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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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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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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0,503

작성
22.06.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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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1 - 용봉지회 최종전(2)

DUMMY

드러누운 채로 허공을 보고 허탈하게 웃던 황보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 곧장 비무대 위로 오르더니 왕운을 보고 포권을 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나 격차가 큰 줄 몰랐소이다. 잘 배웠소, 소협.”

“저도 잘 배웠어요.”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자 구경꾼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왕운은 그런 환호가 마음에 들었는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주변에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그런 왕운을 본 척영이 말했다.


“얼씨구. 신났네, 신났어.”

“그러게나 말이에요.”


사걸이 척영의 말에 동의했다.

사걸은 몹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앞으로 또 왕운에게 도전하기로 했는데,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수련을 해야 저 녀석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아니, 그게 가능한 일이긴 할까.

사걸이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는 와중에 왕운이 비무대에서 내려왔다.

왕운의 일행들이 다들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하엽이 감격스러운 얼굴을 하며 말했다.


“도련님, 축하드립니다.”

“아직 최종전이 남았어요. 축하는 너무 일러요.”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하십니다. 최종전에서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혹시라도 다치시기라도 할까 봐 걱정입니다. 4년 뒤에 또 나오시면 되니까······”

“그럴게요, 아저씨.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단상 위에서 왕운을 바라본 이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몇몇은 감탄의 표정을, 몇몇은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몇몇은 빙그레 웃고 있었다.

영호승이 빙그레 웃던 이들 중 한 사람이었던 자신의 사부, 검황에게 물었다.


“사부님이 눈여겨보셨다는 아이가 저 아이입니까?”

“응, 그래. 너는 어떻게 보았느냐?”


영호승이 감탄의 눈빛을 하고 말했다.


“저런 식으로 상대를 장외로 몰아내는 방식은 처음 봤습니다. 용력(勇力)이 어마어마한 아이로군요. 사부님께서 눈여겨볼 만한 아이입니다.”

“나조차도 저 아이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는지 제대로 파악이 되지가 않아. 어제는 지진을 일으키더니, 오늘은 태풍을 일으키는구나. 저 아이가 나중에 더 성장하게 된다면 자연재해(自然災害)와도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지, 지진이라 하셨습니까?”


영호승의 물음에 검황이 어제 있었던 왕운과 고천엽의 시합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영호승의 눈은 다시 한번 감탄으로 물들었다.

검황이 고개를 돌리더니 뒤쪽에 있는 무제를 보며 말했다.


“자네, 분명 저 아이는 자네가 가르치지 않았다고 했지? 그럼 혹시 사문(師門)은 어딘지 말해줄 수는 없나?”

“사문은 모른다네. 고향이 어딘지는 알지만 딱히 말해줄 이유는 없고. 다만 평소 저 아이가 몸을 단련하는 방식은 가끔 본 적이 있지. 궁금하면 그거라도 말해줌세.”

“궁금하네.”


검황 뿐만 아니라 단상 위의 모든 이가 무제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무제가 평소 서원에서 종종 봤던 왕운의 무지막지한 외공 수련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리고 설명이 끝난 무제가 몇 마디 덧붙였다.


“외공 수련의 강도를 보니 하루 이틀 단련한 것 같지는 않았어. 생전 처음 보는 방식도 많았는데 내가 이제껏 봐왔던 그 어떤 외공 수련법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보였네. 솔직히 저 아이의 외공 수련법을 책으로 따로 만들어 서원 내의 비급 전용 서고(書庫)에 보관하고 싶은 심정일세.”


그러자 검황이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무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나 책으로 쓰게 되면 우리 화산에도 한 권 주게나.”

“자네 하는 거 봐서.”

“치사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검황이 이번엔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누군가에게 말했다.


“아쉽게 됐소이다, 황보가주.”


검황이 말을 건 사람은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순이었다. 어제까지는 단상 아래의 구경꾼들 틈에서 아들을 응원하다 오늘은 단상 위로 초대받은 것이었다.

황보순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검황 어르신. 저 아이가 이 대회를 위해서 얼마나 수련을 열심히 했는지는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지요. 비록 이기진 못했다고는 하나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대견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가주의 말이 옳소이다.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나빴을 뿐이오. 소가주가 그리 훌륭한 모습을 계속 보이면 황보세가의 앞날도 밝을 것이외다. 앞으로가 기대되는구려.”

“감사합니다, 검황 어르신.”


한편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비무대 위로 한 사람이 올라왔다.

용봉지회 첫날에 대회의 시작을 알렸던 소림의 홍명이 비무대 위로 올라와 큰 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최종전은 한 시진(2시간) 뒤에 시작합니다. 다들 식사를 하시고 오셔도 좋고, 아니면 소림사 내에서 휴식을 취하셔도 좋습니다. 단, 소림사 내의 금지구역에는 가시지 않길 권해드리겠습니다.”

.

.

.

한 시진이 지나고 다시 사람들이 비무대 근처로 모여들었다.

비무대 위에 먼저 올라온 홍명이 한 사람씩 호명하자 각 조의 우승자들이 올라왔다.

검룡(劍龍) 남궁세가 남궁두.

도룡(刀龍) 자교서원 종원.

봉룡(棒龍) 개방 여치용.

암룡(暗龍) 사천당가 당종명.

마지막으로 권룡(拳龍) 자교서원 이운이라 불린 왕운.

단상 위의 공진이 일어나 다섯 사람에게 축하의 인사를 하고 최종전에 관해 몇 가지 당부 사항을 일러주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공진의 말이 끝나고 홍명이 최종전의 시작을 외치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왕운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손을 들고 단상 위를 바라보았다. 그런 왕운을 발견한 공진이 말했다.


“무언가 하시고 싶은 말씀이라도 있으시오, 시주?”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에요······”


왕운이 조심스러운 표정을 하며 공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용봉지회 최종 우승자가 다음 용봉지회에 또 참가하면 안 된다거나 하는 규정이 있나요?”

“?”


공진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왕운을 바라보았다.

왕운이 다시 말했다.


“제가 아직 열다섯 살이라서요. 다음 용봉지회가 열리는 해에는 열아홉이 되는지라 나이 제한에 걸리지는 않거든요. 다음 용봉지회에도 또 나와보고 싶은데······.”


이번 용봉지회는 자신이 우승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말.

왕운의 당돌한 선언에 좌중이 술렁거렸다.

남궁제가 발끈하여 비무대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네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건방진 소리를 늘어놓는 것이냐. 아직 대회가 다 끝나지도 않았거늘, 마치 네놈이 벌써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구는구나.”


그러자 왕운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남궁제를 바라보았다.


“아니,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뭘 그리 흥분하시나요?”

“저, 저런 건방진······”


검황이 남궁제의 말을 끊고 말했다.


“문제 될 것은 없네.”

“!!!”


무제를 제외한 단상 위의 사람들 모두가 놀라서 검황을 바라보았다. 검황은 그런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아직 열다섯의 나이에 우승을 차지한 자가 나오지 않아서 그런 사례가 없었지만, 규정상 문제 될 것은 없지. 그렇지 않소, 맹주?”

“······그렇습니다. 딱히 우승자가 다음 대회에 출전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지요.”


검황이 왕운을 보며 말했다.


“잘 들었는가? 규정상으로도 가능한 일이라네. 이번에 자네가 우승을 하고 다음 대회에 나와서 또 우승을 차지한다면 용봉지회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 되겠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검황이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갑자기 말을 했다.

말을 꺼낸 사람은 왕운과 같이 나란히 비무대에 서 있던 남궁두였다.

남궁두가 검황을 보며 말했다.


“검황 어르신께서 섣부른 판단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직 시합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저자가 우승할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아직 어린 후기지수에 불과한 이가 무림 삼황오제(三皇五帝)의 한 사람이자 백도의 최고수라 불리던 검황에게 하는 말치고는 꽤 직설적인 언사였다.

어찌 보면 굉장히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검황은 껄껄 웃어넘기며 말했다.


“소가주를 기분 상하게 했다면 내 사과하겠네. 그저 규정에 관한 설명을 해줬을 뿐이니 오해는 없길 바라네.”


그러자 남궁두가 검황에게 포권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리고 왕운을 보며 말했다.


“이번 용봉지회 우승은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다음 대회에 우승을 노린다면 말리지는 않겠소. 그 대회에는 내가 나오지 않을 테니 가능할 것이외다.”


그러자 왕운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다들 내 앞에서 그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더군요. 실력이 있는데도 겸손하셨던 황보세가 소가주님만 빼고.”

“······.”

“그러고 다들 어떻게 됐는지는 뭐, 말 안 해도 잘 아실 거고. 과연 그 사람들과 다를지는 한 번 기대해보죠.”


왕운의 말에 남궁두가 대답 없이 차가운 눈초리로 왕운을 흘겨보더니 곧이어 고개를 돌려 홍명을 바라보았다. 어서 시합 시작을 알리라는 듯이.

곧이어 홍명이 시작 신호를 하였다.


***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개방의 여치용이 남궁두와 당중명에게 말했다.


“저자들은 같은 서원 소속이니 분명 합공을 할 것이오. 우리 셋도 힘을 합칩시다!”


여치용의 말에 당중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신호를 보였으나 남궁두는 코웃음을 쳤다.


“난 필요 없소. 두 분께서 합공을 하시려거든 마음대로 하시오. 단, 저 시건방진 권룡이란 자는 내 것이오.”

“소가주! 지금 쓸데없이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지 않소!”


그러자 남궁두가 여치용에게 검을 겨누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 방해한다면 두 분부터 처리할 것이오.”


여치용은 하는 수 없이 당중명과 함께 종원을 공격하기로 입을 맞춘 후 종원 쪽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아까부터 그 상황을 지켜보던 왕운이 웃으며 종원에게 말했다.


“저것들이 같잖은 수작을 부리네요, 종 형.”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재미있는 장면 한 번 연출해 볼까요? 저자들뿐 아니라 이런 꼬라지를 보고만 있는 저 단상 위의 높으신 인간들에게도 제대로 엿을 먹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말입니까?”


왕운이 귓속말로 종원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종원이 왕운의 말에 빙긋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두는 왕운에게, 여치용과 당중명은 종원에게 신형을 날리고자 자세를 잡고 있었다.

그 순간, 왕운과 종원이 믿을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다짜고짜 두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시작한 것이었다. 비무대 위의 세 사람과 심판을 맡은 홍명은 할 말을 잃은 채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상 위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다. 몇몇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두 사람이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한 표정을 한 채로 비무대를 응시할 뿐이었다.

수차례의 가위바위보가 진행되다가 이윽고 왕운이 승리하자 종원이 뒤쪽으로 물러나더니 자리에 편한 자세로 앉아버렸다.

그리고 왕운이 한발 앞으로 나서면서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종 형이랑 일대일로 정정당당히 제대로 붙고 싶은데 조무래기들이 방해되어서 말이지······ 니들, 시간 없으니까 한꺼번에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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