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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 님의 서재입니다.

취업무림(就業武林)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촌부
작품등록일 :
2016.01.29 12:11
최근연재일 :
2016.03.20 15:58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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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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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1,137

작성
16.02.2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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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12장> 기연(奇緣) (4)

DUMMY

현재 장현민의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라 할 수 있었다. 여덟 갈래로 나뉜 태허일기공 중, 세 갈래가 제멋대로 세맥과 대맥을 질주한 탓에 주화입마에 빠져들었으니 어찌 평온타 말할 수 있겠는가? 세 갈래 기운이 옥당을 범할 때는 일순간이나마 죽음을 각오했었다.

장현민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과거, 한재선이 불어넣어주었던 기운 덕택이었다. 거기에 더해, 나머지 다섯 갈래의 태허일기공이 장현민의 심신을 보호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주화입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총량을 따지자면 주화입마의 기운보다 다섯 갈래의 기운과 한재선이 남긴 기운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으나, 지켜야 할 혈맥이 워낙 많다보니 손해를 면치 못했던 것이다.

결과는 백중세, 고착 상태였다.


‘이 상태를 깨버려야 돼.’


장현민은 이를 질끈 악물었다. 심마의 유혹에 넘어갔더라면 주화입마의 기운이 더 성했을 것이나, 다행히 스스로의 의지로 벗어났으니 백중세를 깨버리기만 한다면 무사히 신체를 보(保)할 수 있으리라.


‘신체에 충격을 줄 수 있을 방법…….’


장현민은 고착 상태를 깨어버릴 방법으로 콘센트를 선택했다. 아직도 용의 환영과 마음의 검, 스승님의 환영이 남아있었지만 장현민은 힘겹게 기어가 러닝머신에서 길쭉한 쇳덩이를 뜯어내었다.

장현민은 그렇게 번개를 보게 되었다.


“컥!”


가벼운 전류만 흐르면, 그것으로 고착 상태를 깨어버리기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전류가 흘러들어왔다. 쇳덩이에서 손을 떼면 되겠지만, 근육이 굳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손도 뗄 수가 없다.


“커헉, 커허억!”


장현민은 한참이 지나서야 쇳덩이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누전차단기 덕택에 전력이 끊긴 덕택이었다.

장현민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것을 느끼며 태허일기공의 법문을 읊조렸다.


‘도, 동과 정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動靜有常]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 비로소 구별된다[剛柔斷矣].’


지금의 상황에 딱 어울리는 법문이었다. 태허일기공의 다섯 갈래는 정(靜)의 성질을 띄고 있고, 나머지 세 갈래는 동(動)의 성질을 띄고 있는데, 전자가 부드럽다면 후자는 강맹하기 짝이 없다.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 서로를 밀어내니[剛柔相推]…….’


스승님이 불어넣어준 기운에 더해 전류, 뇌전(雷電)의 기운까지 더해지자 둘 사이의 구분은 더욱 확실해졌다. 다만 이전처럼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고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꼬리를 문 뱀처럼 각자의 뒤를 쫒는 것이 다를 뿐이다.

동과 정의 조화, 음양의 조화.

태극(太極)이다.


“비로소 변화가 생기느니라[變在其中矣].”


장현민이 네 번째 구결을 읊조리는 순간, 기운의 방향이 바뀌었다.

혈맥을 타통하려는 주화입마의 기운을 막아내던 기운이 오히려 타통을 돕기 시작한 것이다. 뇌전과 세 갈래 기운이 혈맥을 타통하면, 나머지 기운이 혈맥이 상하지 않도록 신체를 보호한다.

툭, 투툭-

장현민은 또다시 들릴 리 없는 소리를 들었다.

세맥이 타통되는 소리이자, 굳어있던 옥당의 탁기가 녹아내리는 소리였다. 장현민의 신체가 움찔거리는 것과 동시에, 전신의 모공에서 검붉기도 하고 노랗기도 한 무언가가 찐득하게 새어나왔다.

이른바 탁기(濁氣)가 배출되는 것!

주화입마가 기연(奇緣)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고작 2년 배운 무공으로 세맥을 타통하고, 또한 신체의 탁기를 배출하여 청정(淸淨)을 얻는 셈이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투툭, 툭-

하지만 장현민은 자신의 신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눈을 반개한 채로 태허일기공의 구결만 계속해서 읊조리고 있을 뿐이었다.

용의 환영이 비명을 질렀고, 스승님의 환영이 마음의 검을 쥐고 춤을 추었다. 과거, 양철통에서 낙엽을 불러 허공을 수놓았던 그때처럼 아름답고도 아련한 모습이었다.

장현민은 스승님께 들었던 옛 고사를 떠올렸다.

검선(劍仙) 여동빈은 일찍이 회수(淮水)에서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교룡(蛟龍)을 벤 바 있다. 마음의 검, 이른바 통천영검(通天靈劍)으로 말이다.

그러나 검선 여동빈은 아홉 마리의 교룡을 베었을 뿐, 한 마리 흑룡만은 베지 못하였다. 그 흑룡은 곤명의 오노산(五老山) 기슭의 연못으로 도망쳐 숨었는데, 그곳을 흑룡담(黑龍潭)이라 한다.

이번에도 흑룡은 크게 놀라 도망을 치고 있었다.

마음의 검이 한없는 자유에 이르거든, 그것으로 마(魔)를 베라고 했던가?

장현민의 마음은 아직 한없는 자유에 이르지 못했다.


‘저것 역시 내 모습인 것을…….’


장현민의 호흡이 부지불식간에 느려졌다. 세맥이 타통되어 가는 소리가 사라지자 세상이 고요로 물들었다. 그저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소리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세상과 함께 호흡할 수만 있다면[天地同息], 천하의 이치를 모두 얻으리라[天下之理得].’


장현민이 태허일기공의 마지막 구결을 읊조렸다.

폐부 깊숙한 곳으로 세상이 들어왔고, 마침내는 새어나갔다.

그 후에는 오로지 정적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후우우-”


장현민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몇 차례 더 심호흡을 했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린 탓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그 여파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잠시 헬스클럽에 짙은 고요가 내려앉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킥.”


문득 헬스클럽에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웃음소리는 사라지는 대신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하하하! 아하하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운기조식 중에 수학 문제를 풀다가 내공이 5/8로 쪼개지다니. 심지어 그 와중에 목숨마저 잃을 뻔 했잖은가? 자칫하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게 죽은 무림인이 될 뻔 했다.

웃음소리 속에는 다른 감정도 숨어 있었다.

무공으로 돈을 벌 꿈을 얼마나 많이 꾸었던가?

그 중에는 축구 선수가 된다던가, 잘 나가는 경호원이 된다던가 하는 긍정적인 상상도 많았지만, 은행을 턴다던가, 혹은 잘 나가는 가게의 금고를 들고 튄다던가 하는 사도(邪道)의 상상도 수도 없이 많았다.

또한, 장현민은 무림에 대한 꿈도 자주 꾸었다. 현대 사회니만큼 불가능하겠지만, 한 자루 검을 비껴 찬 영웅이 되는 상상은 입문하기 전부터 자주 꾸던 것이었다.

그러나 성장은 멈추어 서는 법이 없다.

키처럼 마음도 한 뼘씩 자라난다.

장현민이 후련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정당한 방법으로 무공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정 어렵다면 깔끔하게 포기해 버리는 게 낫겠다.’


무림에 대한 꿈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무협 소설에 나오는 사건은 말 그대로 소설이니까 재미있는 것이지, 실제로 겪어보면 처참하기만 할 뿐이다. 벙어리장갑을 낀 여자아이의 경우처럼, 고문을 당하던 김태연 사손의 경우처럼 선혈이 낭자한 흉사(凶事)에 불과하다.

무림과 깊이 연관되면 될수록 그런 사건을 자주 겪게 될지도 모른다.


‘겪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제일 나아.’


머릿속에 있던 혼란이 말끔히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한재선이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기뻐하며 미소를 지었을 터였다. 마음속의 흉성과 욕심을 완전히 지워버리지는 못했지만, 장현민은 그에 함몰되지도 않았다. 장현민은 조금씩 도기(道器)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한 사람의 의지로 결정된다던가?

삶은 복잡한 방식으로 흐르고 원하지 않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나는 법이다.


“읏차-”


장현민이 끙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헬스클럽의 입구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왔어요, 진호 형?”


주화입마는 결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없는 사건이었지만, 막상 지나고나니 해프닝처럼 느껴진다. 장현민이 웃음기 어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형? 조금 전에… 으음.”


장현민이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문 밖의 인기척이 제갈진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탓이었다.

문 밖에서 경쾌한 구두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인기척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궁금하군. 무슨 일이 있었나?”

“당신은…….”


장현민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갔다.

헬스클럽의 문가에는 이매탈을 쓴 사내가 서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살짝 일찍 올립니다.

어제는 따뜻했는데, 오늘은 날이 살짝 춥네요.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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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17장> 가면의 시대 (2) +124 16.03.19 7,432 366 14쪽
50 <제17장> 가면의 시대 (1) +143 16.03.18 7,074 383 13쪽
49 <제16장> 존재 의의 (4) +113 16.03.17 7,185 375 9쪽
48 <제16장> 존재 의의 (3) +187 16.03.16 7,874 447 15쪽
47 <제16장> 존재 의의 (2) +114 16.03.15 7,761 382 12쪽
46 <제16장> 존재 의의 (1) +133 16.03.13 8,438 406 12쪽
45 <제15장> 괴협 (3) +165 16.03.12 8,396 403 9쪽
44 <제15장> 괴협 (2) +150 16.03.11 8,279 402 16쪽
43 <제15장> 괴협 (1) +124 16.03.10 8,872 421 16쪽
42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4) +108 16.03.09 8,592 417 11쪽
41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3) +119 16.03.08 9,168 453 11쪽
40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2) +123 16.03.07 9,955 475 8쪽
39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1) +133 16.03.05 9,956 490 13쪽
38 <제13장> 욕망의 시대 (4) +213 16.03.04 9,891 545 9쪽
37 <제13장> 욕망의 시대 (3) +217 16.03.03 10,179 535 15쪽
36 <제13장> 욕망의 시대 (2) +165 16.03.02 10,425 498 13쪽
35 <제13장> 욕망의 시대 (1) +159 16.03.01 10,619 479 12쪽
» <제12장> 기연(奇緣) (4) +133 16.02.29 11,053 492 9쪽
33 <제12장> 기연(奇緣) (3) +175 16.02.28 10,880 501 15쪽
32 <제12장> 기연(奇緣) (2) +209 16.02.27 11,440 498 12쪽
31 <제12장> 기연(奇緣) (1) +143 16.02.25 11,208 490 9쪽
30 <제11장> 회복(回復) (4) +115 16.02.24 11,584 484 7쪽
29 <제11장> 회복(回復) (3) +188 16.02.23 11,301 578 8쪽
28 <제11장> 회복(回復) (2) +125 16.02.22 11,250 545 11쪽
27 <제11장> 회복(回復) (1) +125 16.02.21 11,911 549 13쪽
26 <제10장> 소천괴(小天怪) (2) +135 16.02.20 12,327 499 11쪽
25 <제10장> 소천괴(小天怪) (1) +109 16.02.19 12,146 517 12쪽
24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2) +117 16.02.18 12,199 561 12쪽
23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1) +139 16.02.17 12,652 561 14쪽
22 <제8장> 화약고(火藥庫) (3) +107 16.02.16 12,791 562 17쪽
21 <제8장> 화약고(火藥庫) (2) +102 16.02.15 12,600 571 14쪽
20 <제8장> 화약고(火藥庫) (1) +85 16.02.14 13,026 603 16쪽
19 <제7장> 사자림(獅子林) (3) +89 16.02.13 13,359 585 13쪽
18 <제7장> 사자림(獅子林) (2) +132 16.02.12 13,604 655 14쪽
17 <제7장> 사자림(獅子林) (1) +123 16.02.11 13,981 579 16쪽
16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2) +77 16.02.10 13,736 593 10쪽
15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1) +81 16.02.09 13,894 626 15쪽
14 <제5장> 21세기 수련법 (3) +117 16.02.08 13,864 616 18쪽
13 <제5장> 21세기 수련법 (2) +47 16.02.07 14,015 607 9쪽
12 <제5장> 21세기 수련법 (1) +38 16.02.07 14,544 551 10쪽
11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2) +58 16.02.06 14,334 578 7쪽
10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1) +63 16.02.05 14,931 608 15쪽
9 <제3장> 중년(中年) 호구 (2) +57 16.02.04 15,154 614 14쪽
8 <제3장> 중년(中年) 호구 (1) +63 16.02.03 15,877 620 10쪽
7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3) +108 16.02.02 16,612 670 11쪽
6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2) +89 16.02.01 17,420 719 11쪽
5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1) +72 16.01.31 18,912 7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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