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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7,584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6.04 08:01
조회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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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7쪽

무림맹행(武林盟行)

DUMMY

와글와글-


한낮의 훗훗한 날씨에 더위를 피하려 모인 손님들로 객잔 안이 바글거렸다. 수많은 인파에 장내가 혼잡스런 가운데 두 명의 사내가 새로이 들어왔다. 이 중 한 사내는 접객에 한창 정신이 없어 보이는 점소이를 불러 자리의 안내를 요구했다.


“이보게, 점소이. 여섯 명이 앉을 자리가 있나?”


“넵! 잠시만 기다리십쇼. 어디 보자... 자리가 하나 있긴 한데 거기는 사 인석이라...”


“흠. 어떻게 안되겠나?”


사내의 요구에 머리를 긁으며 생각하던 점소이는 묘안이 떠올랐는 지 쥔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쳤다.


“아! 방금 오신 지 얼마 되지 않는 손님 가운데 육 인석에 혼자 앉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한 번 자리를 양보하실 수 있나 여쭤드려 보겠습니다.”


“아닐세. 결례를 끼치는 건 이쪽이니 내가 직접 가서 말해보겠네.”


손을 들어 점소이를 제지한 사내는 자리를 교환하기 위해 점소이가 지시한 방향으로 향했다.객점의 중앙에 위치한 그곳에는 여섯 명이 식사를 하기에 적당한 탁자가 놓여있었다. 자리에 혼자 앉아 땀을 식히기 위해 손 부채질을 하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 사내는 그에게 공손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소형제, 잠시 실례해도 괜찮겠습니까?”


“뭐요?”


퉁명스러운 남자의 대꾸에 사내는 잠시 흠칫 했으나 이내 다시 예의를 갖춰 자리를 바꿔줄 의향이 있나 물어보았다.


“제 일행의 인원이 여섯 명인데 배정받은 자리가 사 인석인지라 자리가 좀 협소합니다. 마침 소형제가 앉으신 자리가 육 인석이니 혹여 일행이 적으시다면 아량을 베풀어 자리를 바꿔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육 인석을 차지한 남자는 객잔을 빙 둘러보아 사내가 배정받은 탁자를 찾기 시작했다. 구석 그늘진 곳에 위치한 비어있는 탁자는 여러모로 그가 현재 앉은 자리와 비교가 되는 까닭에 남자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일 없소.”


“안되겠습니까? 바꿔만 주신다면 기꺼이 사례를...”


정중한 사내의 부탁이 계속되자 남자는 결국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양보를 하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그때였다.


팅-


핑그르르르


남자의 탁자 위로 희고 반짝이는 물체가 튀어 올랐다. 형체를 알아 보기 힘들게 한참을 요동치다 움직임을 멈춘 그것은 바로 은자 한 냥이었.


“자릿값으론 차고도 넘칠 것이니 어서 비켜주시구려.”


“봉 형!”


객잔에 들어온 두 사람의 정체는 육신성의 일원인 사공부와 봉태산이었다. 백발검귀와의 혈전 이후 몸을 정양해 온 이들은 무림맹 본부가 위치한 칠곡으로 향하고 있던 중 더위를 피해 잠시 몸을 쉬러 온 것이었다.


간만에 인심을 베풀어 자리를 양보하려던 찰나 생각지도 않은 모욕을 당한 남정욱은 살짝 들었던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였다. 탁자 위의 은자를 노려보던 남정욱이 혼잣말을 내뱉었는데 다만 그 소리의 크기가 객잔 내에 다른 이들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거 부모가 애새끼한테 좋은 거 가르쳤구만.”


“뭐... 애새끼? 내 이놈을 당장!”


“봉 형 참으시오!”


소란을 막기 위해 제지한 사공부를 단숨에 뿌리친 봉태산은 손을 뻗어 자리에 앉은 남정욱의 목을 움켜쥐려 하였다. 그런 봉태산의 우악스러운 손길을 상체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가볍게 피해낸 남정욱은 무방비 상태인 봉태산의 머리를 잡아채 탁자에 처박았다.


빠지직-


나무가 부러지는 우지끈 소리와 동시에 봉태산의 머리를 처박은 탁자는 보기 좋게 반으로 쪼개졌다. 바닥에 널부러진 봉태산을 빈정대며 남정욱이 말했다.


“이젠 이쪽에서 돈을 주고서라도 바꾸고 싶어졌는데?”


“이 개자식이!”


상대방이 무림인인 줄 모르고 방심한 나머지 호되게 역으로 당한 봉태산은 분노를 못 이기고 허리춤에 있는 장검 쪽으로 손을 옮겼다.


“이봐, 거기까지. 검을 빼어들면 나도 그냥저냥 넘어갈 수 없어.”


코에 피를 줄줄 흘리며 발검할 준비를 마친 봉태산과 맞서는 남정욱 또한 자신의 무기인 사락만에 손을 얹었다. 누가 먼저 손을 쓸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어느새 객잔 안의 손님들은 두 사람을 가운데에 두고 둘러싸 웅성거리고 있었다.


평생 가도 한 번 볼까 말까한 무림인들의 결투에 장내의 분위기가 절정으로 달아오른 순간 정문 방향에서 나머지 육신성들이 들어왔다.


“태석 대형! 봉 형 좀 말려보시오.”


사공부의 외침에 인파를 헤치며 성큼성큼 걸어온 봉태석은 검을 쥐고 상대를 노려보는 봉태산을 제지하며 물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몰골은 또 그게 뭐고.”


“저자가 우리 부모님과 나를 욕했소. 가문을 욕보이고도 이대로 그냥 보낼 순 없소.”


“뭐? 그게 사실이더냐?”


명문 세가의 자제로서 가문에 대한 모욕은 쉽게 넘어 갈 수 있는 사한이 아니었다. 그러나 목숨이 두 개가 아니고서야 천하의 봉씨 세가를 모욕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필경 여기엔 사정이 있을 거라 여긴 봉태석이 몸을 돌려 남정욱에게 포권으로 예를 표했다.


“본인은 봉씨 세가의 소가주 봉태석이라 하오. 형장께서는 이 상황에 대해서 말해주실 수 있겠소?”


“우왓! 저 자는 육신성 봉태석이닷!”


“그럼 저 쪽은 두씨 세가의 두영모인가?”


“뒤에 저 선녀 같은 여인들은 대성의 나지안과 무림맹 공완정이겠군.”


육신성의 등장에 장내의 인파들의 아우성은 한층 더 커져나갔다. 왁자지껄한 소음에 바로 옆에 있는 이와 대화하기도 힘든 와중에도 몇몇 이들의 대화가 봉태산의 귀에 들어왔다.


“저기...봉태석에게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건 지금 얻어맞은 저 사람도 육신성의 일원인 봉태산이라는 거 아냐? 육신성이라면서 맞고 다니는 게 말이 되나?"


“사람들 말에 따르면 원래 오신성인데 봉태석이 동생 체면 살려주겠다고 여섯 명으로 늘린 거라고 하던데. 그래서 육신성 중 그의 무공이 제일 약하다고 하더군.”


‘네 놈들 또한 가만두지 않겠다.’


울고 싶은 놈 뺨 때려준다고 봉태산의 살의는 귓전으로 들린 근거 없는 괴소문을 퍼트리는 군중들에 의해 더욱 치솟아 오르게 되었다.


한편 예를 갖춰 통성명을 시작한 봉태석의 물음에 남정욱 또한 그에 상응하는 예를 갖춰 대답하였다.


“남정욱이라 하오.”


“고강한 무공에 비해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구려. 실례지만 형장의 사문과 사부되시는 분의 성함이 어찌되시오?”


“그런 건 왜 묻는 거요?”


남정욱은 사문도, 하물며 무공을 전수한 사부의 이름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흠씬 두들겨 패고 감금한 뒤 무공을 전수하고는 훌쩍 떠났으니. 그렇기에 남정욱은 사문과 관련된 이야기가 되면 한 없이 작아지는 열등감을 지니고 있었다.


“내 동생 태산이 비록 용렬한 구석이 있으나 가문의 무예를 전수받아 제법 쓸 만한 무공을 가지고 있소. 형장 또한 비록 도를 뽑지 않았지만 기세에 고절(高絶)한 기운이 느껴지니 궁금해서 여쭈어 보는 바요.”


자신의 기도를 치켜세워 올려 주는 봉태석의 칭찬에도 남정욱은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할 수는 없는 법이기에. 결국 그는 우물쭈물 거리며 들릴 듯 말 듯 작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오... 사부는 내게 사문과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소.”


“허어?”


아무리 봉태산이 성미가 급하고 무공이 자신보다 떨어진다쳐도 무명 소졸 따위에게 이런 모욕을 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서 봉태석은 상대를 극구 칭찬해 가치를 끌어올려 모욕당한 봉태산의 체면을 무마시켜주려 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사문도 모르는 이른바 근본 없는 무인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잡놈한테 치욕을 당하다니... 가문의 망신이로다.’


그러나 봉태석의 염려와 달리 장내의 분위기는 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생각 이상으로 사람은 이름에 더 약했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 사문도 없는 놈이 육신성한테 덤빈거야? 무슨 배짱으로 일을 치른 거지?”


“내 말이... 강호 출도 초행인 놈이 뭣 모르고 날뛴 것 같은데 초상 치르게 생겼구만.”


군중들은 어느새 육신성의 입장이 되어 남정욱에 대한 염려를 가장한 비난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둘러싸인 남정욱은 아직 도를 뽑아보지도 못했건만 압박감에 점차 자신을 잃어갔다. 반면에 봉태석은 이젠 여유마저 느껴지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지긋이 바라보는 눈빛으로 계속 답변을 갈구했다.


그러던 와중 난색을 보이는 남정욱을 구원하는 한 음성이 들려왔다.


“역하군. 코가 썩어버릴 것 같아.”


육신성의 행차에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 목소리에게 군중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고 곧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주인공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형님!”


“자리를 맡으라 먼저 보냈더니 또 말썽을 일으키고 있었나?”


얼핏 보아도 자신보다 어린 사내에게 형이라 부르며 반기는 남정욱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이상해 보였고 그것은 봉태석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강호의 의형제는 나이가 아닌 여러 부차적인 이유로 정해지긴 했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상대의 외모였다.


자신도 외모라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준수함을 자랑했으나 상대는 그야말로 남자에겐 위압을 그리고 여자에겐 설렘을 안기는 화사한 옥안(玉顔)이었다. 허나 봉태석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포권으로 예를 갖추어 물었다.


“남 형과 동행이신가보오. 실례지만 형장께서는...”


“아? 나에게도 같은 걸 물어보는 거요? 황옥이라 하오. 그리고 나도 내 의제(義弟)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사부님의 존함은 알지 못하오.”


‘끼리끼리 어울리는군.’


근본 없는 이들끼리 서로 어울려 저들의 모자람을 서로 위로하는 모습은 보기 흔한 일이기에 봉태석은 그저 속으로 비웃었다.


“하지만 나는 내 사문과 사부님의 별호는 알고 있소. 사문은 황림파(黃林派)이며 무공은 일자전승(一者傳承)으로 내려오는 연영공(然影功)이오. 사부님의 별호는...”


벽운경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군중들 사이에서 외마디 탄성과 함께 큰 소리가 터져나왔다.


“앗! 황림파에 연영공이라면 무선(武仙)이잖아!”


“자기가 무선의 후인이라고?”


“저...저거 완전 미친놈이 아닌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아니야. 잘 생각해보면 그러니 더욱 진짜일 수도 있지 않은가?”


강호에 나와 주유를 하며 일어나는 충돌에 어지간히 이름이 알려진 독립 문파의 고수를 사부로 사칭하는 이는 적지 않다. 허나 세상에 어느 미친 사람이 당대 무림 천하제일인의 이름을 도용하려 들겠는가? 그렇기에 군중의 일부는 벽운경의 말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믿게 되었다.


“...귀하는 당신의 말에 책임질 수 있소?”


“원한다면...”


벽운경은 가볍게 발을 굴러 부서진 탁자의 나무 조각을 허공에 띄워 올렸다. 그리고 어깨 높이까지 올라온 팔뚝만한 나무 조각을 쥐고는 연영공을 가볍게 운용했다.


“...얼마든지!”


극양의 기공 중 천하제일이라는 연영공답게 나무 조각은 삽시간에 까만 재로 산화하였다. 그 모습에 봉태석은 충격을 숨기지 못하고 움찔거리게 되었다.


내공을 이용해 물건을 태우는 삼매진화(三昧眞火)의 수법은 비단 연영공이 아닌 다른 양기공(陽氣功)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앳된 약관의 나이에 삼매진화의 수법을 쓸 수 있는 절정고수라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충분히 무선의 후인을 자처할 만 했다.


한편 별것도 아닌 잔재주라는 듯 손에 묻은 재를 털어낸 벽운경은 봉태석을 흘겨보며 말했다.


“사부께선 늘 말하셨지. 정파는 떼로 몰려다니며 가문과 문파를 들먹이는 협잡배 같은 놈들이라고. 내 그말을 오늘에야 확인하는군.”


“개소리! 무선께선 정파의 큰 어른이시거늘 그런 말을 하실 리 없다!”


“세상에 나보다 그 분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군.”


“이...이이...”


모든 정파인들의 우상인 무선이 정파를 낮잡아 멸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에 봉태산이 분개하여 소리쳤지만 이어진 벽운경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애초에 무선은 자신을 정파의 인물이라 자처한 적이 없었다. 단지 검선을 비롯한 정파의 인물들과 교류가 많았을 뿐 무선은 정사를 가리지 않은 중도의 인물이었다.


“삼매진화가 당신이 무선님의 후인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증거가 되나요?”


“믿고 싶지 않으면 그러지 않아도 되오.”


“연영공은 극양의 기공으로 수련자는 그 열기에 의해 짙은 구릿빛 피부를 띠는 특성이 있어요. 그렇게 보기엔 당신의 피부는 너무 하얗군요.”


태사고인 검선에게 무선의 이야기를 질리도록 들은 나지안이었다. 그렇기에 벽운경의 무위에 기세가 눌린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는 벽운경이 무선의 후인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벽운경은 확신에 가득 찬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는 나지안을 비웃으며 말했다.


“연영공으로 인해 짙어진 피부는 다시 돌아올 수 방법이 있소. 그리고 난 그걸 굳이 말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고.”


“다...당신이 설마... 아니, 당신은 그저 미친 사람이군요!”


연영공의 양기를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 바로 전설상의 경지인 연영공 칠 층에 도달하는 것 뿐 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인즉슨 자신이 스승인 무선을 뛰어넘었다는 소리이며 현 천하제일인이나 다름없다는 광오한 소리였다.


새하얗게 질린 나지안을 뒤로하고 일행의 수장인 두영모가 앞으로 나섰다.


“일행의 수장의 자리를 맡은 두 모라고 하오.”


“무림 제일 신성 두영모다!”


당대 정파 무림의 최대 기린아이자 언젠가 반드시 무림 맹주의 자리에 오를 거라 주목받는 두영모의 등장에 장내가 다시금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허나 두영모는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벽운경을 마주보았다.


“우리는 무림맹의 명을 받아 움직이는 입장으로 불필요한 충돌은 원하지 않소.”


“나도 시끄러운 건 원하지 않소.”


“허나 진위를 떠나 무림의 거목인 무선 어른의 후인을 자칭한 것은 가벼이 넘길 사안은 아니오. 하여..”


“...”


“무림맹으로의 동행을 요청하는 바요. 마침 우리도 백발검귀 벽문천의 보고로 맹에 가는 길이니 그곳에서 검선 어르신을 뵙고 증명하시오.”


“...방금 뭐라 했소?


십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처음으로 듣게 된 부친 벽문천의 이름에 벽운경의 심경이 크게 진동하였다. 그러나 벽운경의 그 반응이 벽문천이 아닌 검선의 위명 때문이라 생각한 두영모는 잘 걸렸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백검선녀 호연 선배님 말이오. 현 무림에 그분보다 무선 어르신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 분은 없으니 말이오. 만일 형장이 꺼릴 것이 없다면 우리와 함께 갑시다.”


“...”


두영모의 권유에도 벽운경은 한참을 말없이 서있었다. 이에 벽운경이 사기가 탄로나 충격에 빠졌다 생각한 두영모가 출수를 준비할 찰나 그의 입이 열렸다.


“먼저 가시오. 내 따로 갈 터이니...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요.”


“우리가 그걸 어떻게 믿...”


턱-


의심을 거두지 않은 두영모에게 벽운경은 자신의 등에 메고 있던 행낭을 던졌다. 그리 크지 않은 행낭이었건만 가볍지 않은 무게에 두영모의 몸이 잠시 흔들렸다.


“이게 무슨...”


“은자 이천 오백 냥이오.”


“뭐...뭐요?”


엄청난 거금이 들었단 소리에 놀란 두영모는 얼른 행낭을 열어 펼쳤고 그 안에는 엄청난 양의 은원보(銀元寶)가 가득 들어있었다.


“곧 찾으러 갈 터이니 맡아 두시오. 만일 내 말이 거짓이라 쳐도 농 한번 치르기엔 충분한 값 일거요.”


“음...이 두영모와 두씨 세가의 이름을 걸고 이 행낭의 물건들에게는 아무런 변고가 없을 것을 약속드리는 바요. 그럼!”


포권과 함께 발을 돌린 두영모는 자신의 안주머니를 뒤져 돈이 담긴 전낭을 꺼내 점소이에 건네주었다.


“은자 오십 냥이오. 부서진 탁자 값과 물의를 일으켜 장사를 방해한 것에 사과드리는 바요. 남는 돈으로는 민폐를 끼친 다른 손님들 상에 좋은 술 한 병씩 돌리도록 하시오.”


“여..여부가 있겠습니까! 살펴가십시오, 대협.”


먼저 나간 두영모를 따라 나머지 육신성 일행 또한 객잔을 떠났다. 돈벼락을 맞게 된 점소이는 머리가 땅에 닿을세라 허리를 굽혀 몇 번이고 떠나는 두영모를 배웅했다.


적잖은 충격을 받은 벽운경 또한 객잔을 나와 근처에 나무 그늘 아래 한참을 서있었다. 그런 그에게 남정욱이 다가와 볼멘 소리를 꺼냈다.


“아니, 형님. 은자 이천 냥이 애들 돈도 아니고 저자를 어찌 믿고 그 큰 돈을 준단 말이오...”


“아버지가...살아계신다.”


“혹시 이름을 사칭하는 무뢰배일수도 있지 않소?”


“확인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계획을 바꾸자. 우리는 칠곡, 무림맹으로 간다.”


사부를 떠나보낸 이후 생기를 잃어버린 벽운경의 눈에 희망이라는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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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사자귀환(死者歸還)-1 22.06.27 132 6 10쪽
69 대연회(大宴會)-3 22.06.22 140 5 10쪽
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9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3 7 13쪽
66 마선 강림(魔仙 降臨)-4 +2 22.06.18 141 7 10쪽
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1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7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60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5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1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1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9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1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4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70 6 13쪽
»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7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7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4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6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3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6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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