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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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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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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73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6.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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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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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DUMMY

밤 깊은 무림맹의 후원, 한 남자가 누군가를 기다리며 밤이슬에 몸을 적시고 있었다. 머지 않아 그가 기다리던 사내가 등장했으니 그는 바로 벽운경이었다.


“내가 늦은 건가?”


“내가 일찍 온 것일 뿐 당신은 제 때에 온 게 맞소.”


벽운경의 물음에 답한 남자는 육신성의 수장이자 현 정파 무림의 후기지수 중 한 사람인 두영모였다. 모두가 잠이 든 늦은 밤에 두 사람이 은밀히 만남을 갖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닌 두영모가 보낸 서신 때문이었다.


“이렇게 나를 호출하게 된 까닭은 무엇이오? 필경 그 사정이 있을테니 어서 말해보시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나는 완매를 연모하고 있소이다.”


진중한 얼굴로 한 여인에 대한 마음을 자신에게 고백한 두영모의 모습에 벽운경은 그저 헛헛한 웃음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서신을 잘못 보냈군. 그럼 나는 이만 돌아가...”


“그리고 완매는 최근 당신에게 마음을 품고 있소.”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오.”


“그렇지 않소. 당신이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으니 말이오.”


그렇다. 벽운경이 나타나기 전만해도 두영모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대성파 대제자의 몰락 이후로 적수가 없던 정파 무림 최대의 기린아였다. 비록 일전에 공완정에게 마음을 통하길 거부 당하였지만 지난 백발검귀와의 대전에서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 몸을 던진 것을 보며 두영모는 그녀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는 것을 확신했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곧 급변했다. 검선 호연에게 직접 천하제일인의 후인으로 인정받은데다 같은 권장 계열의 무공을 쓰는 벽운경의 출현에 사람들은 여러모로 그와 비견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영모를 더욱 분노케 만든 이유는 그가 사랑하는 공완정의 시선이 벽운경을 향하기 시작한 것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 또한 남자답게 그럭저럭 봐줄만한 외모였지만 소위 미남자로 분류되는 벽운경과는 차이가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무인에게 외모란 부차적인 것, 두영모는 그가 가장 자신있는 권과 장으로 벽운경을 누르고 공완정에게 그가 수컷으로 더욱 강인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허나 이 모든 것은 두영모 개인의 사정일 뿐 복수의 길이 구만리장천인 벽운경에게 그것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이야기였다. 벽운경은 귀찮은 듯 손을 내저으며 돌아섰다.


“원하지 않는 마음이니 당신 뜻대로 가져가시오. 내겐 당신과 다퉈 얻을 것이 하나도 없소. 그러니 더는 번거로운 일에 굳이 휘말리게 하지 마시오..”


“도망치지 마시오! 이건 황옥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일이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당신이 전한 변고에 온 무림이 풍파에 시달리게 생겼소. 이에 맹주께서는 젊은 무인들을 모아 비무대회를 열 생각이니 당신이 무선 어르신의 후인이라면 절대 피하지 마시오.”


“억지스럽군...”


“억지라 해도 좋소. 다만 당신은 그곳에서 나와 자웅을 가려야하오. 만일 당신이 나를 쓰러트린다면 이 두 모는 군말 없이 당신의 말에 따르겠소. 완매와의 인연이든 정파 제일 후기지수라는 이름이든 말이오.”


그렇게 자신의 할 말만을 쏟아 부은 두영모는 후련해진 얼굴로 벽운경을 두고 돌아섰다. 제멋대로인 두영모의 행동에 벽운경은 그가 자신보다 몇 살은 더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철이 없는 어린 아이처럼 느껴져 비웃었다.


‘훗, 책임이라...’


공완정의 마음이라면 그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벽운경은 자신이 알린 그가 무림맹에 방문한 목적인 부친 벽문천에 관련된 소식을 수집할 시간이 필요했다. 비무대회가 열리기까지 세 달이란 시간은 그가 무림맹에 남아있기 적당한 핑계거리가 될 것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심심할 일은 없겠군.’




전국 각지의 후기지수에게 비무대회의 참가를 희망하는 무림맹주의 소집령이 도착하는 데는 한 달이면 족했다. 그러나 비무대회에 육신성도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자 소집령에 응하는 이들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에 불과했다.


그 얼마 안되는 인원마저도 대회 당일, 소문만 무성한 무선의 후인 역시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전을 포기하게 되었다. 덕분에 비무대회의 주관을 맡은 무림맹의 집화단주(集和團主) 모획(毛嚄)은 흰 종이보다 검은 먹칠이 더 많이 칠하게 된 출전자 명단을 두고 분노를 토해내었다.


“아니 분명 명단에는 열여섯이라 하지 않았소? 다들 어디가고 일곱 명 밖에 남지 않은 것이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획에게 집화단의 부단주를 맡은 도광삭이 넌지시 의견을 제시했다.


“한 명을 부전승으로 놓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사람아, 다들 피터지게 힘 빼고 싸워서 올라오는데 한 명만 힘을 온존하면 형평성이 말이 안 되지 않나? 젠장 하필 이런 때에 조씨 세가는 참가만 해놓고 왜 오질 않는거야?”


“애초에 내공을 쌓을 수 없는 체질인 그녀가 출전할 리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출전 자체를 포기하기엔 사대세가의 이름이 아까우니 지각이란 충분한 핑계거리가 되겠지요.”


사대 세가 중 한 축을 맡은 동월의 조씨 세가의 소가주인 조화연(曺畵軟)이 육신성의 일원이 되지 못한 이유에는 그녀가 무공을 익히기에 부적합한 체질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사대 세가가 육신성의 이름을 들어 세를 점점 넓히는 와중에 조씨 세가만이 오히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당장에 이름난 청년 고수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맹 내부의 하급 무사를 아무나 넣었다간 망신만 당할 터인데..”


“저어... 한 명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그게 누군가? 빨리 말하게, 곧 맹주에게 보고를 올려야 된단 말일세!”


평소 도광삭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모획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되다보니 파리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 되어 그의 대답을 독촉하게 되었다. 그리고 도광삭이 꺼낸 인물의 이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의 것이었다.


“그 남정욱이라고 아십니까? 무선의 후인이라던 황옥 소협의 의제로 늘 같이 다니는 사람 말입니다.”


“그런 무명을 집어넣고 망신당할 바에 지금이라도 젊은 교두 하나를 물색하는게 낫지 않겠나?”


“아닙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난 무공의 고수라고 합니다. 들리는 소문에는 육신성의 봉태산도 체면을 구겼다 하더군요.”


“하핫, 거참 잘 됐구만! 그럼 당장 가서 출전을 부탁하게. 아니, 내가 직접 가볼테니 자네는 내 대신 미리 명단을 수정해 놓고 있게.”





“에? 지금 나보고 대회에 나오라는 소리요? 그것도 당일 날 아침에 통보하는 게 말이나 되오?”


“사정이 그렇게 됐습니다. 남 소협,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남정욱은 비무대회를 관전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자신에게 모획이 찾아와 출전을 권유하는 것에 황당함을 느꼈다. 그나마 무림맹 집화단주인 모획이 아들 뻘인 자신의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간곡히 비는 바람에 단칼에 잘라내지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벽운경이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었다.


“그렇게 하게나.”


“황 소협!”


“아니, 형님!”


“그간 몸 쓸 일이 없어서 좀이 쑤신다고 하지 않았었나. 몸도 풀 겸 곤란한 사람 부탁이나 들어주게.”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


정작 당사자인 남정욱은 답하지도 않았건만 그의 의형인 황옥이 대신 수락한 말에 모획은 인사와 함께 도광삭이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집무실로 뛰어갔다. 어안이 벙벙해진 남정욱은 모획이 사라진 자리와 벽운경을 번갈아 바라보다 이내 머리를 수차례 헝클어 트리고는 비무대회에 참가할 준비를 시작했다.




“아니, 분명히 참가 신청을 했다니까요? 잘 찾아봐요!”


“몇 번을 말씀 드립니까? 매산문(梅山門) 의 탁미루(濁美淚) 라는 이름은 명단에 없습니다.”


“이거 참, 답답하네, 정말...”


비무대회의 참가자들이 대기하는 곳에선 한 소녀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대회를 주관하는 집화단의 단원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작은 문파의 여인이 우겨대는 탓에 피로함을 호소하고 있었고 마침 비무를 시작하기 위해 그 자리를 지나가던 사공부가 그 현장을 발견하고는 몸을 돌려 가까이 다가왔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소란인거요? 곧 대회가 시작하지 않소.”


“사공 공자... 이 처녀가 자꾸 자기도 참가자라면서 우겨대질 뭡니까? 이걸 힘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때 소녀가 사공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야 거기 멀대! 너도 여기 참가자 맞지?”


“뭐...뭐요? 멀대?”


사공부가 원래 남들보다 키가 조금 더 크긴 했지만 본디 명가의 자손으로 태어나 놀림이란 것을 당해본 일이 없는지라 자신에게 멀대라 부르는 소녀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녀는 한술 더 떠 허리춤에 매놓은 검을 뽑아 그에게 겨누며 말했다.


“너보다 내가 더 강하면 여기에 대신 참가할 자격이 있는 거 맞지? 빨리 검을 들어. 나중에 기습당했단 핑계댈 생각말고,”


“후후, 비무라면 다음에 받아주겠소. 그럼 바빠서 이만.”


이래봬도 육신성의 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사공부였다. 그는 소녀가 육신성과의 비무를 통해 이름을 날리고자 하는 흔한 무명 문파의 소졸이라 생각하여 무시한 뒤 발길을 돌렸다. 자신을 무시하는 사공부의 모습에 발끈해 얼굴을 붉힌 소녀는 검을 들어 그에게 달려들었다.


쇄애액-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소녀의 검이 사공부의 목을 찔러 들어갔고 위협이라치기에 위험한 초식에 사공부는 몸을 피하며 검을 쥐었다. 그러나 소녀의 검은 생각보다 빨랐고 그는 검을 빼어들지 못하고 목을 겨눠진 채 그대로 몸이 굳었다. 그리고 소녀는 검을 회수한 뒤 의기양야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러기에 내가 검을 빨리 들라고 말했지? 이번 건 무효로 해줄 테니 검을 들고 제대로 자세를 갖춰.”


“이런 건방진!”


자신의 동생뻘 되는 소녀에게 모욕을 당한 사공부는 이번엔 제대로 검을 쥐고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그것은 정말로 매서운 쾌검이었지만 춤을 추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공세를 흘려낸 소녀의 검은 어느샌가 다시 사공부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인정할 수 없던 사공부는 몇 번이고 다시 공격해 들어갔지만 대결의 마지막엔 언제나 그의 목엔 소녀의 검이 겨누어져 있었다. 결국 사공부는 무명의 소녀에게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소녀 탁미루는 유유히 그를 대신해 비무가 이뤄지는 연무장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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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사자귀환(死者歸還)-1 22.06.27 132 6 10쪽
69 대연회(大宴會)-3 22.06.22 140 5 10쪽
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9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3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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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0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60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5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0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0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8 5 9쪽
»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1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70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7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3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6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5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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