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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 님의 서재입니다.

취업무림(就業武林)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촌부
작품등록일 :
2016.01.29 12:11
최근연재일 :
2016.03.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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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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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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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1)

DUMMY

세월은 잠시도 멈춰서는 법이 없다. 소년은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노인은 서서히 황혼을 향해 간다.

배사지례를 치른 것도 벌써 2년 전 일이었다.

지난 2년간 장현민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키가 10cm 가량 자랐고, 차돌처럼 단단한 육신을 얻게 되었으며, 무공이 늘어 이제는 제법 재간도 부릴 줄 안다.

반면 한재선의 얼굴엔 병세가 완연했다. 때때로 기침을 쏟아낼 때도 있고, 꾸벅꾸벅 졸 때도 있었다.

슬슬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한재선은 피곤한 얼굴로 유검세의 후반식을 수련 중인 장현민을 바라보았다.


‘천무지체라더니… 성취가 빨라도 너무 빨라.’


한재선의 입에서 문득 한숨이 새어나왔다. 사실 한재선과 같은 반선(半仙)에게 있어 천무지체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장현민을 제자로 삼은 것은 그가 천무지체이기 때문이 아니라 선연이 닿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자의 선연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무공보다는 필법과 음률을, 마음의 공부를 먼저 가르치고자 했는데, 제자는 그것을 얻는 대신 무공에만 큰 성취를 보였다.

심지어 마음속에 쌓인 분노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속연이 강해지는 것은 그런 까닭이겠지. 허! 천명(天命)은 어디에 있는가? 이는 하늘이 일부러 저 녀석에게 검을 쥐어주는 셈이 아닌가?’


하늘의 그물은 성기어 보여도 놓치는 것이 없다. 제자의 천명이 무공에 닿아 있다면 그것을 쓸 일도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다. 이전에는 선연으로만 제자를 대했다면, 2년여의 시간과 그 동안 바뀌어버린 운명은 제자를 점점 무인으로 대하게 만들었다.

제자가 가진 것이 가진 것이니만큼 속세의 일도 작지는 않으리라.


‘어쩌면 강호에 큰 난리가 날지도 모르겠구나. 쯧쯧.’


반선의 경지에 이른 한재선조차도 장현민의 운명만은 제대로 읽어낼 수 없었다. 선연이 아직 남아 있으니 산으로 데려가 버릴까. 아니면 이대로 속세에 두어야 할까.

내심 갈등하던 한재선이 혀를 끌끌 찼다.


“몰골은 비리비리한 주제에 쓸데없이 힘만 뻗치는구나! 선운휴봉으로 공격하면 바로 가겠어, 저 세상으로.”


한재선이 바닥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낙엽을 내려다보았다. 본래대로라면 모두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하는데, 절반 이상의 낙엽이 멀쩡한 모습으로 굴러다니고 있다.

장현민이 얼굴을 구기며 반박했다.


“유검세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쉬운 게 아니긴? 그 정도는 삼척동자도 펼칠 줄 아는데. 네 검은 흐름을 잃고 강맹하기만 하니, 피하는 척 흘려낸 후 공격하면 너 하나 잡는 건 여반장이겠다.”

“유검세가 쉽다고요?”


장현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유검세에 들어 있는 무리는 일류의 경지에 올라서도 쉽게 깨닫지 못하는 무리였지만, 굳이 그것을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한재선이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물론 네가 배운 것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쯤은 하는 사람 많다. 쯧쯧, 한심하게스리… 어서 낙엽이나 쓸어 담아라. 어째 수련보다 낙엽 쓰는 시간이 더 길어?”


장현민이 ‘쉽다는 건 거짓말이죠?’ 라고 투덜거리며 빗자루로 헬스클럽의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낙엽을 모아 양철 바스켓에 담은 장현민이 한재선의 옆자리로 걸어갔다.

한재선의 옆에는 피칭 머신이 놓여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것도 제갈경이 사준 것이었다.


“세상 참 좋아졌지. 암, 낙엽을 이렇게 뿌릴 수 있다니.”


한재선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피칭 머신에 낙엽을 넣어놓고, 스위치를 슬쩍 누르면 낙엽이 사방팔방으로 널리 퍼져나간다. 그러면 장현민이 떨어지는 낙엽을 목검으로 찌른다. 단 한 장의 낙엽도 놓치지 않을 때까지.


“그런데 스승님, 정말 괜찮으신 것 맞아요? 요즘 들어 안색이 점점 안 좋아지시는데요. 병원에 가라고 해도 안 가시고… 그러다 작은 병이 큰 병 되서 고생하세요.”


장현민이 피칭 머신에 낙엽을 밀어 넣으며 말했다.


“내 말하지 않던. 칠십여 년 전에 뭔 해괴한 일을 당하는 바람에 몸이 살짝 망가진 것뿐이라고. 공기 좋은데 가서 푹 쉬고 오면 아무렇지도 않게 쌩쌩해질 게다.”

“그래도…….”


장현민이 잠시 쭈뼛거리더니, 가방으로 달려가 제법 큼지막한 상자를 꺼냈다. 나름대로 열심히 돈을 모아서 구입한 홍삼이었다.


“이거라도 드세요, 스승님. 물어보니까 이게 어르신들한테 제일 좋은 거래요. 가장 비싼 걸로 샀어요.”

“음? 이 나이에 삼(蔘)이 웬 말이냐? 몸도 좋지 않으실 텐데 자당께나 드려라, 아니면 네가 먹던지.”


한재선이 상자를 다시 장현민에게 건넸다. 장현민은 목검을 집어 들고는, 고개를 모로 돌리며 투덜거렸다.


“내일 당장 돌아가실 것 같은 몰골이면서 무슨…….”

“스승이 죽었으면 좋겠냐, 이 호래 자식아!”


한재선이 고함을 지르며 50Kg 케틀벨을 집어던졌다.

장현민이 실소를 지으며 진각을 밟았다.

쾅-!

바닥이 진동하는 순간에 맞춰 장현민이 케틀벨을 후려쳤다. 케틀벨이 다시 자신에게 날아오자 한재선이 한 손으로 원을 그리듯 하여 부드럽게 케틀벨을 받아들었다.


“헐! 이만하면 어디서 맞고 다니지는 않겠구나. 슬슬 혼자 수련해도 되겠어.”


보통의 무림인이 ‘맞고 다니지는 않겠다’ 고 말하는 것과 천괴가 말하는 것은 그 무게가 다르다. 천괴의 평가대로라면 장현민은 고작 2년밖에 되지 않는 시간에 믿을 수 없는 성취를 얻은 셈이다.

장현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어디를 가시는 건데요?”

“불알 달린 놈이 궁금한 게 뭐 그리 많아?”


한재선이 그렇게 말하며 스위치를 눌렀다.

피칭 머신에서 펑, 소리가 나더니 이내 낙엽이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예고도 없이 낙엽이 날아오자 장현민이 대경한 얼굴로 목검을 들어올렸다.


“흐음.”


장현민이 수련을 시작하자 한재선이 조금 전의 케틀벨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기감을 막아 두었는데도…….’


믿을 수 없게도 무쇠로 만든 케틀벨에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었다.

장현민은 내공을 느끼지도 못한 주제에 발경(發經)을 해낸 것이다.

제자에게 얽힌 속연을 떠올린 한재선이 진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검을 배웠으니 하나 명심해야 할 게 있구나.”

“…예?”


장현민이 낙엽을 쓸다 말고 한재선을 돌아보았다.

한재선의 표정은 투명하리만치 무심했다.


“검을 배우면 그것을 쓸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허나 무인(武人)의 검은 무겁기가 태산과도 같아야 하느니라. 세 번 생각하기 전에는 검을 뽑지 마라. 그리고…….”


한재선의 입에서 도인(道人)이 아니라 무인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장현민은 그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뽑았으면 반드시 죽여라.”

“살인을 하라고요?”


장현민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한재선의 냉엄한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마치 대답을 종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장현민이 ‘무협 소설도 아니고 요즘 같은 현대에도 그럴 일이 있겠어?’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검을 뽑으면 말씀대로 할게요.”

“그래, 그래…….”


한재선이 문득 헛웃음을 머금었다.

얼기설기 얽힌 제자의 속연에서 피냄새를 맡았던 그였다.


‘그럴 일이 없다? 허! 한 치 앞도 모르는구나.’


한재선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낙엽을 양철통에 담던 장현민이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스승님. 제자가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한재선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장현민이 긴장한 얼굴로 혀로 입술을 축였다. 처음 무공을 배울 때는 몰랐는데, 2년여 정도를 배우고 보니 무공이란 게 이만저만 쓸 만 한 게 아니다.

엄마가 관해 판정을 받은 -의사는 재발한 간암에 관해 판정을 받는 것은 몹시 운이 좋은 경우라고 했다- 덕택에 이제 병원비는 들어가지 않지만, 아버지가 남긴 빚이 많으니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할 처지지 않은가.


“그동안 꾸준히 생각했던 건데, 혹시 무공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축구 선수가 된다거나…….”

“그게 뭔 헛소리야?”

“끄아아악!”


한재선이 꿀밤을 날리자 장현민이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예전에는 데굴데굴 구르며 발버둥을 쳤었는데 고통이 너무 심하다보니 이젠 구를 정신도 없다.


“어쩐지 선향이 사라지고 속연이 점점 강해지더라니. 하여간 이놈은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 거람?”


한재선이 짜증 섞인 어조로 투덜거렸다.

고통을 겨우 견뎌내던 장현민이 대답했다.


“…돈에?”

“뭐야?”


한재선이 눈알을 부라렸다.


“제가 좀 가난하잖아요. 일단은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커요. 무공을 배우느라 성적이 바닥을 쳤으니까 아무래도 좋은 대학 가서 스펙 쌓기는 어렵겠고, 대신 무공으로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한재선의 얼굴이 더더욱 구겨졌다.


“과거는 지나갔으니 없는 것이나 다름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지 않았느냐? 없는 것에 마음을 두고 있는 걸 보니 여전히 허당이로구나, 허당이야.”

“그럼 마음을 어디에 두는데요. 아니, 그보다 무공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 물어본 건데 웬 마음 타령이세요.”

“선도의 무학을 배웠다는 놈이… 쯧쯧.”


장현민이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스승님은 항상 욕심을 버리라고 하셨지만, 사실 그게 되게 특이한 거거든요. 현대는 자본주의 사회니까, 돈을 안 버는 사람은 오히려 이상한 거잖아요.”


장현민이 ‘스승님도 주식 하시잖아요’ 라며 말을 맺었다.

여담이지만, 로우닉스 주식은 2년째 하향세였다.


“이런 로우닉스 같은 새끼! 누가 돈을 벌지 말라더냐? 내 말은 욕심을 버리라는 뜻 아니더냐. 이 스승이 로우닉스를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은 욕심 때문이 아니라 천명을 쫒기 때문이니라.”

“그건 알겠지만… 사실, 현대는 또 경쟁 사회기도 하거든요. 욕심을 버리고 현재에 만족해버리면 경쟁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건 돈을 안 벌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는데요. 저는 그건 싫어요.”

“흥! 이제 보니 그동안 말을 하지 않았을 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게로군.”


한재선이 한심하다는 듯 장현민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모순적이기는 했어요.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살려면 욕심을 버리고 노숙자가 되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살긴 싫고, 그렇다고 스승님 말씀을 무시하기도 싫고. 돈을 어느 정도 벌면서 큰 욕심만 안 부리는 수준으로 어떻게 안 될까요? 아직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한재선의 가르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승의 말처럼 욕심 덩어리가 되어서 돈에만 집착하는 인생은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다만 한재선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인 것도 아니었다. 모순적이었지만, 장현민은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스승의 가르침을 쫓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놈! 그건 도문에 들어놓고도 속세에 남겠다는 뜻…….”


한재선이 말을 다 맺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반선의 경지에 이른 한재선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방금 천명(天命)이 바뀌었다.


“잠깐! 얼굴을 좀 보자.”


한재선이 장현민의 볼을 감싸 쥐었다.

볼이 눌려서 붕어 얼굴이 된 장현민이 ‘왜 흐어헤요’ 라고 중얼거렸지만 한재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한재선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그런 거였구나…….”


장현민의 운명에는 여전히 선연과 속연이 뒤섞여 있었으나, 그 의미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한재선의 얼굴에 점점 웃음이 떠올랐다.


“헐헐헐! 내 이제야 알 것 같다, 이제야 알 것 같아!”


방금 제자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선택을 내렸다.

그것이 앞날의 운명을 바꿀 선택이었음을 알았더라면 지금처럼 얄팍한 생각으로 대답하지 않았겠지만, 원래 선택의 갈림길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네 말은 곧 속세에서 도문의 길을 밟겠다는 뜻! 선연도, 속연도 끊지 않겠다는 뜻이렷다?”


입가에는 웃음이 맺혀 있었지만, 한재선의 눈동자에는 불길 같은 것이 타오르고 있었다. 한재선의 눈빛에 압도당한 장현민이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재미있구나. 우리 문파는 도가 일문으로 무위자연의 이치를 쫓는다. 의미야 다르지만 세상의 눈으로 보면 노숙자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으리라. 허나 산에 들지 않는다고 신선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그것이 도문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예?”

“하선(河仙)이란 게지, 하선이란 게야. 욕망을 쫓는 사람들 틈에서 도를 구하겠다? 헐헐헐! 내 이제야 천명이 이리 흘러가는 이유를 알 것 같구나!”


껄껄 웃던 한재선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천무지체의 육신을 가진 주제에 인당과 옥당이 굳어 있던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늘이 일부러 막아놓은 것이니 타인이 뚫으려 한다고 뚫릴 일이 아니었다.

한재선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한탄했다.


“차라리 다른 세 놈처럼 속연으로 결정이 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덕택에 내 팔자도 꼬이는구나.”


한재선은 마침내 지난 갈등을 모두 끊고 결정을 내렸다.

장현민이 볼멘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스승님, 저는 지금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바로 이런 뜻이다!”


한재선이 장현민의 명문혈을 한 차례 후려쳤다.


“컥, 커헉!”


평소에 비하면 아프지도 않을 만한 가벼운 손길이었는데도 장현민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귀에서 이명이 들려왔고 눈이 갑자기 충혈 되는 느낌이 들었다. 석문혈에서 불길 같은 것이 갑자기 타오르더니 이내 전신으로 번졌다.


“크으윽!”


모든 것의 색(色)이 바뀌고, 상(象)이 바뀌었다. 세상이 달리 보이는 바람에 균형을 잡을 수도 없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장현민이 몸을 새우처럼 말고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마침내 기감이, 단전이 열린 것이다.


“관원이 양혈이고 기해가 음혈이라면 석문은 태극혈! 본문은 석문을 단전으로 삼는다. 이제 기감을 열었으니 세상이 달리보일 것이니라. 놈! 자만하지 말고 정진하여라. 내 삼 년, 삼 년 안에 돌아올 게야. 그리고 그때에는…….”


삼백여 년 만에 선검(仙劍)의 맥이 다시 이어지리라.


“그때에는 진짜 본문의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겠지.”


이제 남아있는 미련은 한 줌도 없었다.

말을 마친 한재선이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뒷짐을 지고는 헬스클럽을 빠져나갔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 이제는 헤어져 훗날을 기약해야 할 시간인 것이다.

헬스클럽의 문 앞에 선 한재선이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눈에 홍삼 상자가 들어온 탓이었다.


‘허! 돈이라면 끔찍하게 여기던 놈이.’


한재선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돈 욕심이라면 하늘을 찌르는 놈이 가장 비싼 것을 골라 사올 줄이야.

그 마음이 갸륵하지 않은가.


“허허, 참…….”


한재선이 헛웃음을 작게 터뜨렸다.


작가의말

이 로우닉스 같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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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15장> 괴협 (3) +165 16.03.12 8,384 403 9쪽
44 <제15장> 괴협 (2) +150 16.03.11 8,265 402 16쪽
43 <제15장> 괴협 (1) +124 16.03.10 8,853 421 16쪽
42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4) +108 16.03.09 8,583 417 11쪽
41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3) +119 16.03.08 9,153 453 11쪽
40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2) +123 16.03.07 9,940 475 8쪽
39 <제14장> 무인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1) +133 16.03.05 9,947 490 13쪽
38 <제13장> 욕망의 시대 (4) +213 16.03.04 9,875 545 9쪽
37 <제13장> 욕망의 시대 (3) +217 16.03.03 10,164 535 15쪽
36 <제13장> 욕망의 시대 (2) +165 16.03.02 10,396 498 13쪽
35 <제13장> 욕망의 시대 (1) +159 16.03.01 10,598 479 12쪽
34 <제12장> 기연(奇緣) (4) +133 16.02.29 11,042 492 9쪽
33 <제12장> 기연(奇緣) (3) +175 16.02.28 10,865 501 15쪽
32 <제12장> 기연(奇緣) (2) +209 16.02.27 11,421 498 12쪽
31 <제12장> 기연(奇緣) (1) +143 16.02.25 11,197 490 9쪽
30 <제11장> 회복(回復) (4) +115 16.02.24 11,571 484 7쪽
29 <제11장> 회복(回復) (3) +188 16.02.23 11,274 578 8쪽
28 <제11장> 회복(回復) (2) +125 16.02.22 11,233 545 11쪽
27 <제11장> 회복(回復) (1) +125 16.02.21 11,849 549 13쪽
26 <제10장> 소천괴(小天怪) (2) +135 16.02.20 12,319 499 11쪽
25 <제10장> 소천괴(小天怪) (1) +109 16.02.19 12,133 517 12쪽
24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2) +117 16.02.18 12,185 561 12쪽
23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1) +139 16.02.17 12,641 561 14쪽
22 <제8장> 화약고(火藥庫) (3) +107 16.02.16 12,770 562 17쪽
21 <제8장> 화약고(火藥庫) (2) +102 16.02.15 12,586 571 14쪽
20 <제8장> 화약고(火藥庫) (1) +85 16.02.14 13,012 603 16쪽
19 <제7장> 사자림(獅子林) (3) +89 16.02.13 13,346 585 13쪽
18 <제7장> 사자림(獅子林) (2) +132 16.02.12 13,587 655 14쪽
17 <제7장> 사자림(獅子林) (1) +123 16.02.11 13,972 579 16쪽
16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2) +77 16.02.10 13,723 593 10쪽
»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1) +81 16.02.09 13,875 626 15쪽
14 <제5장> 21세기 수련법 (3) +117 16.02.08 13,855 616 18쪽
13 <제5장> 21세기 수련법 (2) +47 16.02.07 14,002 607 9쪽
12 <제5장> 21세기 수련법 (1) +38 16.02.07 14,534 551 10쪽
11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2) +58 16.02.06 14,323 578 7쪽
10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1) +63 16.02.05 14,902 608 15쪽
9 <제3장> 중년(中年) 호구 (2) +57 16.02.04 15,138 614 14쪽
8 <제3장> 중년(中年) 호구 (1) +63 16.02.03 15,852 620 10쪽
7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3) +108 16.02.02 16,595 670 11쪽
6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2) +89 16.02.01 17,397 719 11쪽
5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1) +72 16.01.31 18,899 7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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