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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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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16
추천수 :
731
글자수 :
240,503

작성
22.06.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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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6 - 이제는 못 참아

DUMMY

셋째 날이 되었다.

어느덧 각 조마다 16강까지 비무가 마무리되어 총 80명이 생존했다. 그리고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은 대부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사람들이었다.

80명의 생존자 중에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아닌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거기에 왕운과 종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왕운은 대진표를 확인하더니 본격적으로 싸워도 되는 상대들을 만나게 된다며 되려 기뻐하고 있었다.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문환이 말했다.


“왕 소협, 다음 상대가 누구인지 대진표는 확인하셨습니까?”

“무당파의 누구라고 하던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요.”

“이제부터는 진짜로 조심하셔야 합니다. 소협께서 지금껏 상대해온 이들과는 다를 겁니다.”

“네, 이제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려구요. 실력을 숨기고 적당히 맞춰주는 것도 이제 질리네요.”


옆에서 척영이 한마디했다.


“숨기고 싶어도 못 숨기지. 어제 그 난리를 쳤는데.”


사걸도 옆에서 거들었다.


“나는 사람이 그렇게 멀리 날아가는 거 태어나서 처음 봤다.”

“이 인간들이 진짜······.”


유신이 왕운에게 당부했다.


“그래도 조심하거라. 우습게 보면 안 되느니라.”

“그럼요,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잠시 뒤 왕운의 시합 차례가 되었다.

왕운이 비무대 위로 오르자 구경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놈이지?”

“응, 어제 상대방을 옆의 비무대로 집어 던진 놈. 그것도 남궁공자 앞으로.”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남궁세가랑 척을 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을 텐데.”

“그냥 관심 좀 끌고 싶어 그랬겠지, 뭐.”


주변에서 왕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왕운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는 자신에게 ‘운 좋은 사내’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어서 더 좋았다.

왕운의 반대편에서 흰색 도포를 입은 무당의 제자가 올라오고 있었다. 올라온 무당의 제자가 포권을 하더니 말했다.


“반갑소. 나는 무당의 제자인 방천이라 하오. 어제 소형제께서 보여 주신 행동은 잘 보았소이다.”

“아, 그러세요. 저는 와······가 아니고 이운이라고 해요.”


생각보다 담백한 방천의 인사에 왕운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가 얼마 안 있어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소형제의 완력을 보아하니 외공을 아주 열심히 훈련한 것 같던데, 아쉽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오. 우리 무당의 무공은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하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묘리로······”


왕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그렇지. 이놈도 입부터 털고 시작이네. 그래, 명문이라고 기대한 내가 바보였지.’


왕운은 심판에게 빨리 시작하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꾹 참고 방천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방천의 장황한 설명이 끝나고 드디어 심판이 시작 신호를 주었다.

방천이 손을 태극의 모양으로 회전시키며 왕운에게 말했다.


“제가 첫수를 양보하겠소.”

“그래도 되겠어요?”

“물론이오. 소형제의 힘을 그대로 소형제에게 돌려주는 태극권의 진수를 보여 주리다.”

“그럼, 사양 않고.”


왕운이 말을 마치자마자 방천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자신의 주먹을 방천의 안면을 향해 힘껏 내질렀다.


퍽!


방천은 이날 새로운 것을 하나 배웠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하는 것도 어느 정도 상대방의 힘을 감당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하다는 것을.

무지막지한 힘 앞에서는 유능제강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다는 것을.

.

.

.

“헉!”


침대에서 눈을 뜬 방천이 벌떡 일어났다. 벌떡 일어난 자신의 눈에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사형, 고천엽이 보였다.


“이제 정신이 좀 드냐?”

“사형, 여기가······”

“무림맹 의무실.”


방천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고천엽이 말했다.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내가 그렇게 방심하지 마라 일렀거늘. 어떻게 한 방에 쓰러지는 것이냐.”

“사, 사형. 제가 어떻게 진 겁니까?”


고천엽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방천의 얼굴에 면경을 갖다 대었다.

방천이 면경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니 자신의 얼굴 왼쪽이 퉁퉁 부어 있었다.


“제가 그자의 일권(一拳)에 기절한 것입니까?”

“기절한 정도가 아니라 비무대 구석까지 날아가더구나.”


고천엽의 말에 방천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방천을 본 고천엽이 말했다.


“네 복수는 내가 해주마. 물론, 그자가 지지 않고 계속 올라온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

“그놈이 지지 않고 계속 올라온다면 나랑 무(戊)조 4강에서 내일 만날 것이다만 글쎄······, 그놈이 과연 거기까지 올라올 수 있겠느냐?”


방천은 고천엽에게 조심하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방심 따위는 하지 않았으니까.

분명 자신은 날아오는 왕운의 주먹을 제대로 포착하고 태극권의 장법으로 되돌려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왕운의 주먹은 그것을 무시한 채 그대로 자신의 안면으로 날아와 정통으로 꽂힌 것이었다. 자신을 한방에 때려눕힌 왕운의 실력은 진짜였다.

하지만 차마 고천엽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괜히 말했다가는 잔소리를 더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방천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사형.”

“그래, 쉬고 있거라.”


말을 마친 고천엽이 몸을 돌려 의무실을 빠져나갔다.


‘지금이라도 말씀드려야 하나? 에라, 모르겠다! 저리 자신만만하신데. 알아서 하시겠지.’


생각을 정리한 방천은 그대로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

.

.

방천을 한 방에 쓰러뜨린 왕운에게 엄청난 구경꾼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심판의 승리 선언이 끝나자 왕운은 그리 큰일도 아니라는 듯 무덤덤한 얼굴로 비무대에서 내려왔다.

단상 위의 귀빈석 한가운데에 앉아서 그것을 바라보던 공진이 말했다.


“이제보니 저 젊은 시주가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공진이 좌중을 둘러보니 다들 충격으로 얼이 나간 얼굴이었다. 특히 무당파의 장문인인 탁인왕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이 참으로 볼만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평온한 얼굴을 한 검황을 발견한 공진이 다시 말했다.


“검황께서는 이미 알아차리셨던 모양입니다.”

“······.”


검황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공진이 물었다.


“그럼 검황께서는 저 시주가 쓰는 무공도 무엇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딱히 무공이랄게 없소.”


검황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지금까지 저 아이가 보여줬던 것은 시골 무관에서도 흔히 배울 수 있는 평범한 권각술 뿐이외다. 뭐, 첫날에는 조금 장난을 쳤던 것 같지만······.”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제 제자가 설마 그런 평범한 권각술을 당해내지 못했다는 말씀이십니까?”


탁인왕이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검황이 그런 탁인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그러나? 저 아이가 뭔가 특별한 초식이나 동작을 취하는 것을 보기라도 했던가?”

“······.”


탁인왕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공진이 다시 물었다.


“그럼 저 어린 시주가 아직도 실력을 다 드러내지 않았단 말씀이신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검황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딱히 무공을 배울 필요가 없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


***


왕운의 다음 상대는 개방 방주인 능환의 아들 능소란 사내로, 가장 유력한 차기 개방 방주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자였다.

왕운이 먼저 능소에게 인사를 했다.


“이운이라고 해요.”

“개방의 능소라 합니다.”


오, 과묵하게 인사만 하는 것이 드디어 명문의 이름값을······


“보아하니 소형제께서 힘깨나 쓰시는 것 같사오만, 우리 개방의 항룡장의 위력은······”


에잇, 빌어먹을! 이제는 못 참아.

왕운이 심판을 보더니 말했다.


“빨리 시작하죠?”

“예······, 예?”


심판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당황하여 왕운에게 되물었다.

왕운이 지겹다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빨리 시작하자고요.”


왕운이 자신의 말을 끊었음에도 능소가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소형제께서는 성격이 급하시군. 비무 전에는 서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해야······”

“무공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자랑질이나 하는 것이 무슨 인사란 말인가요?”


능소의 목소리가 급격히 차가워졌다.


“아무래도 소형제에게 예의가 뭔지 가르쳐야 할 것만 같······”

“알았으니까 시작하자고. 주둥아리로 싸우러 왔나······. 내가 먼저 가요? 아니면 그쪽이 먼저?”

“이······ 건방진!”


왕운의 말에 결국 참지 못한 능소가 먼저 왕운을 향해 우장을 내지르자 심판이 급하게 시작 신호를 하였다. 능소의 손바닥에서 강력한 장력이 분출되어 왕운을 덮쳤다.

왕운은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한 채로 앞으로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손쉽게 능소의 장력을 분쇄해버렸다.

능소가 일격에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꽤 많은 공력을 담아 내지른 일격이었다. 그러나 왕운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분쇄하자 능소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능소는 아무래도 자신이 공력을 제대로 싣지 않았다고 혼자서 착각을 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두 손에 내공을 집중하여 연달아 손을 내지르며 왕운을 향해 장력을 분출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왕운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앞으로 휘휘 저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능소의 장력을 분쇄했다.

능소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가는 지경이었다.

능소가 부지런히 움직이던 두 손을 멈추고 자신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자 왕운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개방의 항룡장이 무척이나 대단하다고 다들 난리길래 한 번 받아줘 봤는데······ 설마 이게 다는 아니죠?”


왕운의 말은 눈앞의 능소 뿐만 아니라 단상 위에까지 들렸다. 개방의 방주 능환이 비무대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능소, 뭐 하는 것이냐! 정신차리고 제대로 하거라, 이놈!”


아버지의 고함에 정신을 차린 능소가 왕운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양손을 한가운데로 모은 후 몸에 남아있는 모든 내공을 자신의 두 손에 실었다.

능소가 말했다.


“이놈, 어디 이것도 받을 수 있는지 보자.”

“하고 싶은 거 어디 다~ 해봐요.”


능소가 양손을 동시에 앞으로 내지르며 강력한 기운을 분출했다. 원래 한 손으로 분출하던 항룡장의 기운을 두 손으로 한데 모으자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

왕운은 가만히 서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기운을 바라볼 뿐 몸을 피하지 않았다.

그것을 본 비무대 위의 능소와 단상 위의 능환은 이것으로 끝이라고 동시에 기쁨의 웃음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표정은 급격히 썩어들어갔다.

왕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기운을 향해 주먹을 앞으로 힘차게 내질렀다. 능소가 분출한 항룡장의 기운과 왕운의 주먹이 충돌하자 그 충격으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렸다.


꽈아아아앙!


큰 소리에 사람들이 귀를 막은 채 비무대를 바라보았다.

능소가 분출한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왕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목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이젠 내 차례.”


왕운이 짧은 한마디를 내뱉은 후 능소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능소가 고개를 푹 숙이고 힘없이 내뱉었다.


“······내가 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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