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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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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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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77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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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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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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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마선 강림(魔仙 降臨)-4

DUMMY

혈마. 백여 년 전 중원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어 정사를 가리지 않고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켜 자신의 대법을 완성한 그는 벽운경의 증조부 벽자엽의 손에 의해 쓰러진 자를 뜻했다


그 후 무림맹과 결탁한 배신자들의 음모에 의해 혈마의 후예로 몰린 벽운경의 가문은 크게 몰락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로 만난 스승 무선이 아니었다면 벽운경 역시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벽운경에겐 스승이자 유일한 가족 같은 무선 또한 혈마의 진정한 후예였던 혈인 이철성에게서 그를 구해내기 위해 동귀어진하여 목숨을 잃었기에 벽운경에게 혈마란 떼려야 뗄 수 없는 지독한 악연과도 같은 이름이었다.


그런 혈마의 이름이 마선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벽운경은 크게 놀라 낯빛이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그러나 마선은 계속해서 그가 상상도 못한 이야기를 계속해 이어나갔다.


“역대 신교의 교주들에게 주어진 최우선 책무는 방황하는 민족을 이끌고 고향의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네. 그러나 혈마의 등장 이후 그에 못지않게 중한 책무는 바로 그들을 저지하여 거짓된 믿음을 신봉하는 자들을 벌하는 것이었지. 그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신교는 매번 적지 않은 피를 흘려야만 했어.”


“그렇다면 사부님과 제 앞에 나타난 혈인은 대체 무엇이오? 그의 외양은 분명 중원인의 것이었소.”


“우리가 마지막으로 혈마를 토벌한 건 이백 년 도 더 전의 일이네. 당시의 혈마를 토벌하며 발견한 그들의 본거지에서 잔당들과 비급을 불태우며 이반파 근교에는 더 이상 혈마가 나타나지 않았지. 끊어졌다 생각한 혈마의 명맥이 중원 무림에서 나타날 줄은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였어.”


마선의 말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아마도 백여 년 전 벽자엽에게 쓰러진 혈마는 지난 마교의 토벌에서 살아남아 중원으로 흘러들어온 잔당의 후예일 것이다. 중원인에게 떠밀려 쫓겨난 이들의 가르침이 중원인에게 전해져 혈겁이 일어나게 된 것은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일이었다.


침울해진 벽운경의 모습에서 감정을 읽어낸 마선은 그를 위로하며 무선의 최후에 대해 물었다.


“믿기 힘든 얘기지만 그분께서 혈인을 상대하다 목숨을 잃으셨단 이야기는 들었네. 그분의 무위를 보아 혈마의 단계가 아니었다면 능히 제압하실 수 있었을 텐데... 분명 자네와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겠지?”


“사부님께서는 나를 지키려다 돌아 가셨소... 모두 내가 약했기에 생긴 일이오.”


무선의 최후를 떠올린 벽운경은 자신을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마선의 말처럼 자신이 이철성에게 붙잡히지만 않았더라면 무선은 그와의 대결에서 결코 손해를 보는 교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선은 그런 벽운경을 바라보며 크게 안타까워하며 혀를 찼다.


“쯧, 그분이 목숨을 바쳐가며 구한 제자라기에 얼마나 대단한지 시험해보려 했건만 천지일여(天地一如)에 대응한 자네의 모습은 아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네. 당년의 그분이었다면 능히 맞받아 치셨을 거야.”


“그렇지 않소. 칠 층 경지인 나에게도 당신의 마지막 수법은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소.”


“하! 지금 자네가 스승인 그분의 경지를 뛰어 넘었다고 말하는 겐가?”


벽운경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영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육 층 경지에 머물렀던 무선과 달리 벽운경의 연영공은 칠 층에 다다랐고 이를 증명하듯 연영공 사용자의 특징이라 볼 수 있는 짙은 피부와 열기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그러나 제자인 자신의 입으로 스승의 경지를 넘어섰다 직접 말하는 것은 짐짓 스승을 모욕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기에 벽운경은 차마 그렇다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마선은 그런 벽운경에게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핫! 일찍이 내가 젊은 시절 비무행을 다니며 중원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바로 건방지다는 것이었는데 지금의 자네를 보아하니 나보다 곱절은 더하는 군. 자네 정도의 알려지지 않은 강한 이들이 아직 세상엔 적지 않다는 걸 꼭 명심하게나.”


“비약이 지나치시구려. 연영공 칠 층 경지라 함은...”


“반쪽짜리 깨달음은 깨우치지 아니함만 못하네. 자네가 지금의 경지에 어떻게 오르게 되었는지 잘은 알지 못하나 분명 그것은 정상적인 과정에서 이뤄낸 건 아닌 듯 싶군.”


“...”


“지금 자네 모습은 어쩌다보니 높은 선반에 올라가서는 내려오지 못해 애웅대는 새끼 고양이를 보는 것 같아. 다다른 경지에 이른 무공을 주머니 속의 물건 꺼내듯 완전히 자신의 마음대로 구사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네. 깨달음이 동반되지 못한 경지란 그런 것이지.”


마선의 말마따나 벽운경이 지금처럼 뛰어난 무공을 가지게 된 것은 본래의 뛰어난 자질과 천수태양지체라는 타고난 체질에 덧붙여 무선과 이철성 사이의 내공 줄다리기에서 강제로 양맥이 타통된 천운 때문이었다.


그 기연은 추후 벽운경을 연영공 칠 층으로 이끌어 주었지만 사실 벽운경은 아직 완전히 칠 층에 도달한 게 아닌 육 층과 칠 층 문턱 어딘가에 멈춰서 있던 것이었다.


‘나는... 아직도 더 강해져야만 한다.’


의지를 다잡은 벽운경은 주먹을 불끈 쥐어 각오를 단단히 하였다. 그러자 원하는 바를 이뤘다는 듯 마선은 제법 맑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아직 창창한 젊은 나이에 세상 다 산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기에 어찌 골려줄까 싶었는데 이제야 보기 좋은 얼굴을 하게 되었군.”


“...내겐 시간이 없소.”


“초조함은 심상(心象)을 이루는 데 독이 될 뿐이네. 자네가 그리 서두르는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급하게 가려 할수록 원하는 바를 이루는 데는 오래 걸리게 되겠지.”


“심상? 그것이 무엇이오?”


심상을 되묻는 벽운경의 말에 마선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리고는 따지듯 그에게 되물었다.


“세상에나 자네 정도의 무인이 어찌 심상을 모른단 말인가? 그것도 다름 아닌 무선의 제자란 사람이 말이야.”


무릇 무(武)를 쌓는 과정의 시작은 자세를 갖춰 형(形)을 익히는 것이다. 형을 익히는 데 통달하게 되면 다음에는 형 위에 기(氣)를 담는다. 그것마저 익숙해진다면 이제 자신이 익힌 무공으로 의(意)를 펼치는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와 뜻은 다르기에 같은 무공을 익힌 사문의 형제일지라도 저마다 펼치는 검의 형태가 여기에서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이다.


여기까지에만 능하더라도 강호에 고수라 자부할 수 있지만 무림 삼선과 같은 높은 경지에 다다른 이들은 여기에 하나를 더하는데 그것이 바로 심상의 경지이다.


무선은 자신이 이른 경지를 제자인 벽운경에게 가르쳐 줄 수는 있었지만 당시의 벽운경은 심상을 접하기엔 너무 일렀기에 스승에게 미쳐 배움을 얻지 못하였다.


“무를 익히다보면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찾아오지. 그것은 글귀가 되었든 아니면 그림과 같은 형상이나 심지어 감정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될 수도 있네. 그렇게 얻은 심득을 온전히 무공에 녹여 펼쳐낸다면 그때야 비로소 자네는 나와 같이 무를 논할 자격을 갖출 걸세.”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가르침에 감사하는 바요. 헌데 어찌하여 내게 그런 깨달음을 일러주는 것이오?”


자고로 깨달음과 같은 비전(祕傳)의 가르침은 직계 문파의 제자에게나 일러주는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 심상의 가르침을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에게 알려준 것에 벽운경이 의아해하자 마선이 웃으며 답했다.


“오래 전 자네의 사부에게 진 빚을 오늘 제자인 자네에게 갚는 것이니 그리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심상을 무선께 배운 것이니 자네와는 사형제가 되는 셈인가?”


“...”


“농담일세. 사람 참 팍팍하기는... 정 마음의 빚을 지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 어떤 아이가 자네를 귀찮게 하더라도 딱 세 번 까지는 봐주시게나.”


“참, 당신은 아직 그것에 말해주지 않았소. 마지막 초식에 반응한 내 안의 힘에 대해 아는 것이 있소?”


“그것은 자네가 심상을 이루게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걸세. 그것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오직 자네만이 알 일이지.”


마선은 마지막으로 벽운경에게 무림맹주를 조심하라 당부하며 달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벽운경은 황급히 그를 따라 몸을 움직였지만 이미 그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결국 벽운경은 힘의 정체에 대해 단서를 얻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산을 내려가게 되었다.


한편 어둠 속에서 떠나는 벽운경의 뒷모습을 아련히 바라보던 마선의 곁에 호법 육제승이 나타났다.


“아가씨를 곁에 두기엔 너무 위험한 자입니다.”


“지나치게 날카로운 칼날 같은 아이더군. 그러니 그 광채에 리미르(Lymir)가 끌린 게 아닌가 싶네.”


“하명하신다면 속하들이 손을 쓰겠습니다. 제게 흑랑 스무 명만 내주신다면 저 건방진 중원 애송이쯤이야 당장 제압한 뒤 무공을 폐해 이바노바로 데려갈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육제승의 눈에서 맨들거리는 그의 민머리 못지않은 광채가 번뜩였다. 허나 그의 광채는 벽운경의 것과는 달리 여인의 마음을 혹하기엔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랬다가는 평생 리미르에게 미움을 사게 될텐데 괜찮겠나?”


“그... 그것만은...”


“놔두게. 칼날을 노리개로 여긴 아이는 손이 베인 뒤에야 철이 들기 마련이지. 성장통으로 허비하기엔 흑랑은 너무나 귀중한 신교의 인재들이야.”


폭주하는 육제승을 제지한 마선은 나머지 흑랑들을 이끌고 다시 그들의 새로운 고향, 이바노바로 향했다.


‘잘 있으시오, 히릴(Healir). 우리의 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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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사자귀환(死者歸還)-1 22.06.27 132 6 10쪽
69 대연회(大宴會)-3 22.06.22 140 5 10쪽
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9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3 7 13쪽
» 마선 강림(魔仙 降臨)-4 +2 22.06.18 141 7 10쪽
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0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60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5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1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0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9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1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70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7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4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6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5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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