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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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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너

DUMMY

세상이 멸망했다.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다.

마석 대재해.


그것은 감히 인간으로서는 대응할 수 없는 그러한 사건이었다.

마치 신이 일으킨 듯한 그러한 일 말이다.


그날, 그 사건으로 인해 지상에 존재하던 인류의 문명은 망하였고 없어졌다.

그렇기에 세상은 멸망했다.


물론 인간의 문명만 변화를 맞이한 것은 아니었다.

그날부로 지구는 평범한 생물이 살만한 곳이 되지 못했으니 말이다.

마석 대재해로 인해 지구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마석 대재해를 일으킨 마석과 마력의 존재, 그것이 바로 그 커다란 변화의 원인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지, 바닥에서 솟구친 것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바위들이 갑작스레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칭 마석(魔石)이라고 불리던 정체 모를 그것들은 어느 날 갑작스레 섬광을 뿜어냈다.

전 세계에 박혀있던 푸른 바위가 일제히 내포하고 있던 마력을 내뿜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온 세상을 집어삼켰으며, 인류가 이룩한 문명을 깨부수고, 생명체들을 변화시켰다.


평범한 동식물들은 괴물로 변이시켰고, 인간들에겐 신비한 힘인 마력을 심어주었다.

물론 모두가 그 힘을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힘을 미처 견뎌내지 못했을 경우, 다른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괴물로 변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지상은 더더욱 인간이 살 곳이 되지 못했다.

마력의 섬광으로 인해 폐허가 된 것에 모자라 괴물까지 설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인간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 쳤고, 지구를 되돌리기 위해 힘썼다.


‘리터너’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마력을 얻은 이들 중 그것을 전투에 적합하게 다룰 수 있는 이들.

또한 그렇기에 지상에 즐비한 몬스터들을 해치우며 다시금 지구를 개척하는 이들.

그것이 바로 리터너였다.


쿠구구구구!


대지가 뒤흔들렸다.

몬스터들이 단체로 이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인류가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차지한 이들.


수십 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 남자가 허리춤에 찬 칼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토벌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여자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조용히 해. 따라 하지도 말고. 대장이 연설 중이잖아.”

“맨날 듣던 내용이니까 지루하잖아. 어차피 늘 똑같은 몬스터 토벌인데 말이야.”

“형식적인 거니까.”

“그러니까 그 형식적인 게 지루하다는 거 아니야.”


남자가 칼을 더욱 빠르게 두드렸다.

그 모습은 마치 그의 답답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이 보였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까 지도 제작자에 대해 들어봤냐?”

“조용히 하래도.”


남자의 옆에 나란히 서 있던 여자가 잠시 뜸을 들이다 답했다.


“······뭐 그 사람이라면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으니까.”

“나도 그 사람은 이해가 안 되긴 해.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고작 거기서 지도나 만들고 있는 거잖아?”

“사정이 있는 거겠지.”

“그건 그렇다 쳐. 그것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파는 게 평범한 지도가 아니라는 말이 있더라고.”


남자가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속삭였다.


“기억을 담아낼 수 있는 지도라던데?”

“지도가 기억을 담는다고?”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아무리 마력이라는 것이 생겨 과거라면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해졌다고 한들 그것은 맞지 않는 말이었다.


지도는 말 그대로 길을 그려낸 것.

그렇기에 그것에 기억을 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길과 기억은 맞지 않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또 그렇게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지 않냐? 지도도 결국 누군가 길을 지나고 그 기억을 토대로 만든 거니까.”

“흐음···.”


듣고 보니 얼추 맞는 말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지도 제작자는 자신의 기억을 담아 지도로 만드는 고유 스킬을 지닌 것일까.


“그런 고유 스킬이라면 확실히 몬스터를 잡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겠네.”


고유 스킬.

그것은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이들이 모두 하나씩 갖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공용 스킬과 다르게 타인에게 전수조차 불가능한 오직 자신만의 것이었다.

또한 그것을 통해 주어지는 능력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다.


“그것마저 전투로 생각하냐. 질린다 질려.”


남자가 질색하며 손사래 쳤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니까. 너야말로 책임감을 가지는 게 어때. 우리가 뭐 때문에 이런 지원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 이 멸망한 세계에서 말이야.”


여자가 남자를 째려보았다.

그리고 그때였다.

그들이 있는 무리의 맨 앞, 그곳에서 연설하던 이가 헛기침을 하며 그들을 가리켰다.


“흠흠. 거기 둘. 또 너희인가? 이시한, 김지아.”

“죄송합니다!”


이시한이 곧바로 몸을 똑바로 세우며 소리쳤다.


“죄송할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어휴······. 아니다. 됐다. 모두 자리로 가서 위치하도록. 이동한다.”


그들의 대장이 골치 아프다는 듯이 머리에 손을 올리며 반대 손을 휘저었다.

아무래도 이시한 덕분에 연설이 조기 종료된 것 같았다.


“하핫. 그래도 연설은 끝났네.”


이시한이 헤실헤실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김지아가 함께 발걸음을 옮기며 투덜거렸다.


“너 때문에 나도 혼났잖아.”

“이 정도면 뭐 혼난 축에도 못 낀다고. 그나저나 아까 했던 얘기 말이야. 이번 전투가 끝나고 한 번 들려보는 거 어때?”

“그 지도 제작자?”

“맞아. 궁금하지 않아?”

“글쎄······. 생각해볼게.”


이시한이 김지아의 무덤덤한 반응을 바라보다 몸을 틀었다.

그가 향하는 곳과 김지아가 향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재미없긴. 그럼 있다가 보자고.”

“그래.”


이시한과 김지아는 각자 배치된 위치로 향했다.


대한민국 제3차 재건 원정대.

지금 이시한과 김지아가 속해있는 곳이었다.


마력과 괴물들의 손에 망가진 대한민국을 되찾기 위해 꾸려진 그룹.

이들은 정부와 각종 길드의 리터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이 지닌 단 하나의 목적, 지구를 되찾기 위해서 말이다.


“김지아.”

“대장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김지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그녀와 이시한을 혼냈던 그들의 대장, 허민이었다.


허민과 김지아는 나란히 발걸음을 옮겼다.


허민이 주변에서 울려 퍼지는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를 감상하며 말했다.


“이번 원정대는 생각보다 진척이 있군.”

“그러고 보니 2차 원정대도 참여하셨었군요.”

“그래, 그 원정 역시 실패였지만 말이야.”


허민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마치 과거를 회상하듯이 말이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잠실 한강 공원.

본대가 있는 종로구에서 상당히 내려온 거리였다.


“강을 건넌 것 역시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종로구를 넘어 성동, 동대문 그리고 중구와 용산구까지 몬스터를 소탕했을뿐더러 이번엔 국내 최초로 마석 던전마저 클리어했잖아?”


마석 던전.

마석 대재해가 일어나고 마석이 있던 자리에 만들어진 특수한 미궁을 뜻하는 말이었다.


바깥을 돌아다니는, 본래의 생명체가 변한 괴물들보다 더욱 강한 괴물들이 들끓는 곳.

이번 원정에서는 그것을 최초로 공략해낸 것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쉬웠지만 말이야.’


허민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기회다. 이것을 이용해 더 많은 땅을 되찾아야 해.’


허민이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제 지긋지긋한 아공간이 아니라 다시 서울에서. 아니,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아공간, 세상이 멸망을 맞이하고 남은 생존자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뜻했다.

이것 역시 마석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사람들은 살기 위해 그 공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마석 대재해가 일어난 날, 살아남기 위해 도망칠 곳은 세계 곳곳에 생긴 그 포탈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행히도 옳은 선택이었다.


몬스터들은 포탈을 타지 못했으며, 세상을 뒤덮은 마력의 파동은 포탈을 넘지 못했으니 말이다.

생존자들은 아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을 용납받을 수 있었다.


김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 원정을 확실하게 성공시켜야겠죠.”


그들은 이 대화를 끝으로 그들의 전장으로 향했다.

몬스터가 들끓고 있는 서울의 남쪽을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또다시 원정의 실패를,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 이게 무슨······.”


김지아가 피가 줄줄 흐르는 자신의 팔을 부여잡으며 주변을 살폈다.

리터너의 반 이상이 죽어있었다.


“대체 무, 슨······.”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그녀는 진정하기 위해 심호흡을 반복하며 방금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계속해서 진군하던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존재.

로브를 뒤집어써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없던 존재였다.

하지만 그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만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존재가 내뿜는 기운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내뿜었다.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의 위압감이었다.

그리고 그 존재가 말했다.


“돌아가라.”


저 존재는 분명 몬스터, 그러나 그것이 내뱉은 것은 인간의 언어였다.


“모, 몬스터가 인간의 언어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이러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 돌아가라는 말을 따랐어야 했나?’


하지만 그는 결국 몬스터.

토벌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리터너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무기를 빼 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되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정신을 차리니 지금 순간이었다.

주변이 온통 동료였던 고깃덩어리들과 그들이 쏟아낸 피로 물들어 있었다.


“허, 허민 대장······.”


대한민국 제3차 재건 원정대의 대장.

2차 재건 원정에서도 살아남은 베테랑.

그조차 목숨을 잃어 고기 조각이 되었다.


“무슨 일이야!”


그녀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대장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이곳에서 일어난 굉음을 들었는지 이시한과 그의 동료들이 이곳을 향해 합류했다.

후발대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말렸어야 했다.

저 존재에게 그들이 다가가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


“아, 아아······.”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로브를 쓴 이들을 향해 달려드는 이시한과 리터너들.

그리고 그들은 이내 생명을 잃은 고깃덩어리가 되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그녀의 앞에 이시한의 머리가 떨어졌다.


“아아아아악!”


대장은 물론, 그녀의 소꿉친구마저 죽었다.

제3차 원정에 참여한 리터너의 8할이 죽었다.

저 존재 하나로 인해서 말이다.


“돌아가라. 나머지는 살려주겠다. 그리고 살고 싶다면 다시는 그곳에서 나오지 마라.”


로브를 쓴 존재가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제3차 원정 역시 실패였다.


패퇴한 그들은 상처투성이인 몸과 마음을 이끌고 종로구로 향했다.

그리고 아공간으로 향하는 포탈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바라보자 지금까지 억누르던 수많은 생각이 솟구쳤다.

그 존재는 무엇인가.

지금 일어난 일이 현실인가.

만약 현실이라면 허민 대장은, 이시한은 정말로 죽은 것일까.


김지아는 핏물로 찐득해진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이 손을 물들인 핏물이 생생한 것을 보아하니 현실일 것이다.


김지아는 문뜩 이시한이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기억을 담는 지도······.”


그것이 있다면, 정말로 기억을 담을 수 있다면.

이 끔찍한 기억을 그곳에 담아 지울 수 있지 않을까.


어째서 그렇게 강하다는 지도 제작자가 아공간에서 나오지 않는지 알 것만 같았다.

분명 그는 이곳을 목도 했을 것이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결단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런 지옥 말이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아공간으로 향하는 포탈에 몸을 집어넣었다.

그곳에는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하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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