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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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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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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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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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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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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억의 지도 (1)

DUMMY

길잡이, 아름이라는 도시에서 지도를 판매하는 가게이다.

그러나 이 가게는 평범한 지도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었다.

극히 일부, 그중에서도 리터너만 알고 있는 특수한 판매 물품들이 존재했다.

특수 지도란 그러한 상품 중 하나였다.


김윤은 주은서가 가리킨 접객실을 향해 들어섰다.


접객실 내부로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리된 방 내부의 풍경이 시야에 담겼다.

단색으로 이루어진 벽지와 목재로 된 바닥.

그리고 중앙에 놓인 동그란 테이블과 푹신한 의자들.


김윤의 시선이 그 동그란 테이블과 푹신한 의자로 향했다.

그곳에 손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깨를 살짝 넘는 갈색 머리칼에 고동색 눈동자.

눈 밑으로 짙게 깔린 다크 서클과 초췌한 얼굴만 제외한다면 평범한 인상의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가 지닌 힘은 결단코 평범하지 않았다.


김윤은 그녀를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리터너라는 것을 말이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김윤은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러자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가 김윤을 슬쩍 바라보았다.


“······당신이 김윤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사람들이 어째서 당신의 욕을 했는지 알 것 같네요.”


그녀의 고동색 눈동자가 김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김윤이 그녀의 마력을 느꼈듯이 그녀 역시 김윤의 마력을 느낀 것이었다.


리터너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력을 단련한다.

그렇기에 그들이 지닌 마력은 일반인들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일반인에게 느껴지는 마력의 기운을 비유하자면 그것은 사무용품과 같다.

커터칼이나 가위 이러한 물건 말이다.

그리고 리터너에게 느껴지는 마력은 병장기와 같다.


물론 사무용품도 다루기에 따라 누군가를 해칠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해치기 위한 병장기와는 크게 차이가 났다.

사용의 목적과 용도가 다른 것이었다.


리터너는 그러한 마력의 차이를 쉽사리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마력 역시 그런 식으로 변하며, 그런 이들과 함께 지내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남자, 김윤 역시 리터너와 동일한 마력의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검과 같은 마력이었다.


이것이 가리키는 것은 단 한 가지.

그가 자신의 마력을 리터너와 마찬가지로 연마했다는 것이었다.

사무용품이 아닌 병장기로서 말이다.


“정확히는 길잡이라는 가게에 있는 직원 전체를 말이죠.”


이어 그녀의 눈동자가 굴러 아직 닫히지 않은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김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문 바깥에 있던 또 다른 직원,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리터너가 아니면서 마치 리터너와 같은 단련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일반인들도 자주 사용하는 이들은 단련이 된다지만······.’


이들의 것은 앞서 말한 대로 리터너의 것과 흡사했다.

일상으로 단련된 것이 아니다.

저것은 수많은 전투로 인해 단련된 것이었다.

그들의 마력의 용도는 일상이 아닌 전투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리터너가 아니었다.


“의무는 아니지 않습니까?”


김윤이 접객용 미소를 유지하며 문을 닫았다.


“암묵적으로는 의무인 편이죠.”

“정말 그랬다면 이미 끌려가지 않았을까요?”


둘 사이에서 약간의 신경전이 오갔다.

이러한 상황, 김윤에게는 익숙한 편이었다.


그야 그는 리터너에 적합함에도 그 길을 택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리터너 중에서는 그에게 시비를 거는 이들도 존재했다.


‘정부 쪽 리터너는 아니군.’


그리고 그러한 리터너들은 보통 길드 소속의 리터너들이었다.


“그래서 잡아가려고 오셨나요?”

“아니요. 오늘은 손님이니까요. 회귀 길드의 김지아라고 해요.”

“김윤이라고 합니다.”


김윤이 김지아의 맞은편에 착석했다.


‘회귀 길드라.’


길드.

멸망 이후 세계를 재건하기 위해 일어난 리터너들이 모인 조직.

그것은 리터너들이 뭉친 하나의 회사라고 할 수 있었다.


리터너로서의 활동은 물론, 그것을 통해 얻은 부산물로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그들.

회귀 길드는 아름에서 활동하는 길드 중 하나였다.


‘그것만이 아니지.’


회귀는 아름에서 활동하는 길드 중에서도 세 손가락 내에 드는 길드였다.


회귀, 미르, 헌터즈 그리고 정부.

아름이라는 도시는 이렇게 네 개의 집단을 통해 유지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지도가 필요해서 오셨죠?”


잠시 후,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김지아가 자신의 앞에 놓인 컵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기억의 지도. 그건 어떤 원리인 거죠?”


그것은 길잡이에서 판매하는 특수 지도였다.

또한 그것은 길잡이에서 주로 나가는 지도이기도 했다.


그야 평범한 지도는 팔리지 않는다.

도시의 지도는 이미 각 가정에 배포되어있으며 도시 외부에 대한 지도는 필요치 않다.

즉, 아공간 내부의 지도는 이제 팔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구의 지도는 어떠한가.

그것은 일단 길잡이에서 만들지 못한다.

리터너가 아닌 이상 포탈을 사용할 수 없는데, 길잡이에서 일하는 이들 중 리터너는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길잡이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수 지도를 구매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지도의 이름이 바로 기억의 지도였다.


“기억의 지도를 구매하러 오셨군요.”

“그 사람이 지닌 기억을 꺼내서 담아주는 건가요? 그렇다면 그 기억을 없앨 수 있는 건가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진정하세요.”


김윤이 김지아를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흘끗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처음 볼 때부터 눈에 띄었던 다크서클과 퀭한 눈.


‘최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군. 심적으로도 안정되어있지 않고 말이야.’


날카로운 말투가 그것을 증명했다.


이어 홀쭉한 두 뺨.


‘영양 상태는 말할 것도 없고.’


방금 흥분해 몸을 움직였을 때 잠깐 드러났던 팔과 목에 있는 상처들.

팔 하나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3차 원정에 참여했던 리터너인가.’


지구 재건 원정.

지구를 다시금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되돌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꾸려지는 원정이었다.

모두 실패로 돌아갔으며 매번 수많은 사상자를 만들어낸 원정이기도 했다.


‘이번 3차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회귀랬었나.’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김지아는 바로 그 길드의 소속이었다.


회귀 길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길드에 비해 ‘회귀’, 과거에 돌아가는 것에 큰 집착을 보이는 길드였다.

때문에 그들은 늘 원정에 많은 것을 투자해왔다.

수많은 인재, 물자.

그들은 지구를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늘 실패했지.’


물론 원정에 참여하지 않는 그가 뭐라 할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옳았던 것일까.


김윤은 김지아를 슬쩍 바라보았다.


‘살아남았다고 해도 대부분은 이런 상태이니.’


그가 보기에는 옳다고 할 수 없었다.

그에게 찾아오는 손님은 대부분 저러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저들은 살아남아도 살았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 멸망 전 전장에 다녀온 군인들처럼.

그리고 지금의 그처럼.


‘하지만 이번 원정은 저번보다 더 심하군.’


김윤은 며칠 전 자신을 찾아왔던 손님을 떠올렸다.

정부 소속의 리터너였다.


그는 아주 크게 겁에 질려 있었다.

평범한 인간을 넘어서 괴물과 맞서 싸우는 것이 일상인 리터너인 그가 말이다.


그들은 대체 그곳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리터너가 아닌 그로서는 확실하게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도울 수는 있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저희가 판매하는 기억의 지도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기억을 꺼내 담아 없앨 수도 있고, 아니면 그 기억을 다시금 체험하는 게 가능합니다. 물론 진행하는 방식은 같겠지만요.”


김윤이 몸을 일으켜 방 한쪽에 있는 서랍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깔끔하게 돌돌 말려있는 종이를 한 장 꺼내 들었다.


그는 그것을 그대로 테이블로 다가온 후, 중앙에 묶인 끈을 풀었다.

그러자 종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펼쳐지며 테이블을 덮어버렸다.


그 종이는 아무런 것도 새겨지지 않은 새하얀 종이였다.

마치 그들이 살아가는 아공간의 풍경처럼 말이다.


“손님은 어떤 것을 택하고 싶으십니까?”


김윤이 종이 위로 손바닥을 얹으며 물었다.


“끔찍한 기억을 지우실 겁니까, 아니면 행복한 기억을 가져가실 겁니까.”


종이에 얹은 그의 손바닥에서 푸른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일어났다.


끔찍했던 기억을 지울 것이냐, 아니면 행복한 기억을 가져갈 것인가.

그 선택은 모호한 감이 있었다.

아니, 애초에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기억을 지우러 온 것이었다.

자신의 끔찍한 기억을 말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그는 행복한 기억이라는 말을 꺼냈다.

그것이 끔찍한 기억을 잊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행복한 기억을 순간 강조한다 해도 그것은 금세 사그라들 것이다.

그리고 다시 끔찍했던 기억이 떠오르겠지.


또한 생각해보아라, 애초에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말이다.

그녀는 기억을 지우기 위해 찾아왔다.


김지아는 자신의 떨리는 손을 바라보았다.

기억만 없어진다면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기억을 지울게요.”

“바로 선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아직 자세한 설명도 다 듣지 않으셨잖아요?”


김윤은 다시금 서랍장으로 다가가 다른 종이를 두 장 꺼내 들었다.

그것 역시 이전에 꺼낸 것처럼 돌돌 말려있었다.


“우선 제 능력부터 설명해드려야 하겠군요. 기억의 지도를 제작하는 건 제 고유 스킬입니다.”

“그건······.”


김윤은 챙겨온 두 개의 종이 중 작은 쪽을 끈을 당겨 풀었다.

그러자 그 안에 새겨진 모습이 드러나며 허공에서 종이가 펄럭였다.


이어 그는 종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천천히 떨어지던 종이가 푸른 섬광을 내뿜었다.

그리고 그 섬광이 사라질 때 그것은 이제 종이가 아니었다.


김윤의 손에 들린 단도 하나.

그는 그것을 테이블 위로 얹었다.


“기억을 추출해서 지도로 저장하는 것. 그리고 그 지도를 읽고 길을 따라가는 것으로 지도에 담긴 것을 재현하는 것. 그것이 제 고유 스킬입니다.”


그는 나머지 종이를 묶어둔 끈마저 풀었다.


손으로 종이의 끝을 잡고 그것을 허공에 펼쳤다.

그러자 그 안에 새겨진 그림이 드러났다.


그것은 지도였다.

수많은 길과 도형, 땅과 물이 새겨진 그러한 지도.

하지만 그 형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구의 모습은 아니었다.

지구의 모습은 다들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아공간의 모습도 아니었다.

아공간이라면 저렇게 땅과 물이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저 특이한 지도는 무엇인가.


‘마치 사람의 모습 같아.’


수많은 것들이 합쳐져 이루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사람의 모습과 흡사했다.

김지아는 그것과 방금 들었던 김윤의 스킬을 조합해 정답을 유추해냈다.


“다른 사람의 기억인가요······?”

“그렇습니다.”


저것이 바로 기억의 지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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