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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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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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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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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8,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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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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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DUMMY

무림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고수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들 중 자신있게 자신의 무공이 극성에 다다랐다 말한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물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극성이란 단어 자체가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 할지라도 감당해내기 힘든 의미였기 때문이다.


뛰어난 무공일수록 그 최종 단계의 경지는 상상의 영역에 속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은 구름에 가린 산의 정상을 그려내는 행위와 비슷하다. 확실하게 보이는 산 아래 부분의 형체를 따라 구름에 가려 어렴풋이 보이는 정상의 윤곽을 상상하여 그려내는 것처럼 무공 또한 그러했다. 때문에 내로라하는 이름난 명문대파의 개파 조사나 경천동지할 무공의 창시자들 역시 자신이 작성한 비급의 마지막 단계를 직접 이룬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무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영공 육 층의 경지에 다다른 것 만으로도 그는 천하제일인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 무선이 이십 년을 밤낮으로 무공에 매진했음에도 그는 끝내 연영공에 존재하는 이론상 마지막 경지인 칠 층의 계단을 밟지 못하였다.


무선의 직전 제자인 벽운경의 말이 의미하는 바는 현재 자신의 무위가 소싯적 제 스승을 뛰어넘었다는 말과 다름 없었다. 이에 호연은 기가 막혀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아이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내 너를 보건데 비록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만 함부로 청출어람을 논할 바는 아니라 생각한다만."


“어찌 후학이 하늘 같은 스승님을 넘겠습니까? 저는 그저 그분이 말씀하신 칠 층의 경지를 이룩했을 뿐입니다.”


벽운경의 말은 일견 말장난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호연은 수련과정에서 심득(心得)을 먼저 얻은 이들을 떠올렸다. 깨우친 심득을 완전히 체화하여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이 비로소 무공의 상승을 이루었다 하는데 벽운경의 말이 맞다면 그는 지금 그 과정에 놓인 것이 분명했다.


“그래, 네 스승의 숙원이었던 칠 층 경지에 다다르니 어떠하더냐? 육 층의 경지와는 어떠한 차이를 느꼈느냐?”


“상시 몸 안에 감도는 뜨거운 열기가 사라졌고 평소보다 기운을 끌어올리는 게 배로 수월해졌습니다. 그런 점을 제하곤 육층에 비해 그렇게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아쉽구나. 네 스승이 내게 한 말에 의하면 칠 층의 경지란 고작 그 정도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하늘을 날고 너른 강도 삽시간에 마르게 하는 신화경(神話境)의 이야기를 바란건 아니지만 무선이 일찍이 그녀에게 말한 탈인입선(脫人入仙)의 과정이라는 칠 층의 경지는 고작 그 정도의 변화일리는 없었다.


"자네가 얻은 심득이 혹여 가짜일 경우 심마(心魔)에 빠져 위험한 길이 열릴지 모르네. 그러니 무도(武道)에 대해 논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이 노납을 찾아오게나. 언제든 반갑게 맞이해 주겠네."


"명심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내 맹주에게 일러 숙소를 내줄 터이니 당분간은 그 곳에서 머물도록 하거라.”


“그럼 또 찾아 뵙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벽운경이 집무실을 떠나자 방 안에 남은 호연은 땅이 꺼질 세라 큰 한숨을 쉬었다. 오랜 동반자인 친우를 잃은 호연이 실의에 빠질까 걱정이 된 나지안은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태사고님, 괜찮으신지요?”


“걱정말거라. 이 나이가 되면 친구를 잃는 일은 익숙해지는 법이다. 그나저나 큰 걱정이로구나. 그 분이 돌아가신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이 자신에게 건 금제(禁制)가 풀리게 될텐데...”


“그 사람이라면? 설마!”


영리한 나지안은 금세 호연이 말한 상대가 누구인 지 재빨리 알아차렸다. 마선 (魔仙) 월한탁마라(月韓濁魔羅). 마교의 교주이자 무선과 동수를 이룬 유일한 인물. 이십 년 전 소교주 시절에 이미 최고의 고수의 이름을 얻은 그의 경지가 지금은 어떠할 지 나지안은 생각만으로도 몸을 절로 떨었다.


“비록 마도(魔道)를 걷는 사람이기는 하나 신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기에 지난 이십 년간 강호가 평안했거늘 이제 무림은 큰 혈겁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태사고님...”


“자리를 비켜다오. 잠시 혼자 있고 싶구나.”


나지안은 상심에 잠긴 호연이 염려되는지 방을 나서면서도 그녀에게 끝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집무실에 홀로 남겨진 호연은 가만히 눈을 감고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의 어깨 위로 가벼운 흔들림이 일고 있었다.




“참 얄궂은 소리지만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비로소 그 노인도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군.”


“맹주...”


무선의 후인이 전한 비보에 심헌창은 비통한 심정을 차마 감추지 못했다. 낯선 그의 모습에 그와 함께 해온 흑백쌍로와 공단은 아무런 말도 건넬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리 죽었다는 게 속이 시원한 기분도 들기도 하오. 그때 나를 후인으로 삼았었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가진 않았을 테니까.”


“...”


한 때 무선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 그를 추종한 수많은 후기지수 중 하나였던 심헌창은 무선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자신이 아니라면 아무도 될 수 없을 것이었던 그의 후인의 출현에 시기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곧 그는 감정을 가다듬어 다시 무림맹주 심헌창으로 돌아왔고 이후의 사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혈마도 혈마지만 당장엔 눈 앞의 마선이 걱정이군. 금제가 풀린 놈과 놈의 마군(魔軍)들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무림에 첫 출도한 서른 살 애송이 시절에도 적수를 찾지 못한 그인데 말이야.”


“그분의 부고를 단단히 감추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생전에도 아무도 생사를 알수 없는 사람이 아니셨습니까?”


무선의 죽음을 극비로 해두자는 공단의 의견을 심헌창이 코웃음을 치며 묵살했다.


“흥! 직접 중원 무림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 보이지 않는 그의 눈과 귀들이 중원, 아니 이 무림맹 안에 수두룩하네. 아무리 몇 겹으로 꽁꽁 싸매 감추어도 그 분의 죽음은 반드시 그에게 전해질게야. 지금은 숨기기보단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네.”


그러자 투실투실한 몸을 뒤뚱거리며 앞으로 나선 백동이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 그 애새끼의 입을 틀어 막읍시다. 애시당초 저 놈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을 이야기였소!”


“이 미친 늙은이야! 지금 무선의 후인을 살인멸구하자는 소리야? 이 노인네가 허구헌날 과자를 처먹더니 뇌에도 살이 쪘나 어찌 그런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거야!”


“이 불에 타다 반만 남은 놈이! 입을 막자는 게 무조건 죽이자는 소리야? 돈을 쥐어준다는지 직책을 주어 맹 밖으로 나돌지 못하게 한다던지 방법은 여러 개가 있을 거 아니냐!”


“쌍로 두 분 모두 진정하시지요. 맹주의 앞입니다.”


나이도 잊고 언제나처럼 서로를 잡아먹을 듯 옥신각신하는 흑백쌍로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공단이 맹주의 위엄을 빌려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심헌창은 도움이 되지 않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공단에게 난관을 타파하기 위한 도움을 구했다.


“부맹주께서는 이 사태에 대해 묘안이 있소?”


“모략이라 할 것도 못되는 미력한 꾀이지만 예로부터 이열치열(以熱治熱) 이한치한(以寒治寒) 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계속 해보시오.”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어나가는 공단에게 심헌창은 흥미가 동하여 손짓하며 말을 재촉했다.


“월한탁마라(月韓濁魔羅)가 별다른 혈겁 하나 없이 마선의 칭호를 얻어내 명성을 얻은 연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립의 나이에 무한비무행을 통해 그 이름을 떨친 까닭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도 그에 필적할 새로운 마선을 만들어 마교의 출현을 견제하면 됩니다.”


“아니 마선이 무슨 공방에서 댓 자루씩 찍어 나오는 돼지 잡는 칼인지 아시오? 그게 마음대로..”


“쉿! 이 영감아 조용히 좀 해봐...”


“부맹주는 영웅대회를 개최하자는 소리군.”


심헌창은 곧장 공단이 말하려는 계책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그러자 공단은 빙긋 웃어 심헌창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네, 각 명문 정파에서 색출한 서른 살 전후의 청년 고수들을 모아 비무전(比武戰)을 열고 그 우승자를 강호에 이름난 고수와 공개적으로 비무를 시키는 겁니다. 물론 그 비무의 승자는 청년 고수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그에게 쓰러질 고수는 누구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무림맹 부맹주의 이름이라면 승자를 드높이는 데 부족하지는 않겠지요.”


심헌창은 오욕의 자리를 자처한 공단에게 손을 높이 올려 감사의 예를 표했다.


“부맹주는 강호의 영웅이오. 이 심 모는, 오늘 공 대협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겠소.”


“모든 것은 강호의 안녕을 위해서!”


아홉 평 남짓한 작은 방 안, 조작된 새 무림의 미래가 태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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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사자귀환(死者歸還)-1 22.06.27 132 6 10쪽
69 대연회(大宴會)-3 22.06.22 140 5 10쪽
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9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2 7 13쪽
66 마선 강림(魔仙 降臨)-4 +2 22.06.18 140 7 10쪽
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0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59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4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0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0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8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0 5 11쪽
»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5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69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6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3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5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5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5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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