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촌부 님의 서재입니다.

취업무림(就業武林)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촌부
작품등록일 :
2016.01.29 12:11
최근연재일 :
2016.03.20 15:58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664,417
추천수 :
28,471
글자수 :
281,137

작성
16.02.06 13:00
조회
14,333
추천
578
글자
7쪽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2)

DUMMY

장현민이 갓 배사지례를 치를 무렵이었다.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서원 빌딩의 지하에는 개봉 제본소라는 작은 회사가 자리해 있다. 원래 대학생들 책을 제본해주거나 개인 소장용 책자 따위를 인쇄해주는 곳이었던 개봉 제본소는 서일중이라는 사람이 회사를 인수한 삼 년 전부터 뭐하는 곳인지 모를 유령 회사가 되어 있었다.

형광등조차 하나밖에 켜두지 않아 음습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 속에서, 한 중년인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래, 천괴가 나타나서 실패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천무지체는 만나보지도 못했고?”

“그렇습니다.”


‘사장 서일중’ 이라는 명패 뒤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골치가 아프다는 듯 목을 벅벅 긁었다. 그래도 속이 풀리지 않자 중년인은 담배를 한 대 꺼내어 물었다.


“천괴가 진짜 확실해? 그 양반, 삼년 전에 종적을 감춰서 죽은 걸로 파악했다며.”

“저를 믿지 못하신다면 제 의견은 듣지 않아도 상관없겠지요. 저를 믿으신다면, 그가 천괴라는 것도 믿으셔야 합니다. 그와 같은 무공은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젠장! 300년 가까이 살았으면 됐지, 뭐가 부족해서 안 죽은 거야! 그냥 뒈져버리던가, 등선을 하던가 하지!”


서일중이 책상을 쿵, 하고 후려쳤다.

이리저리 쌓여있던 서류들이 진동에 밀려 흩어졌다.


‘천무지체니 뭐니 다 헛소린 줄 알았는데, 정말로 천괴가 나타났다고? 이건 그 꼬맹이가 진짜 천무지체이던지, 아니면 그 비슷한 거든지 둘 중 하나는 확실하다는 소리잖아.’


서일중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상황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좋아. 그가 진짜 천괴라면 자네가 물러난 것도 이해할 만하지. 하지만 천괴가 나타나기 전에는? 그 전에는 뭐 했나? 아무리 정사 무림인들이 가득해도 구환도 자네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었을 거 아냐?”


중년인 앞에는 허름한 작업용 점퍼를 입은, 귀밑머리 하얀 중늙은이가 서 있었다. 언뜻 보면 이제 갓 자식들 대학 보낸 평범한 아저씨처럼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의 정체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가 바로 한때 사도맹의 맹주를 노렸던 고수, 구환도인 것이다.


“천무지체라는 것이 너무 허황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천괴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도 헛소문으로 판단했지요. 때문에 일반인들과 거리를 두고, 무림의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만약 천괴가 나타날 줄 알았더라면… 요원들이나 경찰력을 동원했을 겁니다.”


결국은 구환도도 같은 실수를 했다는 소리다.


“끄으응.”


서일중이 앓는 소리를 내며 담뱃재를 바닥에 털었다.


“무림맹하고 사도맹 쪽 동향 보고해.”

“무림맹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산자 제갈경이 천괴와 동행하여 천무지체를 만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지금도 감시는 하고 있습니다만, 천괴의 기감이 너무 넓다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죽이 될지, 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림맹주에게 사람 보내 봐. 예쁘게 하고 나갈 테니 소개 좀 시켜달라고. 젠장! 그쪽 애들 말 안 듣기로 유명한데. 사도맹은?”

“사도맹은 일단 물러난 듯 보입니다. 천괴와 교분이 없다보니 아직 끼어들 시점을 판단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금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수는, 천괴 몰래 천무지체를 꼬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사도맹은 견제 해. 무림맹 상대하는 것도 골치 아픈데 개나 소나 기웃거리면 안 되지. 그리고 천무지체 소문 헛소문으로 판단하고 뻘짓한 놈들! 다들 시말서 제출하라고 하고, 또 뻘짓하면 내가 직접 족친다고 전해!”

“…예.”


구환도가 나직한 어조로 대답했다.

서일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괴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지? 천하제일인이다, 천하제일인. 슈퍼맨이라고. 전략 핵무기도 천괴에 비하면 가치 없어. 그리고 천무지체가 진짜라면 천괴의 무공도 온전히 이어진다고 봐야 돼. 그 꼬맹이 새끼가 전략 핵무기 꿈나무라고 생각하라고.”


서일중이 수트 상의를 걸치며 말했다.

단추를 잠근 후에는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조정한다.


“애들 전부 동원해서 천괴와 천무지체 동향 파악하고, 가능한 상황 전부 시뮬레이션 돌려서 보고하라고 해. 그리고 천괴가 있으니 불가능하겠지만, 혹시라도 천무지체 꼬맹이와 접촉하는 데 성공하면…….”


현재 장현민의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천무지체에 천괴의 사승까지 이은 미래의 천하제일인이 무소속으로 강호에 내팽개쳐져 있으니, 그를 확보하는 세력은 곧 무림의 패권을 확보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천괴가 나타나기 전까지 직접적으로 행동을 취했다면, 이제부터는 물밑싸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만약 천무지체를 만나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줘. 천무지체가 원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다 바치란 말이야. 다른 놈들에게 빼앗겼다는 보고는 유서랑 같이 받는다. 알아들었어? 천무지체는 반드시 우리가 확보해야 해.”


무림맹도, 사도맹도 천무지체의 호의를 사기 위해서 별의 별 짓을 다 할 것이 분명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무림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올라버린 장현민이었다.

구환도가 묵직한 어조로 대답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난 위에 보고하러 간다. 수고해.”


서일중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선 서일중이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아, 참. A급 감시대상은 어떻게 됐어?”

“반응 없었습니다.”


서일중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반응이 없어……?”


2008년에 발견된 조직이 하나 있다.

D급 감시대상으로 시작해 고작 7년 만에 A급 감시대상으로 올라선 이들, 서일중의 조직으로서도 명확히 파악해내지 못한 그림자 같은 단체였다.

심지어 무림맹과 사도맹은 아직 그들의 존재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니 굳이 더 말할 것 없으리라.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

“저도 그렇습니다.”

“…S급으로 올려. 당분간 우리 애들은 그 놈들하고 천무지체, 양쪽만 신경 쓴다. 위쪽 허가는 내가 받아오지.”


서일중이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자 지하가 조용해졌다.

물끄러미 서 있던 구환도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천하제일인, 검선 한재선이 네 번째 제자를 받았다. 그것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 천무지체를. 허! 천괴는 어떤 무공을 가르칠까?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생각이지?’


그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역설적으로 흥분이었다.

어쩌면 지금 그는 새로운 전설의 탄생을 마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천괴의 뒤를 이을 새로운 전설을.


‘하! 직접 보고 싶은 심정이로군.’


구환도가 눈빛을 빛내며 지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수련편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취업무림(就業武林)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취업무림>의 연재가 잠정적으로 중단됨을 알려드립니다 +65 16.03.26 11,059 0 -
공지 연재에 들어가기에 앞서... +145 16.01.29 22,031 0 -
52 <제17장> 가면의 시대 (3) +116 16.03.20 8,171 344 9쪽
51 <제17장> 가면의 시대 (2) +124 16.03.19 7,431 366 14쪽
50 <제17장> 가면의 시대 (1) +143 16.03.18 7,074 383 13쪽
49 <제16장> 존재 의의 (4) +113 16.03.17 7,185 375 9쪽
48 <제16장> 존재 의의 (3) +187 16.03.16 7,873 447 15쪽
47 <제16장> 존재 의의 (2) +114 16.03.15 7,761 382 12쪽
46 <제16장> 존재 의의 (1) +133 16.03.13 8,438 406 12쪽
45 <제15장> 괴협 (3) +165 16.03.12 8,396 403 9쪽
44 <제15장> 괴협 (2) +150 16.03.11 8,279 402 16쪽
43 <제15장> 괴협 (1) +124 16.03.10 8,871 421 16쪽
42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4) +108 16.03.09 8,592 417 11쪽
41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3) +119 16.03.08 9,168 453 11쪽
40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2) +123 16.03.07 9,955 475 8쪽
39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1) +133 16.03.05 9,956 490 13쪽
38 <제13장> 욕망의 시대 (4) +213 16.03.04 9,891 545 9쪽
37 <제13장> 욕망의 시대 (3) +217 16.03.03 10,179 535 15쪽
36 <제13장> 욕망의 시대 (2) +165 16.03.02 10,425 498 13쪽
35 <제13장> 욕망의 시대 (1) +159 16.03.01 10,619 479 12쪽
34 <제12장> 기연(奇緣) (4) +133 16.02.29 11,052 492 9쪽
33 <제12장> 기연(奇緣) (3) +175 16.02.28 10,879 501 15쪽
32 <제12장> 기연(奇緣) (2) +209 16.02.27 11,440 498 12쪽
31 <제12장> 기연(奇緣) (1) +143 16.02.25 11,208 490 9쪽
30 <제11장> 회복(回復) (4) +115 16.02.24 11,584 484 7쪽
29 <제11장> 회복(回復) (3) +188 16.02.23 11,301 578 8쪽
28 <제11장> 회복(回復) (2) +125 16.02.22 11,250 545 11쪽
27 <제11장> 회복(回復) (1) +125 16.02.21 11,911 549 13쪽
26 <제10장> 소천괴(小天怪) (2) +135 16.02.20 12,327 499 11쪽
25 <제10장> 소천괴(小天怪) (1) +109 16.02.19 12,146 517 12쪽
24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2) +117 16.02.18 12,199 561 12쪽
23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1) +139 16.02.17 12,652 561 14쪽
22 <제8장> 화약고(火藥庫) (3) +107 16.02.16 12,791 562 17쪽
21 <제8장> 화약고(火藥庫) (2) +102 16.02.15 12,600 571 14쪽
20 <제8장> 화약고(火藥庫) (1) +85 16.02.14 13,026 603 16쪽
19 <제7장> 사자림(獅子林) (3) +89 16.02.13 13,359 585 13쪽
18 <제7장> 사자림(獅子林) (2) +132 16.02.12 13,604 655 14쪽
17 <제7장> 사자림(獅子林) (1) +123 16.02.11 13,981 579 16쪽
16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2) +77 16.02.10 13,735 593 10쪽
15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1) +81 16.02.09 13,894 626 15쪽
14 <제5장> 21세기 수련법 (3) +117 16.02.08 13,864 616 18쪽
13 <제5장> 21세기 수련법 (2) +47 16.02.07 14,015 607 9쪽
12 <제5장> 21세기 수련법 (1) +38 16.02.07 14,544 551 10쪽
»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2) +58 16.02.06 14,334 578 7쪽
10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1) +63 16.02.05 14,931 608 15쪽
9 <제3장> 중년(中年) 호구 (2) +57 16.02.04 15,154 614 14쪽
8 <제3장> 중년(中年) 호구 (1) +63 16.02.03 15,877 620 10쪽
7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3) +108 16.02.02 16,612 670 11쪽
6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2) +89 16.02.01 17,420 719 11쪽
5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1) +72 16.01.31 18,912 71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