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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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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06
추천수 :
731
글자수 :
240,503

작성
22.07.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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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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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3 - 하오문(下汚門)

DUMMY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서원으로 출발하기 전, 유신이 진만을 찾았다.


“자네는 어찌하겠나? 여기서 계속 객잔을 할 텐가?”

“······.”


진만은 마음속으로 고민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는지 유신의 물음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우리를 따라가도 좋네. 자네만 원한다면 내가 검을 가르쳐 줄 수도 있고.”


척영은 자신의 할아버지 유신이 웬만해선 이런 제안을 먼저 꺼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눈을 껌벅거리면서 유신과 진만을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진만 역시 눈에 잠시 이채가 어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방 사그라들었다. 아마도 자신의 어머니를 홀로 남겨둔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유신이 다시 물었다.


“자네 모친이 마음에 걸려서 그러나?”

“······예, 어르신.”


그러자 어디선가 나이든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걱정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여라.”

“!”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진만의 모친이 서 있었다.

진만의 모친이 유신에게 말했다.


“제 아들에게 그런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 아이는 어려서부터 무공을 익히는 무림인들을 동경해왔지요. 하지만 저 아이가 어렸을 때 저 아이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차마 저를 홀로 두고 집을 떠나지 못했지요.”


진만의 모친이 이번엔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평판이 좋지 않던 팽가의 식솔로 들어갔을 때는 이 어미는 못내 그것이 마음에 걸렸단다. 그런데 이렇게 좋으신 분들이 너에게 감사한 제안을 하시고 계시지 않느냐. 이 어미는 신경 쓰지 말고 이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라.”

“하지만 어머님······.”


아까부터 그것을 지켜보던 무제가 옆에 있던 종원에서 뭔가 말을 했다. 그러자 종원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어디론가 나갔다.

무제가 와서 진만에게 말했다.


“자네 어머님이라면 걱정하지 말게나.”

“예? 그게 무슨······?”

“이 객잔은 앞으로 하오문이 맡을 걸세. 그리고 자네 어머님도 같이 돌봐 드릴 거야.”

“예!?”

“그러니 걱정은 하지 말고 우리를 따라나서도 좋네. 검을 배우고 싶으면 척 사부에게 배우면 될 것이고, 다른 것을 배우고 싶으면 우리 서원에 머물러도 좋고.”

“······.”


쭈뼛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자신의 아들을 바라본 진만의 모친이 말했다.


“뭐하느냐. 어서 감사의 인사를 올리지 않고.”


진만이 유신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어르신의 호의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사부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자 척영이 슬쩍 다가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할아버지한테 배우면 좀 많이 힘드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유신은 생에 두 번째 제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진만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신은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손녀를 희롱하려던 팽석규를 상대로 옳지 못하다 당당하게 말했던 진만이었다.

유신은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던 진만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런 진만에게 검을 가르쳐 놓으면 나중에 왕운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인성 좋고 실력 있는 자들을 왕운의 곁에 두어야만 할 것 같았다. 왠지 모르지만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 와중에 왕운이 갑자기 흥미롭다는 듯한 눈빛을 하더니 무제에게 물었다.


“종 형이 하오문 출신이었나요, 영감님?”

“그걸 아직 몰랐느냐?”

“누가 말해줘야 알죠.”

“무림사 책을 제대로 안 읽어본 모양이구만.”


왕운이 그제야 뭔가를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왕운에 눈에 이채가 어리기 시작했다.


***


하엽이 마차 두 대를 구해서 객잔으로 온 후 왕운에게 인사를 한 뒤 자신은 말을 타고 먼저 백두산으로 떠났다.


“도련님, 저는 먼저 떠나겠습니다.”

“네, 아저씨. 돌아가면 봐요.”


영호혜 또한 작별인사를 했다.


“간밤에는 실례가 많았어요, 권룡(拳龍).”

“아니에요. 어제는 저도 재미있는 대결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영이 누나처럼.”

“그럼 그럴까? 사실 아직도 동생에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일단 영이부터 이기는 것이 먼저겠지.”


영호혜가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네가 이제까지 상대한 사람 중에 영이는 몇 번째 정도야?”


그러자 척영이 관두라는 듯이 말했다.


“패배자들끼리 순위는 정해서 뭐해?”


영호혜의 물음에 왕운이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당사자들끼리 직접 붙어봐야 아는 거니까 순번은 못 정하겠고······ 제가 강하다고 판단한 이들이 총 5명인데 누나가 그들 중 하나죠.”


영호혜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재촉했다.


“누군지 다 말해줄 수 있어?”

“어제 최종전에서 만났던 종 형, 무(戊)조 결승에서 만났던 황보 형, 서원에 있는 관 형,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기 저 녀석이요.”


왕운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얼굴을 하고 척영과 영호혜를 쳐다보고 있던 사걸이 서 있었다.

영호혜가 의외라는 표정을 하자 척영이 말했다.


“쟤가 저래 보여도 꽤 강해. 나하고도 몇 번 겨뤄봤는데 승패를 가리지 못했어.”

“그래? 아쉽다. 시간만 여유가 있어도 도전해 보겠는데.”


그러자 사걸이 능글맞은 얼굴로 말했다.


“다음에 운이가 화산에 놀러 갈 때 저도 따라갈게요, 누님. 그때 한 번 겨뤄봐요.”

“그래, 그러도록 해.”


영호혜가 왕운에게 말했다.


“다음에 또 봐. 그리고 저 녀석 말처럼 화산으로 꼭 놀러 오고. 아버지와 태상장문인께서 기다리실 테니까.”

“네, 조심히 가세요.”


영호혜가 떠나자마자 왕운은 얼굴에 쓰고 있던 인피면구를 벗었다.


“아이고, 이제야 좀 내 얼굴로 다닐 수 있겠네.”


그리고 왕운과 일행들은 개봉으로 출발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

때마침 종원이 하오문의 문도들을 데리고 객잔에 도착했다.

왕운이 종원을 보더니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종 형! 하오문 출신이었다면서요?”

“예, 소제.”


종원이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하자 왕운이 다시 말했다.


“어서 마차에 오르시죠. 가면서 물어볼 얘기가 아주 많아요.”


그러자 먼저 앞쪽의 마차에 오르고 있던 척영이 물었다.


“뭐야, 우리랑 같이 안 타?”

“어, 누나. 종 형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난 뒷마차에 탈게.”


그렇게 일행은 둘로 나누어서 마차에 올랐다.

앞차에는 유신, 척영, 사걸, 진만이.

뒷차에는 무제, 이문환, 종원, 왕운이 탔다.


마차가 출발하자마자 왕운이 종원에게 물었다.


“종 형, 내가 예전에 무림사 책을 보고 존경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 둘 있었다고 한 거 기억나요?”

“그놈의 존경······ 퉤!”


무제가 투덜거렸지만 왕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검황 어르신 말고 존경하는 분이 하나 더 있다고 했었잖아요.”

“예, 기억납니다. 이미 죽은 과거의 인물이라고 했었지요?”

“그분이 바로 하오문이셨거든요.”

“혹시 하오문 역사상 최고의 고수라 평가받고 계시는 그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요, 종 형. 내가 왜 종 형의 무공을 보고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요? 종 형이 쓰던 무공이 그분께서 쓰던 무공과 비슷하다고 책에 버젓이 적혀있었는데 말이죠.”

“흔하게 볼 수 있는 무공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걸 보고 바로 알아차리신 검황 어르신이 대단하신 겁니다.”


왕운이 몹시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고 종원에게 물었다.


“그분도 성이 종씨던데······, 혹시 종 형께서는 그분의 후손이 아닌가요?”

“예, 제가 과분하게도 그분의 핏줄을 이어받았습니다.”


왕운이 말하고 있는 과거 하오문 절대고수의 이름은 종진성.

아직도 백도의 문파들에게는 괄시를 받고 있다지만, 그래도 지금의 하오문은 나름 개방과 더불어 중원 정보조직의 양대산맥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사실 초창기 하오문은 그저 한 흑도방파의 잔심부름이나 하는 하부조직에 불과했다.

흑도방파의 하부조직으로 인간적인 대접도 못 받고 있던 그런 하오문을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놓은 사람이 바로 종진성이었다.

원래는 평범한 요리사에 불과했던 종진성이었다. 그러나 하오문 소속이던 연인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이후 무공을 익혀서 하오문을 부리던 흑도방파를 단신으로 박살을 내고 다른 세력으로부터 하오문을 보호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 그의 과거 활약상 덕분에 종진성은 하오문은 물론 중원 무림에서도 전설로 취급받는 인물이었다.


왕운은 무림사에 적혀있던 종진성의 일대기를 보고 사내라면 응당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여겼다. 연인의 복수를 위해 홀로 흑도방파와 싸우고, 그리고 그 이후에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종진성에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었다.

종진성과 마찬가지로 훗날 거대한 세력들을 맞이해서 싸우게 될 자신의 운명을 왕운은 어쩌면 미리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왕운이 종원에게 다시 물었다.


“그분이 천하제일급의 고수라 살아계실 때는 하오문이 보호받았겠지만, 그분이 죽고 나서는 하오문이 다시 위기에 빠지지 않았나요? 그분 눈치를 보던 다른 문파들이 하오문을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그에 대한 대답은 무제가 대신하였다.


“그래서 그가 죽기 전에 하오문을 정보조직으로 개조를 시킨 것이다. 자신이 죽고 난 이후에도 하오문 사람들이 생존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지. 그리고 그에 대한 조언을 해준 사람이 바로 자교서원을 세운 분이셨지.”

“그럼 설마 그분이 무공을 배운 사람도······”

“그래 자교서원을 세운 바로 그분이다.”

“그럼 그 이후로 자교서원과 하오문은 계속 친한 관계를 유지한 건가요? 그래서 종 형이 서원에서 일하고 계신 거고요?”


왕운의 물음에 무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지는 않아. 내가 종 숙수를 서원으로 부른 것은 지극히 최근이다. 중원 소식에 귀를 닫고 살았더니 워낙 불편해서 말이지. 서원 안에 하오문 사람이 한 명 있으면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오문에 요청했던 거다.”


무제가 서원에 하오문도를 부른 이유는 바로 왕운의 아버지, 왕혁의 죽음 때문이었다. 왕혁이 죽을 때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아서였다.

종원이 왕운에게 물었다.


“소제, 그럼 묻고 싶으셨던 건 그게 다입니까?”

“아니요. 이건 그냥 그분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 여쭤본 거고요, 제가 진짜 궁금했던 다른 거예요.”


항상 밝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던 왕운이 갑자기 진지한 얼굴을 했다.


“하오문에 의뢰를 하면 어떤 것이라도 알아내 줄 수 있나요?”

“전부라고 장담은 못 하지만 웬만한 건 조사하면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무엇을 의뢰하시려 그러십니까?”


종원의 물음에 왕운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무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이 영감님이 제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시느냐 마시느냐에 따라 의뢰내용이 달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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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3 - 하오문(下汚門) 22.07.07 434 12 12쪽
42 042 - 미인 대 미인(3) +1 22.07.06 498 11 13쪽
41 041 - 미인 대 미인(2) 22.07.05 490 14 14쪽
40 040 - 미인 대 미인(1) 22.07.02 640 11 13쪽
39 039 -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어서요(2) +4 22.07.01 584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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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7 - 무림맹의 연회(4) +1 22.06.29 63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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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8 -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소 22.06.16 646 15 14쪽
27 027 -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1 22.06.15 634 15 12쪽
26 026 - 이제는 못 참아 +1 22.06.14 642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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