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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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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린
작품등록일 :
2014.10.23 19:27
최근연재일 :
2015.09.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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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2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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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국가 대표 3

이글은 픽션입니다. 설정상 현대와 다른 점은 양해바랍니다. 이름이나 기타 회사명이 같은 것들은 우연입니다.




DUMMY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보여주라는 말을 들은 세린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진심을 보여주라고?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란 말인가?...하지만 마음을 어떻게 보여주란 말이야? 편지라도 써야 하나? 아니면....고백을 하라는 건가?....그럼, 뭐라고 고백하지? 널 좋아해? 널 사랑해?....아니면, 마음을 나타낼 수 있는 선물이라도 사야 하나?....’

“선배가 뭐라고 했길래 그렇게 고민이냐?”

“으, 응?....그게....진심을 보여주라고...”

“흠...진심이라, 뭐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네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하면 되잖아?”

“....뭐라고 말하란 거냐?”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해. 난 네가 정말 좋다, 나하고 사귀자! 뭐 이렇게 말하면 되지 않을까?”

“인마, 어디 물건 사러 갔니? 이 물건 맘에 드는 데 얼마냐? 내가 사겠다, 뭐 그런 느낌이 들잖아.”

“이 자식, 너도 어쩌다 얻어걸린 주제에 니가 날 비난해?”

“됐다, 내가 너희한테 조언을 구하려고 한 게 잘못이지.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

“....야, 책이라도 사서 보면 되잖아, 여자를 유혹하는 법이라든가...”

“그래!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니 들은 다 먹었으면 그만 가라. 나도 할 일이 있어.”

“야, 그보다 울리 감독님하곤 정말 안 만난 거야?”

“...내일 만나기로 했다.”

“흐흐흐, 내일 만나면 내 얘기도 슬쩍 해주면 안 될까?”

“....그런 거야 내가 말 안 해도 잘 알고 계시겠지. 경기를 직접 참관하셨잖아.”

“야, 그보다 네가 국가대표로 가게 되면 우리 축구부는 어떻게 되는 거야? 너 없이 시합을 뛰어야 하잖아?”

“....그거야 너희가 있잖아, 자신감 가지고 열심히 하면 되지.”

“그래, 네가 없어도 우리 축구부는 내가 지키마! 가자 경준아, 오늘 훈련을 해야지.”

“이 자식이 무식하긴....어제 게임 뛰고 오늘 훈련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회복훈련으로 간단히 스트레칭 정도면 모를까...”

“그럼 그거라도 하러 가자, 그리고 리프팅 연습이라도 해야지. 나도 세린이 정도의 개인기를 익히고야 말 거야.”

“꿈은 좋네....어쨌든 네 말대로 학교 가서 간단히 몸이나 풀고 기숙사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둘이 투닥거리며 나간 뒤 간단히 설거지를 마친 세린이 베란다로 나가 문을 열고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진심을 보여줘라...그러려면 먼저 만나서 얘길 해야 할 거 아냐? 그러려면 뭔가 준비도 좀 해야 하겠고...멋지게 보이려면 옷도 좀 사야 할 거 같고...누구하고 가지?’

다른 남자가 가로채기 전에 자신이 먼저 고백을 하긴 해야 할 터였다. 남자 친구가 아니라고 하긴 했지만, 어제 전화에 들려오던 남자 목소리가 마음에 걸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서영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 남자는 분명 서영을 좋아하는 게 틀림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매일 보는 사이이니 자신보다 접근하기가 훨씬 쉬울 테고 기회도 더 많을 터였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분명 그가 먼저 그녀를 여자친구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하지만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난번에 선영에게 고백하려다 실패한 이후로 더 자신이 없어진 터였다.

세린이 베란다 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고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만나러 갈 때는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는지, 첫마디는 무어라고 해야 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를 혼자 고민하고 있을 때 아파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세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거기서 뭐 해?”

“어? 세라야, 어떻게...안녕하셨어요? 작은 엄마, 할머니도 오셨네...헤헤..언제왔어요 할머니?”

“에구 내 새끼, 별일 없지?”

“그럼요, 할머니도 아픈 데 없으시죠?”

“그럼, 할미는 니가 펄펄 날아다니는 걸 보니 쑤시던 어깨도 다 나아버렸다.”

“할머니 어깨가 아퍼? 이리 앉으세요, 제가 주물러드릴게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리시는 할머니를 모시고 온 작은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의 등장에 고민하던 마음을 접고 반갑게 그들을 맞아들였다.

“아녀, 이제 하나도 안 아프다. 저기 가지고 온 반찬들이나 냉장고에 넣어두거라.”

“뭐가 이렇게 많아요?”

매주 그가 먹을 반찬을 한 보따리씩 만들어오는 할머니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던 세린이 좀 더 커진 보따리에 신경이 쓰였다.

“많기는 뭐가 많아? 네 친구도 자주 온다니 같이 먹으면 금방 없어질텐디..”

“이제 친구들도 못 오게 할 거예요. 그러니 힘들게 반찬 많이 하지 마세요.”

“아니다, 남자가 친구들도 있고 해야지, 친구 하나도 없으면 그것도 못 쓴다.”

“할머니, 이런 걸로 친구 사귀고 하진 않아요, 괜히 할머니 힘만 더 들지.”

“아니여, 이 할미는 이거 만들 때마다 니 입으로 들어갈 생각 하면 기운이 절로 난다. 그리고 저기 상자에 든 건 할미가 건강원에서 해온 거니까 아침저녁으로 꼭 챙겨 먹어라.”

“할머니, 오빠만 주고 난 없어요?”

“오빠는 운동하는 사람이니까 먹는 거야, 넌 홍삼 해온 거 있으니 그거 먹으면 되잖여.”

“오빠는 뭔데요?”

“저건 여자가 먹는 거 아녀, 그런 줄만 알어.”

“흥, 오빠만 좋은 거 주고 난 겨우 홍삼이나 주는 거지?”

“세라야, 그럼 너 저거 네가 먹어라, 오빠가 홍삼 먹을게.”

“정말? 할머니 그래도 돼요?”

“쯧쯧...기집애가 뭔지도 모르고 먹고 싶은 거야? 니가 뱀탕 먹어서 뭐하려고 그려?”

“으~엑, 저게 배, 뱀탕이야? 나 안 먹을래!”

“왜? 그냥 먹지 그러냐?”

“으에~엑, 엄마! 나 안 먹어~”

“하하하...”

세라가 뱀탕이란 말에 헛구역질하는 시늉까지 하며 제 엄마 뒤로 숨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세린이 어깨를 주무르자 연신 시원하다는 말을 하며 기꺼운 표정을 하던 할머니가 그만해도 된다며 세린을 앞에 앉히고는 손을 잡고 물어왔다.


“우리 애기가 주무르면 온몸이 다 시원해지는구나, 그리고 우리 애기 요즘 각시가 생겼다면서? 언제 할미 보여줄 거여?”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세린이 생각도 못 한 할머니의 말에 놀라 성일을 쳐다보자 성일이 모른 척 시선을 돌렸다.

“병원서 만났다면서? 음악 하는 색시라고 하던데 아니냐?”

“색시는 무슨 색시에요?.... 그냥 아는 동생의 누나예요.”

“그냥 아는 사인데 니 작은아버지 골수이식을 부탁한 거냐? 그럼 숙모도 다시 생각해봐야겠구나..”

“작은어머니...그게 아니고요...”

“헤헷, 오빠 벌써 다 알려졌는데 왜 숨기고 그래? 나한테도 소개해줘.”

숙모와 세라까지 가세해 나서자 괜히 입장만 곤란해진 세린이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모면하려고 애썼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괜히 숙부 얼굴만 흘겨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하~....병원에 면회 가서 얼굴 몇 번 본 거뿐이야, 세라야. 할머니하고 작은 엄마도 제발 앞서나가지 말아 주세요.”

“그럼 넌 아무 감정이 없다는 거냐?”

“아니...그게 감정이 있고 없고도 아니라니까, 단둘이 만나서 얘기해본 적도 없는데 무슨....”

“남자가 뭐 그리 망설여? 오빠 확실하게 말해! 나랑 사귀자 하고 말이야. 요즘에 오빠를 거부할 여자가 어디 있겠어.”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말이 되냐?”

“헤헤..오빠 정도면 사귀자고만 하면 전부 좋다고 할걸? 아니면 그냥 친구로 만나자고해, 그러다 친해지면 사귀면 되지.”

“그냥...친구? 남자 여자가 그냥 친구가 되니?”

“왜 안 되는데? 나도 그런 친구 많은데?”

“너...벌써 남자 친구도 있니?”

“그럼, 한두 명도 아니고 많아.”

“헐~...조숙하네, 우리 세라.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거야?”

“뭘~, 그 정도야 기본이지. 나 좋다고 사귀자는 남자친구들도 많은데 내가 눈이 높아서 전부 차버렸어.”

“하하하...우리 세라 대단하네, 오빠가 배워야겠는데?”

“헤헤...오빠 여자친구가 좋다고 하면 데이트할 때 말해, 내가 옷 골라 줄게”

“하하...그래, 진짜 여자친구가 생기면 세라한테 부탁해야겠구나.”

관심을 세라에게 돌리려 애쓰건 그를 보고 성일이 물었다.

“세린아, 그 아가씨 가족한테 연락은 했니?”

“네, 무척 좋아하던데요, 감격해서 울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래, 다행이구나. 그럼 시술 전에 얼굴이라도 봐야 하지 않겠니?”

“그려, 오늘 점심 먹고 한 번 들려보자.”

성일의 말에 할머니가 반가운 얼굴로 동의하고 나서자 세린의 마음이 다시 껄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어떤 행동을 하실지 부담되기 시작했다.

“오늘 오후에요?”

“그려, 아이 때문에 맘고생이 심한 게 보통이 아닐 테니 병원에 가서 얼굴이라도 보고 위로라도 좀 해줘야지.”

“할머니, 안 그래도 될 거 같은데요..”

“아녀, 할미가 그 맘 잘 안다. 오후에 들려도 되는지 전화해봐.”

병문안보다는 손주 여자친구 얼굴을 보고 싶은 게 분명한 할머니의 말에 세린이 당황했지만, 평소와 달리 강력하게 말하는 할머니 청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서영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병원에 같이 있던 서영의 어머니가 흔쾌히 허락해서 마음이 좀 놓인 세린은 점심 후에 가족들과 함께 병원을 들르기로 했다.



“세린이 할미입니다, 맘고생이 많으시지요?”

“고맙습니다, 할머니. 아드님 덕분에 우리 애가 살 희망을 얻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할머니의 재촉에 병원에 들른 세린의 가족을 성철의 어머니와 서영이 반갑게 맞이했다.

갑자기 찾아온 세린의 가족들 방문에 서영의 어머니가 감격한 얼굴로 반겨주며 거듭 감사를 표하고 서영이나 성철이도 반가운 표정이었다.

“그래요, 나도 우리 애기가 불치병 판정을 받았을 때는 얼마나 막막했는지 몰랐다우.”

“흑..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손을 꼭 잡고 말하는 할머니의 말에 서영이 엄마도 공감되는지 참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할머니가 손등을 두들기며 울음을 참으려는 그녀를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앞으로 잘될거유, 우리 애는 그보다 더 힘들었지만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고 있잖우. 힘을 내요.”

“감사합니다, 할머니.”

서영의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 손을 꼭 잡았다. 옆에 서 있던 서영도 울음을 참아가며 할머니에게 고맙다며 인사를해오자 이번엔 서영의 손을 두 손으로 잡은 할머니가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었다.

“호호..색시가 우리 세린이가 좋아한다는 사람이구먼. 어쩌면 이리 이쁠꼬...”

“하, 할머니...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세린이 당황해서 할머니를 제지하려 했지만,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영의 손을 잡고 반가워했다.

마치 손주며느리를 만난 듯 즐겁고 기꺼워하는 얼굴이었다. 할머니의 말에 서영도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려, 아주 고운 처자구나. 음악을 한다며?”

“네, 할머니. 바이올린을 하고 있습니다”

“그려, 어이구 이 손 좀 봐! 손가락에 줄이 다 생겼네! 그랴. 색시 손이 다 패일 정도로 열심히 하는가 보네.”

할머니가 놀라 하는 말에 옆에서 보는 세린도 깜짝 놀랄 정도로 서영의 손엔 일자로 깊이 패어 굳은살이 박여있어 그를 놀라게 했다.

“이게...연습 때문에 생긴 거예요?”

“네, 보기 싫죠?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 연습을 했어요. 처음엔 피부가 벗겨지고 피가 나기도 하다가 이젠 이렇게 홈이 패인 상태로 굳은살이 박여버려서 어디 가서 창피해서 손을 보여주지 못해요.”

할머니와 세린의 놀란 표정에 서영이; 부끄러운 듯 손을 거둬들이고 멋쩍게 웃었다.

“창피하긴 뭐가 창피해요? 저한텐 훈장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서영씨가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거잖아요?”

“그래도..창피한 건 창피한 거죠.”

“아녀, 색시. 우리 애기 말처럼 이건 자랑스런거여, 한 가지 일에 이렇게 열심인 처자가 어디 흔하겠는가....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의지도 굳건하구먼. 당장에라도 우리 손주 며느리로 삼고 싶을 정도여. 어띠여? 우리 손주 잘생기지 않았어?”

“예?...아, 네..”

“하, 할머니 초면에 이러시는 건 실례라구요,”

당황한 세린이 황급히 할머니를 제지하려 하자 서영의 어머니도 눈에 이채를 띠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호호호, 어머니 세린이 말대로 초면에 조금 과하세요. 어린 아가씨가 당황해 하잖아요.”

“나이가 스물이라며 뭐가 어리다는 거냐? 세린이 애미는 그 나이에 애를 낳지 않았느냐?”

“어, 어머니....그런 말씀을..”

“그래요, 어머니 오늘은 병문안 온 자리잖아요. 그런 말씀은 나중에 하셔도 돼요.”

숙모에 이어 숙부까지 나서며 할머니를 말리자 세린이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서영을 슬쩍 바라보자 돌발적인 할머니의 말에 당황했는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있었다.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와 세린의 가슴에 아로새겨졌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게 하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작은 집 가족들이 돌아가고 난 후에 세린이 혼자 남아 배웅을 나온 서영을 불러 병원 쉼터로 가서 앉았다. 할머니의 돌발적인 말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오히려 그 일로 서영과는 좀 더 친밀해진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들이닥쳐서 힘드셨죠? 할머니가 말씀도 막 하시고 해서...죄송해요.”

“아니에요, 정말 행복해 보이는 가족분들이시네요, 내내 부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서영씨네도 성철이가 어서 나아서 행복하게 지내시면 좋겠네요.”

“그래야죠, 성철이만 나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아요.”

애잔하게 들리는 서영의 말에 세린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을 내리깔고 우울해하는 그녀를 보자 마음이 짠해지며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고백을 할 기회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가슴이 걷잡을 수 없게 뛰기 시작했다.

한동안 가슴이 뛰는 걸 진정시키려 애쓰던 그가 그녀를 바라보다 어렵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내 물었다.

“저기....서영씨 혹시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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