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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2,739
추천수 :
731
글자수 :
240,503

작성
22.06.1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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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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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1쪽

022 - 네놈의 아들이 이제 다 컸다

DUMMY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왕운은 그 자리에서 돌이 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네 사람이 한자리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중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한 사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주었고.

1년간 서원에서 생활하면서도 가끔 보고 싶었던.

왕운 자신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었던 그리운 사람들이 보였다.


“······.”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왕운이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사, 사람 잘못 보셨어요.”

“너 이리 안 와, 이 자식아!”


왕운이 아닌 척하자 척영이 끝내 참지 못하고 고함을 버럭 질렀다.

왕운은 자신이 뒤집어쓴 인피면구 하나만 믿고 끝까지 시치미를 떼었다.

그러나 목소리라도 바꿨으면 모를까, 통할 리가 없었다.


“사람 잘못 보셨다니까 그러시네. 그리고 전 왕운이 아니라 이운이라는 사람입니다.”

“운아, 다 알고 있으니까 그만하거라.”


척영의 고함에도 어떻게든 넘어가 보려 했던 왕운이었지만, 자신의 친할아버지나 마찬가지였던 유신의 부드러운 말에는 결국 버틸 수가 없었다.

자신의 정체를 끝까지 숨기려던 것을 끝내 포기한 왕운이 이문환과 종원에게 말했다.


“두 분 먼저 들어가 계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두 사람이 객잔 안으로 먼저 들어가자, 왕운은 인피면구를 벗은 뒤에 신속하게 유신의 앞으로 달려가더니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어요, 할아버지.”


유신이 왕운을 얼른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이 녀석아······.”


왕운이 일어나자마자 척영이 왕운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개고생을 한 줄 알아? 이 철없는 자식 같으니라고······.”

“미안해, 누나. 헤헤······ 아저씨께도 죄송해요.”

“어휴······, 도련님.”


유신이 말했다.


“백두산에서 홀로 널 기다리고 있을 네 어미만 생각하면 당장 돌아가자고 말하고 싶지만······, 운이 넌 이 대회를 끝까지 하고 싶은 거겠지?”

“네,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래, 대회가 끝나면 꼭 돌아가겠다고 이 할애비에게 약속할 수 있겠지?”

“물론이죠, 할아버지.”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네 얘기가 듣고 싶구나.”


왕운, 척영, 유신, 그리고 하엽.

네 사람은 오랜만에 긴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유신이 자신들을 따라온 사걸을 왕운에게 소개해 주었다.

사걸이 먼저 왕운에게 인사를 했다.


“네 얘기 많이 들었어. 반가워. 난 유사걸이라고 한다.”

“반갑다. 난 왕운이야. 나 때문에 너까지 고생을 시켰네.”

“아니야, 덕분에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좋았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사걸이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갑작스럽겠지만······ 혹시 나랑 한 번 겨뤄줄 수 있을까?”

“뭐?”

“영이 누나가 네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길래······.”


척영의 다리가 완전히 다 나은 후, 척영과 사걸 두 사람은 비무를 몇 번 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실력이 워낙 막상막하(莫上莫下)였던지라 제대로 승부가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척영이 왕운에게는 일방적으로 패했다고 했다.

사걸은 왕운의 실력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유신이 말렸다.


“사걸아, 네 마음은 알겠지만 운이는 내일 시합도 있고······”

“좋아, 하자.”

“운아······!”


왕운이 유신에게 말했다.


“저도 오늘 상대다운 상대를 못 만나서 지루했던 참이거든요.”

“고마워!”


사걸이 밝은 얼굴로 말하자, 왕운이 말했다.


“어디 한적한 곳으로 옮길까, 그럼?”

.

.

.

객잔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터를 발견한 두 사람이 대결할 준비를 했다.

사걸이 활을 든 것을 본 왕운이 즐거운 듯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호오······, 활을 쓰는 거야?”

“왜, 이상해?”

“아니. 활 쓰는 사람하고 처음 겨뤄보는 거라 좋아서.”

“좋다고?”

“응. 허구한 날 누나하고만 대결하면서 살았던지라······ 좀 다양하게 싸워보고 싶었거든.”

“그래? 그럼 시작할까?”

“좋아.”


사걸이 왕운에게 가볍게 화살을 날리며 두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왕운이 손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가볍게 쳐낸 후에 사걸에게 접근했다.

그러자 사걸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거리를 벌린 후 연거푸 왕운에게 화살을 날렸다. 왕운이 연이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거나 쳐내면서 달려들면 사걸은 다시 거리를 벌리고.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의 술래잡기가 잠깐 이어졌다.

왕운이 말했다.


“와······ 너 되게 빠르다. 누나보다 빠른 사람은 처음이야.”


그러자 근처에서 지켜보던 척영이 대신 대답했다.


“분하지만 맞는 말이야.”


사걸이 말했다.


“역시나 보통의 화살로는 통하지 않네. 그럼 이건 어떨까?”


사걸이 일전에 팽석규랑 대결할 때처럼 화살 세 개를 동시에 날려보았다.


‘영이 누나는 이걸 칼을 회전시켜서 동시에 막아내던데······ 넌 어떻게 막을래?’


왕운이 놀랍고 신기하다는 듯이 날아오는 세 개의 화살을 보더니 주먹을 앞으로 가볍게 뻗었다.

그러자 주먹에서 엄청난 권풍(拳風)이 쏟아져 나왔고 날아오던 화살들은 풍압(風壓)을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왕운이 흥분된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대단해. 이런 거 처음 봐.”


왕운의 칭찬에 사걸 역시 칭찬으로 답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하긴, 영이 누나한테도 통하지 않던 게 너한테 통할 리가 없지.”

“오늘 정말 많이 배우는 거 같아. 또 보여줄 거 없어?”

“기대해도 좋아.”


사걸이 활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품속에서 단검 두 자루를 꺼냈다.

지켜보던 세 사람의 눈이 커졌다.


‘흠······.’

‘나왔다, 저 녀석 비장의 무기.’

‘도련님께서는 과연 어떻게 대처하실까?’


사걸이 땅바닥을 크게 밟더니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갈 지(之) 자의 형태로 왕운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손에 쥔 단검으로 왕운을 공격했다.

평범한 이라면 눈으로 좇지 못할 속도였지만 왕운은 달랐다. 단검을 쥐고 있는 사걸의 손목을 교묘하게 건드리며 칼날이 자신의 몸을 빗나가게 하였다.

사걸은 다시 한번 감탄하며 몸을 움직이는 속도를 더 높였다. 그러나 왕운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그대로 맞대응했다.

그렇게 사걸과 한참 동안 공방을 주고받던 왕운이 양손을 내리고 편한 자세로 섰다. 그것을 본 사걸이 말했다.


“뭐야, 설마 포기하는 거야?”

“그럴 리가. 하던 거 계속해봐.”


발끈한 사걸의 단검이 왕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왕운의 옷만 찢어졌을 뿐, 왕운의 몸에는 상처는 고사하고 긁힌 자국 하나 나지 않았다.


‘이, 이게 뭐야! 이거 사기 아니야?’


당황한 사걸이 더욱 속도를 높여 마구잡이로 단검을 휘둘렀다.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왕운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려던 사걸의 가슴팍을 붙잡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크윽!”


뒤이어 왕운의 주먹이 사걸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자, 잠깐!”


다급한 사걸의 말을 무시한 듯한 왕운의 주먹이 누워있던 사걸의 머리 옆에 땅바닥을 때렸다.


쿵! 쿠르르릉!


엄청난 소리가 사걸의 귀를 울리며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울렸다. 곧이어 왕운의 주먹과 닿은 지면이 갈라지며 왕운의 주위로 반경 십여 장의 땅이 내려앉았다. 덕분에 왕운과 사걸 또한 밑으로 가라앉으며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썼다.

얼이 나간 듯한 얼굴을 한 사걸을 보며 왕운이 말했다.


“계속할까?”


그러자 사걸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져, 졌어······.”


멀리서 바라보던 척영은 ‘그럼 그렇지.’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하엽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왕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하엽보다도 더 감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던 사람은 유신이었다. 말로만 듣던 왕운의 실력을 눈앞에서 직접 본 유신은 속으로 자신의 옛 애제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놈아, 보고 있느냐? 네놈의 아들이 이제 다 컸다.


***


한바탕 비무가 끝나고 객잔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걸이 신이 난다는 표정을 하고 왕운에게 말했다.


“나 할아버지 말고 이렇게 강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언제든지 도전해도 되지?”

“물론이지.”


왕운이 흔쾌히 허락하자 옆에서 척영이 말했다.


“내가 먼저야. 그리고 저 자식 저거······ 제 실력 다하지도 않았어.”


척영의 말에 깜짝 놀란 사걸이 왕운에게 물었다.


“사, 사실이야?”

“응? 그, 그게······.”


왕운이 말을 얼버무리며 대답을 피하자 척영이 다시 말했다.


“나랑 싸울 때 보였던 그 붉은 기운, 뭐 무슨 화염이라고 했던 거······, 그거 안 보여줬잖아?”


척영의 말에 사걸이 굉장히 분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와······ 자존심 상하네. 봐줬는데도 내가 졌단 말이지?”

“그, 그게 아니고······”

“하여간에 내가 먼저야.”


척영이 왕운의 말을 자르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왕운이 장난기를 가득 품은 얼굴을 하고 척영과 사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일이 다 상대해주면 시간 낭비니까, 둘이 붙어서 이긴 사람만 찾아와. 흐흐흐.”


왕운의 말에 사걸과 척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라고?”

“저 자식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어우, 얄미워.”


옆에서 세 사람을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유신이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왕운에게 물었다.


“운아, 이름과 얼굴을 바꿔서 출전한 것은 네가 생각했느냐?”

“아니요. 서원에서 추천서를 써준 영감님이 한 분 계신 데······”


왕운은 자초지종을 유신에게 설명했다.

장 선생이 인피면구 제조법을 익히라고 자신에게 시킨 것과 추천서에 이름을 바꿔서 적은 것, 그리고 인피면구를 쓰고 나가라고 말한 것까지 전부 유신에게 말했다.

유신이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왕운에게 말했다.


“네가 머무는 객잔에 계신 분들을 소개해 주겠느냐? 네가 그동안 어떤 분들과 함께 지냈는지 알고 싶구나.”

“그럼요. 같이 가시죠, 할아버지.”

“오냐,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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