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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bsaladin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0,888
추천수 :
731
글자수 :
240,503

작성
22.06.15 12:16
조회
590
추천
15
글자
12쪽

027 -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DUMMY

능소의 기권과 심판의 판정이 이어지고, 장내에 모든 이들이 침묵에 빠졌다.

패배한 능소는 물론이고, 그의 아버지 능환을 포함한 단상 위의 사람들과 비무를 지켜보던 구경꾼들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다들 서로 눈치만 보고 조용한 가운데, 검황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보니 서원의 참가자들이 사람들 입 다물게 하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닌 사람들이었군.”

“······.”


검황의 말에 그 누구도 대꾸하지 못했다. 검황이 좌우를 둘러보며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난 이만 가보겠소이다. 이 몸의 관심을 끌 만한 시합은 저게 마지막인 것 같으니 말이오.”


검황이 자리를 떴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상 위의 사람들은 충격에 넋이 나갔는지 입을 열지 못했다.


한편 왕운의 시합을 멀리서 보고 있던 무당의 제자 고천엽은 방금 시합을 보고 공포로 몸을 떨고 있었다. 그의 다음 상대가 바로 왕운이었기 때문.


‘젠장, 저놈이 저런 괴물일 줄이야.’


능소가 마지막으로 펼친 항룡장은 고천엽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위력이었다. 자신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막아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왕운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도 맨손으로 무력화시켰다.

아니, 그걸 떠나서.

과연 자신은 저자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길 방도가 보이질 않는다.

적당히 싸우다가 기권을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미 자신의 사제에게 복수를 해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상태.

사제가 방심해서 진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무래도 장문인을 만나서 상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고천엽은 단상 쪽으로 향했다.


고천엽과는 반대로, 왕운에게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는 사내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을 도발했던 놈. 그저 사람들 이목이나 끌어보고자 하는 애송이에 불과한 줄로만 여겼었다.


‘그저 그런 관심종자는 아니라 이거지······. 반드시 최종전까지 올라와라. 네놈의 팔 하나 정도는 가져가야 내 속이 풀릴 것 같으니까.’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두가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를 한 채로 왕운을 쳐다보고 있었다.


***


시합을 모두 마치고 객잔으로 돌아온 왕운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견뎌내고 있었다.

세상 대견하다는 표정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

그리고 호승심, 떨떠름함, 못마땅함이 뒤섞인 듯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마지막으로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두 사람.


세 번째 시선 중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럼 전 시장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소제가 좋아할 만한 고기를 좀 사러 가봐야겠군요.”


그러자 첫 번째 시선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시장은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종 숙수님도 내일 시합이 있는데 오늘 하루는 쉬시지요.”


하엽이 자리를 비운 후 세 번째 시선 중 나머지 한 사람이 말했다.


“아마 내일부터는 하나의 비무대에서만 시합이 치러질 것입니다.”

“아, 그래요?”

“예, 각 조의 4강전 시합들이 내일 치러질 겁니다.”

“총 열 시합이네요. 그럼 내일은 저도 한 경기만 한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몸 상태는 어떠십니까?”


이문환의 물음에 왕운이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최고예요. 흐흐흐.”


그러자 두 번째 시선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아, 부럽다. 중원에 이런 재미난 대회가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와 보는 건데.”

“4년 뒤에 나랑 또 같이 나가면 되지.”

“난 여기 사람도 아니고, 문파도 없는걸.”


사걸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왕운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나처럼 추천서를 받으면 되지. 물론, 그 고약한 영감님이 순순히 추천서를 써 주실 지는 모르겠지만.”


왕운이 이문환을 보며 말했다.


“사걸이 실력이 서원에서 관 형 정도는 되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선생님?”

“제가 한 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아마 문제없을 겁니다.”


이문환의 말에 사걸이 뛸 듯이 기뻐했다. 일단 자신의 할아버지인 대웅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하겠지만, 그것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


“정말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첫 번째 시선 중 나머지 한 사람, 유신이 말했다.


“저녁 먹거든 다들 일찍 자도록 하자. 운이는 4강이라고 너무 들뜨지 말고 마음을 잘 다스리도록 해라.”

“네, 할아버지.”


***


다음날이 되었다.

종원이 차려준 아침을 먹은 일행은 일찌감치 객잔을 나섰다.

대회장에 와 보니 비무대에 있던 숫자를 표시한 깃발은 모두 치운 상태였다. 아마도 한가운데에 있는 비무대 하나만 사용하는 듯했다.

척영이 왕운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한 곳에서만 하니까 구경꾼들이 전부 니 시합을 보겠네. 좋겠다? 이 관심종자 삐돌이 녀석아.”

“물론이지. 난 원래 주목받으면 힘이 더 솟는다고.”

“어련하실까.”


잠시 대진표를 살펴본 척영이 짓궂은 얼굴로 말했다.


“어라? 마지막 시합이네. 아홉 번째 시합 끝나고 다 집에 가버렸음 좋겠다.”

“자꾸 이럴 거야? 근데 마지막 시합인 줄 알았으면 천천히 올 걸 그랬네요.”


이문환이 말했다.


“왕 소협께서 이기신다면 내일 상대가 될 사람들이 아닙니까. 한 번 지켜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유신이 이문환의 말에 동의했다.


“이 선생 말이 옳다. 미리 봐 둬서 나쁠 거는 없지 않겠느냐.”

“네, 그렇게 하죠.”

.

.

.

시간은 빠르게 지나서 어느새 8번째 시합이 끝났다.

왕운이 속한 무(戊)조를 제외한 나머지 조의 결승시합들이 정해졌다.

갑(甲)조는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두와 종남파의 제자가.

을(乙)조는 자교서원의 종원과 하북팽가의 여자 도객(刀客)인 팽월영이.

병(丙)조는 개방의 제자와 소림의 제자가 결승에서 우승을 다투게 되었고.

정(丁)조는 사천당가의 형제들끼리 집안싸움을 하게 되었다.

결승에 오른 이들을 살펴보니 종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전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9번째 시합.

허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림의 제자와 황보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황보세가 가주의 장남이 비무대 위로 오르고 있었다.

단상 위에서 누군가가 공진에게 말했다.


“만약 허임 스님이 이기게 된다면 이번에 소림에서 두 사람씩이나 결승에 오르게 되겠군요.”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요.”


공진이 겸양을 떨면서 대답을 했다.

그러자 또 다른 누군가가 한마디 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강호에서 소식이 뜸하던 황보세가에서 오랜만에 인물이 나온 모양입니다.”


그 말에 황보세가와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하북팽가의 가주인 팽진오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운 좋게 4강까지 올라온 것을 가지고 무슨 대단한 인물이 나왔다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반대편 4강도 보십시오. 어디 출신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자가 시정잡배나 할만한 박투술로 올라오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올해는 무(武)조가 전체적으로 수준이 떨어진 겁니다.”


팽진오의 말에 검황이 쏘아붙였다.


“자네 막내아들이 개망신을 당했다고 할 말과 못 할 말을 구분하지도 못하고 함부로 내뱉는군. 자네의 말은 옆에 있는 능 방주와 탁 장문인에게 예의가 아닌 듯한데?”


검황의 마지막 말은 개방의 제자인 능소와 무당의 제자인 방천이 왕운에게 패한 것을 짚어서 얘기해 준 것이었다.

순간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을 깨달은 팽진오가 옆을 살펴보았다. 개방의 방주인 능소와 무당의 장문인인 탁인왕이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팽진오가 황급히 능소와 탁인왕에게 사과를 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수를······”

“됐소. 형편없이 깨진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 그러나 천엽이는 다를 것이오.”


탁인왕이 차갑게 대꾸하자 팽진오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심판의 시작 신호를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허임이 먼저 일장(一掌)을 내지르며 선공을 펼쳤다. 손바닥 모양을 한 황금색의 기운이 쏟아져 나와 황보민을 덮쳤다.

그러자 황보민이 한때는 권장(拳掌)법 제일의 명문으로 불렸던 황보세가 특유의 묵직한 장법으로 응수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 식경(약 30분) 가까이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단상 위의 이들은 대부분 소림의 허임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승리는 황보민의 것으로 돌아갔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다들 놀라워하고 있었다.

대회 기간 내내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던 공진의 미간에 잠시 주름이 잡혔다. 그러다 곧바로 원래의 표정으로 되돌린 공진이 말했다.


“아무래도 저 아이가 수련이 부족했나 봅니다. 황보 가주님께 축하를 드리고 싶은데 어디 계신지 알 수가 없군요.”

“저 아래 구경꾼들 틈에 계시겠지요.”

“그럼 내일은 찾아서 이 자리로 모셔야겠군요.”


떫은 얼굴을 한 팽진오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그 말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보민과 허임이 비무대에서 내려가고 곧이어 다음 시합을 할 왕운과 고천엽이 올라왔다. 탁인왕이 눈에 이채를 띤 채로 자신의 제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탁인왕과 눈이 마주친 고천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비무대에 마주하자 고천엽이 말을 꺼냈다.


“어제는 내 사제가 소형제에게 신세를 졌더군. 하지만 나는 다를······”

“이운이에요.”


왕운이 고천엽의 말을 잘라버리고 인사를 했다.

고천엽이 화를 꾹 참으며 다시 말했다.


“네놈이 예의가 없다는 것은 어제 익히 봐서 알고 있다. 실력 이상의 잔재주로 여기까지 올라온 모양이다만 이제는 그것도 더 이상······”

“저기.”


왕운이 매우 짜증난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오늘까지 만난 상대는 총 7명. 어떻게 된 게 한 놈도 빠짐없이······.


“혹시 무당에는 입으로 하는 무공도 있나? 아갈신공이라던가······ 아니면 이빨신공이라던가······.”

“이, 이놈······.”

“아니 어제 당신 사제란 사람도 그러더니 오늘 그쪽도 싸우기 전에 뭔 말이 그리 많아? 제발 그냥 시작하면 안 될까?”

“좋다, 이놈. 후회하게 해주마.”

“고마워.”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난 듯 보이자 심판이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했다.

신호가 끝나자마자 고천엽이 왕운에게 좌장을 내질렀다. 지극히 평범한 장력이 왕운을 향했고 왕운은 평소처럼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휘저어 그것을 분쇄했다.

그런데.

고천엽의 다음 행동은 시합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고천엽이 좌장을 내지른 직후 쏜살같이 뒤쪽으로 몸을 돌리고 내빼는 것이었다.

왕운이 ‘이게 뭐지?’라는 듯한 표정을 하고 고천엽에게 접근했다. 그러면 고천엽이 정신없이 발을 움직이며 왕운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다녔다.


제운종.

마치 구름을 사다리 삼아 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제운종(梯雲縱)이라 이름 붙여진 무당 특유의 경신법(輕身法).

제대로 된 경신법을 배운 적이 없는 왕운이 천하제일 경신법 중 하나로 평가받는 제운종을 구사하는 고천엽을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 그런 작전이 정말 통하겠습니까, 장문인?

- 어차피 정면으로 그놈과 맞붙어서는 이길 수 없지 않겠느냐. 우리 무당의 신법은 천하제일이다. 내가 시킨 대로 해 보거라.

- 하지만 그런 식으로 싸운들 그놈을 쓰러트릴 수는 없잖습니까?

- 잊었느냐? 심사위원석에 누가 앉아 있는지를. 판정으로 가면 다들 너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아니, 내가 꼭 그렇게 만들 것이다.


어젯밤에 탁인왕과의 대화를 떠올린 고천엽은 작전이 제대로 먹혔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의기양양한 고천엽의 표정을 본 왕운은 고천엽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발을 멈춘 왕운이 단상 위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하······,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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