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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bsaladin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0,531
추천수 :
724
글자수 :
240,503

작성
22.06.25 11:01
조회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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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2쪽

035 - 무림맹의 연회(2)

DUMMY

무제가 유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검황 늙은이와 더불어 몇 안 되는 내 친우(親友)였던 자였소.”

“아들뻘 되는 내 제자 녀석과 친우를 맺었단 말이오?”

“마음이 맞는 사내끼리 관계를 맺는 거에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러시오.”

“하긴 맞는 말이오.”

“참으로 훌륭한 제자를 두셨소.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강함도 강함이지만, 그 누구보다 순수했고, 또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마음을 가진 사내였지.”


무제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더니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오. 내 그 친구를 지키지 못했소이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무제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니외다.”

“아니오.”


무제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척 사부께서도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으셨겠지만, 내가 그 친구를 지키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오. 그런데······”

“······.”

“정말 몰랐소. 그런 일이 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자면 나는 세상일에 딱히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소. 그저 서원에서 글이나 읽고 애들을 가르치며 살았지. 가끔 나를 찾아오는 그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하는 것이 내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무제가 감정이 복받쳐 올랐는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유신은 그런 무제를 말없이 기다려 주었다.

잠시 후 감정을 추스른 무제가 다시 말을 이었다.


“갑자기 그 친구가 찾아오지 않자 궁금해서 내가 직접 알아봤을 때는 이미 일이 벌어진 지 한참이나 지나서였소.”

“하지만 무제의 잘못이 아니지 않소이까.”

“그러나 내 죄책감은 사라지질 않았소. 그래서 남궁세가를 비롯해 그 일을 꾸민 자들을 쓸어버리고 싶었소. 하지만······”


무제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런다고 그가 살아 돌아올 것도 아니고. 게다가 척 사부께서도 이곳 돌아가는 사정을 대충 아시겠지만 내가 그 일에 나선다면 검황 그 친구에게도 폐를 끼치게 되는 일이었다오.”

“충분히 이해하외다. 그러니 그만 죄책감을 떨쳐버리시오. 이렇게 운이에게 도움을 주신 것만으로도 무제께서는 할 만큼 하신 거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소이다.”


무제가 말했다.


“운이 그 아이가 참으로 제 아버지를 많이 닮았더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얼굴뿐만 아니라 성격도 똑같았소. 무공은······ 뭐 지금 보니 제 아버지를 이미 넘어선 것 같고.”

“나도 무척이나 놀랐다오. 그 아이에게 검을 가르치지 못하는 사실이 늘 안타깝고 미안했는데······ 이제 나도 마음의 짐을 벗어 던진 기분이오. 그러니 무제께서도 나처럼 마음속에 있는 것을 훌훌 털어버리시구려.”

“안 그래도 그 아이를 만나고 내 몸속에 뭔가 응어리진 것들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을 받고 있소. 그 아이를 우연히 길에서 만나고 또 왕 국주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생전 처음으로 하늘의 도움을 받은 기분이었다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오른 무제가 유신에게 물었다.


“한데 그 아이가 제 아버지의 일을 알고 있소?”

“모른다오. 운이가 복수심에 사로잡혀 살지 않도록 나와 그 아이의 어미가 사실을 숨겼소. 그리고 그것이 내 제자 녀석의 마지막 유언이었다고 했었지.”


그러자 무제가 갑자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것참 이상한 노릇이로군······.”

“뭐가 말이오?”

“정말 그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확실하오?”

“맹세코 그 아이에게 단 한 번도 혁이의 일을 얘기한 적이 없소이다.”


무제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유신에게 물었다.


“내가 처음 그 아이를 만났을 때 그 아이가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아시오?”

“용봉지회가 열리는 숭산이 아니오?”

“아니오.”

“아니라면 대체 어디를······?”

“합비요.”

“합비?”

“바로 남궁세가의 본가가 위치한 곳이지.”

“!!!”


유신은 칠십 평생 처음으로 하늘이 노래진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사마세가가 마련한 연회장.

여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의 관심은 이번 용봉지회 우승자인 왕운을 향해 있었다. 특히 왕운과 나이가 비슷한 후기지수들은 다들 가서 한번 말이라고 걸어보려고 기회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왕운은 시종일관 검황과 대화를 나누고만 있을 뿐,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실례를 무릅쓰고서라도 대화에 끼어보기라도 했겠지만, 왕운이 대화를 하고 있는 이가 바로 누구인가.

검황이 말하고 있는데 일개 후기지수가 감히 끼어드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왕운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있었지만 무시하고 검황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원래 왕운이 새로운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을 꺼리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러나 5일 동안 대회를 치르는 도중에 대전상대로 만났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자신을 자랑하기 바빴다.

정말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왕운은 혹시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사람들이 와서 친한 척이라도 할까 싶어서 검황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와서 왕운에게 접근하려는 기색이라도 보이면 굉장히 짜증 난다는 표정을 대놓고 드러내며 말도 붙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왕운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검황과 영호승도 그런 왕운의 행동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다른 이들에게 왕운과 대화할 기회를 양보해 줄 법도 한데, 두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 사람 역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검황이 평소 같으면 참석하지 않았을 이 연회에 참석한 이유는 오로지 왕운과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서였다.

검황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하며 왕운에게 말했다.


“호오, 그럼 원래 이곳 중원 사람이 아니란 말이구나.”

“예, 어르신. 우연히 용봉지회라는 게 있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찾아온 거예요.”


그러자 옆에서 영호승이 말했다.


“그래서 무제께서 추천장을 써주신 거구만. 자네가 이곳 출신도 아니고 문파도 없으니 대회 참가가 불가능했을 테니 말이야.”

“예, 장문인.”

“그럼 무제 어르신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 여기 사정을 모르는 자네가 먼저 알고 서원을 찾아갔을 리는 없고.”


왕운은 길에서 우연히 무제를 만난 것을 얘기해 주었다. 산적에 둘러싸인 무제를 구해주고 그의 협박이나 다름없었던 권유에 서원으로 향하게 된 것까지 전부.

왕운의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은 배를 움켜쥐고 껄껄 웃어댔다.

왕운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산적들에게 둘러싸인 불쌍한 노인을 구해줬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백의무제라니요. 속으로 얼마나 비웃고 있었을지 생각하면······ 어휴!”

“그 영감탱이는 예전부터 원래 그런 인간일세.”


두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매우 즐거웠던 왕운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속으로 죄책감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이름도 가명을 내세우고 있었기 때문.

솔직히 대회가 끝난 지금도 왜 자신이 얼굴에 인피면구를 뒤집어쓰고 본명을 숨겨야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왕운은 무제의 말대로 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아마 뭔가 분명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서원에서 매일같이 툴툴거리는 사이였고, 자신에게 무제라는 사실을 속인 영감이었지만 그는 신뢰할만한 사람이었던 것.

그러나 본의 아니게 그것 때문에 앞에 있는 두 사람에게는 거짓을 말하고 있는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어르신, 죄송해요. 다음에 꼭 사정을 밝히고 사죄드리겠습니다.’


한편, 멀리서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세가의 가주들은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오? 아무리 역대급 실력을 선보이고 우승을 했다지만 무림의 선배들이자 각 단체의 수장인 우리에게 어찌 먼저 인사를 오지 않는단 말인가.”

“무제가 뒤를 봐주고 있다고 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건방을 떠는 모양이구려.”

“그런데 검황 어르신과는 언제부터 저렇게 친한 사이가 됐답니까?”

“무제에 이어 검황 어르신과도 연줄을 만들고 싶은 모양이지. 벌써 정치하는 법을 배운 모양이오.”

“그것참, 우리도 체면이 있지. 저놈이 먼저 오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가서 인사를 건네기도 그렇고······”


모두 한창 신나게 대화 중이던 왕운 쪽을 바라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검황의 눈치는 보였는지 다들 큰 소리로 말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눈치를 보고 있던 어린 후기지수들과는 달리, 여기 모인 이들은 검황과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도 충분히 그 대화에 낄 만한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어린 후배에게 먼저 인사를 하기 싫다는 자존심 때문에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남궁세가의 얘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군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이곳 숭산을 떠나는 것처럼 보였소.”

“충격이 상당히 컸던 모양이오.”

“왜 아니겠소. 남궁가주가 이번 용봉지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들 잘 알고 있지 않소.”


그러던 중 어디선가 누군가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제께서 오셨습니다!”


***


무제와의 대화를 끝낸 유신이 무제의 말을 곱씹으며 머물고 있던 객잔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나 역시 척 사부의 말처럼 그 아이가 평생 모르고 사는 것에 찬성하는 바요. 하지만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솔직하게 운이에게 말하는 것이 좋을 듯싶소. 그리고 왕 국주의 죽음은 이 중원에서는 그렇게 사람들이 쉬쉬하는 비밀도 아니라오. 어차피 알게 될 일이라면 남에게 듣는 것보다 왕 국주의 부인되는 이와 척 사부께서 직접 얘기해 주는 것이 낫지 않겠소?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무제의 말은 구구절절 옳은 소리였다. 만약 왕운이 남궁세가의 근거지가 있는 합비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 우연이 아니라면 더는 왕운에게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서연이를 설득해야겠구나.’


생각을 정리한 유신은 객잔에 들어서자마자 하엽을 찾았다.


“자네는 내일 먼저 백두산으로 떠나서 운이의 소식을 서연이 그 아이에게 먼저 전해주게.”

“같이 가시지 않고요?”

“운이가 여기서 꽤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 같네. 일단 개봉의 서원에 먼저 들러야 할 듯싶어. 가서 우승했다는 소식도 전해야 할 것이고 떠나기 전에 인사를 나눌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나?”

“어르신의 말씀이 옳습니다. 도련님이 이곳에 와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신 듯했습니다. 하지만 부인께서도 도련님의 소식을 기다리고 계실 테니 제가 하루빨리 가는 것이 맞겠지요. 아마 부인께서도 도련님이 옛날의 국주님처럼 우승하셨다는 소리를 들으면 무척이나 기뻐하실 겁니다.”


유신이 척영과 사걸을 보며 말했다.


“니들은 어떡하겠느냐? 엽이와 먼저 돌아가겠느냐, 아니면 서원에 같이 들렀다 가겠느냐?”

“저는 돌아갈 때 운이랑 같이 돌아가고 싶어요, 할아버지.”

“저도 이왕 나온 거 여행을 좀 더 해보고 싶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서원으로 같이 가겠다고 하자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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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 용봉지회 둘째 날(2) +3 22.06.12 625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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