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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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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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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글자수 :
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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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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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18 – 전신(戰神)의 후예

DUMMY

털썩.

벌써 세 번째.

애송이의 버릇을 고쳐주겠답시고 나섰다가 왕운의 주먹 한 방에 실신해버린 무인의 숫자가 벌써 세 명이 되었다.

분노로 얼룩진 벽 대장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고, 이문환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왕운이 그렇게 쓰러진 이들을 내려다보며 비아냥거렸다.


“제일 센 사람 내보라니까······ 이게 뭐야?”


세 사람 모두 왕운을 상대로 일 합을 넘기지 못했다.

평소와 같았으면 비무를 다양하게 경험하기 위해서 최대한 공방을 주고받았을 왕운이었다. 그러나 애송이 운운하며 자신을 깔보던 벽 대장 때문에 몹시 화가 난 상태.

그래서 왕운은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본때를 보여주겠다 생각하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상대를 깔아뭉개버렸다.

비무의 양상은 세 번 다 놀랍도록 똑같았다.

상대방이 왕운을 향해 신형을 던지고 검을 내지른다.

그러면 왕운이 날아오는 검을 왼손으로 붙잡아 버린다.

그리고 그대로 오른쪽 주먹을 당황한 상대방의 턱에 꽂아버린다.

이게 끝이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에는 그냥 같은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왕운이 벽 대장에게 말했다.


“더 하실 건가요?”

“······.”


대답을 못 하고 왕운을 멍하니 바라보던 벽 대장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누가 가서 관회 좀 데려와라.”

“어제 야간이라서 지금 자고 있을 텐데요.”

“깨워서 데려와. 내가 오랬다고 하고.”


자신의 부하에게 지시를 내린 벽 대장이 왕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자네를 우습게 본 것 같군. 인정하지. 하지만 지금 데려오는 자는 이 서원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야. 이 자를 상대하고도 그런 여유가 나올지 궁금하군.”

“기대할게요.”

“건방진 놈.”


잠시 후, 얼굴이 붉은 대춧빛을 한 사내가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리고는 오자마자 벽 대장을 바라보며 몹시 짜증을 냈다.


“대장님, 이러기 있습니까? 어제 야간이었던 사람을 깨워서 또 일을 시키려 하시다니요. 정식으로 서원에 항의할 겁니다.”

“미안하군. 내 자네에게 수당을 더 챙겨주도록 하지. 자네가 꼭 상대해야 할 자가 있어서.”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자이길래 자는 사람까지 깨우는 겁니까?”

“오늘 우리 쪽에 들어온 신입이야. 벌써 세 명이나 깨졌어.”


관회가 벽 대장이 바라보는 곳을 따라보니 앳된 얼굴을 한 근육질의 사내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관회가 말했다.


“어려 보이는데······.”

“열다섯 살이라고 하더군.”

“여, 열다섯 살?”

“어리다고 우습게 보지 말게. 세 명 모두 뭘 해 보지도 못 하고 순식간에 졌어. 만약 자네마저 진다면 우리 대(隊) 전체가 우습게 보일걸세. 그리고 자네는 자네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자네의 조상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되는 거야.”


관회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왕운의 앞으로 다가갔다.


“빨리 시작하지. 내가 밤새도록 일을 해서 말이야. 얼른 끝내고 가서 다시 자고 싶군.”


관회의 말을 들은 왕운이 관회 쪽으로 가볍게 주먹을 내지르자 왕운의 주먹에서 엄청난 권풍(拳風)이 뿜어져 나왔다.

어마어마한 풍압이 자신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자 깜짝 놀란 관회가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그런 관회를 보며 왕운이 말했다.


“이제 잠 좀 깼나요? 나중에 졸려서 졌다고 핑계 대지 말고 제대로 하세요.”


이제는 왕운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관회가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줘.”


관회가 말을 마치자마자 숙소들이 있는 맞은편 건물로 급히 달려갔다. 잠깐 기다리던 왕운이 ‘도망간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관회가 나타났다.

관회의 손에는 커다란 언월도(偃月刀)가 들려 있었다. 맨손으로 왕운을 제압하려던 관회가 생각을 바꾸고 자신의 방에서 무기를 가지러 갔던 것이었다.

관회는 삼국시대에 전신(戰神)이라 불린 명장 관우의 후손이었다. 관회는 그런 자신의 조상을 유독 자랑스러워한 탓에 늘 자신이 관운장의 후예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살았다. 그래서 그가 사용하는 무기도 관우의 애병으로 유명한 청룡언월도였다.

관회가 청룡도의 끝을 왕운에게 겨누고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그럼 시작하지.”


관회가 왕운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청룡도를 수직으로 내려찍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금방 끝내버릴까 하던 왕운은 생전 처음 보는 무기에 관회의 범상치 않은 기세를 보고는 조금 더 비무를 즐기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쾅!


왕운이 관회의 청룡도를 슬쩍 피하자 내려 찍힌 청룡도와 땅이 부딪치자 엄청난 굉음과 더불어 지면이 쩍 하고 갈라졌다.

굉장한 위력에 놀란 왕운이 간만에 제대로 된 비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씨익 웃으며 가볍게 좌장을 내질렀다. 그러자 관회가 고개를 젖혀 그것을 피했다.

곧이어 청룡도를 중심축으로 삼아 몸을 회전한 관회의 발차기가 왕운을 향해 날아왔다. 왕운이 발차기를 피하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그러자 관회가 왕운의 하반신을 노리고 청룡도를 수평으로 연달아서 내질렀다. 왕운이 자신의 다리를 향해 정신없이 들어오는 빠른 찌르기를 피하다가 더는 피하기 어렵겠다 싶었는지 지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사실 관회의 집요한 하반신 공격은 처음부터 이것을 노린 미끼였다. 자신의 노림수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한 관회가 청룡도를 위쪽으로 크게 휘둘렀다.

관회의 청룡도가 공중에 뛰어오른 상태라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왕운의 옆구리를 크게 가격했다. 왕운이 황급히 팔꿈치를 내려 그것을 막았지만 왕운의 몸은 청룡도에 큰 충격을 받고 멀찍이 날아가 건물의 벽과 충돌했다.

그것을 본 벽 대장이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됐어!”


승부가 났다고 생각한 벽 대장이었다. 건방진 신입을 제대로 손봐줬다고 생각하고 관회를 칭찬하기 위해 걸음을 떼려던 그때였다.

쓰러져있던 왕운이 옷의 먼지를 툭툭 털어버리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벽 대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관회의 회심의 일격이 제대로 들어갔기에 왕운이 기절했으리라 생각했던 그였다.

눈앞의 장면이 믿어지지 않는 것은 관회 또한 마찬가지였다. 왕운의 옆구리를 가격한 손맛을 분명 느꼈었기 때문.

놀라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관회에게 왕운이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방금 공격 굉장했어요. 집요한 하반신 공격은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나 보죠? 한 수 배웠어요.”


왕운이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웃으며 다가오자 관회 또한 웃었다.

상대는 진심으로 이 비무를 즐기고 있었다. 관회 또한 오랜만에 상대다운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회는 다시 한번 왕운쪽으로 돌진하여 청룡도를 휘둘렀다. 그리고 자신의 온 내공을 청룡도에 실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보통 공격으로는 왕운에게 충격을 줄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왕운은 딱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휘두르는 관회를 보고 감탄했다. 자신 못지않게 외공을 수련했을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나한테는 안 돼.’


이제 슬슬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왕운의 왼쪽 옆구리에 관회의 청룡도가 다시 명중했다.

관회는 이번에야말로 왕운이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왕운의 다음 움직임은 그런 관회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왕운은 자신의 옆구리를 가격한 청룡도를 왼팔과 옆구리 사이에 끼워버렸다. 관회가 그것을 빼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청룡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뒤이어 왕운이 오른쪽 주먹을 관회의 얼굴을 향해 내질렀다. 관회가 급히 왼손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우둑!


관회의 귀에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그에게 왕운의 발차기가 날아왔다. 굉장한 위력을 느낀 관회가 청룡도를 쥐고 있던 오른손을 놓고 황급히 뒤쪽으로 피했다. 그렇게 청룡도는 왕운의 손에 떨어지고 말았다.

왕운이 빼앗은 청룡도를 바닥에 내던지더니 다시 성큼성큼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손목도 부러지고.

청룡도도 빼앗기고.

더 이상의 수가 없던 관회가 긴 숨을 내쉰 뒤 손을 들며 말했다.


“내가 졌다.”


관회의 표정은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후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면에 믿었던 관회마저 왕운을 이기지 못하고 패배를 선언하자 안 그래도 까무잡잡한 벽 대장의 얼굴은 더욱 흙빛이 되었다.

왕운이 그런 벽 대장을 보고 말했다.


“그쪽이 대장이라면서요? 이제 직접 나와 보지 그래요?”

“이, 이 건방진······”


보다 못한 이문환이 나섰다.


“왕 소협. 이쯤 하시지요. 이제 모두가 왕 소협의 실력을 알았으니 아무도 왕 소협을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 보게 될 것인데 얼굴 붉히고 지낼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왕운은 자신보다 한참이나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말을 놓지도 않고 자신을 예의 있게 대해주는 이문환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이문환을 더는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왕운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제가 당연히 따라야겠지요.”

“고맙습니다, 왕 소협.”

“단!”


왕운이 고개를 돌려 벽 대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저분한테 사과는 받아야겠습니다.”

“······.”

“그쪽도 사내라면 나를 보자마자 무시하고 함부로 막말을 내뱉은 것에 대한 사과는 있어야죠. 나이가 어리고 많고를 떠나서. 내 말이 틀렸나요?”


왕운의 말에 벽 대장이 하늘을 잠시 응시하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자네 말이 맞네. 내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어. 내 무례를 용서하시게. 앞으로 잘 지내보세나.”


벽 대장도 소인배는 아니었다. 벽 대장의 진심어린 사과에 왕운은 빙그레 웃으며 벽 대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벽 대장님.”


그렇게 첫날부터 시끄러운 신고식을 한 왕운의 서원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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