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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 님의 서재입니다.

취업무림(就業武林)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촌부
작품등록일 :
2016.01.29 12:11
최근연재일 :
2016.03.20 15:58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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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415
추천수 :
28,471
글자수 :
281,137

작성
16.02.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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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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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5장> 21세기 수련법 (2)

DUMMY

그로부터 3개월 뒤, 장현민은 오행선법을 마쳤다. 장현민 본인은 몰랐지만, 천하의 한재선조차도 ‘뭐 이런 괴물 같은 몸뚱아리가 다 있어?’ 라며 놀랄 정도의 속도였다.

예전에는 필법과 음률을 제외한 시간에 근골을 다스렸다면, 이제는 그 대신 무공을 배우게 되었다.

가장 먼저, 장현민은 보법에 입문했다.


“예전에 말했듯, 선문의 시작과 끝은 태허일기공과 천둔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선문의 모든 무공이 그것에서 나왔고, 선문의 모든 무공의 종착점이 그것이지. 그 두 개 외에는 그냥 다 잡기(雜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재선이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태허일기공과 천둔검결에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선문의 조사들은 그것을 기반으로 이런저런 무공을 창안했다.

하나같이 강호를 놀라게 할 절기들이었으나, 정작 그것을 만든 본인들은 잡스러운 것으로 취급하곤 했다.

한재선도 그것은 다르지 않았다.


“지금부터 가르칠 보법은 운리보(雲理步)와 미풍보(美風步)를 섞은 것이다. 운리보는 사대조셨던 이명(李茗) 조사께서 지리산에 은거해 계실 적에 창안하신 것으로, 남해로 회 드시러 갈 때 쓰려고 만드신 보법이고, 미풍보는 칠대조셨던 홍정운(洪淨雲) 조사께서 창안하신 것인데, 저잣거리에 웬 미친놈이 말을 달리기에 무심코 피하셨다가 이거 좀 괜찮다싶어서 만드신 거라더라.”

“스승님, 어째 이유가 다 이상한데요?”


고1의 상식으로도 지리산과 남해가 멀다는 것은 안다. 고작 회 한 점 먹으려 그 먼 거리를 달렸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말을 피하려다가 문득 ‘이거 괜찮은데?’ 싶어서 만들었다는 보법은 더 이상하다.

한재선이 장현민의 머리를 후려쳤다.


“하여간 한 마디도 지는 법이 없어.”

“끄어으읍!”


장현민의 비명 소리는 이전과 달랐다.

그간 열심히 때려준 덕택에 장현민의 옥당과 인당은 삼 할 가까이 풀려 있었다. 일견하자면 좋은 일이나 그 경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쇳덩이 같은 인당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많은 내공을 쏟아 부어야 했다. 머리를 맞을 때에 장현민이 느끼는 고통이 심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장현민이 진정하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헐헐! 네 둘째 사형도 똑같은 질문을 했었지. 이해가 어렵거든 그냥 신선놀음이라고 생각해라. 실제로 지리산 신선이 구름타고 남해로 가더라는 식으로 알려졌으니.”


한재선이 둘째 제자를 추억하며 말했다.

머리가 좋았던 둘째 제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도 신선의 공부를 배운다는 기대감에 몸을 떨었었다.

장현민도 기대감을 키우긴 마찬가지였다. 한재선이 분필로 그려준 발모양을 따라 움직일 때는 느낌이 좀 구렸지만, 무협지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니 나름 기분은 괜찮았다.


“지보(止步)는 곧 축보(縮步)니라. 발을 멈추는 모양새가 기이하게 보일지 모르나 신체의 축이 바로 서 있다면 기이할 것도 없지. 선삼보(先三步)를 좌로 뻗은 후에 지보, 즉, 축보를 밟고 후삼보(後三步)를 좌후방으로 뻗는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수련하다보면…….”

“이렇게요?”


장현민이 곧바로 한재선의 몸놀림을 흉내 내었다.

지보와 축보는 물론, 운보(運步)의 방향마저 정확하다.


‘이 놈 봐라? 고작 한 번 보고 운리미풍보를 흉내 내?’


한재선의 표정이 기가 막힌다는 듯 변해갔다.

천무지체라는 것을 감안해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느니라.”


한재선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중얼거렸다.

장현민이 사흘에 걸쳐 운리미풍보를 외웠을 때였다.

한재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시작했다. 러닝머신 24대를 절반으로 나누어 발판이 서로 마주 보게 해 놓고는, 손잡이를 다 잘라버리고 속도를 각각 다르게 한 것이다.

한재선이 만족스럽게 외치며 장현민의 등을 밀었다.


“자, 굴러라!”

“예? 잠깐… 어어어? 아악! 아아악!”


부드러운 바람 같은 것이 등을 밀자 장현민은 24대의 러닝머신 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리고 발을 디디자마자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발판에 발목이 꺾여 자빠지고 말았다.

넘어지면 끝이어야 하는데, 한재선이 남긴 경력은 흩어지지 않고 장현민에게 계속 추진력을 부여했다. 장현민은 자빠진 채로 러닝머신의 발판 위를 쿵쾅쿵쾅 굴러다녔다.


“하우욱…….”


한참 뒤에야 러닝머신의 반대쪽 끝에 떨어진 장현민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몸을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장현민이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


“뭐죠.”


무표정한 얼굴 속에는 깊은 분노가 자리해 있었다.

이백 만원이고 나발이고 간에 당장이라도 스승님을 들이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저를 이 지옥에 밀어 넣은 거죠.”

“헐헐헐! 보법 수련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한재선이 배를 붙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장현민은 2열로 놓인 런닝머신 24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발판이 회전하는 방향이 진행방향과 다르니 발을 디딜 수가 없다. 심지어 속도도 다 다르지 않은가.

이는 보법을 일부러 못 밟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왜 행보는 고사하고 지보도 못 밟게 하는 거죠.”

“그래야 수련이 되는 게야. 네 둘째 사형에게 보법을 가르칠 때는 아예 절벽에서 밀어버렸었지.”


절벽에서 밀려 떨어지는 대재앙을 겪었지만, 둘째는 첫째처럼 도주를 하거나 셋째처럼 스승을 들이받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냥 독(毒)을 좀 샀을 뿐이었다.


“그에 비하면 너는 얼마나 운이 좋으냐? 평지에서 보법을 다 익히고 말이야. 그러니 잔말 말고…….”


장현민이 ‘아무래도 까진 것 같은데’ 라고 중얼거리며 체육복 옷자락을 걷고 팔꿈치를 내려다 볼 때였다.

도대체 언제 온 건지, 한재선이 뒤에서 불쑥 나타났다.


“굴러라!”

“엇?! 야, 이 씨……!”


장현민이 욕설 비스무리하게 외치며 앞으로 밀려났다. 곧 러닝머신 위에서 우당탕 쿵쾅쿵쾅 소리가 들려왔다.

그 후로 한동안 장현민은 러닝머신 위를 굴러다녀야 했다. 물론 필법과 음률이 주를 이루었지만, 한재선은 그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보법 수련에 할애했던 것이다.

권장(拳掌)을 배울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재선은 세 가지 권장을 가르쳤는데, 칠성권(七星拳)과 벽운장(碧雲掌)은 원래부터 선문에 내려오던 것이지만 나머지 하나는 본인이 직접 창안한 것이라고 했다.


“내 말년에 이르러 창안한 것이라 네 사형들도 이건 익히지 못했다. 이것저것 섞긴 했지만 쓸 만은 할 게야.”


한재선의 안색은 이전보다도 검게 변해 있었다.

장현민이 ‘어디 아프신 거 아니에요?’ 라고 물었지만 한재선은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라며 무시했다.


“시작은 돌멩이로 하는데… 이번엔 동전으로 하자꾸나.”


한재선이 동전을 던지면, 그걸 손바닥을 펼친 채 받아내는 수련이 첫 번째였다. 흘려서 받기를 완성하면 밀어서 다시 스승에게 보낸다.

그 다음에는 격타(擊打)였는데, 동전이 날아오면 권이나 장으로 쳐내면 되었다. 흘려서[捋] 받고[接], 밀어서[推] 치는[打] 것이 한재선이 가르쳐 준 권법의 요체였다.

장현민은 이번에도 보자마자 초식을 흉내 내었다.

처음에는 조금 까다로웠지만, 서너 번 흉내를 내보니 혼자서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건 체조 같아서 좀 쉬운데요… 헙!”


말을 마친 장현민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재선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쉽다니 그것 참 좋은 일이로구나.”


그 날부터 수련 방법은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동전은 음료수 캔으로, 캔은 10Kg 아령으로 바뀌더니, 마침내는 50Kg 케틀벨까지 사태가 진행되고 만 것이다.

흘리고 나발이고 간에 잘못 맞으면 저세상 행이었다.


“스, 스승님! 그거 던지면 저 죽는다고요!”

“죽기 싫으면 막으면 되지!”

“에이, 씨! 진짜!”


장현민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녀석, 투덜거리기는.”


실소를 머금고 장현민을 지켜보던 한재선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지랄 맞았던 세 제자들과 달리, 장현민은 최소한 겉보기에는 고분고분하게 수련을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 내심도 그러할까.


‘자당(慈堂)께서 편찮다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겉보기에는 예의 바르고 성실한 장현민이었지만, 한재선은 그 안에서 분노를 엿보곤 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분노를 간직하고 있지만, 장현민의 경우는 유독 그 크기가 컸다.

장현민의 기감을 닫아둔 것은 바로 그래서였다.

장현민은 운기조식을 할 때마다 ‘아무리 해봐도 느껴지는 것이 없는데요. 역시 내공이란 게 없는 거죠?’ 라고 투덜거렸지만 기감이 닫힌 탓에 느끼지 못했을 뿐, 내공은 착실하게, 아니, 그 누구보다 빠르게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속연이 점점 강해지는구나.’


한재선이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한 번 찼다.


‘쯧! 인당과 옥당을 풀어보면 알게 되겠지.’


한재선이 심유한 눈으로 장현민을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엇?! 야, 이 씨.......

P.S: 2일 전, <추천하기> 게시판에 추천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일황님. 감동 먹었어요! 사랑합니다. ;ㅂ;

드릴 게 없어서 연참이라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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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괴협 (2) +150 16.03.11 8,279 40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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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13장> 욕망의 시대 (3) +217 16.03.03 10,179 535 15쪽
36 <제13장> 욕망의 시대 (2) +165 16.03.02 10,425 498 13쪽
35 <제13장> 욕망의 시대 (1) +159 16.03.01 10,619 4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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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12장> 기연(奇緣) (3) +175 16.02.28 10,879 501 15쪽
32 <제12장> 기연(奇緣) (2) +209 16.02.27 11,440 498 12쪽
31 <제12장> 기연(奇緣) (1) +143 16.02.25 11,208 49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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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10장> 소천괴(小天怪) (1) +109 16.02.19 12,146 517 12쪽
24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2) +117 16.02.18 12,199 561 12쪽
23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1) +139 16.02.17 12,652 561 14쪽
22 <제8장> 화약고(火藥庫) (3) +107 16.02.16 12,791 562 17쪽
21 <제8장> 화약고(火藥庫) (2) +102 16.02.15 12,600 571 14쪽
20 <제8장> 화약고(火藥庫) (1) +85 16.02.14 13,026 60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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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7장> 사자림(獅子林) (2) +132 16.02.12 13,604 65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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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2) +77 16.02.10 13,735 593 10쪽
15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1) +81 16.02.09 13,894 626 15쪽
14 <제5장> 21세기 수련법 (3) +117 16.02.08 13,864 616 18쪽
» <제5장> 21세기 수련법 (2) +47 16.02.07 14,015 607 9쪽
12 <제5장> 21세기 수련법 (1) +38 16.02.07 14,544 551 10쪽
11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2) +58 16.02.06 14,333 578 7쪽
10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1) +63 16.02.05 14,931 608 15쪽
9 <제3장> 중년(中年) 호구 (2) +57 16.02.04 15,154 614 14쪽
8 <제3장> 중년(中年) 호구 (1) +63 16.02.03 15,877 620 10쪽
7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3) +108 16.02.02 16,611 670 11쪽
6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2) +89 16.02.01 17,420 719 11쪽
5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1) +72 16.01.31 18,912 7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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