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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bsaladin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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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왕씨세가 초대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0,520
추천수 :
724
글자수 :
240,503

작성
22.06.09 14:13
조회
640
추천
17
글자
13쪽

021 - 용봉지회 첫째 날

DUMMY

용봉지회의 개회식을 앞둔 숭산은 모여든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몰려드는 인파로 정신없는 와중에 하엽이 일행들에게 뭔가를 나눠주고 있었다.


“하나씩 받으십시오.”

“이게 뭔가?”


유신의 물음에 하엽이 말했다.


“인피면구입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들 얼굴에 쓰십시오.”


하엽은 지난밤 하오문의 지부를 찾아서 인피면구를 네 개 구해왔었다.

하엽에게 인피면구를 받아든 척영이 물었다.


“이걸 왜 써야 하는 건가요?”

“북경에서의 일을 잊으셨습니까?”

“북경?”

“팽가 말입니다.”

“아······.”

“그들도 여기 용봉지회에 참가할 겁니다. 그들이 우리 얼굴을 알아보면 괜한 소란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다들 얼굴에 쓰십시오.”


척영이 면구를 얼굴에 착용하며 사걸을 바라보았다. 사걸은 아까부터 계속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런 사걸을 보며 척영이 쏘아붙였다.


“이제 적당히 좀 하지? 규정이 그렇다는데 뭘 어쩌겠니?”

“아니, 세상에 이런 거지같은 규정이 있을 수가 있냐구요. 빌어먹을······”


사걸은 백도의 문파 소속이 아니란 이유로 용봉지회에 참가하는 것을 저지당한 것이었다.

사걸은 인피면구를 뒤집어쓰면서도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


척영은 고개를 젓더니 사걸에게 더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척영이 하엽과 유신을 보며 말했다.


“사걸이도 참가를 거부당했는데, 운이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운이도 소속 문파가 없는 건 매한가지잖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도련님께서 사전에 참가규정을 미리 들으시고 아무 문파에 가입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집까지 나오신 도련님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참가하려고 하셨을 겁니다.”


유신이 하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엽이 말이 옳다. 운이가 이대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엽이 말했다.


“저는 밖에서 입구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겠습니다. 세 분께서는 안으로 구경꾼인 척 들어가셔서 도련님을 찾아보십시오.”


***


한편 추천서로 인해서 참가를 허가받은 왕운은 소림사 안으로 들어섰다.

소림사 안에 들어서니 커다란 비무대 세 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비무대 옆에는 각각 一, 二, 三이 쓰여 있는 깃발이 꽂혀 있었다.

비무대 뒤쪽으로는 높은 단상이 보였고 고급스러운 의자가 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무림맹 내에서 높으신 분들을 위한 귀빈석인 모양이었다.

왕운이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어디선가 큰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주목해 주십시오!”


한쪽에서 소림승 하나가 걸어나오고 있었다. 비무대 한가운데에 우뚝 선 소림승은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서 소림사 안에 있는 모든 이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소승의 법명은 홍명이라 합니다. 이제부터 개회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 사적인 대화를 멈추고 소승에게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명의 말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홍명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맹주님과 맹의 간부님들, 각 파의 장문인들과 세가의 가주님들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다들 힘찬 박수로 맞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한 무리의 인파가 비무대 뒤 단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왕운이 자신의 옆에 있는 이문환에게 물었다.


“저들 중에서 누가 검황인가요?”


이문환이 단상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맨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가슴에 붉은 매화 문양이 새겨진 검은 무복을 입고 계신 분입니다. 왕 소협께서 저분에 대해 물으시는 걸 보니 삼황오제(三皇五帝)를 이미 알고 계신 모양입니다.”

“네, 영감님이 주신 무림사 책에서 봤어요.”


뒤이어 홍명의 소개와 함께 누군가가 앞으로 나서서 사람들 앞에서 인사를 한 후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왕운이 다시 물었다.


“저 사람이 무림맹주인가요?”

“그렇습니다. 현 소림의 방장인 공진 대사입니다.”


공진의 연설이 끝나자 홍명이 다시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반 시진 뒤에 첫 시합이 시작될 것입니다. 참가자분들께서는 저쪽에 있는 대진표를 보고 비무 순서와 본인의 상대를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으로 개회식을 마치겠습니다. 무림 동도 여러분의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홍명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마자 다들 대진표를 확인하기 위해 흩어졌다.

왕운과 종원도 그들 틈 속에서 자신의 대진을 확인했다. 오늘 왕운은 패배하지 않으면 총 두 시합이 예정되어 있었고 종원은 한 시합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문환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저는 이만 구경꾼들 자리로 가야겠습니다. 두 분, 너무 무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깟 명예 따위에 얽매여 이곳에서 몸을 상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알겠어요, 선생님.”

“알겠습니다.”


***


반 시진이 지나고 대회가 시작되었다.

각 문파의 전도유망한 후기지수들이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

왕운은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다른 이들의 시합을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딱히 눈에 띄는 실력자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실력을 숨기고 시합에 임하는지 아무리 봐도 자신이 상대했던 척영과 관회만한 사람이 없었다.

왕운이 심드렁한 표정을 한 채 비무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홍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교서원 이운. 낭아문(狼牙門)의 금영호. 제 三 비무대로 가시오!”


드디어 왕운의 차례가 온 모양이었다. 왕운은 들뜬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고 자신의 비무대로 향했다.

왕운이 비무대에 도착하니 이미 어떤 사내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내가 왕운의 근육질의 몸을 바라보더니 한마디 던졌다.


“서원의 글쟁이 주제에 몸은 꽤 단련한 모양이구나. 서원에서 조용히 책이나 읽을 것이지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왔느냐?”

“······.”


왕운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금영호는 왕운이 자신의 기세에 눌렸다고 생각했는지 계속해서 도발을 해댔다. 그러나 왕운은 속으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참자. 참자. 열 받는다고 한 방에 끝내지 말고······.’


심판의 신호와 함께 두 사람의 시합이 시작되었다.


“우리 낭아문의 낭아권(狼牙拳)의 동작은 마치 늑대가 사냥을 할 때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낭아권이다. 네놈이 과연 이것을 막을 수 있겠느냐!”


거창한 설명과 함께 금영호가 왕운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러나 금영호의 기세등등한 목소리에 비해 그의 동작은 별로 실속이 없었다.

왕운은 적당히 그와 손을 섞어 어울려 주었다. 약 20여 합을 주고받고는 이제는 됐지 싶었던 왕운은 일부러 미끄러진 척을 하면서 발을 헛디뎠다. 그러고는 당황했다는 듯이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금영호가 왕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왕운이 팔을 허우적거리는 척을 하면서 달려드는 금영호의 턱을 교묘하게 가격했다.

정통으로 턱을 명중당한 금영호는 눈을 까뒤집은 채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이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하! 저게 뭐야!”

“얻어걸렸네, 얻어걸렸어! 으하하하하!”


귀빈석의 장문인들이나 가주들조차도 그 장면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오직 한 사람, 검황은 웃지 않고 왕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비무대 위에서 왕운이 내려가자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자교서원이라······ 여기에 전혀 관심도 없던 인간이 웬일로······.’


구경꾼들 사이에서도 웃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척영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왕운을 바라보더니 옆에 있던 유신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찾았어요, 운이.”


유신이 깜짝 놀라 척영이 보고 있는 곳을 같이 보았다. 때마침 금영호가 쓰러지자 실신한 금영호의 상태를 확인한 심판이 큰소리로 외쳤다.


“상대방 기절! 자교서원 이운, 승!”


그것을 바라본 유신이 말했다.


“저자가 운이라고? 얼굴도 이름도 다르지 않느냐?”

“제가 얼마나 운이를 봐왔고 또 얼마나 운이와 비무를 했다고 생각하세요, 할아버지? 싸울 때의 저 동작, 습관, 그리고 지금 내려오는 저 걸음걸이······ 운이가 확실해요. 아마 이름을 바꿔서 참가했겠죠. 우리처럼 인피면구를 뒤집어쓴 상태로 말이에요.”


유신은 비무대에서 내려가는 왕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분명 왕운의 얼굴은 아니었다.

유신이 내내 걱정했던 것은 왕운의 이름과 아무리 부자지간이라지만 그의 아버지 왕혁을 놀랍도록 닮은 얼굴이었다. 왕혁을 해친 이들이 왕씨 성과 왕운의 얼굴을 통해서 왕혁의 아들인 것을 알아차릴까 두려웠었다.

만약 척영이 제대로 본 것이 맞다면 왕운이 성과 얼굴을 바꿔서 이곳에 나왔단 말이었다. 그러면 적어도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왕운과 왕혁의 관련점을 찾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유신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


왕운의 두 번째 시합의 차례가 되었다.

왕운의 상대는 호권문(猛拳門)의 이우겸이라는 사내였는데, 역시나 자신의 문파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물론, 왕운이 그것을 새겨듣고 있을 리가 없었다.


“우리 유파의 권법은 호랑이의 용맹한 기세를 따라······”


요즘은 동물 흉내를 내는 무공이 대세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우리 백설이 잘 자라고 있으려나?

영감님이 무공 비급 안 주면 백설이 보고 무공 하나 만들어볼까?

왕운이 백설이 생각을 하는 사이에 심판이 시작 신호를 하였다.

그러자 이우겸이 화려한 손동작을 하면서 왕운에게 신형을 날렸다. 앞의 시합과 마찬가지로 왕운은 적당히 이우겸과 몇 합을 어울려 주었다.

이우겸은 자기 딴에는 맹렬한 기세를 내보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왕운은 하품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호랑이는 무슨, 차라리 고양이라고 해라.’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 왕운은 일부러 크게 헛손질을 하였다. 그리고 마치 균형을 잃었다는 듯이 앞으로 자빠졌다.

기회라 생각한 이우겸이 달려들고, 이미 그것을 예상했던 왕운은 앞으로 자빠지면서 다리를 쭉 뻗었다.


퍽!


왕운의 쭉 뻗은 다리가 이우겸의 복부에 정확히 꽂혔고, 이우겸은 배를 움켜쥔 채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덤으로 마치 ‘이럴 수는 없다.’라고 말하는 듯한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로.

이우겸이 기절을 하고 왕운의 승리를 알리는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리자, 앞과 마찬가지로 구경꾼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하하하하! 저 친구 아까도 저렇게 이기더니!”

“저 친구 이름이 뭐야?”

“이운? 이름처럼 억세게 운 좋은 놈일세!”


아냐, 이 새끼들아. 내 이름은 구름 운(雲) 이라고.

왕운이 자신을 향해 비웃는 구경꾼들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처음부터 실력을 드러내지 않으려다 장난을 좀 쳤더니,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아무래도 장난은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오늘의 모든 시합이 종료되고, 왕운은 종원, 이문환과 함께 숙소로 예약한 객잔으로 향했다.

왕운이 종원을 보고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형님 시합 못 봤는데. 이기셨어요?”

“예, 이겨서 내일도 시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잘됐네요. 그런데 어느 조로 나가신 거예요?”

“을(乙)조로 출전했습니다.”


을(乙)조라면 도(刀)를 다루는 이들이 나가는 조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종원의 몸에는 도는커녕 도 비슷한 무기조차 보이지 않아 왕운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문환이 그런 두 사람을 보고 말했다.


“오늘 두 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승리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내일부터는 더 힘들어지실 겁니다. 부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세 사람이 오늘 있었던 시합에 대해 한창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객잔에 도착하였다.

객잔에 들어서는데 왕운의 귀에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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