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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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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78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5.31 08:00
조회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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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귀서역로( 歸西域路)-5

DUMMY

‘저놈이 미쳐버린건가?’


타르칸은 강철도 과일처럼 베어내는 전설의 명도(名刀) 용의 어금니에 맞서 숯을 꺼내든 의기양양한 남정욱의 모습에 자신이 헛것을 보고 있는지 곱씹어 보았다. 아무리 무기가 없다하더라도 타다만 나무조각으로 칼에 대응하려 하다니. 간만에 만난 호적수라 생각했더니 상대는 그저 힘만 센 미치광이에 불과했던 모양이었다.


고소를 머금은 타르칸은 이내 마음을 비우고 도에 기운을 담아 좌우로 휘두르며 기수식을 취했다. 일순 달빛에 반사된 용의 어금니가 번쩍이며 황홀한 금빛이 타르칸의 상체를 감쌌다.


남정욱은 화려한 도광(刀光)으로 몸을 감춘 타르칸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시선을 집중했으나 바샤드가 비도를 틈틈이 날리는 바람에 집중력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놓치지 않은 타르칸의 공격이 연이어 이어졌다.


잘 단련된 감 덕분에 남정욱은 가까스로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지만 타르칸의 금색 도광이 번쩍일 때 마다 몸에는 기다란 혈흔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적들의 합격에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은 남정욱의 얼굴에 돌연 웃음꽃이 피었다.


“이제 다 알았다. 네놈들의 수법은.”


쉬이익


또 다시 바람을 가르며 바샤드의 비도가 날아왔다. 손에 쥔 막대 숯으로 계속해서 비도를 떨구었던 남정욱이었으나 이번만은 피하지 않고 돌연 몸을 돌려 날아오는 비도들을 등으로 받아내었다.


후두둑!


비도를 몸으로 받아낸 남정욱의 표정이 있는대로 찡그려졌다. 그러나 그에게는 반드시 이 비도의 반대편에서 상대의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허공에서 도약하던 타르칸의 복부가 무방비하게 열렸고 남정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특유의 괴력을 담은 주먹으로 힘껏 후려쳤다. 호되게 복부를 후려 맞은 타르칸의 몸이 두 장 너비는 족히 날아갔고 모래를 수차례 구른 뒤 복면 너머로 피를 한 되 가량 토해냈다.


“우웨엑.”


부하인 엘림의 손목도 단숨에 부러트린 괴력이었으니 타르칸 또한 가벼운 상처로 넘어갈 리가 없었다. 단 한번 허용한 공격에 그의 갈비뼈의 태반이 으스러지고 내부의 장기가 파열되었다. 눈,코,입을 비롯한 칠공(七孔)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이 싸움에서 살아난다 하더라도 타르칸은 최소한 반병신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상대 또한 몸이 성치 않았다. 비도에 양 어깨가 봉쇄당한 남정욱 또한 그간 타르칸이 자잘하게 입힌 상처에서 생긴 출혈에 정신이 혼미한지 눈이 반쯤 감겨있었다. 상처 입은 야수의 멱줄을 따려면 바로 지금 뿐이다.


호흡을 가까스로 가다듬은 타르칸은 바샤드에게 눈짓으로 신호해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려 도를 세워들었다. 도를 좌우로 휘두르며 다시금 도광 속으로 몸을 감추려하는 찰나 피투성이의 남정욱이 그에게 곧바로 달려들었다. 놀란 바샤드가 비도를 던져 그의 전진을 멈추려 했으나 남정욱은 손에 든 숯으로 비도를 되돌려 치며 역공을 가했다.


바샤드는 되돌아오는 비도들을 몸을 뒤로 굽히는 수법으로 간신히 피했고 당황한 타르칸은 다급한 나머지 은신의 도법을 멈추고 적극적인 방어 태세를 취했다. 그때 타르칸을 향해 비틀거리는 남정욱이 가까이 다가왔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올곧은 대각선 베기. 이런 공격은 불확실한 회피보다는 확실한 맞받아치기가 옳은 선택이었다. 더욱이 상대의 무기는 타다 남은 나무 막대 숯. 강철도 자르는 용의 어금니 앞에선 그저 수수깡에 불과하다.


‘바보 같은 놈. 무기째로 단숨에 베어주마.’


파캉-!


타르칸의 마지막 남은 기운을 불어 넣은 용의 어금니와 남정욱의 막대 숯이 부딪혔다. 타르칸은 자신이 미리 예상했듯 당연하게도 상대의 무기를 잘라내었다. 그러나 잘라낸 무기 뒤에 상대는 없었다. 타르칸의 눈에 보인 것은 손에 든 무기를 놓은 채 눈을 질끈 감고 뒤로 몸을 날리고 있는 남정욱이었다.


‘싸우는 도중 눈을...감는다고?’


펑-


폭발음과 함께 타르칸이 잘라낸 남정욱의 숯이 폭발하며 그 잔해를 사방으로 뿜어냈다. 순식간에 일어난 예상치 못한 폭발에 타르칸의 얼굴로 순식간에 숯가루가 쏟아졌다. 이윽고 타르칸은 눈알이 빠개질 것 같은 통증과 함께 눈 앞이 캄캄해졌음을 느꼈다.


퍽!


곧바로 가슴팍에 이어져 들어오는 강렬한 통증! 견디기 힘든 통증이 온몸에 퍼지며 타르칸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남정욱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남정욱은 타르칸이 쓰러지며 떨어뜨린 그의 애병 용의 어금니를 손에 쥐고 있었다.


어릴 적 산을 다니며 약초 채집과 숯을 구워 생활했던 남정욱은 숯의 성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어떤 숯은 돌이나 금속처럼 단단한 강도를 지닌다는 것, 그리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만들어져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숯은 강한 충격을 받으면 그 안의 수분으로 인해 강한 폭발을 일으킨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타르칸은 폭발 직전인 상태의 숯을 몸소 가까이에서 베어주었다. 그 결과, 모래 바닥에 바둥거리며 쓰러져 있는 것이 남정욱이 아닌 타르칸이었다. 남정욱의 머릿 속에 경험이 재산이란 옛 말이 떠올랐다.


'역시 배운 놈들이 한 말은 나중에 보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니야.'


결착을 짓기 위해 상대에게 다가간 남정욱은 모래에 비스듬히 꽂혀있는 타르칸의 도를 뽑아 들었다. 은은히 금빛으로 빛나며 요기(妖氣)를 풍기는 도신은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고 있었다. 여인의 몸을 쓰다듬는 것처럼 부드럽게 도를 매만진 남정욱이 쓰러진 타르칸에게 물었다.


“좋은 칼이군. 이름이 뭐지.”


“살라크만...살라크만...(비겁한 놈... 비겁한 놈...)”


“사락만이라...특이한 이름이군.”


용의 어금니가 마음에 든 남정욱은 가볍게 손을 휘둘러 타르칸의 목을 취하는 것으로 그 셈을 치루었다. 타르칸과의 결착을 낸 남정욱은 그동안 숨어서 비도를 날린 바샤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샤드는 단장인 타르칸이 맥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곧바로 등을 돌려 달아난 지 오래였다.


“한 놈 놓치고 말았구만. 붙잡아서 누가 사주했는지 물어봐야 했는데.”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아 물어보는 게 의미가 없었지만 남정욱은 아쉬움에 괜히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복면인들의 습격은 비단 자신에게만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의형인 벽운경 역시 위험에 빠졌을 거라는 생각에 남정욱은 발걸음을 벽운경의 천막쪽으로 돌렸다.


털썩-


그러나 많은 출혈 탓에 의식이 점점 희미해진 남정욱은 잠시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대(大)자로 누워버렸다.


“설마 그 괴물이 별일이야 있으려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이상 죽을 일이 없을 한 남자를 떠올린 남정욱은 이내 눈을 감고 단잠에 빠져들었다. 아직 불침번 교대가 이루어지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흡...크으윽...”


분명 표적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힘차게 내려치는 카심의 비수는 눈을 감고 있던 사내의 오른손에 단단히 붙들려 그 자리에 멈추어 있었다. 서서히 눈을 뜬 벽운경은 천막 안에 침입한 불청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순한 도적들로 치기엔 기척을 잘 숨기고 들어왔군. 암살자들인가?”


“쳐랏!”


밀리크의 신호와 함께 그의 옆에 있던 사내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저마다 작은 손도끼와 반월륜(半月輪)을 꺼내어 벽운경에게 던졌다. 밀리크 역시 바깥쪽 허벅지에 차두었던 쌍검을 꺼낸 뒤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한편 밀리크의 지시에 따라 천막을 포위중인 암살단원들은 상관의 목소리가 들리자 일이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들은 무기를 빼어들고 천막 쪽으로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긴장 속에서 숨을 죽이고 대기중인 암살자들의 앞에 천막의 가림막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천막에서 나온 자는 그들의 상관인 밀리크였기에 암살자들 모두가 안심할 찰나 밀리크는 두 걸음도 채 걷지 못하고 눈과 코를 비롯한 칠공(七孔)에서 피를 쏟아내며 통나무처럼 쓰러졌다.


잠시 후 밀리크의 시체 뒤로 표적인 벽운경이 걸어 나왔다. 사방이 암살자들로 둘러 쌓였음에도 벽운경은 태연자약한 얼굴이었다.


“내 기억으로 사막 남창(男娼)들을 부른 적은 없는데. 어느 고명하신 분께서 이런 불편한 호의를 베푸신거지?"


“죽...죽여!”


십이 인의 암살자들이 벽운경의 주변을 돌며 차례로 암기를 던졌다. 그것은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급소를 노리는 위협적인 공격이었지만 벽운경은 손바닥을 펴는 동작 만으로 모든 암기를 튕겨내었다. 수준이 떨어지는 말단 단원들은 되돌아온 자신의 암기에 그대로 미간과 목을 적중당해 쓰러졌다.


단 한 번의 수법으로 네 명의 단원을 순식간에 잃은 암살단은 벽운경에게 암기가 통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주섬주섬 자신의 병기를 꺼내들어 근접전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슉! 슉!


양손에 날을 세운 권(圈)을 착용한 복면인이 동료들과 함께 벽운경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그는 자신의 팔을 좌우로 교차하며 권을 찔러와 단번에 벽운경의 양 옆 경동맥을 노렸다. 그러나 벽운경은 피하려는 동작도 취하지 않고 곧바로 그의 팔을 잡아채고 되려 그의 동료들의 목을 찌른 뒤 손이 봉쇄된 복면인의 가슴에 일장을 날렸다.


펑-


“꽤액!”


북이 터지는 소리가 울리고 권을 무기로 쓰던 복면인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즉사했다. 그러나 동료의 죽음을 겪고도 부마락의 암살단원들은 벽운경에게 잠시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벽운경은 곧바로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새로운 복면인의 습격을 맞이해야 했다.


절체절명의 상황. 그러나 벽운경은 한 발 뒤로 물러 복면인의 공격을 피한 뒤 아직 공중에 있던 사내의 발을 움켜잡아 바닥에 그대로 내리 꽂았다. 맨 땅이었으면 그대로 머리가 박살이 났을테지만 다행히 이곳은 온통 푹신한 모래들이라 복면인은 충분히 생을 도모할 만도 하였다. 하지만 벽운경은 복면인의 머리가 모래에 닿기 직전 발을 짧게 내질렀고 상대는 그대로 목이 부러져 즉사했다.


일 각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여덟 명의 동료를 잃어버린 암살단원들은 공포에 빠졌다. 어서 이쪽을 마무리하고 단장 일행에게 합류해야 했건만 오히려 이 많은 사람들이 전멸 당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빠르게 눈짓과 신호를 주고 받은 암살단원들은 그나마 발이 빠른 동료가 단장에게 계획이 틀어졌음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몸을 피한 복면인을 제외한 남은 삼인이 시간을 벌기 위해 무작정 돌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필사의 각오가 무색하게 세 명의 복면인들은 벽운경에게 생채기 하나 조차 내지 못한 채 생명의 불꽃을 연소했다.


다행히 발 빠른 복면인은 동료들의 희생에 힘입어 자리를 피해 단장에게 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처 단장에게 도착하기도 전에 울려퍼진 그의 단말마가 사막의 모래 밑에 묻혔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에서 남정욱이 비틀거리며 나타났다.


피를 뒤집어 쓴 흉신악살의 몰골을 한 남정욱은 들고온 암살자의 시체를 아무렇게나 던진 뒤 벽운경에게 물었다.


“별 일 없었소?”


“모기들이 귀찮게 하기에 잠을 설쳤지. 그러는 자네야말로 별 일이 있어 보이는데?”


암살자 삼 인의 습격을 성공적으로 격퇴한 남정욱은 나름 생색을 내려고 했으나 벽운경 주위에 널부러진 십여 구의 시체를 보고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막 모기 거 드럽게 독하던데...형님은 재주도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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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0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60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5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1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0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9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1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70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7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4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6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6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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