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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공 문고전

추리무협(追利無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토공공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2.06.29 00:1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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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65
추천수 :
803
글자수 :
388,926

작성
22.06.0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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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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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DUMMY

두영모의 보고를 전달받은 심헌창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동안 사라진 벽문천에게 별다른 소식이 없었기에 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산 심헌창에게 백발검귀의 정체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바였다.


심헌창은 지난 날 공단과 도승문에게 전해들은 벽문천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피눈물을 흩뿌리며 복수를 맹세한 한 사내의 분노가 원한이란 이름의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가 속한 정파와 무림맹을 향해 돌아온 것이다.


심헌창의 모략에 의해 탄생한 백발검귀라는 살인마에 수많은 무림의 정파 동도들이 애꿎게 피를 흘리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를 백발검귀로 만든 장본인인 심헌창은 그의 출현에 그저 생각지 못한 골칫거리가 하나 늘었다며 씁쓸하게 혀를 차는 것으로 그에 대한 회상을 마무리 지었다.


“그래서... 백발검귀란 자의 무공은 어떠했나?”


“봉씨 세가의 봉덕환 가주의 합류가 조금만 늦었다면 저희 모두 꼼짝없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겁니다.”


“육신성 중 다섯의 합격에도 우세를 점했다라...”


무공이 조금 모자란 봉태산과 사공부를 제외하고 육신성의 나머지 일원들은 모두 어지간한 문파의 장문인 급의 무위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나 두영모와 봉태석의 경우 신성이라는 이름에 가려지지 않았다면 이미 백대 고수의 반열에 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육신성 전원의 합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고수가 과연 세상에 몇이나 될까. 거기에 두영모 일행이 칠곡까지 돌아오는 여정에서 만났다는 무선의 후인을 자처한 괴청년까지, 심헌창은 잔잔하던 강호에 새로운 물길이 세차게 밀려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보고를 마친 두영모를 돌려보내고 심헌창은 심각한 얼굴로 사색에 잠겼다. 심헌창은 쓴 웃음을 지으며 집무실 한 켠에 놓은 난초를 매만지더니 혼잣말을 내뱉었다.


“벽문천이 돌아왔다니...적어도 나열에겐 반가운 소식이 되겠군.”




연무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온 도진기는 맹주의 집무실에서 걸어 나오는 한 청년을 발견했다. 못보던 얼굴이라 의아해하는 도진기에게 옆에선 부관 사도승이 눈치를 보다 넌지시 저 청년이 바로 두영모라고 일러주었다. 그러자 도진기는 잠시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성큼 두영모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가까이에서 본 두영모의 인상은 역시나 일세의 영걸이라 이름난 소문과 다를 것 없이 훤칠한 키에 남자답게 잘생긴 호남이었다. 한편 두영모는 무례하게 걸어와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남자의 태도에 당황하였으나 이내 바람에 너풀거리는 그의 소매를 보고는 포권하여 먼저 인사를 건넸다.


“새로 오신 교두시군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두영모라고 합니다.”


“도진기요, 인사에 답하지 못하는 무례를 부디 용서하시구려. 팔이 이래가지고.”


손목이 잘려나간 팔을 짐짓 흔들며 양해를 구하는 도진기의 말에 두영모는 손사래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찌 후학이 선배의 인사를 갈구하겠습니까. 마음만으로 족합니다."


“내 촌구석 대남 땅에서도 두 소협의 무명(武名)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소만 실제로 보니 그 소문난 이름이 헛되지 않다는 걸 알겠소."


“보잘 것 없는 소출입니다. 그리고 일전에 맹에서 단주 자리를 맡으셨다 들었습니다. 교두께서는 이 사람을 편히 하대하십시오.”


“그럼 그리하겠네.”


대답을 마친 도진기는 두영모의 몸을 대강 훑어보았다. 권장을 위주로 쓰는 무공에 적합한 딱 벌어진 어깨와 잘 단련된 그의 신체에서 느껴지는 기도는 마치 단단한 바위와도 느껴졌다.


“자네를 직접 보아하니 어찌하여 자네가 사람들 입에 언젠가 천하제일인으로 거론되는 후기지수라 오르내리는 지 알만하군. 그러니 그 깐깐한 맹주가 그리도 자네를 어여삐 여기는 것이겠지."


“과찬이십니다.”


“예전에 나 역시 자네와 같이 호기로운 시절이 있었네. 이 손목이 지금처럼 되기 전에는 말이야."


"..."


"맹주를 너무 믿지는 마시게. 그 사람은 제 사람들을 무척 아끼는 듯 하지만 효용가치가 없어졌따 싶으면 내칠 때 머뭇거림이 없는 사람이거든."


‘...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영모의 대답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엔 위험하고 불필요한 말이었기에 입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그러자 도진기가 소매를 걷어 잘려나간 자신의 팔 단면을 보이며 말했다.


“그걸 못해서 내가 이 꼴이 됐지. 못난 선배가 주는 조언이니 쉬이 넘기지 말고 새겨 듣게.”


“명심하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도진기는 사도승과 함께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에서 처량함을 느낀 두영모는 자신은 반드시 그와 다를 거라 다짐했지만 마음 속 한구석에서 왠지 모를 불안이 자리 잡게 되었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그분의 후인이란 자를 만났다고?”


“네, 태사고님. 그리고 조만간 그자가 맹을 방문하겠다 약조했습니다.”


“허허, 거참.”


어린 사손이 전해준 소식에 검선 호연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십여 년간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연락 한 번 없던 사람이었거늘 그 제자라는 사람이 불쑥 나타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만났을 때 분명 이제 제자 같은 건 눈꼽 만큼도 생각이 없다고 말한 사람이었다. 네가 만나 본 그 제자란 인물은 어땠느냐?”


“제 또래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키가 제법 크고 얼굴이 말간 것이 무인보다는 서생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외모 말고 무공 말이다. 아니지, 말간 얼굴이라면 제대로 연영공을 배웠다 할 수는 없겠구나. 연영공을 사층 이상 익혔다면 지금쯤 얼굴이 진한 대춧빛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실망감을 드러내 보이는 호연에게 나지안은 다급히 자신이 직접 본 것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태사고님, 그자는 저희의 눈 앞에서 직접 내공으로 물건을 태워보였습니다. 절대로 무공의 수준이 얕아보이진 않았어요.”


“삼매진화(三昧眞火)란 무공의 성취보다는 시전자의 내공에 더 영향을 받는 기예이다. 혹시 모르지 않느냐? 그 철부지 영감탱이가 늦게 거둔 제자를 어여삐 여겨 닥치는 대로 영약을 갖다 먹인 걸지도...”


나지안은 자신의 이야기에서 벽운경의 무위를 유추한 뒤 실망을 내보인 호연이 투덜대면서도 계속 물어보는 것이 내심 호연 또한 그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벽운경의 무림맹 방문이 이루어졌다.




두영모와 나지안이 미리 일러둔 덕분에 벽운경과 남정욱은 입구에서의 별다른 제지 없이 무림맹 본관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들이 문을 지나치자 정문의 문지기가 힘찬 목소리로 벽운경 일행의 도착을 알렸고 이를 듣고 맹 내부에 머물던 두영모 일행이 그들을 맞이하러 나왔다.


“정말로... 오셨구려.”


“은자 이천 냥이 농으로 허비하기에 적은 돈은 아니지. 그럼 전에 맡겨 놓은 물건부터 받을 수 있겠소?”


“후훗, 그렇지 않아도 준비해놨소. 여기 받으시오.”


휘릭-


두영모는 자신의 손에 들린 묵직한 행낭을 다시 원 주인인 벽운경에게 던져주었다. 행낭은 돌려받은 벽운경은 안을 열어 확인조차 하지 않고 아무런 의심 없이 그대로 둘러메었다.


“내용물을 확인해보지 않아도 괜찮겠소?”


“천하의 육신성 두영모의 명예라는 게 고작 은자 이천 냥에 지나진 않겠지.”


“그리 말해 주니 영광인 바요.”


“두 대협과의 용무가 끝났으면 이젠 제 차례군요. 이쪽으로 오세요. 저희 태사고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맡겨둔 물건을 돌려받았으니 이제는 나지안을 따라 검선 호연을 만나러 갈 차례였다. 나지안이 어릴 적부터 호연을 통해 무선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것처럼 벽운경 역시 무선에게서 호연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다.


악연으로 시작해 차츰 서로에게 마음을 품게 되었으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하여 결국엔 이어질 수 없었던 사이. 흐르는 세월 속에 남녀간의 애틋한 감정도 점점 바래졌으나 무선과 호연은 서로를 생각하는 감정은 여전히 각별하다고 했었다.


이야기로만 들어온 먼 친척을 처음 만날 때처럼 벽운경의 마음은 조금 설레었다. 그러나 널찍한 연무장 한 가운데에 한 자루 검을 내려놓고 눈을 감아 정좌의 자세를 취한 호연에게 느껴지는 압박감은 오래만에 만난 조손(祖孫)의 해후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저 여인이 바로 무림 삼선 중 일 인이라는 검선 호연이군.’


“네가 그 분의 후인을 감히 자처하는 아이로구나. 잘 왔다.”


감긴 호연의 눈이 뜨이자 그 안에 파문 하나 없는 잔잔한 호수가 보였다. 그 호수 위의 물결은 호연의 감정을 따라 점점 거센 풍랑을 만난 듯 거친 물살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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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사자귀환(死者歸還)-2 +2 22.06.29 189 6 10쪽
70 사자귀환(死者歸還)-1 22.06.27 132 6 10쪽
69 대연회(大宴會)-3 22.06.22 140 5 10쪽
68 대연회(大宴會)-2 +2 22.06.21 139 7 14쪽
67 대연회(大宴會)-1 +2 22.06.20 142 7 13쪽
66 마선 강림(魔仙 降臨)-4 +2 22.06.18 140 7 10쪽
65 마선 강림(魔仙 降臨)-3 +5 22.06.16 150 7 12쪽
64 마선 강림(魔仙 降臨)-2 +5 22.06.15 146 6 13쪽
63 마선 강림(魔仙 降臨)-1 +2 22.06.14 159 6 9쪽
62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5 +4 22.06.13 145 7 16쪽
61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4 +3 22.06.12 144 7 9쪽
60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3 +1 22.06.11 140 6 10쪽
59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2 +1 22.06.10 150 6 10쪽
58 소영웅대회 개막(小英雄大會 開幕)-1 +1 22.06.09 158 5 9쪽
57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5 +2 22.06.08 170 5 11쪽
56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4 +2 22.06.07 148 7 9쪽
55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3 +2 22.06.06 153 8 9쪽
»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2 +2 22.06.05 166 6 9쪽
53 소영웅집결(小英雄集結)-1 +3 22.06.04 169 6 13쪽
52 무림맹행(武林盟行) +3 22.06.04 166 6 17쪽
51 탐부순재(貪夫殉財)-7 +2 22.06.03 153 6 13쪽
50 탐부순재(貪夫殉財)-6 +2 22.06.03 156 6 9쪽
49 탐부순재(貪夫殉財)-5 +1 22.06.02 163 5 10쪽
48 탐부순재(貪夫殉財)-4 +2 22.06.02 169 6 11쪽
47 탐부순재(貪夫殉財)-3 +2 22.06.01 155 6 11쪽
46 탐부순재(貪夫殉財)-2 22.06.01 162 5 9쪽
45 탐부순재(貪夫殉財)-1 +4 22.05.31 165 8 11쪽
44 귀서역로( 歸西域路)-5 +2 22.05.31 165 7 12쪽
43 귀서역로( 歸西域路)-4 +2 22.05.30 175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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