 언제 어디로 튈 지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담겨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자고로 다변(多變)은 무변(無變)으로 상대하는 법.’


벽운경은 검의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한 지점을 향해 단순한 일 권을 내질렀다. 다만 그 방법이 참 독특했는데 세 네 번으로 끊어 치는 권격이 자연스레 한 번의 권격에 일련의 과정으로 녹아있었다. 하여 그 공격엔 보통 공격의 세 네 배의 힘이 담겨있어 그저 가볍게 받아치려 생각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무선과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낸 호연에게 그것은 무척이나 그리운 수법이었다. 벽운경의 이번 공격은 공력이 담기지 않은 하야낙월검으론 대적할 수가 없기에 그녀는 몰아치는 공세를 거두고 한 발짝 뒤로 성큼 물러섰다. 그리고 이어질 벽운경의 추격을 대비해 방어의 자세를 취했지만 그는 공격을 멈추고 손을 올려 예를 취하고 있었다.


“이만하면 후학을 증명함에 충분히 족할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선배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오랜만에 만난 벗과 해후를 나누는 기분이었건만 어찌 자네는 흥을 깨려 하는가. 만약 이게 전부라면 난 자네를 무선의 후인이라 절대 인정할 수 없네. 본디 삼절분첩(三節分疊)으로 기세에 밀린 상대를 낙일포(落日砲)로 쫓아가는 게 그분의 장기 중 하나였거늘.”


자신이 예측한 연계에서 벗어나 멋대로 손을 거둔 벽운경에게 서운함을 느꼈는지 호연의 투덜거림에는 투정끼가 섞여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벽운경은 가벼운 웃음으로 사죄의 말을 건넸다.


“소인 역시 잘 알고 있는 대목이나 노선배께서는 이 대결에서 절대 내공을 쓰지 않으신다 약조하시지 않았습니까?”


“하, 일전에 지안 그 아이가 일러준 대로군. 아무리 뛰어난 후학이더라도 이렇게 건방지면 귀여운 맛이 안 느껴진다네."


“무례를 용서하시길.”


낙일포라 함은 무선의 수법 가운데 가장 강맹한 공격으로 꼽히는 초식이었다. 방금 전의 공격에서 벽운경이 낙일포를 구사하지 않은 것은 호연에게 이 이후의 공격을 견식하고 싶다면 전력을 다해 값을 치르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하핫! 자네 말이 맞네. 오히려 내가 천하의 무선의 성명절기를 업수이 여겼군. 내 좋은 차로 사죄하겠네. 지안아, 이 분을 안으로 뫼시거라.”


“어어...네! 태사고님.”


그것은 무림의 대선배가 듣기에 무척 오만한 소리였지만 오히려 호연은 납검(納劍)하여 대련을 멈춘 뒤 벽운경을 집무실로 초대했다. 그녀의 초대가 뜻하는 바는 하나. 드디어 천하제일인의 후인이 나타난 것이다.




쪼르륵-


“그래, 그 분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벽운경을 초대한 호연은 정성스레 달인 차를 손수 따르며 그와 무선의 인연에 대해 물어보았다. 벽운경은 실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차마 말할 수 없었기에 자신이 가진 황옥의 신분을 이용해 대강 둘러댔다.


“그래... 고아로 떠돌다 그 분을 만났다라... 이것도 인연인가보군. 우랑(于郞) 역시 고아였으니.”


“우랑? 그분 존함이 우 가(家)셨습니까?”


“아니 자네는 십 년을 모셨다면서 어찌 사부의 존함도 모르는가? 하긴... 그 분이라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지.”


사부의 이름도 모르고 늘 사부로 지칭했던 벽운경에게 무선의 성씨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그는 놀라 호연에 되물었다. 그리고 그런 벽운경의 말을 듣게 된 호연은 오히려 그런 그의 이야기에 도리어 그가 무선의 제자라는 확신이 한층 더 강하게 들었다.


“자네 사부님의 존함은 우 인자 기자, 우인기(于仁己)라고 하네. 참... 자기 제자한테 이름하나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그분은 아직도 철이 제대로 안 든 모양이야.”


“사부님께선...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쾅- 쨍그랑!


“그게 무슨 소린가! 그 사람이 죽다니?”


격분한 호연이 내리친 주먹에 다과상이 차려진 탁자가 단숨에 박살났다.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로 벽운경과 마주한 호연은 얼굴을 잔뜩 붉히며 노성을 터트렸다. 이에 벽운경은 독수산에서 생겼던 일에 대해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무선이 죽었단 그 말을 믿지 못했던 호연이었으나 혈마란 말이 나오고 난 다음부터는 납득하고 체념한 듯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있었다.


“혈마라면 그 분도 어찌하기 어려웠겠지. 그래도 역시 무선 그 사람이야. 결국엔 무림을 다시 한 번 구하고 떠났어. 아니, 자네를 구하다 보니 무림이 구해진 것일지도.”


“영웅이셨습니다.”


“그런 영웅이 목숨을 바쳐 구한 이가 아직까지 연영공 사 층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일세. 어서 진일보해서 사 층 오 층, 그리고 스승님이 도달하셨던 육 층까지 가시게나.”


“외람된 말이지만 사 층의 경지라면 이미 소인의 나이 열 다섯에 이룬 지 오래입니다.”


연영공 사 층을 넘겼다는 벽운경의 말에 호연이 분기탱천하여 다시금 호통을 터트렸다.


“말도 안되는 소리! 사 층의 경지를 이루고나면 수련자의 얼굴은 양기로 인해 구리빛으로 달아오르는 게 연영공의 특징이거늘... 그렇다면 설마?”


“네, 소인의 연영공은 이미 극성(極成)에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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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대연회(大宴會)-3 22.06.22 140 5 10쪽
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9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3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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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1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7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60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5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1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1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9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1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4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70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7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4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6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3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6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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