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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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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7,575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6.02 19:00
조회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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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탐부순재(貪夫殉財)-5

DUMMY

장선재는 큰 고민에 빠졌다.


한나절이면 돌아올 임무를 맡겼던 백 주사가 이틀이 넘어서야 돌아왔고 사정을 듣자하니 그간 청탁해 왔던 배금태를 더 이상 이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거기에 도독부의 수장인 위금호가 그동안 자신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가장 불안하게 만들었다.


“배금태, 이 병신 같은 작자한테 들인 돈이 얼마나 되는데... 그동안 들인 모든 것이 허사가 되버렸군.”


예기치 못한 위기가 찾아오자 불안해진 장선재는 연신 자신의 손톱을 질겅질겅 물어 뜯었다. 배금태처럼 돈에 굶주린 돼지 같은 놈이야 적당히 재물로 배를 불려주면 그만이지만 위금호는 달랐다.


명문가인 태호 위씨 집안 출신이라 재물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데다 한미한 표사 출신의 상인 나부랭이인 자신에 대한 혐오가 기반에 깔려 있기에 그는 가까이 하기 힘든 자였다. 그렇기에 그는 일 인자인 도독이 아니라 이 인자인 배금태를 택했던 것이었다.


“저어...상단주 어르신.”


“골치아파죽겠는데 또 뭐야?”


독이 바짝 오른 장선재의 눈치를 슬슬 보던 정순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정순은 일개 표국이던 해마표국을 상단으로 크게 성장하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해온 장선재의 심복이자 참모였다.


“제게 미련한 계책 하나가 있습니다만...”


“지금 계책을 가릴 형편이 아니니 뭐라도 어서 말해보게.”


“얼마 전 남정욱에게 하신 말씀 덕분에 떠오른 생각입니다만...”


정순이 세운 계책은 바로 정략결혼이었다. 도독의 나이치고 상당히 어린 편인 사십대 중반의 위금호가 대남의 도독으로 오게 된 뒷배에는 대 왕(代 王) 여자환(呂茨環)이 자리잡고 있었다.


여자환, 그는 전대 황제의 손자이자 현 황제의 사촌 동생으로 대남을 포함한 대(代) 지역을 봉지로 하사받은 제후였다. 그의 아버지는 일찍이 현 황제의 아버지와 황태자의 자리를 두고 다툰 여욱(呂旭)으로 그는 황태자 책봉에서 밀려난 후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대(代)의 왕으로 봉해지며 사실상 중앙정권에서 버림받은 처지가 되었고 심지어 장자(長子)인 여자환까지 황궁에 볼모로 남기는 굴욕까지 겪었다.


그러나 대대로 명이 짧은 여씨 황족 중 여든의 나이로 이례적으로 장수한 전 황제는 아들인 황태자보다 오래 살았고 자연적으로 황태손인 여문환(呂問環)이 다음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황궁에 볼모로 잡혀있던 어린 시절의 여자환은 자신과 연배가 비슷한 황태손과 자주 어울렸고 시간이 흘러 장성한 여문환이 황제가 된 후 그의 총애를 받던 여자환은 자연스레 황궁 권력의 중심이 되었다.


이후 여욱이 죽어 대 왕의 자리가 공석이 되자 그 자리를 물려받기 위해 여자환은 원하지 않게 벽지인 대 지방까지 내려오게 되었지만 황제가 총애하는 사촌 형으로서 아직까지도 황궁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허나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여자환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여자였다. 호색(好色)을 넘어 엽색(獵色)의 수준에 달한 그의 여성편력은 황제도 아닌 일개 제후의 신분으로 정실 부인 세 명과 열 명이 넘는 을 두는 정도에 달했다. 그럼에도 아직 만족하지 못한 여자환의 성욕을 채워 환심을 사려 그의 가신들은 지금도 앞 다투어 그에게 진상할 미인들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한다.


위금호 역시 여자환의 가신 출신의 한 사람으로 어여쁜 측실을 바쳐 중앙의 관직을 얻고 지금의 대남 도독 자리까지 오르게 된 사람이다. 그리고 위금호는 대남 도독을 넘어 중앙의 요직에 앉기 위해 실적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선재와 그의 상단은 그야말로 군침이 도는 요릿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정순은 장선재에게 그의 딸 장영을 위금호를 통해 대 왕 여자환에게 바쳐 위기를 모면하자는 것이었다. 위금호는 장영을 여자환에게 바쳐 황궁의 요직으로 영전하고 장선재는 배금태보다 더 윗선의 뒷배를 얻게 되니 상부상조였다. 거기에 혹시나 장영이 여자환의 후계자를 낳게 된다면 왕실의 일원이 되는 법이니 팔자에도 없는 신분 상승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 참 기발한 생각이네! 그런데 위금호가 혹시 이 제안을 거부할 수도 있지 않은가. 백 주사도 간신히 숨만 붙어 왔지 않나.”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겁니다. 배금태가 돈이라면 위금호는 권력에 미친 인간입니다. 이번에 민감하게 군것도 다 그 일환이지요. 정 못미더우시다면 제가 직접 접촉하겠습니다.”


그러나 남정욱에게 장영을 주겠다한 약조가 마음에 걸리는 장선재는 마지막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런 제 주인의 마음을 알아챈 정순은 흔들리는 장선재의 마음을 다잡을 이야기를 꺼냈다.


“남정욱이 문제라면 안심하십시오. 나리의 본의와 상관없이 왕가에서 직접 장영 아가씨를 요구해서 어쩔 수 없었다 둘러대면 제까짓 표사 놈이 별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는다쳐도 맹에 보낸 전갈이 당도하고 이 주일 남짓이면 맹에서 파견한 고수들이 도착해 놈들을 정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요."


“그래! 그러면 되겠군. 어서 서두르게. 하지만 이 일은 절대 다른 이들에겐 입 밖으로 내면 안될 것이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즉시 실행하지요.”


대화를 마친 정순은 서둘러 소수의 사람을 이끌고 도독부로 향하였다. 어느새 장선재의 얼굴엔 일전의 찌푸린 표정은 온 데 간 데 없이 입이 찢어질 듯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딸을 시집 보내려 하는 아비가 아닌 물건을 덤터기 씌워 비싼 값으로 팔아치운 상인의 미소였다.




이틀 전 장선재와 대화를 마친 남정욱은 아직 의리와 배신의 갈림길에서 홀로 갈등하고 있었다.


'내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다고야 말했지만 사실 만난 지 일 년이 될까 말까한 쌩판 남이지 않은가. 비록 홧김에 한 말이긴 하지만 쌈박질 한 번에 인생을 저당 잡힐 것까진 없지.'


하지만 벽운경의 사연을 생각해보면 또 마음이 한 없이 약해졌다. 일전에 넌지시 전해들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남정욱은 분통을 터트렸고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며 복수를 함께 완수하기로 호언장담했던 그였다.


허나 몇 번을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장선재지만 또 아무런 죄가 없는 장영 아가씨가 그 복수의 희생양이 되어 겪을 고초를 생각하니 하루에 몇 번이고 결정이 번복되었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있나.”


“아, 형님이구려.”


답지 않게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의 남정욱을 본 벽운경은 의아한 기색이었다. 그러자 남정욱이 민망한 지 턱을 만지작 거리며 장영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냥...장영 아가씨 말이오.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이제 꽤나 고생을 치르게 될 텐데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해서...”


“쓸 데 없는 걱정을...혹시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가?”


“에이...그런건 아니고...”


정곡을 찔린 남정욱은 얼굴을 붉히더니 손사래를 쳐 자신의 감정을 적극 부인하였다. 그러나 내심 마음에 걸리는 지 말을 얼버무리는 모양이었다.


“쩝. 예쁜 여자가 눈물을 흘리면 마음이 약해져서.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되는데 쉽지 않소.”


“훗, 별 걱정을. 걱정하지 말게. 장영과 같은 무고한 이들에게는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지. 적어도 나는 그들과 다르니깐.”


“그럼 안심이오.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구만. 고맙소, 형님.”


원하는 답을 얻어낸 남정욱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한편 최악의 상황이 오면 살인멸구(殺人滅口)를 할 결심까지 했던 벽운경은 은밀히 운용한 연영공의 구결을 멈추었다. 전력을 발휘한 벽운경에게 남정욱 하나 정도 제거하는 것은 아무런 무리가 없었지만 그는 계획의 변수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남정욱이 떠난 자리에 남은 벽운경이 밤 연못에 비친 달을 보며 이후의 계획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중 가녀린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달을 좋아하시나요?”


“장영 낭자.”


시녀를 대동해 밤 나들이를 나온 장영이 벽운경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가볍게 목례를 하여 대꾸한 벽운경에게 장영이 소매깃을 들어 입가를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소녀가 황 표사님의 사색을 방해한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되네요.”


“염려할 것 없소. 이제 곧 들어가려고 한 참이었으니.”


“...”


“...?”



그저 바라만 보고만 있을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장영의 모습에 벽운경은 싱겁다는 듯 한 차례 고개를 기울인 뒤 손을 올려 작별인사를 고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소.”


“아아...네. 그럼.”


벽운경이 사라진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는 장영에게 옆에 있던 시녀가 그녀에게 곧바로 핀잔을 주었다.


“ ‘달을 좋아하시나요?’ 라니...참나, 아가씨! 말을 걸었으면 계속 대화를 이어가셔야죠. 이래서는 그냥 달을 좋아하나 궁금한 사람이 돼버리잖아요.”


“어떡하니. 그분이 내 눈을 바라보시니 아무런 말이 안 나오는 걸...”


“어휴...답답해. 이러다 다른 사람이 채가도 나는 몰라요.”


얼굴을 붉히며 아련한 눈빛으로 고개를 떨군 장영의 모습에 시녀는 답답한 가슴을 두들겨 투덜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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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대연회(大宴會)-3 22.06.22 140 5 10쪽
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9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3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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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0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60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5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1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0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8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1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70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7 6 9쪽
»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4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6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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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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