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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 님의 서재입니다.

취업무림(就業武林)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촌부
작품등록일 :
2016.01.29 12:11
최근연재일 :
2016.03.20 15:58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663,539
추천수 :
28,471
글자수 :
281,137

작성
16.02.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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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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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제3장> 중년(中年) 호구 (1)

DUMMY

서울시 아연동에 자리한 돈가(豚家) 정육점.

장현민은 선반형 냉장고에 팔을 괴고는, 닭을 해체하는 정육점 주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숙 대신 닭볶음탕을 하기로 했는데, 포장된 조각 닭이 다 떨어진 탓에 정육점 주인이 생닭 한 마리를 직접 해체하고 있었던 것이다.


“껍데기 벗긴 거 버리지 말고 그냥 넣어주세요. 그리고 닭똥집 좀 넣어주시면 안 돼요? 저 그거 좋아하는데.”

“아, 거 닭 한 마리 사면서 더럽게 말 많네!”


정육점 주인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하여간 자주 오지도 않으면서 바라는 것만 더럽게 많아. 자, 닭똥집 더 넣었다. 삼천 오백 원.”

“그래도 고기는 여기서밖에 안사요. 자주 못 사서 그렇죠. 안녕히 계세요, 또 올게요!”


검정 봉투를 받아든 장현민이 꾸벅 인사를 남기고는 자전거에 올라 신이 나서 페달을 밟았다.


‘오늘은 닭볶음탕! 치킨은 아니지만 좋아하겠지?’


소은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모습을 상상하자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장현민은 또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콧노래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어, 어라? 저 사람은…….’


설마 자신을 미행하기라도 한 것일까?

조금 전, 공원에서 만났던 ‘도를 아십니까’ 할아버지가 가로등 아래에 서서 소주병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옆에 있는 회사원과 날티 나는 대학생도 눈에 익었다.

사실, 중요한 쪽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그 옆쪽이었다.

할아버지가 허허로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이야, 밤이 깊어 달이 중천에 떴거늘, 뭐가 그리 급한 일이 있어 서두른단 말이냐? 잠시 이야기를 좀…….”

“안 믿어요!”


끼이이익-

브레이크 대신, 발로 땅을 짚어 능숙하게 방향을 턴한 장현민이 미친 듯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회사원의 정체를 뒤늦게나마 깨달은 탓이었다.


‘외제차! 외제차 수리비구나! 돈도 많아 보이던데 집에도 안 가고 나를 추적하다니 이렇게 독할 데가!’


장현민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어갔다.


“어허, 마음이 급한 아해로다. 잠깐만 기다려 보련? 노부는 너를 해하려는 것이 아니란다.”

“아, 진짜! 안 믿는다고요!”


한재선의 이마에 핏줄이 솟아올랐다.


“그냥 이야기나 좀 나눠보자는 게다.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이렇게 무시하면 안 되지. 아이야, 잠깐 멈춰보라니까! 아이야! 아이야… 이 개새끼야!”


쿵-

진각이라!

한재선이 가볍게 발을 내딛자 부서진 시멘트 조각 하나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한재선은 가슴께로 올라온 시멘트 조각에 대고 미운 아이 딱밤 때리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앗!”


따콩 소리와 함께 장현민의 고개가 흔들렸다.

무슨 쇠망치 같은 것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일어났다. 골이 흔들렸는지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우욱.”


비틀거리며 자전거에서 내린 장현민이 뒤통수를 맹렬하게 비비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도대체 언제 다가온 것일까!

노숙자 할아버지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요즘 애들은 하여간 싸가지가 없어! 어른이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멈춰 설 일이지! 다 늙은 노친네가 여기까지 뛰어와야겠느냐? 이 놈!”


노숙자, 아니, 한재선이 장현민의 뒤통수를 두들겼다.

장현민은 속에서 뭔가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외제차 수리비를 안 물려면 얼른 도망쳐야 하는데 이게 뭔 꼴이란 말인가! 게다가 소은이가 지금 잠도 안자고 닭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아, 진짜 왜 이러세요!”

“어? 이놈이 노려 봐?”


한재선이 장현민의 가슴팍을 두들기고 옷자락을 잡아당기더니, 옆구리를 한 차례 후려쳤다.

이상하게도 장현민은 별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아프진 않았지만, 대신 울컥울컥 화가 쌓여갔다.


“에이, 씨!”

“어디 한 번 또 가 봐라! 또 가 봐! 뭐가 그리 급하다고! 어? 한 번 말해 봐! 뭐가 그리 급해서 어른을 무시하느냐!”


한재선이 일부러 기세를 감춘 탓일까?

문득 그가 신경질만 가득한 치매노인처럼 느껴졌다. 한 대 툭 치면 쓰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할 것 같은 노인.

게다가 화는 또 왜 이렇게 끓어오른단 말인가! 지금이라면 아무 죄책감 없이 노인을 공격할 수 있을 것 같다.


“급하죠! 급하다고요! 아픈 엄마를 혼자 두고 일하다가 겨우 퇴근했는데 집에 빨리 가고 싶지, 그럼 놀고 싶겠어요? 그리고 내 동생! 치킨도 못 먹어서 만날 사달라고 조르기에 겨우 닭 한 마리 사 가는데 왜 나타나서 난리냐고요!”

“요즘 고등학생 중에 깡패가 많다고 들었는데 네가 그렇구나! 가정형편이 안 좋다고 세상에 불만을 갖고 노인네한테 시시비비 털어대는 놈이 많다던데!”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요! 그리고 그만 좀 때려요!”


장현민이 주먹을 높게 쳐들었다.

울컥울컥하던 감정이 점점 격화되어서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는 장현민이었다.


“…놔요, 진짜.”


하지만 장현민은 주먹을 내뻗지 않았다.

아직도 가슴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지만, 눈을 질끈 감고 화를 참아내었던 것이다.


“헐! 이 놈 봐라?”


한재선이 작게 감탄사를 토해내었다.

사실, 장현민의 옷을 잡아당기고 가슴팍을 두들기는 한재선의 손길에는 신묘한 데가 있었다.

일부러 폐를 자극하고 그 다음으로는 간을 자극한 것인데, 장현민이 불현듯 분노를 느낀 것은 그 때문이었다.

본래 슬프면 폐에서 화(火)가 일어나고 분노가 커지면 간에서 화가 일어나는 법인 것이다.


“헐헐헐. 그래, 참았구나. 화를 참아내었어.”


하지만 아이는 화를 참아내었다.

본래 성정이 온유하다는 뜻이거니와, 시시때때로 솟아오르는 감정마저 어느 정도는 조절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흡족하게 미소 짓던 한재선이 다시 손을 들었다.


“그래도 이 녀석아, 어른이 부르면 일단 멈춰야지.”


한재선이 장현민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이번엔 장현민도 고통을 느꼈다.

생에 몇 번 겪어보지 못한 끔찍한 고통이었다.


“하우욱!”

“이 싸가지 없는 놈의 새끼…….”


한재선이 이번엔 간과 폐를 자극한 내기를 흩어 내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구타나 다름없는 손길이었다.


“노선배! 이제 그만하시지요!”


한재선의 손속을 눈치 채지 못한 제갈경이 다급히 외쳤다. 그가 보기에 천괴는 지금 ‘제자고 나발이고 일단 때려죽이고 보자’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제자 잡겠습니다! 제가 대화를 나눠볼 테니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노선배!”

“…쯧!”


설득이 통했는지 한재선이 혀를 크게 차고는 행동을 멈추었다. 입가엔 여전히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제갈경이 안쓰러운 얼굴로 장현민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학생? 저 어른이 원래 저런 분이 아닌데…….”

“예? 예.”


통증이 어느 정도 가시자 장현민은 뒤통수를 부여잡고 있던 손을 내렸다. 사실, 장현민은 한재선보다 제갈경의 등장을 더욱 경계하고 있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어… 우리가 갑자기 찾아와서 놀란 것 같은데,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어.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그냥 학생하고 대화를 좀 나눠보고 싶을 뿐이거든. 피곤할 텐데 이거나 한 모금 마셔. 그리고 잠깐 이야기나 좀 하자.”


제갈경은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미리 준비한 음료수를 내밀었다.

자양강장제였다.


“…….”


장현민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낮선 이가 준 자양강장제를 먹고 한잠 푹 자고 일어나면 원래 두 개 있던 것이 하나가 된다던가, 중국에 있는 수술대 위에서 깨어난다던가 하는 도시전설을 들어본 적이 있는 장현민이었다.


“…응?”


제갈경도 뭔가가 잘못 되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자신이 실수를 한 것만은 분명했다.

장현민 또래인 제갈진호가 다급히 앞으로 나섰다.


“아버지! 그게 아니에요! 야, 놀라지 마!”


제갈진호가 멈칫한 아버지의 손에서 자양강장제를 빼앗다시피 받아들고는 얼른 뚜껑을 따 원샷을 했다.


“봤지? 이건 멀쩡한 자양강장제야.”


물론, 그런다고 장현민의 경계심이 사라질 리 없었다.

제갈진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분위기 되게 이상하네. 그렇지?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원래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일이 꼬이다보니 이렇게 됐다. 근데 진짜로 이야기나 하러 온 거니까 쫄지 마. 형은 제갈진호라고 한다. 여기 계신 분은 내 아버지고. 일단 아버지랑 내가 민증부터 깐다. 오케이?”


제갈진호는 아버지에게 주민등록증을 건네받은 후, 자신의 것과 함께 장현민에게 들이밀었다. 주위의 눈치를 살피던 장현민이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었다.

인신매매에 대한 상상을 끝없이 키워나가던 장현민은 그것을 받고서야 약간이나마 경계심을 버릴 수 있었다.


‘그, 그런데 왜 나를 쫓아 온 거지?’


장현민이 침을 꿀꺽 삼켰다.

불현듯 경계심과는 다른 낮선 감정이 떠올랐다. 불안함과 긴장감이 뒤섞인 탓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건 외제차 수리비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갑자기 변해버릴 것만 같다는 직감 때문일지도 몰랐다.

제갈경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험, 험. 아들 녀석의 말이 맞다. 갑자기 찾아왔으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사과를 먼저 해야겠구나. 본의가 아니었지만 놀라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왜 저를 만나려고 하신 건데요?”


장현민이 대뜸 본론을 꺼냈다.


“그건…….”


제갈경이 한재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재선은 장현민만 바라볼 뿐, 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제갈경이 복잡하게 꼬인 머릿속을 풀어내려 애썼다.


‘이럴 때는 차라리 단도직입이 낫지.’


제갈경이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긁으며 말했다.


“학생, 혹시 무협 소설 좀 읽어봤어?”


나름 단도직입적인 한 마디였다.



작가의말

혹시 좀 읽어보셨습니까?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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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12장> 기연(奇緣) (3) +175 16.02.28 10,865 501 15쪽
32 <제12장> 기연(奇緣) (2) +209 16.02.27 11,421 498 12쪽
31 <제12장> 기연(奇緣) (1) +143 16.02.25 11,197 49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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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11장> 회복(回復) (3) +188 16.02.23 11,275 578 8쪽
28 <제11장> 회복(回復) (2) +125 16.02.22 11,234 545 11쪽
27 <제11장> 회복(回復) (1) +125 16.02.21 11,849 549 13쪽
26 <제10장> 소천괴(小天怪) (2) +135 16.02.20 12,319 4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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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2) +117 16.02.18 12,185 561 12쪽
23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1) +139 16.02.17 12,641 561 14쪽
22 <제8장> 화약고(火藥庫) (3) +107 16.02.16 12,770 562 17쪽
21 <제8장> 화약고(火藥庫) (2) +102 16.02.15 12,586 571 14쪽
20 <제8장> 화약고(火藥庫) (1) +85 16.02.14 13,012 603 16쪽
19 <제7장> 사자림(獅子林) (3) +89 16.02.13 13,346 585 13쪽
18 <제7장> 사자림(獅子林) (2) +132 16.02.12 13,587 655 14쪽
17 <제7장> 사자림(獅子林) (1) +123 16.02.11 13,972 579 16쪽
16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2) +77 16.02.10 13,723 593 10쪽
15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1) +81 16.02.09 13,876 626 15쪽
14 <제5장> 21세기 수련법 (3) +117 16.02.08 13,855 616 18쪽
13 <제5장> 21세기 수련법 (2) +47 16.02.07 14,002 607 9쪽
12 <제5장> 21세기 수련법 (1) +38 16.02.07 14,534 551 10쪽
11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2) +58 16.02.06 14,323 578 7쪽
10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1) +63 16.02.05 14,902 608 15쪽
9 <제3장> 중년(中年) 호구 (2) +57 16.02.04 15,138 614 14쪽
» <제3장> 중년(中年) 호구 (1) +63 16.02.03 15,853 620 10쪽
7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3) +108 16.02.02 16,595 670 11쪽
6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2) +89 16.02.01 17,398 719 11쪽
5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1) +72 16.01.31 18,899 7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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