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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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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17,579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6.1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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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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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DUMMY

자신보다 어린 소녀에게 패배했지만 남정욱의 얼굴을 그리 불쾌하지만은 않아 보였다. 일전에 사막에서 의문의 복면인들의 습격을 격퇴하며 자신의 무공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으나 이번 일로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는 강호의 격언을 몸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견식을 넓힌 기쁨에 후련함마저 느껴진 완벽한 패배를 경험한 남정욱보다 더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봉태산이었다.


“어린 계집에게 당해놓고 이렇게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다니.”


그러나 보란 듯 이죽거리며 자신을 조롱하고 있는 봉태산에게 남정욱이 느낀 감정은 분노가 아닌 당황스러움이었다.


“네 놈은 또 누구냐?”


“이...이 놈이 벌써 이 어르신의 얼굴을 잊었단 말이냐! 내가...”


“시뻘개진 낯짝을 보아하니 네가 누군지 생각이 난다. 코는 이제 괜찮으냐?”


“건방진 놈! 내 사공 형을 대신하여 네놈의 그 시건방을 직접 교정하려 하였으나 원통하게도 하늘이 이를 허락지 않는구나!”


가만히 기억 속 대진표의 명단을 훑어본 남정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알기로는 벽운경의 첫 상대의 이름이 봉태산이었기 때문이다.


“나한테도 두들겨 맞은 놈이 어찌 내 의형을 이기고 올라온다는 거냐?”


“그... 그때는 방심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무슨 개수작을 부렸는지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네 의형이란 작자가 무선님의 후인이라 생각지 않는다. 그 사기꾼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려 줄 테니 네 놈도 같이 망신당할 준비나 단단히 하고 있거라.”


말을 마친 봉태산은 허리에 뒷짐을 지고는 포무도 당당히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갔다. 어깨 너머로 비치는 그의 위세에는 명가의 자제다운 품격이 녹아있었다.




“승자는 황림파의 황옥 소협이오!”


“뭐가 어떻게 된거지?”


“황옥이란 자의 손이 파바박 하더니 그대로 봉태산이 고꾸라졌는데 무슨 암기같은 거라도 쓴 걸까?”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끝난 허무한 비무에 객석에 앉은 평범한 군중들은 결과에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봉태석은 경악에 가득찬 얼굴로 그의 옆에 선 두영모에게 자신이 본 것에 대해 물어 보았다.


“양 손목과 허벅지를 동시에 가격해 움직임을 봉한 뒤 명치에 일격으로 마무리... 일 수에 다섯 곳을 점한 게 맞나?”


“앞으로 고꾸라질때 콧등을 찌른 것 까지 포함하면 총 여섯 곳이겠지... 쉬운 상대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군.”


두영모의 말을 입증하듯 들것에 실려 치료실로 이송되는 봉태산의 코에선 두 줄기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편 비무를 마무리 짓고 무대를 내려오는 벽운경에게 남정욱이 웃으며 말했다.


“아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콧등을 굳이 다시 부러뜨리다니. 형님도 참 악취미요.”


“머리에 피가 많이 몰려있는 자다. 혈을 틔어 열을 내려주었으니 저자는 오히려 내게 고마워 할게다.”


육신성 중 말석에 앉았다 하나 봉태산도 엄연히 현 무림에서 가장 주목받는 후기지수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어린 아이 다루듯 취급한 벽운경의 솜씨에 경악한 두영모의 손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두영모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가라앉히며 봉태석에게 물었다.


“봉 형은 내가 저 자를 감내할 수 있다 생각하시오?”


“우리 중 자네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 자신감을 좀 더 가지시게.”


“후우... 고맙소. 그럼 우리도 이 다음 무대에서 만납시다.”


호적수이자 친우인 봉태석의 위로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한 두영모는 자신의 상대 나지안이 기다리고 있는 비무대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봉태석은 입 안에 작게 말을 되내였다.


“자네는 반드시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꼭 그렇게 만들 테니까.”




와아아아-


장내의 군중들에게서는 이제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첫 비무는 참가자 모두 무명의 인물들이었고 무선의 후인과 육신성의 대결로 주목받은 두 번째 비무는 그야말로 삽시간에 끝났기에 객석의 흥이 달아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지안과 두영모의 비무는 그야말로 모두가 주목하는 비무였다.


무림 제일 명문인 대성파 장문인의 딸이자 직계 제자인 나지안과 현 무림 최고의 후기지수인 육신성의 수좌 두영모의 대결.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모든 이의 주목이 한 데 모였다.


“나 소저와 검을 주고받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의람육검(義濫六劍)은 어디까지 이루었소?”


“아직 후반부의 이 검식(二 劍式)은 아직 제 것으로 만들지 못했어요.”


“약관의 나이에 비검(秘劍) 중 사 검을 자기 것으로 만들다니. 역시 나 소저는 천재요.”


“두 대형, 일전에 말했지만 하수를 칭찬으로 띄워주는 건 정말 악취미에요.”


“후훗, 명심하겠소.”


두영모는 자신을 더 높은 위치의 고수라 말하는 나지안의 칭찬을 굳이 부정하려 들지 않았다. 군중의 열띤 함성 속에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적수를 모르는 소패왕(小覇王) 두영모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럼 선공은 양보하지 않겠어요!”


“얼마든지!”


눈을 반쯤 지긋이 감은 나지안은 손에 쥔 장검을 서서히 어깨 너비까지 끌어 올리며 기수식을 취했다.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내력은 그녀의 검을 매개체로 공기 중에 퍼져나갔고 피부에 닿는 서릿발 같은 예기에 두영모는 침음성을 삼켰다.


‘날카롭게 기운으로 갈무리해 상대를 옥죄는 수법이라니. 과연 소백검(小百劍)이라 할 만하군.’


백검선녀 호연을 상대한 사마외도의 무리는 그녀의 앞에 서면 꼭 냉굴 속에서 범을 홀로 마주친 사슴이 되는 기분을 느꼈다. 이는 호연 특유의 내기를 다루는 방법으로 그녀가 나지안을 어여삐여겨 따로 무공을 사사했다는 세인들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허나 지난 세 달의 시간 동안 부친인 두석호와 가문의 장로들의 집중 지도와 각종 영약을 복용해 제 것으로 만든 두영모 또한 백발검귀와 겨룰 때의 그가 아니었다. 내력을 끌어올려 단숨에 자신을 억압하는 기운을 떨쳐내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니, 역시 대형은 대단한 사람이야!’


큰 기대는 안했지만 내심 태사고 호연에게 사사받은 고명한 수법이기에 조금은 두영모의 기세를 억누를 수 있을까 했지만 두영모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차피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서로의 검과 권이었다.


준비를 마친 나지안의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그녀의 검을 따라 드리워진 검의 잔영에 두영모의 상반신은 완전히 가려졌다. 군중들은 그저 이따금씩 들리는 검과 권기가 부딪히는 충돌음으로 그들의 치열한 공방을 가늠할 따름이었다.


지지부진한 공방에 상대적으로 내력이 부족해 초조해진 나지안이 승부수를 던졌다. 그녀의 내력이 담긴 회심의 검이 두영모의 머리와 가슴, 단전을 노리며 세 갈래로 쏘아져갔다. 그것은 대성파의 직전제자에게만 전해지는 의람육검의 첫 번째 검식인 송죽삼뢰(松竹三雷)였다.


송죽삼뢰는 의람육검의 입문 검식이자 가장 기본의 검이었으나 인체 세 곳의 급소를 노리는 무서운 공격이었다. 그렇기에 나지안의 증조부이자 대성파가 배출한 일세의 영웅인 죽검선인 나청진의 성명절기 또한 바로 이 송죽삼뢰였다.


그러나 전설의 수법 앞에서도 두영모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아직 경지에 이르지 못한 송죽삼뢰는 기운이 균등히 실려 있지 않았고 그는 삼 검 중 가슴을 노리는 검이 주공인 것을 깨닫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난 뒤 손을 모아 검을 잡고 힘껏 비틀었다.


쨍강-


손목이 뽑히는 듯한 고통을 느낀 나지안은 순간 검을 놓치게 되었다. 미간과 단전 부근에 가드다란 핏줄기를 흘린 두영모는 자신의 손에 잡힌 칼날을 조심스레 돌려 잡은 뒤 무기를 잃은 나지안에게 손잡이 방향으로 무심하게 건네주었다. 검을 돌려받은 나지안은 허탈한 쓴웃음을 지으며 검집에 집어넣고 손을 모아 깔끔히 패배를 인정했다.


“제가 졌어요.”


“음. 다음에 만나게 되면 누가 승자가 될지는 모르는 법. 좋은 대결이었소.”


“승자는 두씨 세가의 두영모 소협이오!”


무공을 잘 모르는 이들이 보아도 이들의 공방은 무언가 엄청난 수준의 무언가가 오간 것을 알 수 있었다. 몇몇 이들의 손에서 나오기 시작해 전염되기 시작한 박수갈채는 객석 전체로 퍼져나갔고 덕분에 패배한 나지안도 환호와 함께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하악..하악...”


“공 낭자, 이만하면 그만하는 게 어떻겠소? 이미 승패는 난 것 같은데.”


‘아아... 이것아, 그만하면 됐으니 포기하거라.’


백화장에서 있던 일을 그대로 서먹해진 부녀 사이였지만 공완정을 생각하는 공단의 마음은 각별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무림맹의 부맹주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경거망동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저 손을 으스러져라 꼭 쥐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공완정 또한 아버지 앞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오기에 이미 결정난 승부를 놓지 않고 더욱 집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설 기운조차 남지 않았기에 그녀는 남아있는 힘을 모두 끌어 모아 최후의 공격을 감행했다.


여지껏 공완정을 시종일관 압도했던 봉태석이기에 군중들은 이번 공격 또한 아무렇지 않게 대처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의지의 힘이었을까? 그녀의 마지막 검은 봉태석의 방어를 뚫고 그에 몸에 닿았다.


“크흡!”


어깨 위로 공완정의 공격을 허용한 봉태석은 외마디 침음성으로 통증을 삼킨 뒤 손에 쥔 검의 손잡이로 그녀의 후두부를 가격해 의식을 빼앗아 승리를 가져왔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가볍게 스쳤을 뿐이니 너무 걱정말거라.”


봉태산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의방으로 간 봉태석의 뒷모습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였다. 그렇기에 그는 의방으로 향하기 전 봉태석이 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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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사자귀환(死者歸還)-1 22.06.27 132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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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3 7 13쪽
66 마선 강림(魔仙 降臨)-4 +2 22.06.18 141 7 10쪽
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0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60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5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1 6 10쪽
»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1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9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1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70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7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4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6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6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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