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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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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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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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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글자수 :
240,503

작성
22.06.0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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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9 - 지금 네게 필요한 건 휴식과 마음의 여유다

DUMMY

자교서원의 식구가 된 왕운은 얼마 되지 않아 서원 내에서 최고의 인기인이 되었다.

때가 묻지 않은 천진난만함과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실력을 지녔는지라 서원 내의 모든 이가 왕운을 좋아했다.

비록 시끄러운 첫날을 보냈지만 그 덕택에 왕운은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서원의 서고 지킴이 업무는 3일을 기준으로 한 순환 근무로 낯 근무, 밤 근무, 휴일 이렇게 돌아갔다.

쉬는 시간에 왕운은 늘 수련을 했다. 금강불괴가 된 이후로 무분별하게 돌을 부수는 짓은 그만두었지만, 물구나무서서 팔굽혀펴기, 무거운 쇳덩이를 지고 앉았다 일어나기 등 늘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였다.

내공 수련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운기조식을 통해 단전에 내공을 부지런히 쌓았다. 어느새 화염신공은 8성의 경지까지 올라 있었다.

왕운은 화염신공을 익힐 때 구마능에게 들은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화염신공이 10성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맨손으로 검기(劍氣)나 도기(刀氣) 등 조금 더 다양한 형태의 화기(火氣)를 다룰 수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복용해온 영약과 백설이가 만들어준 기연, 그리고 왕운의 부지런한 내공 수련으로 8성까지는 빠르게 올라온 왕운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8성 이후로는 9성의 벽을 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되겠지.’


왕운이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서원 근처의 숲에서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딜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구만.”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 눈을 뜨고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장 선생이 서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허름한 옷차림을 했던 것과는 달리 깔끔한 흰옷을 입고 있었다.

왕운이 장난기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장 선생에게 말했다.


“이야~, 옷이 날개라더니. 그리 입으시니 확실히 명망 있는 선생님 같아 보이네요? 그나저나 되게 오랜만이십니다.”

“자리를 비운 새에 처리할 일이 바빠서 집무실에만 박혀있었다. 그나저나 이놈아, 첫날부터 서원을 아주 시끄럽게 만들었다면서?”

“에이, 이제는 다들 잘 지내고 있으니 됐잖아요? 헤헤.”


왕운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으로 때우며 넘어가려 했다. 그런 왕운의 눈에 장 선생의 손에 들려 있는 세 권의 서책이 보였다.

왕운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나저나 손에 들고 계신 책들은 뭐에요? 설마, 무공비급?”

“들어오자마자 사고나 친 놈을 누가 이쁘다고······. 그리고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비급 타령이냐.”

“어차피 나중에 줄 거 미리 좀 주면 어때서요.”

“어림도 없다, 이놈. 일단 이 책들을 받아라.”

“어디 보자······. [무림사(상) – 세력편], [무림사(하) – 인물편], [인피면구 제조법]······, 이게 다 뭔 책이에요?”

“지금 네놈한테 딱 필요한 책들이다. 무림사 두 권은 필사한 사본이니까 네놈이 가지고, 인피면구 제조법은 얼른 익히고 서고에 반납하도록 해.”

“이것들이 뭐가 필요하다고······.”


왕운이 계속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장 선생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시끄럽다, 이놈아! 나중에 똑바로 익혔는지 안 익혔는지 내가 검사할 것이야. 제대로 안 하면 무공비급은 고사하고 용봉지회도 어림없는 줄 알아!”

“아, 알았다구요.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장 선생이 자리를 떠나자 왕운이 책 하나를 골라 펼쳤다.

먼저 펼친 책은 [무림사(상) - 세력편]이었다.


[무림의 세력은 백도, 흑도, 마도, 새외 총 4개로 나뉜다. 백도란 ······ (중략) ······를 말하는 것으로 백도 무림맹의 중추인 오악검파, 구파일방, 오대세가를 백도의 삼대 세력으로 꼽는다. 흑도란 ······]


왕운은 처음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지만 점점 흥미롭게 책 안의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특히 왕운의 눈 안에 들어온 것은 오대세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백도의 세력 三. 오대세가 및 그 외 세가들

세가는 가문을 중심으로 뭉친 ······ (중략) ······ 핏줄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결속력은 높지만 ······ (중략) ······ 오대세가란 세가들을 대표하는 다섯 개의 가문을 말하며 남궁세가, 사천당가, 모용세가, 하북팽가, 사마세가를 말한다. 그 외 세가는······]


왕운은 지금 당장은 남궁세가에 갈 수 없지만 언젠가는 남궁세가로 찾아가서 아버지에 관한 진실을 파헤쳐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머지는 나중에 천천히 읽기로 결정한 왕운은 다음 책을 펼쳤다. 왕운이 다음으로 펼친 책은 [무림사(하) - 인물편]이었다. 이 책은 과거와 유명했던, 혹은 현재 유명한 무림의 고수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왕운의 눈에 띈 것은 삼황오제(三皇五帝)에 관한 내용이었다.


[삼황오제.

현재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8명의 인물들에게 붙인 별칭이다. 삼황오제는 원래 대륙의 역사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알려진 제왕들인 ······ (중략) ······ 삼황오제라 불리는 자들은 다음과 같다.


一. 화산검황 진도명 – 오악검파 화산파의 전대 장문인으로······(중략)

二. 마도천황 천진호 – 천마신교의 교주로······(중략)

三. 구룡뇌황 손패혁 – 구룡방의 방주로······(중략)

四. 백의무제 – 이름과 정체에 관해서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五. 금의검제 한여명 – 황궁 금의위의 대장으로······(중략)

六. 북해빙제 설인화 – 북해빙궁의 궁주로······(중략)

七. ······

八. ······]


‘흠, 이 사람들이 현재 제일 강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이라 이거지?’


왕운은 삼황오제에 관해 호기심이 생기긴 했지만 당장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직 자신은 더 수련에 열중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왕운은 읽던 책을 덮었다. 무림사는 어차피 자신이 가져도 된다고 했으니 나중에 천천히 봐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 책은 서고에 반납해야 한다고 들었으므로 이것부터 먼저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자마자 왕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인피면구란 인간의 얼굴과 매우 흡사하게 만든 가면으로 사람의 피부를 이용해서 ······]


첫 줄을 읽자마자 짜증이 밀려온 왕운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람의 피부를 벗겨 가면을 만든다니······ 영감님은 뭐 이런 걸 익히라고 나에게 준거야?”


왕운은 꾹 참고 뒤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왕운의 찡그린 인상은 얼마 안 가서 펴졌다.


[······ 그러나 요즘은 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돼지의 껍데기로도 제작이 가능하다. ······]


사람의 피부를 써도 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에 안심한 왕운은 그날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왕운은 종종 서원의 주방으로 가서 요리하고 남은 돼지의 껍데기를 얻었다.


***


며칠 지나지 않아서 왕운은 책에 있는 내용대로 인피면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을 했다. 물론 처음에는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긴 했지만.

왕운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하지만 전혀 다르게 생긴 청년의 면구를 만들어낸 후 그것을 얼굴에 뒤집어썼다. 그러고는 서고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관회를 찾아갔다. 관회가 자신보다 7살이나 더 많았음에도 말을 편하게 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가 된 지 오래였다.

서고 안에서 관회를 발견한 왕운이 관회에게 말을 걸었다.


“관 형.”

“응? 누구신지······?”

“관 형, 나라니까.”

“글쎄, 저는 처음 뵙습니다만······ 그런데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관회가 끝까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왕운이 면구를 벗으면서 말했다.


“관 형. 나라니까, 나. 사람을 못 알아보고 그래. 흐흐흐”

“야 이 자식아. 깜짝 놀랐잖아. 왜 변장을 하고 지랄이야.”


왕운이란 걸 확인한 관회가 욕을 하며 왕운의 엉덩이를 걷어차려 했다. 그것을 슬쩍 피한 왕운이 웃으며 말했다.


“어때? 감쪽같지?”

“진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왕운이 관회에게 인피면구 만드는 법이 적힌 책을 건네며 대답을 했다.


“그 책에 이거 만드는 법이 잘 나와 있더라구.”


책을 몇 장 훑어본 관회가 말했다.


“인피면구라······, 호오······ 근데 갑자기 왜 이런 걸 만든 거야?”

“그럴 일이 좀 있어서······. 아, 그리고 그 책 여기 반납 좀 해줘.”

“그래, 알았어.”

“그럼 수고해.”

“뭐야, 벌써 가냐?”

“어, 급히 가봐야 할 데가 있어서.”

“그래, 이따 봐.”


관회와 헤어진 왕운은 곧바로 장 선생을 찾아갔다. 인피면구 제조법을 완전히 익힌 것을 확인받기 위해서였다. 물론 관회랑 마찬가지로 장 선생을 놀려주기 위해 제작한 면구를 쓴 채로 갔다.


“영감님, 저 왔어요.”

“그래, 왔냐?”

“엥? 제가 누군지 아세요?”

“네놈 목소리만 들어도 알지.”

“쳇, 재미없게.”


장 선생이 단번에 자신을 알아차리자 왕운은 투덜거리며 면구를 벗어버렸다. 그런 왕운을 보면서 장 선생이 말했다.


“그래도, 시킨 대로 잘 했구나. 나름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이걸 해야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서요?”

“그래, 그랬지. 일단 용봉지회는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마.”


그러자 왕운이 들뜬 표정을 하고 물었다.


“정말이세요?”

“그래, 이놈아. 원장의 직인이 찍힌 추천서를 내가 써주마. 그 추천서면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 거다.”

“근데 서원이 문파도 아닌데 그게 가능한가요?”

“여기 서원의 주인이 백도에서는 나름 끗발이 있는 양반이라 가능하지.”

“감사해요! 영감님! 헤헤.”

“녀석, 그리도 좋으냐?”

“그럼요.”


기분이 좋아 죽던 왕운을 보면서 같이 웃던 장 선생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무공비급은 네가 용봉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상으로 주마.”

“예? 아니 무슨······”

“세상일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았냐? 너도 들어서 알지? 여기 비급들은 귀한 것이라서 훔치려고 오는 놈들도 많다고.”

“인피면구 만들게 되면 하나 줄 것처럼 얘기하셔놓구······”

“뭘 구시렁거리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 넌 근무시간 외에 하루에 한 시진(두 시간)씩 나에게 수업을 듣는다. 여기 원생들처럼 말이야.”


장 선생의 말에 왕운이 기겁을 하고 말했다.


“아니, 대회에서 잘해야 비급을 주신다면서요? 그럼 시간 아껴서 수련해야지요. 영감님하고 노닥거릴 시간이 어딨다고······.”

“시끄러. 추천서는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수가 있어.”

“쳇, 알았어요······.”


왕운은 입을 쑥 내밀고 툴툴거렸고, 장 선생은 그런 왕운을 바라보며 생각을 했다.


‘지금 넌 네 나이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아니 솔직히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한 편이다. 그런데 꼭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몸뚱아리를 굴려대더군. 내가 산에서 너를 처음 만나고 여기까지 같이 오면서도 넌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지. 무공비급을 줘 봤자 그것을 수련하면서 또 스스로를 몰아붙일 게 뻔하다. 이놈아, 지금 네게 필요한 건 휴식과 마음의 여유다.’


작가의말

오대세가 - 남궁 모용 사마 팽가 당가

구파일방 - 소림 무당 개방 청성 공동 곤륜 종남 해남 아미 점창

오악검파 - 화산 태산 숭산 형산 항산


이 소설에서 화산은 구파일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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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1 22.06.15 647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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