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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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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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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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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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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혜린 (1)

DUMMY


허우진은 보랏빛 기운을 거두었다.

강제로 스킬을 취소한 것이었다.

그 무엇도 베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취소했다고 쿨타임이 돌아오진 않는다.’


절단의 길은 아무것도 베지 못한 채 휴식 시간을 가진다.

그러므로 지금 그가 쓸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인 팔과 자신의 마력.


그는 오라를 일으켜 쏘아진 마력 탄환을 갈라냈다.


“그냥 죽는 편이 편했을 텐데. 너한테도 나한테도.”


백민호가 주은서의 뒤에서 벗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죽을 수는 없어서 말이야.”


허우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하나뿐인 팔을 당기며 자세를 취했다.


잔뜩 웅크려진 자세.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아르마딜로를 연상시킬 것이다.

그만큼 그의 자세는 웅크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준비 동작이었다.

하나 뿐인 팔로 폭발적인 위력을 내기 위한 준비 동작.


그는 마력을 끌어모았다.


“후읍.”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한 번의 호흡, 한 번의 일격.

그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한다.


그는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검을 휘둘렀다.


쩌억!


그의 검에 담긴 오라가 길게 늘어나며 모든 것을 갈라냈다.


고혜린이 사용하던 극대화.

그것을 더욱 섬세하게 사용했다.


크기의 변화는 오직 길이, 그러나 절삭력은 고혜린이 사용하던 거대한 오라 그 이상.

그렇기에 그의 검은 모든 결계를 찢어발기기 충분했다.


주은서를 감싼 모든 결계가 갈라지고 이어, 그녀의 위에 있던 기둥 역시 갈라내며 밀어냈다.

덕분에 기둥의 추락 방향이 틀어졌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물.


백민호의 어깨부터 옆구리까지에 기다란 검흔이 생겨났다.


“크윽!”


그곳을 통해 쏟아지는 새빨간 핏물.


‘얕다.’


하지만 목숨에 지장이 갈 정도로 깊지는 않았다.

저정도면 마력의 지혈만으로 충분하다.

피부만 베어냈을뿐, 그 안에 있는 장기와 뼈를 갈라내지 못했다.


‘저 마력 때문인가?’


백민호 주변에 짙게 피어나는 마력.

평범한 발현처럼 보였으나 저것은 그의 검을 막아냈다.

그것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의 검은 분명 백민호를 정확히 갈랐으니 말이다.


허우진은 다시금 검을 당겨쥐었다.

다음 일격으로 마무리 짓기 위함이었다.


“정말이지 방해가 되는구나.”


백민호가 비틀거리며 허우진을 노려보았다.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리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전신을 타고 흘러넘치는 짙은 마력.

그것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백민호의 고유 스킬.

그것은 미래를 보는 눈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가진 능력 중 하나, 그의 고유 스킬과 비트는 자의 힘의 조합으로 탄생한 것이다.

마치 김윤의 필연처럼 말이다.


그의 진정한 고유 스킬, 그것은 시공간의 뒤틀림.

그것은 그가 발현시킨 마력으로부터 이루어지는 스킬이었다.


그의 마력의 안개가 닿는 모든 곳의 시공간은 뒤틀린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조차 제어할 수 없다.


그의 마력이 점차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기한!”


백민호가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공간이 열리며 이기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려가라.”


그가 주은서를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이기한은 곧장 주은서가 있는 곳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회수하지 못했다.


쩌억!


그의 바로 앞을 갈라버리는 일격.

허우진이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방해하지마라.”


백민호가 그를 향해 마력의 탄환을 쏘아냈다.

어둠의 마력과 빛의 마력을 뒤섞어 혼돈을 만들어내는 탄환.

발현된 마력을 뚫고 날아간 그것은 허우진의 검과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느껴지는 마력은 별거 아니었다만.”


바닥을 구르던 허우진이 균형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뒤틀림이다.”


백민호가 다시금 마력을 쏘아냈다.

그것은 소량의 마력, 그러나 그가 발현해둔 안개를 통과하자 증폭되기 시작했다.

화염과 폭풍이 뒤섞인 마력이 쏘아져 허우진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이내 갈라지며 자취를 감추는 화염 폭풍.


“저 안개를 통과하면 마력이 증폭되나 보군.”


허우진의 검이 그것을 모조리 갈라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쏘아지는 오라.

초승달처럼 벼려져 쏘아진 오라가 안개를 통과했다.

그러자 그 크기가 순식간에 거대해지며 주변을 휩쓸었다.


“글쎄.”


허우진이 다시금 검을 당겨쥐자 백민호는 다른 방향으로 몸을 이동했다.

그러자 그곳을 향해 쏘아지는 오라.


하지만 방금과는 달랐다.

약화된 오라.

그것은 너무도 약해져 그의 옷가지만 갈라낼 뿐이었다.


“뒤틀림이라고 했잖아?”


백민호가 다시금 마력의 총탄을 쏘아냈다.

그것은 화염의 마력.

그러나 안개를 통과하는 순간 냉기로 변하며 허우진의 두 발을 묶어냈다.


“엉망진창인 능력이로군.”


허우진이 발을 묶은 얼음을 깨부쉈다.

그리고 다시금 마력을 끌어올렸다.

발현된 마력이 그의 검에 깃들었다.


지금의 그는 마력은 물론 신체를 온전히 운용할 수 없는 상황.

마력의 일부를 상처를 지혈하는 곳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임시방편, 그의 움직임이 격해질수록 출혈은 지혈에 불구하고도 다시금 심해진다.

그렇게 흘린 피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 이상의 출혈은 물론, 마력 소모도 위험하다.’


그러니 더 빠르게 끝내야한다.

하지만 이기한의 견제와 백민호의 공격까지 신경 써야하는 그.


그는 흘끔 자신이 왔던 길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 있는 리터너들은 합류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릴 시간은 없다.’


그러니 기다릴 시간은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바쳐 쓰러뜨린다.


주은서는 이미 길 위에 올랐다.

그런 그녀를 끌어내리려는 놈들을 그냥 둘 수는 없다.

그것이 다시 찾은 그의 길의 시작이다.


그는 이곳에서 길을 찾아가는 이들을 도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을 것이다.

해답을 찾을 것이다.

마주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목숨을 불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검을 다시 꼬나쥐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백민호 역시 마력을 더욱 쏟아냈다.


“그럼 그 목숨을 꺼뜨려주마.”


그의 두 눈이 푸르게 타오르며 발현된 마력의 안개를 읽기 시작했다.

안개를 제어할 수는 없으나 비트는 자의 힘을 통해 읽는 것은 가능하다.


그는 안개가 증폭의 비틀림을 일으키는 순간을 읽어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하나의 기술을 준비했다.


모든 속성을 한데 모아 쏘아내는 마력의 파도.

그것이 그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저것은 피할 수 없다.

허우진은 그것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각오했다.

그렇기에 마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그가 방출할 수 있는 최대의 마력.

그리고 그것을 검에 담으려는 순간이었다.


“누구 멋대로 죽어. 당신은 내가 죽여.”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아주 잘 아는 목소리였다.

과거 지겹도록 들었던 목소리였으니까.


고혜린이 그의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는 검을 겨누었다.


“고혜린.”


허우진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어 고개를 돌린 후 나지막하게 그간 뱉지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


“미안하다.”


그녀에게 처음하는 사과였다.

평생 듣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그것에 놀란 고혜린이 허우진을 바라보았다.


“······이제와서? 지금까지 한마디도 안 하다가?”

“받아들이지 않아도 상관 없다. 그저 내가 편하려고, 마주하려고 하는 짓이니까.”

“이기적이네.”


그녀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부족한 마력을 끌어올려 검에 담았다.

극대화된 오라의 검이 다가오는 마력의 파도를 마주했다.


“도망가라. 저건 막을 수 없어.”

“그러는 그쪽은 왜 안 피하는데?”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이 지켜달라고 했거든. 저기 누워있는 직원을 말이야.”


허우진이 끌어모은 마력을 검에 담았다.


“내가 죽이고 싶다면 잠시 물러났다가 돌아와라. 죽고 싶진 않을 거 아니냐.”

“내 마음이야.”


그녀는 그렇게 답한 후, 다가오는 파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허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개의 극대화된 오라가 마력의 파도와 충돌했다.


콰과과과과!


충돌의 여파로 일어난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대지가 으깨지고, 주변을 둘러싸던 백민호의 마력 안개가 흩어졌다.

그것으로 인해 주변의 공간이 마구잡이로 뒤틀리며 혼돈이 도래했다.


“길을 지우는 자를 지켜라!”


백민호가 이기한에게 명령하며 마력을 더욱 쏟아부었다.

이기한은 곧장 마력으로 수많은 방패를 생성하며 주은서의 앞을 막아섰다.


쏟아지는 충격파가 그의 방패를 마구잡이로 후려쳤다.

마력의 방패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다.


‘역시 막아주는군.’


허우진이 그 모습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검에 더욱 힘을 불어넣었다.


콰과과과!


주변을 휩쓰는 충격파 사이에서 고혜린이 입을 열었다.

굉음이 동반되어 소란스러운 와중이었으나 그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사실 알고 있었어. 오빠가 그러지 않았다는 걸. 그럴 사람이 아니잖아. 그냥 다른 게 원망스러웠던 거야.”


그녀가 말을 이었다.


“왜 나를 버린 건지. 왜 나한테 설명하지 않았던 건지. 왜 도망쳤던 건지.”


허우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반면 그녀는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과는 반대의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복수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오빠도 깨달아야 해.”


그녀가 검에 마력을 담으며 충격파 방향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동시에 허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푸욱!


무언가 꿰뚫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그녀의 목소리보다 더 선명했다.

그렇게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녀의 심장이 꿰뚫리는 소리가.


충격파를 뚫고 거리를 좁힌 백민호의 손날이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걸 막아설 줄이야. 이래서 없애야 했다니까.”

“커, 헉!”


백민호가 주먹을 움켜쥐며 손을 잡아당겼다.


“또 보지 못했던 미래잖아.”


그리고 쓰러진 고혜린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혜린아, 아무리 네가 죽이고 싶었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안 그래? 사실 죽이고 싶지 않았구나?”

“고혜린!”


그 끔찍한 광경에 허우진은 소리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곧장 쓰러진 고혜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울컥울컥 심장 부근과 입가에서 피를 쏟아내는 그녀.

막을 수 없었다.

그것은 확정된 죽음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죽여본 허우진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저 멍하니 그녀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길 위로 오르기로 했는데.

고작 사과 한 마디 전했을 뿐인데.


허우진의 품에 안긴 그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어볼 뿐이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이것은 복수였다.

자신이 했던 짓에 대한 그녀의 복수.


“시간도 없는데.”


백민호가 그들의 모습과 주은서.

그리고 충격파가 터져 나오고 있는 마력의 파도와 오라의 충돌 광경을 순서대로 바라보았다.


주은서가 곧 깨어난다.

그리고 저곳에 통해 응축되고 있는 마력은 지금 내뿜는 자잘한 충돌, 그것이 내뿜는 충격파의 몇 배는 되는 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자리를 피해야 했다.


“뭐 그 몸이라면 견디지 못하겠지.”


백민호는 넋을 놓은 허우진을 잠시 바라보다 이기한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복귀한다.”


그는 이기한의 능력을 통해 이지우의 힘을 끌어왔고, 공간을 열어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자리를 벗어나기 무섭게.


콰과과과과광!


충돌을 일으키며 응축되 마력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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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잉그 (5) 24.07.09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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