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7,571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6.12 21:41
조회
144
추천
7
글자
9쪽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DUMMY

“내가 졌소.”


“이 대결의 승자는...”




두영모는 다가올 봉태석과의 비무에서 반드시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수 년 전에 있었던 그와의 첫 비무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아슬하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때와 달랐다.


봉태석 역시 당시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두었지만 그것은 자신의 성장세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해 보였다. 애초에 두영모 자신이었더라면 아무리 방심했다쳐도 공완정과의 비무에서 절대로 부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내 의방에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봉태석이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봉태석은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동여매놓은 붕대가 옷에 스치는 게 거슬렸는지 치료한 어깨 쪽 상의를 열어놓은 상태였다. 새하얀 붕대 위로 붉은 핏자국이 옅게 번져있는 것이 그가 입은 상처는 결코 얕지 않음을 알리고 있었다.


“봉 형, 상처를 내보인다 하여 내 마음이 약해질 것이란 생각은 마시오.”


“전혀 개의치 말게. 비록 내 잘못으로 상처를 입긴 했으나 아직 이 손으로는 검을 쓰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봉태석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이 상처 입은 오른팔로 검을 쥐고는 아무렇지 않게 위 아래로 크게 흔들어 보였다. 허나 여유롭게 미소를 띤 표정과 달리 이마에 새하얗게 핏기가 가신 창백한 그의 얼굴은 두영모의 마음을 영 탐탁치 않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승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는 한 사내를 위해서라도 두영모는 마음의 가책을 떨쳐내야만 했다. 다만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두영모는 상처를 입은 봉태석에게 먼저 선수를 양보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봉 형이 상처를 입은 건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 적어도 삼 수를 양보해야만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소."


'역시 이 친구는 쓸데없이 고지식한 면이 있다니까...'


“그럼 사양하지 않겠네.”


탓!


선공을 양보받고 허공에 몸을 날린 봉태석은 강맹한 기운을 검에 담아 매서운 기세로 내리 꽂았다. 그것은 봉씨 세가의 비전인 호미검법(虎尾劍法)의 절초 대호도약(大虎跳躍)이었다. 수백 년에 걸쳐 강호에 이름난 악적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패도적인 검법에서는 이름 그대로 날랜 범과 같은 용맹함이 돋보였다.


‘역시나...’


그러나 안타깝게도 온전치 않은 몸 상태의 봉태석이 펼친 대호도약에서는 평소에 보아온 그것보다는 형편없이 약해진 상태였다. 굳이 몸을 놀려 피할 필요까지도 없겠다 여긴 두영모는 손을 당겼다 내밀어 쏘아낸 단순한 격공장으로 이에 응수했다.


파캉-


“으음...”


“일 수는 받아냈소.”


봉태석의 소중한 삼 수의 선공권 중 한 번의 기회는 두영모의 가벼운 손짓 앞에 덧없이 사라졌다. 더욱더 신중을 가한 그의 두 번째 공격이 곧바로 이어졌다. 그러나 두 번째 역시 마찬가지로 허무하게 격퇴되었고 봉태석은 기세를 내주지 않으려 쉬지 않고 검을 휘둘러 두영모의 접근을 막았다.


어느덧 봉태석의 공격은 처음에 약속한 세 번의 기회를 넘어선지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두영모는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 저거 지금 일부러 공격을 하지 않는 거 아니야?”


“일설에 공완정과 두영모가 정인이라는 얘기가 있다더니 설마 그녀를 대신해 복수한답시고 저렇게 농락하고 있는 건가?"


"에이 그럴리가. 천하의 육신성이 치졸하게 그런 짓을 하겠어?"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객석의 일부 군중들이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두 사람의 대결에서는 실력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한편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봉태석은 객석까지 들릴만큼 크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검상(劍傷)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억누르고 검을 휘두른 결과 창백한 그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상처를 감싼 붕대에서 붉은 피가 흥건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미 승패가 결정나다시피 한 이 비무는 더 이상 계속되는 것이 의미가 없어보였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집화단주 모획은 주최 측의 권한으로 비무의 중단을 선언하려는 찰나 봉태석의 굳게 다문 입이 열렸다.


“내가 졌소.”


“승자는 두씨 세가의 두영모 소협이오!”


모획의 승자 선언을 듣고 긴장이 풀어져 다리에 힘이 빠진 봉태석은 몸의 균형을 잃고 자세가 무너지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쓰러지기 전 때맞게 달려온 봉태산의 부축에 힘입어 그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골절로 인해 코가 주먹만큼 팅팅 부어 우스꽝스러운 몰골의 봉태산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두영모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대인이 아니오.”


“...”


“형님이 부상인 것을 이용해 이런식으로 수치를 주다니. 만일 우리 형님이 온전한 몸이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오.”


“그렇지 않다, 태산. 내 몸이 만전의 상태였더라도 결과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의식을 붙든 봉태석은 동생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여 두영모를 두둔했다. 자신을 쓰러트린 자의 역성을 드는 형에게 결국 봉태산은 분통을 터트렸다.


“형님! 대체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겁니까? 그리고 아무리 그렇다 쳐도 그것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희롱당해도 되는 이유가 될 순 없습니다!”


“그만하고 어서 내려가자, 태산아. 원래 승자의 무대에 패자는 오래 머물지 않는 법이다.”


짝짝짝-


피와 땀으로 흠뻑 젖은 형을 부축하여 안고 내려오는 봉태산의 등 뒤로 군중들의 박수가 우레와 같이 쏟아졌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그대의 모습은 정말 멋졌소!”


“오늘 그대가 보인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은 정파 무림의 투혼 그 자체였습니다!”


“봉태석! 봉태석!”


비록 오늘 비무의 승리는 두영모의 차지가 되었지만 군중들의 심장과 혼을 울린 이는 오히려 패자인 봉태석이었다. 승자보다 패자가 더 주목을 가져간 괴이한 비무를 마치고 홀로 남겨진 두영모는 쓸쓸한 모습으로 비무대 아래로 내려가며 중얼거렸다.


“그럴 마음은 없었는데...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오.”


두영모와 봉태석의 비무를 끝으로 무림맹주 심헌창은 결승에 진출한 두 사람 모두 상처와 기력을 회복해 만전의 상태로 우승자를 가릴 무대를 사흘 뒤 이 자리에서 개최할 것이라 객석에 통지했다. 수준 높은 비무들로 눈호강을 한 군중들은 다가올 결승은 얼마나 대단한 격전이 벌어질까 기대를 부푼 가슴을 안고 삼삼오오 뿔뿔이 흩어졌다.




결승이 열리기 전날 밤, 무림맹의 후원에서 한 사내의 형체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바로 봉태석으로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그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와줄 거라는 확신은 없었는데 초대에 응해주어 고맙소, 황 소협.”


“그 비무를 보고 봉태석, 당신에 대한 흥미가 동했을 뿐이오. 정말 대단한 사람이더군.


“당신도 세간 사람들처럼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일줄은 몰랐는데... 이것 참 쑥스럽군.”


정파 무림의 후기지수를 가리는 비무가 이제 마지막 단계에 왔음에도 세인들은 결승에 대한 이야기보다 준결승에서 보여준 봉태석의 투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오갔다. 우승자가 누가 되었든 간에 진정한 정파의 정신은 봉태석이 보여줬단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벽운경은 멋쩍어하는 봉태석의 말에 고개를 저어 부정했다.


“내가 감탄한 것은 당신의 투혼이 아니라 심계요. 멋모르고 당신 손에 놀아난 순진한 두영모가 불쌍할 뿐이지.”


“!!”


준결승에서 두영모를 만나게 된 봉태석은 실력으론 그를 이길 자신이 전혀 없었기에 한 가지 모략을 꾸몄다. 자신보다 하수인 공완정을 농락해 탈진시킨 뒤 그녀가 의도하지 않게 내지른 검에 스스로 몸을 대어 부상을 입고 그대로 두영모와의 비무에 임한 것이다. 마음이 약한 두영모는 부상자인 자신에게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면 봉태석은 자신이 원한 상황과 시점에 패배를 선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자신이 원했던 이상적인 패배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동생인 봉태산 또한 속여 넘긴 계획이기에 대회장의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건만 자신의 속내를 유일하게 파악한 벽운경에게 봉태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무공만이 아니라 심계까지 이리 뛰어나다니 당신은 내 생각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었군. 이렇게 당신을 미리 만나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오.”


“감상따윈 필요 없으니 용건을 말하시오. 이 늦은 밤 나를 불러낸 연유가 무엇이오?”


그러자 봉태석이 조심스레 본론을 꺼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내일 있을 결승에서 두영모에게 패배해 주시오.”




재밌게 보셨나요? 그렇다면 추천과 선호작 등록, 그리고 혹여나 시간이 나신다면 작품 추천의 글 부탁드립니다! 응원과 지지는 작품 연재에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추리무협(追利無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연재는 평일 저녁 6시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2.06.18 79 0 -
71 사자귀환(死者歸還)-2 +2 22.06.29 189 6 10쪽
70 사자귀환(死者歸還)-1 22.06.27 132 6 10쪽
69 대연회(大宴會)-3 22.06.22 140 5 10쪽
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9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3 7 13쪽
66 마선 강림(魔仙 降臨)-4 +2 22.06.18 140 7 10쪽
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0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60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5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0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0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8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0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69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7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3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6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5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6 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