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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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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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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5.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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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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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탐부순재(貪夫殉財)-1

DUMMY

사막에서 있었던 일련의 소동으로부터 두 달이 지나 마침내 상행을 나갔던 해마상단의 행렬이 대남에 돌아오게 되었다. 교역을 나간 일행들이 서대륙의 황위 계승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도 큰 손해 없이 무사히 상행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정작 상단주인 장선재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뭐? 돈만 주면 신도 죽이는 자들이라고?’


일전에 사막에서 만난 하파 상단주가 술김에 내뱉은 이야기만 믿고 이번 상행의 이문을 벽운경과 남정욱의 암살대금으로 고스란히 갖다 바친 장선재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열 이면 열, 맡은 의뢰는 반드시 성공하는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암살단 부마락의 역사상 첫 실패는 하필 그의 차례에서 일어났고 결국 장선재는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학 허공에 거금을 날린 셈이 되었다.


일주일 전 행렬을 이끄는 곽 노야가 전서구를 보내 상단에 알린 소식에 의하면 괴한들의 습격에 남정욱이 부상을 입었지만 무사히 격퇴 후 표물을 안전하게 대남으로 운송 중이라고 했다. 곽 노야의 전보를 받은 그 날부터 장선재는 단 하루도 단잠에 들지 못하고 불안감에 떨어야했다.


‘혹여나 암살자를 보낸 배후가 나란 걸 알게 되면 어쩌지? 아니지. 의심을 덜기 위해 일부러 중원이 아닌 사막에서 암살자를 고용한 것이 아닌가.’


제까짓 놈들이 아무리 잘나봤자 기껏해야 일류 문파의 직계 제자 혹은 많이 봐줘야 일대 제자 급의 무위로 생각한 장선재였다. 그래서 그는 무공의 고수들로 구성된 서역 왕실의 호위 속에서도 왕의 목숨을 취하는 것을 다반사(茶飯事)로 행하는 사막의 초특급 살수들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거라 믿고 흔쾌히 거금을 투척한 것이다.


그러나 단 두 명이서 가뿐히 암살을 막아냈다는 소식에 추측 가능한 그들의 무공의 수위는 비전(秘傳)을 승계한 장문 제자 급, 최악의 상황으로는 장문인 수준의 무위에 필적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 대체 왜 그런 자들이 중원에서도 멀리 떨어진 대남의 일개 상단에 표사로 들어온 것일까?


불안해진 장선재는 곰곰이 자신에게 원한을 품을만 한 이들을 떠올려 보았지만 근 십여 년 간 쉴 새 없이 달려온 그였다. 거치적거리는 걸림돌들을 치우는 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던 그의 악행 앞에서 피와 눈물을 뿌리며 사라진 이들은 이루 손으로 셀 수조차 없었다.


장선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 사실은 그의 행보가 강한 자들과는 절대로 척을 지지 않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에 의거해 이뤄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고리대금에 못 이겨 일가족이 목을 맨 포목점 화씨 일가와 반반한 외모를 지닌 딸을 첩으로 들이기 위해 고의로 납기일을 어겨 파산시켜 몰락한 대운상회의 지씨도 자신이 아는 한 무림 세가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그렇다면 저들은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자신에게 접근한 것인가? 저들이 사막 교역에서 벌어다 준 돈 덕분에 요 사이 더욱 배를 불린 장선재였지만 날이 갈수록 커지는 왠지 모를 불안감의 단초를 끊고자 거액의 암살을 의뢰했던 것이었고 그 실패로 인해 장선재는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끼이익-


"곽 노야와 상행단이 돌아왔습니다!"


정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대문을 활짝 크게 열어 젖히며 상행단의 귀환을 알렸다. 열린 정문으로 서역의 진귀한 품목을 가득 실은 열 대의 수레가 차례로 들어오고 있었다.


수레의 좌우로 하나 둘 몰려들든 상단의 일꾼들은 수레에 실린 짐들을 차례로 끌어내려 빈 곳간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가장 앞에 놓인 수레에 타고 있던 곽 노야는 장선재를 발견하고 그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상단주 어른, 곽 노야가 돌아왔습니다.”


“고생이 많았소.”


“고생이라고 말할 면목이 없습니다. 이문이 없는 상행이라니... 교역을 시작한 이래 처음 겪는 일이군요.”


곽노야는 하리르 상단이 요구한 두 배의 매입가 때문에 이문을 남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상행을 오가며 고용한 짐꾼과 표사들의 임금과 보상, 사막과 대남을 오가며 소모한 자잘한 경비를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만 잔뜩 보게 된 셈이었으니 말이다.


“이문은 그간 많이 보지 않았소. 서역의 일에 휩쓸려 큰 낭패를 보지 않고 온 것만해도 다행인 일이지.”


장선재는 그런 곽 노야의 어깨를 두드리며 애써 위로하였다. 그러자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 장선재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곽 노야는 자신의 어깨에 장선재의 손이 닿을 때 마다 움찔하였다. 잠시 후 누군가를 찾는 듯 삐쭉 고개를 내민 장선재가 곽 노야의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중에 괴한들의 습격이 있었다 들었소만 남 대협은 괜찮으신가?”


“별 일 없었소.”


“남 대협!”


힘이 담긴 굵은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남정욱이 곧 모습을 드러냈다. 상처의 치유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감은 붕대를 풀어낸 그의 몸과 얼굴에 옅게 남은 자상의 흔적이 한층 더 그를 남자답게 만들었다.


남정욱을 발견한 장선재는 서둘러 그의 몸 이곳저곳을 훑어보고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바를 몰라했다.


“허이구, 남 대협! 괴한들에게 당해서 상처를 많이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어찌나 걱정을 했는 지 모릅니다. 대체 어떤 놈들이기에 남 대협 몸에 상처를...”


“장 대인은 그러한 소식을 어디서 들었소? 나는 분명 곽 노야에겐 정기 전보에 장 대인이 염려할 수도 있으니 경미한 부상 정도만 입었다 전하라 했건만.”


“그건...”


“상단주의 눈과 귀는 사막에도 있는가 보오.”


정곡을 찔려 말을 잇지 못한 장선재는 남정욱의 눈을 피해 곽 노야를 바라보았다. 곽 노야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눈을 크게 떠 장선재와 남정욱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보낸 정기 전보에는 남정욱이 약간의 부상만 입었다 쓰여 있었다.


그러나 장선재는 따로 심어놓은 간자(間者)인 백주사에게 은밀히 받은 전보를 통해 남정욱이 암살단의 습격을 격퇴하였지만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고 평상심을 잃은 까닭에 생각지도 않은 말실수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잔뼈가 굵은 상인이었던 장선재는 곧 임기응변을 발휘해 특유의 사람 좋은 너털 웃음을 지어 대강 둘러대었다.


“남 대협 같은 고수가 약간의 상처라도 입는 것은 우리 상단의 큰 사고이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그러한 상처도 위중하게 느껴졌다 이 말이지요. 헤헤.”


“상단주께서 이 몸을 그리 중하게 생각하는 줄 몰랐소. 앞으로 각별히 신경 쓰겠소.”


의미 심장한 미소를 띄운 남정욱은 장선재에게 포권을 하여 예를 차렸고 맞서 포권으로 답한 장선재는 있는대로 목청을 질러 상단의 총관인 노태보를 불렀다.


“노태보는 무엇 하고 있나? 어서 곽 노야와 남 대협을 편안한 곳으로 모시지 않고!”


“옙, 상단주 어르신!”


총관 노태보는 자신 휘하의 노복들을 불러 곽 노야를 비롯한 상행단의 여독을 풀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벽운경과 남정욱 역시 가벼운 목욕과 환복을 위해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게 되었다.




“크크큭, 형님도 보셨소? 장선재 그 돼지 놈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말이오.”


“아주 몸이 달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더군. 그래도 방금은 장난이 지나쳤네. 대놓고 그를 자극할 필요는 없었어”


아까 전 주고 받은 대화를 떠올리며 폭소 중인 남정욱과 달리 벽운경은 가볍게 남정욱을 타박했다. 그러자 남정욱이 이에 지지 않고 툴툴대며 말했다.


“아무렴 뭐 어떻소. 서역 놈들 이용해서 바로 뒤통수에 칼 박기 넣으려는 놈인데 말이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저 돼지가 우리의 속셈을 알아챈 건 아닐까 걱정이 되지 않소?”


“그건 아닐 걸세.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내가 누군지 짐작했다면 그런 어설픈 수는 쓰지 않았겠지.”


“후...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려.”


사막의 모래바람을 견디며 손상된 옷을 벗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남정욱과 달리 이번엔 벽운경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벽운경은 벽에 걸린 빳빳하게 다려진 새 감색 도포를 걸치며 말했다.


“그래도 계획은 역시 서둘러야겠어. 초조해진 저 돼지가 이번엔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말이야.”




서역에서 돌아온 상행단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화려한 연회가 마친 뒤 얼큰하게 술이 오른 장선재가 비틀거리며 하인의 부축과 함께 안채로 향했다. 하지만 그를 안채에 뉘인 하인이 방을 나서자마자 벌떡 일어난 장선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똑바른 걸음으로 서재에 들어섰다.


서재의 등불이 켜지고 꺼지기를 두 차례, 그리고 조금 지체된 시간이 지나 다시금 서재 안에 불이 켜졌다. 일 각이 되지도 않아 서재 안의 장선재에 방문객이 찾아왔다.


똑 똑-


“들어오시게.”


장선재의 허가와 함께 그의 심복 표사 정순이 서재로 들어왔다. 가볍게 목례를 마친 그는 그간 자신이 조사한 거에 대해 보고하였다.


“말씀하신 남정욱의 수행원의 정체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사람을 풀어 대원 일대를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황옥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이가 하나 있었지만 그 사람은 이미 불혹이 넘은 아낙이었습니다.”


“그 얘긴 즉슨 애초에 황옥이란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말인가?”


“네. 이름, 나이가 모두 가짜인 사람입니다. 신원이 불분명한 이가 너무 적절한 때에 상단에 들어온 걸 보아 분명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탁자에 올린 손에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하는 장선재를 본 정순은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신응문에 사람을 보내 볼까요?”


“아니야, 도승문은 이미 반병신이 된 도진기의 일로 골머리를 앓느라 다른 데에 신경쓸 여력이 없네. 게다가...”


백화장의 대두로 그간 기세가 눌렸던 신응문이라지만 대를 이어 명문 대파인 신응문의 도승문에게 있어 장선재는 벼락출세한 일개 표사에 불과했다. 더욱이 아들의 팔과 미래를 잃으며 피를 흘리며 싸운 자신과 달리 장선재는 고작 말 몇 마디로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생각해 도승문은 그를 멸시하며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인간이 나에게 도움이 될 일을 해줄 리가 없지. 설령 도와준다해도 그 대가는 분명 배보다 배꼽이 크게 될거야.”


“그렇다면?”


취기가 감돌던 장선재의 눈이 힘을 되찾았다. 어느덧 그의 얼굴엔 비장한 각오마저 서려 있었다.


“무림맹에 사람을 보내게. 긴히 처리할 일이 생겼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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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59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4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0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0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8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0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7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54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5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69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2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6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3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8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5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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