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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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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30
추천수 :
731
글자수 :
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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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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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7 – 제일 센 사람 나오라 그래요

DUMMY

객잔에서 하룻밤을 보낸 두 사람은 아주 천천히 개봉을 향해 가고 있었다.

원래도 그리 빠른 걸음으로 가지 않았던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서로가 아주 죽이 잘 맞았는지 쉴새 없이 떠들면서 가는 통에 걸음 속도는 더욱 늦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장백산에서 이곳까지 왔다고?”

“영감님, 백두산이라니까요. 백두산!”

“여기서는 장백산이라고 불린다, 이놈아. 중원에 왔으면 중원 법도를 따라야지.”

“15년간 백두산이라고 부르며 살았는데 싫습니다, 싫어요.”


두 사람은 부쩍 친해졌는지 점점 격식이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노인이 다시 물었다.


“여하튼 너는 원래 이곳 중원 사람이 아니란 거지?”

“예, 그렇죠.”

“그런데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이곳 중원까지 왔어?”

“저희 일족은 조선에서 활동이 제약되어 있어서요. 어디를 가려면 여러모로 번거로운지라······.”


왕운은 자라면서 유신에게 어느 정도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일족인 왕씨가 전대 왕족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조선에서는 감시의 대상이 되어있어서 어디를 갈 때마다 미행이 따라붙는다는 것까지.

왕운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용봉지회? 그거 한 번 나가보려구요.”

“응? 그게 올해였던가? 아······ 그러네. 4년 됐네. 이 나이가 되면 세월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다. 허허허.”


노인이 잠시 허공을 응시하더니 다시 말했다.


“올해 연말에는 또 그것 때문에 한창 시끄러워지겠구나.”

“왜요?”

“왜긴, 이놈아. 그게 무림인들에게는 얼마나 큰 행사인데. 장래에 천하제일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가리는 대회라고 얼마나 호들갑을 떠는데.”


그렇게 쉴새 없이 수다를 떨던 두 사람은 어느새 개봉에 도착했다.

개봉의 관문을 통과해 성벽 안으로 들어온 왕운이 노인에게 물었다.


“여기가 개봉인가요? 여기도 꽤 큰 도시네요?”

“예전에 송(宋)의 수도였던 곳이지.”

“아, 그랬나요?”


왕운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시내를 구경하면서 대답을 했다.

노인이 그런 왕운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말했다.


“어쨌든 네 덕분에 무사하게 여기까지 왔다. 이제 곧장 합비로 가나?”

“예.”

“중요한 볼일인가?”

“뭐, 나름요.”

“용봉지회 때문에 중원으로 나왔다고 하지 않았나? 용봉지회는 숭산에서 열린다고.”

“연말에 열린다면서요?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서요.”


노인이 왕운을 바라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거 아나?”

“뭐를요?”

“용봉지회는 아무나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아니야.”


깜짝 놀란 왕운이 물었다.


“그게 뭔 소리예요? 아무나 못 나간다니.”

“백도의 무림맹에 정식으로 등록된 문파나 세가의 사람들만 나갈 수 있지. 흑도나 마도의 첩자들을 걸러내기 위함이라나 뭐라나······.”

“예!!!!?”


이 나라의 사람도 아니고, 중원 어느 문파의 소속도 아니었던 왕운은 좌절했다. 그럼 대체 이곳까지 뭐하러 그 먼 길을 왔단 말인가.

노인이 똥 씹은 얼굴을 한 왕운에게 말했다.


“내가 네 녀석이 용봉지회에 나갈 수 있게 도울 수도 있을 것 같기도······”

“정말이신가요, 영감님?”


노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왕운이 갑자기 노인의 손을 덥썩 잡고서 말했다.

노인이 그런 왕운을 보더니 껄껄 웃으며 말했다.


“네가 용봉지회가 열릴 때까지 이곳 개봉에서 내 일을 좀 도와주면 내가 너의 문제를 해결해주마. 그러려면 합비는 나중으로 미뤄야겠지?”

“영감님, 산적들한테서 구해드렸는데 바로 해결해주시면 안 돼요?”

“싫으면 합비로 그냥 가던가.”


선택의 기로에 선 왕운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 남궁세가로 가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기는 했다. 그러나 애초에 집을 나온 것은 용봉지회 때문이 아니었던가.

용봉지회냐, 남궁세가냐. 그것이 문제였다.

왕운은 갑자기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 생각이 났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고 그랬지.

남궁세가야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것이고, 용봉지회는 이때가 아니면 다시 못 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이 끝난 왕운이 말했다.


“영감님,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나요?”

“마음의 결정을 내렸나?”

“예.”

“그럼 따라와.”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왕운에게 노인이 말했다.


“서원(書院)이 뭐하는 곳인지는 알지?”

“처음 듣는데요.”

“······.”


노인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서서 가만히 왕운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내가 궁금해서 묻는데······”

“······?”

“혹시 자라면서 무공만 익히고 살았어? 뭐 따로 배운 것은 없고?”

“예.”


뭔 문제라도 있냐는 듯이 뻔뻔한 얼굴로 대답하는 왕운을 본 노인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후 양쪽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다시 걸음을 시작한 노인이 말했다.


“서원은 공자님과 같은 옛 성현(聖賢)들을 모시고······ 아, 됐고! 그냥 네놈 같은 이들에게 글과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 곳이다.”

“예······.”

“원래 서원은 이름난 유학자들이 설립한 것이 보통인데······ 지금 우리가 가는 서원은 좀 달라.”


별 관심이 없었는지 왕운이 대답 없이 가만히 있자 노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우리가 가는 자교서원(子喬書院)은 수백 년 전에 절대고수 중 하나로 추앙받던 분이 강호에서 은퇴한 후에 세운 곳이다. 그러다 보니······”


노인이 여전히 관심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왕운을 힐끔 보면서 얘기를 했다.


“유학과 관련된 책뿐 아니라 예전에 유명한 고수들이 사용하던 무공의 비급들도 많이 있지.”


시종일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왕운이 무공비급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서 노인 옆으로 따라붙었다. 그러고는 얼굴을 들이밀고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혹시 영감님 일하시는 곳이······”

“그래, 거기서 글을 가르치고 있지.”

“저도 그곳의 비급을 볼 수도 있나요?”

“네놈 하기 나름이지.”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왕운이 갑자기 관심을 보이자 그것을 바라보던 노인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가면 알게 될 거야.”


***


한참을 걸어가던 두 사람이 멈춘 곳은 어느 거대한 장원의 문 앞이었다.

장원의 규모는 크고 넓었으나 건물이 낡고 오래된 것이 세워진 지가 오래되어 보이는 곳이었다.

노인을 따라 장원 안으로 들어서 왕운의 눈에 커다란 건물 세 개가 들어왔다. 문 안으로 막 들어선 왕운의 양옆으로 건물 두 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건물을 지나쳐 길을 걸어가니 앞의 두 건물보다 약간 더 커 보이는 건물 하나가 왕운의 정면에서 왕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멀리서 흰 옷을 입은 문사풍의 중년인이 다가오더니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어서 오십시오, 장 선생님. 이제 들어오시는 겁니까. 가셨던 일은······”

“잘 해결했네.”

“옆에 분은 누구십니까?”

“앞으로 이곳에서 일하게 될 걸세.”

“호오······.”


중년인이 왕운을 흥미롭게 쳐다봤다.


“반갑습니다, 소협. 소생은 이문환이라는 사람입니다. 장 선생님이 워낙 까탈스러운 분이라 오는 길 쉽지 않았을 텐데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왕운이라고 합니다. 이 분의 협박으로 인해 앞으로 여기서 신세를 지게 될 거 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놈아, 난 분명 선택권을 주었는데 어찌 협박이라고 하는 거냐!”

“나 참, 영감님. 여기 영감님 제자 아무나 붙들고 한 번 물어보세요. 그게 협박이 아니면 대체 뭐랍니까?”

“네놈이 지금 나한테 감히 큰소리를 칠 처지가 아닐 텐데? 용봉지회라던가, 무공비급이라던가······”

“치사하게 이러시기예요?”


쉴 새 없이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본 이문환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장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을 많이 하시는 걸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 두 마디 이상 대화를 하시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러다 문득 이문환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지 한 명 더 있었군. 15년 전에······. 그러고 보니 묘하게 닮았구먼.’


장 선생이 이문환에게 말했다.


“이놈이 나이는 어려도 무공 수준이 상당하더군. 그래서 서고(書庫) 지키는 데 쓰려고 데려왔네.”

“허허, 마침 잘 됐군요. 안 그래도 그쪽에 사람이 많이 부족해서 인원 보충 좀 해달라고 요청이 올라왔습니다만.”

“그런가? 그럼 자네가 이놈 좀 데려가서 이것저것 알려주게나. 난 가서 좀 쉬어야겠어.”

“알겠습니다. 그럼, 소협. 저를 따라오시지요.”


이문환이 왕운을 맨 처음 안내한 곳은 장원의 문을 통과해서 안쪽에 들어서면 왼쪽에 위치한 건물이었다.


“아까 그 큰 건물은 강의실과 식당, 선생님들의 집무실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건물 뒤편에는 옛 성현들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조그만 사당이 하나 있는데, 소협께서 그곳으로 가실 일은 아마 없겠지요. 그리고 이 건물은 사람들이 머무르는 숙소입니다.”


왕운이 이문환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이문환이 왕운이 지내게 될 방을 안내해주었다.


“2층은 이곳에서 공부하는 원생들이 기거하는 곳이고 1층이 이곳 서원에서 일하는 분들이 기거하는 곳이지요. ······ 자, 이 방입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왕운이 방에 짐을 풀자 이문환은 그 맞은편의 건물로 다시 왕운을 데려갔다.


“여기가 앞으로 소협이 지키게 될 곳입니다. 벽 대장님!”


이문환이 누군가를 크게 소리쳐 부르자 까무잡잡한 얼굴에 수염이 길게 난 사내가 다가왔다. 검집을 메고 있는 것을 보니 검을 사용하는 무인인 듯 보였다.


“아, 오셨소이까?”

“수고가 많으십니다, 벽 대장님. 인사하시지요. 이번에 새로 오신 분입니다. 앞으로 벽 대장님과 같이 일하게 될 겁니다.”


그러자 벽 대장이 왕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물었다.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어찌 되오?”

“15살인데요, 왜요?”

“뭐 15살? 하······ 이보시오, 이 선생.”

“왜 그러시는지요?”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잘 알지 않소. 이곳의 비급을 훔치려고 도둑들뿐만이 아니라 이름난 살수들까지 가끔 나타나는 곳이외다. 그런데 어찌······”

“장 선생님이 추천하신 분입니다, 벽 대장님.”

“······!”


장 선생이란 말을 듣고 약간 놀란 듯한 벽 대장이 왕운을 힐끗 바라봤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다시 이문환에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고작 15살짜리 애송이에게······”

“아······ 주절주절 시끄럽네, 진짜.”


왕운의 말에 깜짝 놀란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고 왕운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새빨개진 벽 대장이 왕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지, 지금 뭐라고······?”

“내 실력을 보여드리면 될 거 아니에요. 여기서 제일 센 사람 나오라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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