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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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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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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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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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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4 - 무림맹의 연회(1)

DUMMY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백도의 가장 큰 축제는 이렇게 끝이 났다.

시합이 끝난 왕운과 종원은 서로 포권인사를 한 후 나란히 비무대를 걸어 내려왔고, 그 두 사람에게는 구경꾼들의 엄청난 환호와 찬사가 쏟아졌다.

단상 위에서도 무제를 향해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무제는 사람들의 인사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시큰둥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자 보다 못한 검황이 한마디 했다.


“제발 웃으라고, 이 영감탱이야.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동시에 자네 서원에서 나왔는데 기쁘지도 않나?”

“이제 저 아이들 데리고 돌아가도 되겠지?”


무제는 웃으라는 검황의 말을 무시하고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었다. 검황이 못 말리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어인 말씀이십니까, 무제 어르신. 백도의 가장 큰 행사를 이대로 끝낼 수야 없지요. 이번에도 저희가 연회를 마련했으니 즐기다 가십시오. 부디 우승자와 준우승자도 함께 데리고 참석해 주십시오. 어르신이 저 친구들과 함께 자리를 빛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제에게 말을 건 사람은 바로 사마세가의 가주인 사마성이었다.

15년 전, 제갈세가를 밀어내고 오대세가의 한자리를 차지한 사마세가는 그 이후 용봉지회가 끝날 때마다 용봉지회를 기념하기 위해서 항상 큰 연회를 열었다. 그리고 연회를 여는 데 드는 비용은 늘 사마세가가 홀로 감당해 왔다.

매번 이렇게 큰돈을 들어 연회를 여는데도 중원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으로 유명한 사마세가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애초에 상계(商界)로 유명했던 가문이기도 했거니와, 중원에서 가장 큰 상단 6개 중 2개를 사마세가가 운영을 할 정도로 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이었다.


사마세가가 이렇게 돈지랄을 하면서 연회를 연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아직은 무림맹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사마세가의 빈약한 입지였다. 오대세가에 포함된 지 15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박힌 돌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굴러온 돌’ 정도로 취급을 받았기 때문. 그래서 이렇게 성대한 연회를 개최함으로써 가문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했던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친(親) 사마세가 세력 만들기를 위해서였다. 용봉지회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외에 소위 말해서 싹수가 보이는 인재가 나타나면 그 인재가 속한 가문이나 문파에 엄청난 재정적 지원을 함으로써 친목을 다졌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사마세가의 편을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런데 사마세가가 무림맹 내에서 이렇게 돈지랄을 통한 정치질을 하는 것을 다른 문파나 세가가 몰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세가와 구파일방은 그것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그냥 내버려 뒀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애초에 사마세가 자체의 무력이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사마세가의 뒤에 있는 남궁세가 때문이기도 했다. 남궁세가와 사마세가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화산파를 비롯한 오악검파는 그런 사마세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속세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검(劍)을 추구한다는 그들의 특성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뭐든 돈으로 해결하려 드는 사마세가에 좋은 감정이 생길 리가 없었다.

그리고 사마세가는 사마세가대로 도도한 척하며 자신들의 가문을 속물 취급하는 오악검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10년 전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오악검파가 문파의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도 사마세가는 그들에게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검황이 그런 사마성의 말에 기분 좋게 대답해 줄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가운 말투로 비꼬면서 말했다.


“이번에도 돈 꽤나 썼겠구만.”

“무림맹을 위해서 쓰는 돈이 아까울 리가 있겠습니까. 이렇게라도 중원의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저희 가문으로서는 더는 바랄 게 없습니다, 검황 어르신.”


말은 청산유수(靑山流水)였다.

검황은 그런 사마성이 얄미웠지만 더는 상대하기 싫어서 고개를 돌리고 무제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사마세가가 돈 자랑을 좀 한 모양인데 자네도 좀 있다가 가게. 아니면 정 가려거든 자네 혼자 떠나든가. 난 아직 운이 그 아이와 못다 한 얘기가 많다네.”

“그 아이와 언제 만난 적이 있었던가?”

“어제 시합이 끝나고 그 아이 뒤를 따라갔었지.”


무제가 검황을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린 게야?”

“수작은 무슨. 그 아이가 평소에도 날 존경해 왔다고 하던걸? 참고로 그 아이가 평소에 존경한다는 두 사람 중 하나가 나야. 그리고 자네는 거기 없었고.”

“그 나이에 그런 유치한 도발이 하고 싶나?”

“진짜라니까. 나중에 직접 물어보든가.”


무제가 더는 상대하지 못하겠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확 돌린 후 사마성에게 물었다.


“연회 장소가 어딘가?”


***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무.제. 영감님.”

“흠, 흠······.”


왕운이 무제란 이름을 유독 강조해서 부르며 날이 선 목소리로 말하자 무제는 딴 곳을 쳐다보며 헛기침만 하고 있었다.

왕운이 그런 무제를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이렇게 대단하신 분인지도 모르고 그동안 제가 너무 싸가지가 없었네요. 용서해 주시지요, 무.제. 영감님.”


왕운의 말에 검황이 옆에서 박장대소(拍掌大笑)하며 웃었다.


“설마 자네 이 아이에게 자네 정체를 숨겼던 게야? 크하하하! 아직도 그놈의 신비주의 버릇을 못 고친 건가?”

“시끄럽네.”


왕운과 마주친 무제는 때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사마성에게 연회 장소를 들은 이후 왕운과 종원을 데려가려고 찾아왔다가 자신을 본 왕운이 잔뜩 골이 나버리고 만 것이었다.

무제와 같이 온 검황을 발견한 왕운은 갑자기 표정을 싹 바꾸고는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검황 어르신도 오셨네요.”

“우승을 축하하네. 자네가 우승하리라 예상은 했었다만······”


예상은 했었다만 이렇게 엄청난 모습을 보여줄 거란 상상도 못 했었지.


“감사합니다, 어르신.”


검황의 축하에 왕운이 공손하게 대답을 했다.

무제가 옆에서 보고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고함을 질렀다.


“이놈아! 사람 차별하는 것이냐? 별것도 아닌 것을 좀 숨겼다고 사내놈이 삐져서는······”

“그것참 죄송하게 됐네요, 무.제. 영감님.”

“······.”


왕운이 여전히 까칠한 말투로 쏘아대자 무제가 할 말을 잃고 왕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갑자기 검황이 말했다.


“그러게. 왜 사람을 차별하고 그러느냐.”


검황의 뜬금없는 말에 왕운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검황을 바라보았다.


“누구는 ‘영감님’이고 누구는 ‘어르신’이냐. 나도 ‘영감님’이라고 불러다오.”


저기, 어르신.

보통 그 반대가 아닙니까?

어르신이 아니라 저기 있는 무제 영감님이 자기도 ‘어르신’이라고 불러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

왕운이 계속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검황이 다시 말했다.


“나도 ‘어르신’ 같은 딱딱한 호칭보다 ‘영감님’ 같은 정겨운 호칭으로 불러달란 말이니라. 우리 밥도 같이 먹었는데 이제 꽤 친한 사이 아니었더냐?”


검황의 말에 왕운이 피식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제가 어르신을 감히 그렇게 부르나요.”


그러자 무제가 다시 투덜거렸다.


“도대체 네놈은 저런 나잇값 못하는 체통 없는 노인네가 어디가 존경스럽다는 거냐? 그리고 같은 삼황오제(三皇五帝)인데, 나는?”


왕운이 황당하다는 듯이 무제를 바라보았다.


“저기, 영감님? 영감님이 주신 무림사 책 한 번 읽어보시긴 하셨나요?”


왕운이 읽었던 무림사 책에서는 화산검황의 이름과 함께 그간 검황이 무림에서 해 왔던 일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특히 그에게 검황이란 이름이 붙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했던 백마대전(白魔大戰)에 관해서도.

하지만 백의무제에 관해서는······.


- 이름과 정체에 관해서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분명 책에서 무제에 관해 적혀 있는 내용이라고는 고작 저 한 줄이 다였다.


“영감님에 관해서 뭐라도 좀 써놓고 저한테 책을 주시지 그러셨어요?”

“······.”


무제가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웠다.

그러고는 괜히 화제를 돌리고 싶었는지 종원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도 고생이 많았네. 뇌까지도 근육으로 차 있을 것만 같은 저 무지막지한 놈 때문에 어디 다친 곳은 없는가?”

“괜찮습니다, 어르신.”


그리고 바로 그때 이문환과 유신 일행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왕 소협, 축하드립니다. 종 숙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운아, 축하한다. 자네도 수고 많았네.”

“축하드립니다, 도련님. 어디 다치시진 않으셨습니까?”

“축하해, 이 괴물 녀석아.”


다들 각자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척영은 축하의 말 대신에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다.


“야 이 미친놈아! 너 때문에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그걸 왜 손으로 막아? 손모가지가 날라가면 어쩔 뻔했어?”

“에이, 잘 막아냈으니 됐잖아.”

“어휴······ 저거 한 대 쥐어박아봤자 이제 아프지도 않을 거고······.”


유신이 무제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소이다, 무제. 나는 척유신이란 사람이오. 저 아이에겐 친할애비나 다름없는 사람이외다.”

“만나서 반갑소. 나는 장순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소이다.”

“어디 가서 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소? 그동안 저 아이를 돌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소만.”

“그리 합시다. 이보게, 검황.”

“왜 그러나?”


무제가 유신과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를 가리키며 검황에게 말했다.


“자네가 이 친구들을 데리고 먼저 연회장으로 가 있게. 난 좀 있다가 가겠네.”

“그리하지.”


무제가 하엽, 척영, 사걸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운이의 지인인 모양인데, 자네들도 함께 가지 그러나?”


그러나 무림맹의 인사들이 모인 자리가 껄끄러웠던 하엽은 괜찮다고 먼저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척영과 사걸 역시 낯선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가 불편했는지 무제의 말을 정중히 거절했다.


***


유신과 무제는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소. 1년 가까이 저 아이를 찾아다니면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별말씀을 다하시오. 오늘 봐서 아셨겠지만 내가 없었더라도 큰 위기는 겪지 않았을 거요. 제 몸 하나는 스스로 지킬 수 있었을 거외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열다섯이오. 누군가 저 아이의 곁을 지켜줬다는 거에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모를 거요. 더군다나 그 사람이 이렇게 훌륭한 분이라면야······”


유신이 무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실은 내가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청한 건 감사를 드리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소.”

“다른 이유?”

“내 제자 때문이오.”

“제자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운이의 아비가 바로 내 하나뿐인 제자올시다.”

“!!!”

“운이의 이름을 바꾸고 거기에 얼굴까지 변장시켜 대회에 내보내셨다고 들었소. 그래서 분명 내 제자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오.”

“그러셨소이까.”


무제가 잠시 옛 추억을 떠올리듯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유신은 말없이 그런 무제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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