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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bsaladin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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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18
추천수 :
724
글자수 :
240,503

작성
22.07.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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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42 - 미인 대 미인(3)

DUMMY

만병지왕(萬兵之王).

모든 병기의 왕.

중원의 무림인들이 검(劍)을 보고 칭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무림인들은 무공을 익히면 검을 잡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특히 백도의 경우는 검에 자신들의 철학과 사상을 담아서 신성시하는 문파들도 많았다.

오악검파는 물론, 구파일방에서도 소림, 개방을 제외한 모든 문파가 고유의 검법을 보유하고 있었고, 오대세가에서도 남궁, 모용세가가 검을 주력으로 사용했다. 그 외 세력이 약한 중소문파와 세가들까지 포함한다면 백도 무림인의 절반이 넘는 이가 검을 사용한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리고 검을 사용하는 백도의 수많은 문파 중에서도 화산은 늘 으뜸으로 평가받았다.


영호혜는 그런 화산의 검을 자랑스러워하면서 동시에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자신의 검을 모조리 막아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상대가 무림의 선배도 아니고, 이름난 고수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과 나이가 같은 여인이었을 뿐.

눈앞에 여인이 구사하는 검의 움직임은 화려한 매화검법에 비하면 단순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검으로 자신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내고 있었다.

동년배 중에서는 검으로는 자신을 이길 자가 없다고 믿어 왔던 영호혜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서 척영은 눈앞의 상대인 영호혜가 지난 용봉지회에서 검봉(劍鳳)에 자리에 오를 정도의 실력자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의 화려하고 위력적인 검술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선보이며 침착하게 대응을 하고 있었다.


채앵! 채앵! 채앵!


두 사람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서로가 팽팽한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왕운은 이 대결을 감탄하며 보고 있었다.

지난번 용봉지회 갑(甲)조의 우승자가 여인이었다는 사실을 들은 이후, 척영이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왔던 왕운이었다.

그리고 막상막하의 대결을 보면서 척영의 검이 중원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에 은근히 기뻤다.

왕운은 옆에서 넋을 놓고 대결을 감상하고 있는 사걸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두 마리의 아름다운 학이 우아하게 춤을 추는 것 같아.”


이놈한테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다른 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유신과 무제도 역시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신은 처음 보는 화산의 검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화려하면서도 겉멋에 치중하지 않고 실용적이고 위력적인 화산의 검에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무제는 무제대로 오랜만에 곡산검법을 눈앞에서 보면서 자신의 친우(親友)였던 왕혁을 떠올리고 있었다.

무제가 평가한 곡산검법은 한마디로 효율의 극치. 최소한의 움직임과 단순한 검의 움직임만으로도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효과적인 공격을 구사하고 있었다.


채앵! 채앵! 채앵!


어느덧 두 사람의 서로 칼을 부딪치며 어울린 지 백여 합을 넘긴 시점이었다.

실력이 비슷했던 두 사람의 승패를 가른 것은 결국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의 마음가짐의 차이였다.

척영은 영호혜가 강한 것을 인정하고 승부를 길게 보고 서두르지 않았다.

반면에 영호혜는 처음부터 척영을 우습게 보고 단숨에 눌러버리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상대방의 의외의 실력에 당황한 상태.

이것은 영호혜에게 결국 조급함을 가져오고 말았다. 영호혜는 척영이 무너질 기미가 보이질 않자 비장의 수를 꺼내 들었다.

크게 검을 한 번 휘두른 뒤에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난 영호혜가 검에 최대한의 내력을 실었다. 그리고 공중을 향해 자신의 검을 크게 한 바퀴 돌렸다.

영호혜의 검에서 쏟아진 마치 꽃잎과 같은 무수한 검기가 날아올랐다. 그리고 곧이어 수많은 꽃잎이 낙하하면서 척영을 덮쳤다.

작지만 하나하나가 위력이 넘쳤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꽃잎을 척영이 전부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왕운은 척영이 크게 다칠까 싶어서 척영을 보호하려고 꽃잎이 떨어지는 곳으로 신형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왕운이 채 신형을 날리기도 전에 척영이 떨어지는 꽃잎을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앞으로 돌진했다.


‘나보고 무모하다고 난리를 치더니만 지~는!’


척영의 앞을 가로막으려던 왕운은 생각을 바꿨다. 척영에게 무언가 생각이 있으리라고 판단했기 때문.

괜히 이대로 나섰다가는 척영의 패배로 끝날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척영의 패배보다는 승리가 보고 싶었다.

척영이 무모하게 정면으로 돌진하는 것을 본 영호혜는 척영이 자신의 뿌린 검기를 못 이기고 무너질 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다치기는 할 테지만 무인끼리의 대결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척영의 몸 이곳저곳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고 있었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영호혜의 생각처럼 이대로 가면 척영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지고 영호혜의 승리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영호혜의 착각이었다.

척영은 급소를 향해 날아오는 치명적인 검기들만 자신의 검으로 모조리 쳐냈다. 그리고 살짝 스치는 정도의 검기들은 상처를 입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두고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척영은 결국 영호혜가 뿌린 꽃잎 더미를 뚫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검을 수평으로 뻗고 돌진에 박차를 가해 속도를 더 높였다.

자신의 승리라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던 영호혜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척영의 엄청난 기세에 자신도 모르게 오그라들었다.

그저 자신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뿐이었는데 영호혜는 왠지 모를 위압감과 공포심을 느꼈다.

사실, 이 무모하게만 보이는 정면돌파가 곡산검법 최고의 기술 중 하나라는 것을 영호혜가 알 리가 없었다.

.

.

.

지금으로부터 약 300여년 전에 있었던 고려의 여진 정벌.

전쟁 초기에 고려군은 여진족 군대보다 월등히 수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진족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여진족이 자랑하는 기병 때문이었다. 고려군 대부분은 보병이었고, 땅에서 싸우면서 말 위에서 자신들을 공격하는 여진족의 기병을 당해낼 수가 없었던 것.

하지만 그 와중에도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이가 바로 곡산검법의 창시자이자 고려제일검이라 불렸던 척준경이었다.

척준경은 엄청난 돌진력으로 검으로 말과 말 위에 타고 있는 사람을 한꺼번에 꿰뚫어버리는 기술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5년 동안 이어진 전쟁이 끝나고 척준경은 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곡산검법을 만들어내게 된다.

곡산검법이 중원의 검법에 비해 단순하고 멋이 없어 보였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곡산검법이 전쟁터에서 만들어진 검법이다 보니 오로지 적을 효과적으로 죽이는 살상력(殺傷力)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

.

.

.

다시 척영과 영호혜의 대결로 돌아와서.

영호혜가 뿌린 무수한 검기들을 뚫어낸 척영의 신형이 엄청난 속도로 영호혜에게 접근했다.

기세에 눌린 영호혜가 척영을 막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당황하여 손발이 어지러워진 영호혜의 검은 허공을 갈랐고 척영의 검은 영호혜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스윽.


영호혜의 목 옆쪽에 가느다란 실선이 생겼다.

척영은 영호혜를 그대로 지나쳐 영호혜의 뒤쪽에서 신형을 멈췄다. 그리고 대결이 끝이 났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검집에 자신의 검을 집어넣었다.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 피를 흘리고 있는 척영과 겉보기엔 아무런 상처가 없어 보이는 영호혜.

얼핏 보기에는 영호혜의 승리로 보여졌다.

그러나 지켜보던 모든 사람이 척영의 승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영호혜 본인은 그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만약 척영이 작정하고 자신의 목을 노렸다면 자신은 이미 목 없는 귀신이 되고 말았을 테니까.

영호혜도 몸을 돌려 척영을 바라보았다.


“이름이 뭐지?”

“척영”

“네 이름 말고. 방금 구사한 초식의 이름.”

“없어.”

“어, 없다고?”

“우리는 기술 하나하나에 일일이 이름을 갖다 붙이지 않아.”


영호혜가 쓴웃음을 짓더니 자신의 검을 검집에 넣은 뒤 말했다.


“졌어.”

“졌어? 말이 짧네?”

“······졌어요.”

“뒤에 뭐가 빠진 것 같은데?”

“졌어요, ······언니.”


척영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여기선 이렇게 두 손을 포개면서 인사하는 게 예의라지? 잘 배웠어, 동.생.”


척영이 일부러 ‘동생’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러자 영호혜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답했다.


“잘 배웠어요, 어, 어······”

“잘 안 들리는데?”

“······언니.”


척영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영호혜를 바라보며 말했다.


“됐어. 앞으로 친구로 지내.”

“예······, 어?”

“나이도 같은 데 무슨 언니야. 그리고 너랑 나랑 그렇게 실력 차가 큰 것도 아니고.”


그러자 왕운이 비웃었다.


“누나, 왜 갑자기 안 어울리게 멋있는 척이야?”

“시끄러워, 이 철딱서니 없는 놈아. 가출이나 하는 주제에.”


영호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척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유신이 앞으로 나섰다.


“영이의 말대로다.”

“예?”

“내가 보기에도 두 사람의 실력은 비슷했다. 자네가 패한 이유는 자네가 대결을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마음가짐 때문이지.”

“······?”


영호혜가 이해를 안 가는 얼굴을 하고 있자 무제가 옆에서 거들었다.


“저 아이는 네가 4년 전에 검봉에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 네 실력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네 화려한 검을 보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지.”


척영을 바라보던 시선을 영호혜 쪽으로 돌린 무제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반면에 너는 저 아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지. 그래서 저 아이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을 것이고. 나이도 별 차이가 안 나 보이니 우습게 봤을 거다. 내 말이 틀렸느냐?”


영호혜가 부끄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무제가 계속해서 말했다.


“게다가 네 아버지에게 듣자 하니 4년 전 용봉지회 최종전에서 너에게 패배를 안겨준 소림 녀석을 최근에 꺾었다면서? 그러니 비슷한 나이 대에서는 네 적수가 없으리라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을 테고. 애초에 정신상태에서 네가 지고 들어갔다는 얘기니라.”


유신이 무제의 말을 이었다.


“영이를 얕본 자네는 영이의 예상치 못한 실력에 당황했을 테고. 그래서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보니 큰 기술을 먼저 선보였지. 그리고 영이가 그 틈을 파고든 것이다.”


영호혜가 수긍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척영이 말했다.


“들었지? 다음에 다시 붙으면 네가 이길 수도 있다는 얘기야. 그러니까 언니 같은 건 집어치우고 친구로 지내자고.”

“고, 고마워. 그리고······”


영호혜가 다급하게 척영에게 달려오더니 척영의 몸을 살폈다.


“미안해. 친선비무에서 이렇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네.”

“괜찮아. 크게 안 다쳤어. 그리고 널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하는 말은 아닌데······”


척영이 왕운을 가리켰다.


“저 녀석에게 도전하는 것은 좀 미루는 것이 좋아.”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저 녀석한테 뭘 해보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졌거든. 그러니까 우리 둘 다 실력을 더 쌓고 도전해야 할 거야.”

“오늘 시합을 보고 내가 상대가 안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였단 말이야?”

“저 괴물 녀석은 오늘 시합에서도 제 실력을 다 보이지 않았어.”

“!!!”


영호혜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왕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왕운은 쑥스러운지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유신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자, 비무도 끝이 났으니······ 다들 돌아갈까?”


무제가 영호혜에게 말했다.


“혜아 너도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까 자고 가라. 영이와 같은 방을 쓰면 되겠지. 그리고 너도 오늘 대결에 대해서 아직 영이와 하고 싶은 얘기가 남아있지 않느냐?”


영호혜가 척영을 쳐다보았다.


“그래도 될까?”

“물론이지.”

“그럼, 사양하지 않고.”


왕운이 먼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하엽, 이문환, 종원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척영과 영호혜가 바로 그 뒤를 따랐고.

사걸은 역시나 두 여인 옆에 찰싹 붙어서 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두 노인은 맨 뒤에서 그들과 약간 거리를 둔 채로 따라가고 있었다.

길을 걷던 무제가 유신을 보고 말했다.


“검황 늙은이에게 듣자 하니, 언젠가 화산을 방문하겠다고 하셨다지요?”

“그랬소이다. 검황께서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구려.”

“그땐 나도 같이 갑시다. 저 어린 친구들도 이렇게 훌륭한 대결을 선보이는데, 척 사부와 검황의 대결은 더 볼만하겠지.”

“허허, 검황과 대결하려고 가는 것은 아닌데 말이오.”

“두 사람이 술만 마시고 헤어진다고? 그걸 누가 믿겠소? 약속하시오. 갈 때는 나도 꼭 데려가는 거요?”


무제의 말에 유신은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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