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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 님의 서재입니다.

취업무림(就業武林)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촌부
작품등록일 :
2016.01.29 12:11
최근연재일 :
2016.03.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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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03.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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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제15장> 괴협 (1)

DUMMY

그로부터 4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1986년 이후로 평화로웠던 강호는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6.25때에 절멸했던 마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탓이었다.

그들은 천마의 재림(再臨)을 꿈꾸며 경부 고속도로에 테러를 일으켰고, 천괴의 개입을 경계해 그 제자와 협상을 하려 했다.

만약 그들이 천마의 무덤을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

정마대전(正魔大戰)이 벌어진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국정원은 마교가 천마의 무덤을 찾아내기 전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국정원과는 노선을 달리했던 무림맹마저도 이번 일에는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면(異面)의 일일 뿐.

무림의 일을 모르는 대한민국은 평소처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보통의 세계와 무림에 한 발씩을 걸친 장현민의 삶도 바쁘게 돌아가긴 마찬가지였다.

먼저, 장현민은 서일중의 권유대로 경호업체 ‘스피어’와 계약을 맺었다.

평소에는 안하무인으로 굴던 서일중도 스피어와 계약을 맺을 때만은 정중하기 짝이 없었는데, 천하오절의 일인쯤 되면 국가의 힘으로 제약을 가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내심 창절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던 장현민이었지만, 창절은 계약을 체결하는 동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속세의 제약에서 벗어난, 그리고 정파에는 극히 드문 부자 무림인’과 만나게 된다는 상상에 밤잠을 설쳤던 장현민으로서는 허탈한 결과였다.

그리고, 장현민의 가족들은 서일중이 마련해 준 안전가옥으로 이사를 했다. 소은이는 신이 나서 사방을 뛰어다녔고, 엄마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했다.

국정원에서 ‘아드님이 간첩을 신고했고, 그 덕택에 포상금과 주거지원 혜택이 나왔다’라고 설명해주었지만, 엄마는 아무래도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마지막으로, 지방에 계시던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왔다. 그동안 번 돈에 장현민이 다달이 번 200만원, 그리고 1억이라는 포상금을 합치자 빚을 모두 청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생 많았다, 현민아. 아빠가 참 미안하다…….”


서울로 올라 온 아버지는 울먹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온가족이 모두 모여 살게 되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과 함께였다.

그렇게 3년 만에 온가족이 모이게 되었다.

마교의 협박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국정원과 무림맹, 경호업체 스피어가 있으니 최소한 안전은 확보한 셈. 장현민은 다시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물론 쉽게 적응하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일상이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난 지금, 마침내 '그 날'이 왔다.



늦가을의 싸늘한 바람이 장현민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유독 ‘이 날’만 되면 춥다더니 과연 그 말이 맞았다. 겨울이나 다름없는 서늘한 기온 탓에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장현민은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망했어.”


장현민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가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인생이 저물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장현민은 본능적으로 태허일기공을 운용해 허물어져가는 심신을 보(保)했다. 주인의 심정을 알기라도 하는지, 평소에는 쾌활하게 혈맥을 오가던 공력이 시무룩한 듯 느리게 움직였다.

오늘은 바로 수능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이건 문제를 푼 게 아니야. 다 찍었다고.’


장현민이 허탈한 얼굴로 생각했다.

국어 영역은 어찌어찌 풀 수 있었는데, 수리 영역부터 대뇌가 마비되는 기분이 들더니 그 이후부터는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무공을 익히느라 공부를 소홀히 했는데 어쩔 도리가 있겠는가!

재수다.

재수 밖에 답이 없다.


“망했어…….”


장현민은 ‘내가 재수라니’ 라고 중얼거리며 배정받은 유현 고등학교의 정문으로 걸어갔다.

아버지는 바쁘시고, 날이 추우니 엄마는 오지 말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은 수능이 끝나면 가족들과 식사도 하고 그런다던데, 자신은 집에도 혼자 돌아가야 할 판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장현민을 불렀다.


“장 소야! 여기야, 여기!”

“…어?”


장현민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유현 고등학교의 정문에는 제갈진호가 자기 또래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서 있었다.


“시험 잘 봤어, 장 소야?”

“진호 형!”

“어땠어, 수능? 어렵던? 밀려 쓰거나 하진 않았고?”


반가운 얼굴이던 장현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저 망했어요, 진호 형. 개망했다고요.”

“잘 못 봤나보구나, 쯧쯧.”


장현민이 울적한 얼굴로 말하자 제갈진호가 끌끌 혀를 찼다. 무림인들의 경우, 무공 수련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탓에 대체로 수능 시험은 망하는 편이다. 물론 자기는 아니었지만.

시무룩하게 서 있던 장현민이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옆의 분들은 누구세요?”

“아! 내 친구들이야. 네가 우울할 것 같아서 분위기 띄워주려고 데려왔다.”


제갈진호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물론, 제갈진호가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을 데려온 것은 아니었다.

제갈경을 비롯한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천괴의 제자가 정사지간에 가까워졌다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강호를 접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에 마교 놈들이 습격하는 바람에 천괴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게 되어버렸으니 어찌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때문에 무림맹은 ‘또래의 후기지수들을 보내어 친목을 도모함으로써 천괴의 제자를 정파에 묶어두자’ 는 전략을 세웠다.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무림맹과의 끈만은 확고히 해두어야 했다.

물론 다른 이유도 하나 있었지만…….

상념에 빠져있던 제갈진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손가락으로 날렵해보이는 청년을 가리켰다.


“여기는 김형호라고, 무당파 한국 지부의 속가제자. 유운신룡인지 뭔지 하는 거창한 별호로 불린다.”

“반갑다. 내 이름은 김형호… 아! 반말해도 되지? 천괴 한 조사께 이르는 거 아니지?”


무심결에 반말로 인사했던 무당파 속가제자, 김형호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장현민이 ‘괜찮아요. 저보다 형인데요’ 라고 대답했지만, 김형호는 ‘그래도 어른들이 아시면… 아니, 지금이라도 존대말 쓸까?’라며 혼란스러워했다.

제갈진호가 김형호 옆에 선 건장한 청년을 가리켰다.


“이쪽은 사천 당가의 소가주. 당운휘야. 여기도 별호가 좀 오글거리는데, 암중신룡. 얘는 중국 사람인데, 한국 유학 와 있다. 한국 말 잘하니까 우리말로 인사해도 돼.”

“와, 그 사천 당가요?”


장현민이 신기하다는 얼굴로 당운휘를 바라보았다.

당운휘는 김형호보다는 좀 더 대범했다.

즉, 반말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요즘엔 사천에 없어, 우리 집. 북경으로 이사했지. 반갑다. 한국 발음으로 당운휘라고 부르면 된다.”

“그래도 신기하네요. 저는 장현민이라고 합니다.”

“알아. 천괴의 제자는 중국에서도 유명하지.”


중국 사람이지만, 말투 자체는 한국인과 다를 것이 없는 당운휘였다. 당대 무림맹주가 한국 사람인 덕택에 당운휘는 어린 시절부터 자주 한국을 왔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웅철. 백두검문의 소문주. 백두검문은 고려 시대 만들어진 문파인데, 선문만큼은 안 되지만 중국에서도 되게 유명했었어. 천하제일인을 배출한 적도 있고.”

“진짜 반갑다! 나 박웅철이야!”


박웅철의 얼굴엔 호의 가득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백두검문은 원래 선문과 자주 교류하던 문파로, 한재선 대에 연결점이 희미해져서 그렇지, 그 이전엔 같은 사문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우리 문파끼리 되게 친했었어! 천괴 어른 때 끊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무지하게 반갑다!”

“아, 네. 반갑습니다.”


장현민이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제갈진호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보다시피 다들 무림인이고…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무협 소설에 보면 삼봉사룡(三鳳四龍)이니 뭐니 하는 거 나오지? 우리 모임이 그거다, 차기 무림을 이끌 후기지수들 모임.”

“아, 삼봉사룡 같은 거…….”


장현민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휘이잉-

차가운 바람이 장현민과 네 명의 무림인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설에 보면 삼봉사룡은 특권의식을 가진 오만한 사람이 나올 정도로 잘 사는 것으로 나오는데, 현실의 후기지수들은 그냥 수능 본 고등학생 마중 나온 대학생 형들에 불과하다.

정체는 그럴 듯 할 지 모르지만 겉모습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잠시 장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어, 그런데 왜 친구 분들하고 함께 오신 거예요?”


침묵을 뚫고 장현민이 질문을 던졌다.

제갈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말했잖아, 너 우울해할까 봐 데려왔다고. 놀러 가자.”

“다들 안 바빠요? 마교 일 있잖아요.”


장현민이 의아한 얼굴로 질문했다.


“일이 커지면 우리 손도 필요하겠지만, 그건 최악의 경우고. 아직은 어른들께서 잘 하고 계시니 우리가 신경 쓸 것 없어. 마교도 일단 지금은 조용하고.”


무림맹의 고수란 고수가 다 달라붙었으니 후기지수들의 도움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셈이다.

제갈진호가 장현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수능도 끝났겠다, 어른 다 됐겠다. 술도 한 잔 해봐야지. 형이 좋은 술집 하나 안다. 가자!”

“저 내년까지는 미성년자인데요. 정파 무림인은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면서요?”

“오늘만큼은 사파하지, 뭐. 이 형이 미성년자 뚫리는 술집을 하나 알아요. 무엇보다 형이 가자는 술집이 그냥 술집이 아니야. 부킹 술집 알아, 부킹 술집?”


곧 ‘죽어도 정도(正道)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정파의 후기지수답지 않게 태연스레 불법을 거론하는 제갈진호였다. 제갈진호는 장현민과 어깨동무를 한 후 호쾌하게 걸음을 옮겼다.


“형들이 오늘 네 여자친구 하나 만들어준다, 연상으로.”

“그래! 우리가 또 말빨 하나는 장난이 아니지!”


김형호가 껄껄 웃으며 끼어들었고, 박웅철은 ‘넌 못 생겨서 안 되고, 난 됨’ 이라고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당운휘 역시 마찬가지, 한심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장소를 바꾸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천하제일인의 제자와 기라성 같은 네 문파의 후기지수들은, 그렇게 남자들끼리 술을 마시게 되었다.


-+-


무당파의 속가제자, 김형호는 우울한 얼굴로 소주잔을 만지작거렸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성형 여부를 물어보면 안 된다’는 상식을 알지 못해 기껏 들어온 여자들을 모조리 쫒아내고 말았으니 우울할 법도 했다.

박웅철 역시 울적하긴 마찬가지였다. ‘힘자랑을 함부로 하면 무식해보인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 늦게 깨닫고 말았다.

온갖 쿨한 척은 다 해놓고 막상 여자가 앞에 앉자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던 당운휘는 지금도 쿨한 표정을 유지하느라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짠 하자.”


제갈진호가 씁쓸한 얼굴로 소주잔을 들어올렸다.

성공한 사람은 오직 제갈진호와 장현민, 둘 뿐이었다. 제갈진호는 현란한 말빨로 분위기를 주도해서 인기가 많았고, 장현민은 ‘잘 생겼다’ 라거나 ‘귀엽다’는 칭찬을 몇 번이나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세 명이 성과를 다 까먹고 말았다.


“역시 무림인이 아니면 상대하기가 어렵구나.”


무당파 속가제자, 김형호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얼굴로 말했다.

제갈진호가 재빨리 반박했다.


“노노. 그건 네가 병신이기 때문이야.”

“너무하네, 병신이라니. 쟤도 열심히 했는데.”


백두검문의 소문주, 박웅철이 끼어들었다.

제갈진호가 박웅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너도 병신이잖아.”


박웅철이 씁쓸한 얼굴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냐. 난 남자들끼리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거든.”


그 말이 좌중의 분위기를 더 어둡게 만들었다.

후기지수들은 울적한 얼굴로 소주잔을 채웠다.

과거의 후기지수들은 고급 객잔의 최고층에서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최고급 술과 음식을 즐겼다는데, 현대의 후기지수들은 여자들에게 까인 후 남자들끼리 우중충하게 소주를 들이키는 셈이었다.


“으으, 이상한 맛.”


장현민이 소주잔을 비우고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대학 생활을 꿈꿔보지 않은 고등학생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장현민 역시 '술집이나 클럽은 어떨까', 혹은 '술에 취하면 기분이 어떨까' 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술을 먹어보니 쓰기만 하고 별 맛도 없다.

장현민이 소주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술맛은 솔직히 모르겠고… 그래도 기분은 좀 풀리네요. 재미있었어요, 나름.”

“형들이 미안하다. 원래 네 기분 풀어주려고 온 건데.”


제갈진호가 안쓰러운 얼굴로 장현민의 어깨를 두드렸다.


“형이 쏠 테니까 내년에 한 번 더 오자. 그때는 저 병신들 냅두고 우리 둘이 오자. 형이 새로운 세상을 구경시켜 줄게.”

“에이, 재미있긴 했는데 전 별로 안 내켜요. 제 꿈은 대학 가서 CC를… 아, 나 대학 못 가지.”


급기야 장현민마저 우울해지고 말았다.

술자리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에이, 분위기 왜 이래. 한 잔 더 해. 마셔.”


제갈진호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각자의 술잔에 술을 채웠다.

천하제일인의 제자와 네 명의 후기지수들은 잔을 부딪히고는 단번에 소주를 들이켰다.


“그나저나 장 소야. 요즘은 괜찮아? 매번 과외할 때마다 기분 다운되어 있었잖아. 그… 마교 놈들한테 습격을 받은 이후로 말이야.”


제갈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질문했다. 그러나 태연자약한 표정과 달리 제갈진호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장현민은 제갈진호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요즘엔 괜찮아요.”

“아, 맞다. 마교 놈들의 팔다리를 모두 분질러버렸다는 거 사실이야? 거기에 돈 내놓으라고까지 했었다면서?”


다른 이들의 술잔을 채우던 김형호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질문했다.


“네. 어떻게 아셨어요?”


장현민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자 김형호와 박웅철, 당운휘가 짧게 감탄을 토해냈다.


“벌써 소문 다 퍼졌지. 그거 알아, 장 소야? 장 소야 별호, 소천괴라고 붙었어. 천괴 닮았다고. 별호가 이렇게 빨리 붙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진짜 대단하다.”

“제 별호가 소천괴예요?”


처음으로 자신의 별호를 알게 된 장현민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김형호와 박웅철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장현민은 ‘소천괴라니, 괜찮은데?’ 라고 중얼거리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운휘가 묵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돈 내놓으라는 건 심했군.”

“네?”


장현민이 의아한 얼굴로 당운휘를 바라보았다.

당운휘가 소주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대답했다.


“미성년자 데리고 술 마시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파답지 않아.”

“그래, 미성년자 데리고 술 마시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


제갈진호가 날카로운 눈으로 당운휘에게 턱짓을 했다. 장현민을 데리고 술집에 온 것은 ‘정파가 꽉 막힌 고루한 집단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는데 당운휘가 산통을 다 깨놓고 있었던 것이다.


“난 오히려 장 소야가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 돈을 어떻게 모았는지 생각하면 좀 찝찝하긴 하지만… 어차피 나쁜 데 쓸 돈, 받아다가 좋은 데 쓰면 되는 거 아냐? 국고에 귀속되어 봤자 국회의원 배밖에 더 불리겠어?”


제갈진호가 장현민의 편을 들었다.

물론, 제갈진호가 모든 면에서 편을 든 것은 아니었다.


“다만 무공을 함부로 쓰는 건 반대야. 그건 본인이 본인 앞 길을 막는 거나 다를 바가 없거든.”


제갈진호의 시선을 느낀 장현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갈진호가 묵직한 어조로 질문했다.


“장 소야지?”

“네?”

“얼마 전에 퍽치기 하던 고딩들이 왼팔이 부러진 상태로 경찰서 앞에서 발견됐어. 그 다음에는 자식 학대하던 아빠가 발가벗겨진 채로 경찰서 앞에서 발견됐고. 아! 강간범이 불알 한 쪽이 터진 채로 발견된 적도 있었다. 전부 요 근래 4달 안에 벌어진 일이고, 장소는 다 서울…….”


제갈진호가 차분한 눈으로 장현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 소야지?"


작가의말

현민이, 무슨 일을 하고 다닌 걸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4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6.03.13 22:46
    No. 121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7 촌부
    작성일
    16.03.15 11:02
    No. 122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musado0105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요쿤
    작성일
    16.03.17 19:30
    No. 123

    요츠바랑!에서
    초등학생 언니 두명이랑 연못가로 그림 그리러간 에피소드가 생각나는 화네요.
    ㅋㅋㅋ

    죄다 우울해졌... ㅋㅋㅋ

    근데,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래가 절로 나오는 건...

    아, 눈에서 땀이 자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7 촌부
    작성일
    16.03.20 16:29
    No. 124

    우울하지요. 남자들끼리 모여서 술 마시면 -특히 그들이 솔로라면- 우울해지지요. 크흑...ㅠ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쿤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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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10장> 소천괴(小天怪) (1) +109 16.02.19 12,133 517 12쪽
24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2) +117 16.02.18 12,185 561 12쪽
23 <제9장> 검을 뽑기 전에…… (1) +139 16.02.17 12,642 561 14쪽
22 <제8장> 화약고(火藥庫) (3) +107 16.02.16 12,771 562 17쪽
21 <제8장> 화약고(火藥庫) (2) +102 16.02.15 12,586 571 14쪽
20 <제8장> 화약고(火藥庫) (1) +85 16.02.14 13,012 603 16쪽
19 <제7장> 사자림(獅子林) (3) +89 16.02.13 13,346 585 13쪽
18 <제7장> 사자림(獅子林) (2) +132 16.02.12 13,588 655 14쪽
17 <제7장> 사자림(獅子林) (1) +123 16.02.11 13,974 579 16쪽
16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2) +77 16.02.10 13,723 593 10쪽
15 <제6장> 회자정리(會者定離) (1) +81 16.02.09 13,879 626 15쪽
14 <제5장> 21세기 수련법 (3) +117 16.02.08 13,855 616 18쪽
13 <제5장> 21세기 수련법 (2) +47 16.02.07 14,002 607 9쪽
12 <제5장> 21세기 수련법 (1) +38 16.02.07 14,534 551 10쪽
11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2) +58 16.02.06 14,323 578 7쪽
10 <제4장> 배사지례(拜師之禮) (1) +63 16.02.05 14,902 608 15쪽
9 <제3장> 중년(中年) 호구 (2) +57 16.02.04 15,139 614 14쪽
8 <제3장> 중년(中年) 호구 (1) +63 16.02.03 15,855 620 10쪽
7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3) +108 16.02.02 16,595 670 11쪽
6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2) +89 16.02.01 17,398 719 11쪽
5 <제2장> 노인(老人) 한재선(韓再善) (1) +72 16.01.31 18,899 7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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