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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7,558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5.11 11:10
조회
1,253
추천
50
글자
5쪽

서장

DUMMY

그 날 밤의 공기는 가을의 것이라 하기엔 몹시 차가워 살을 에는 서늘함을 띠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시기에 맞지 않게 불쑥 먼저 찾아온 불청객과 같은 겨울 바람이었다.


허나 때 이른 겨울 바람은 문사가 기다리는 상대가 아니었기에 그는 흑색 장포의 앞섶도 채 닫지 않은 채 달빛 아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벅-


“접니다.”


“정 집사.”


다리를 절뚝거리며 찾아온 초로의 사내는 문사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그러나 사내의 정중한 인사에도 별다른 대꾸없이 문사의 눈길은 그가 걸어오며 남긴 흔적을 따라 쫓고 있었다.


그 눈빛에서 문사의 마음을 읽어낸 정 집사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는 걸음마다 흔적을 지우며 왔으니 부디 안심하시길.”


“그래. 맡긴 일은 어찌 되었나?”


“모두 계획대로입니다. 어르신께선 이제 마음가는대로 행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믿고 맡긴 보람이 있었군. 그래. ‘일’ 에 동원된 자들의 처리는 어떻게 하였소?”


이 의심많은 사내가 믿고 맡겼다라...


문사를 아는 이가 들었다면 경천동지할 이야기였지만 지금 이 곳에 있는 것은 문사와 정 집사 단 둘 뿐이었다. 정집사는 이 귀한 구경거리를 남에게 보이지 못한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동원된 이들은 모두 살인멸구하였습니다. 이제 계획에 대해 아는 이들은 우리 밖에 없습니다.”


질문에 자신있게 답한 정집사와 달리 문사는 정 집사의 답변에 영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문사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일처리가 확실하지 않은 걸 보니 자네도 나이가 든게 분명하구만.”


“그...그게 무슨?”


“아직 하나 남은 생존자가 지금 자네와 함께 오지 않았나?”


“그...그럴리가? 분명히 이 눈으로 마지막까지 확인을 마쳤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른 채 성실하게 일을 마친 어린 노복의 숨통을 직접 끊은 정집사는 문사의 말에 의아해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반쯤 지워진 노인의 발자국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런...젠장할!"


역시 이 문사는 의심이 지나치게 많았다. 그리고 정 집사는 문사의 마지막 말이 의미하는 바가 아직까지 모를 정도로 둔한 사내가 아니었다.


토사구팽(兎死狗烹). 여지껏 자신이 즐겨 써온 일처리 방식이었지만 사냥꾼이었던 자신도 문사에게는 한낱 사냥개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그는 마지막 순간에야 알아차렸다.


타다닷!


절뚝거리던 걸음은 온데간데없이 정 집사는 몸을 날려 단걸음에 수 장 밖으로 몸을 날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 쪽 다리가 불편해 보인 정집사는 사실 경공의 고수였던 것이다.


문사를 피해 한참을 달리던 정 집사는 기력을 모두 탕진하였고 곧 숨이 가빠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아는 한 문사 역시 자신 못지 않은 경공 실력을 지녔으나 이만큼이나 멀어지는 동안 따라 잡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그의 추적에서 멀어진 것이 분명했다.


“허억..허억..헉. 헉.”


발을 멈춘 정집사는 가쁜 숨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가쁜 숨은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로 인해 생긴 불안함의 응어리가 이내 그의 입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우웨에엑!”


욕지기처럼 치밀어오르는 울혈을 토한 정집사는 줄이 풀린 인형처럼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의 가슴에는 문사가 늘 손에 들고 있던 철선이 붉은 선혈을 잔뜩 머금은 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 않은 곳에서 문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자네에게 이런 경공의 소양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네. 미리 알았다면 진즉 더 많은 일을 부탁할 것을 그랬어.”


“어...어째서? 나는 끝까지...”


이미 반쯤 감긴 정 집사의 눈에 죽음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삼도천을 건너기 전 정집사는 문사에게 자신을 죽인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의심이 많은 문사는 그의 숨이 완전히 끊기기 전까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정 집사의 눈이 완전히 감겼지만 문사는 혹여나 저승 문간에 걸터 앉은 그의 귀에 들릴세라 아무도 듣지 못할만큼 조용히 독백했다.


“자네까지 정리되는 것부터 비로소 계획의 시작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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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사자귀환(死者歸還)-2 +2 22.06.29 188 6 10쪽
70 사자귀환(死者歸還)-1 22.06.27 131 6 10쪽
69 대연회(大宴會)-3 22.06.22 140 5 10쪽
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8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2 7 13쪽
66 마선 강림(魔仙 降臨)-4 +2 22.06.18 140 7 10쪽
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0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59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4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0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0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8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0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7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5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69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2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6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3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8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5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5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5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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